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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사랑의교회 ‘평양發 스캔들’ 단독보도 그 후

‘치킨게임’ 치닫는 교회 내분, 이제 검찰이 나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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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4.01.13 13:31:48

▲도기천 정경부장

(CNB=도기천 정경부장) 사랑의교회 사태가 좀처럼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신도수 9만여명인 이 교회가 오정현 담임목사를 둘러싼 각종 비리의혹으로 수년째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기자는 지난해 11월~12월 두 차례에 걸쳐 오 목사와 관련된 의혹을 단독 보도한 바 있다.

그 중 <[단독]사랑의교회, 평양發 ‘50만불 영수증’의 비밀(2013.12.3)> 제하의 기사는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2008년 사라진 6억500만원(약50만불)의 교회 헌금과 관련, 오 목사 측은 북한 선교를 위해 평양과학기술대를 통해 북한 정부에 송금했다고 주장했지만 평양과기대를 운용하고 있는 (사)동북아교육문화협력재단은 이 돈을 받은 적이 없다고 증언했다.

오 목사 측이 증거로 내놓은 북한발(發) 영수증·확인증 또한 진위가 불분명한 상태다. 설령 북한과의 거래가 있었다 하더라도 우리 당국에 신고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CNB취재로 확인된 상태라 실정법 위반을 벗어나기 힘든 형국이다.

교회쇄신을 요구하는 교인들의 모임인 ‘사랑넷’ 카페를 비롯, 각종 포털게시판과 블로그 등에 해당 기사가 퍼날라졌고, 교회 측의 항의에 의해 해당글이 삭제됐다 다시 걸리기가 수십번 반복됐다. 기사는 인쇄 돼 교인들은 물론 교회 인근 주민들에게까지 뿌려졌다.

오 목사를 반대하는 교인들은 서초 새성전 입당을 거부한 채 매주 금요일 옛 강남역 교회에 모여 기도회를 열고 있다. 몇 달 전까지 300여명에 불과했던 ‘금요 마당기도회’ 참여 신도 수는 보도가 나간 뒤 2300여명으로 불어났다.

급기야 지난 10일에는 SBS <궁금한 이야기 Y>에서 사랑의교회 사태가 보도됐다. 방송에서  는 기자가 단독보도한 ‘평양으로 사라진 6억500만원’에 대한 의혹이 제기됐다.

교회 측 “싫으면 나가라” 강경일변

하지만 현재까지 확인된 교회 측 입장은 단호하다. 교회 측은 CNB보도에 함구한 채, 운영장로회 명의로 성명을 내고 옛 강남역 예배당을 지키고 있는 일부 교인들에게 즉각 나가줄 것을 통보했다.

지난 8일에는 교회 갱신위원회가 제출한 재정감사보고서를 오 목사 측이 거부하는 일도 벌어졌다. 갱신위 측이 제시한 ‘2012년도 결산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수십억원의 교회 헌금이 미계상, 과다계상 됐다.

감사위원들은 “재무제표상 총수익 8억4000만원, 총비용 21억7800만원이 과소 계상됐으며, 총자산 13억3800만원이 과대 계상됐다”며 해명을 요구했지만, 오 목사 측은 반대토론을 물리력으로 봉쇄했다.

갱신위는 성명을 통해 “오 목사 측근들은 2012년 감사보고서가 ‘한정’의견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를 제외하고는 ‘적정’하다는 식의 결론을 유도했으며, 현 감사위원을 해임하고 오 목사 측근으로 감사위원을 새로 구성해 다시 감사를 실시하자고 의결했다”고 전했다.

교회 측은 오 목사 반대활동을 하고 있는 한 젊은 여성이 집단폭행 당한 사건에 대해서도 이 여성의 자작극이라고 주장하며 법적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폭행 사건을 보도했던 모 일간지는 교회 측의 거센 항의에 부딪혀 정정보도를 내야했다.

폭행의 진위 여부를 가리는 것은 법정의 몫이라 기자가 언급할 성격은 아니지만, 교회 측의 일관된 강경태도가 이 사건을 불러 온 것은 분명해 보인다.

갱신위는 오 목사의 이런 전횡을 ‘공산당식 독재’에 비유하며, 오 목사 지지 신도들에게 이성적 판단을 해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돌파구는 ‘법의 잣대’ 뿐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이 나라 그리스도인들의 심정은 참담하다. 기자 또한 교인이다. 20년 가까이 취재현장에서 수없이 많은 보도를 해왔지만, 이번처럼 큰 부담을 느껴본 적이 없다.

교회개혁실천연대는 사랑의교회를 “부와 경건을 동시에 누리려 했던 성경의 부자청년을 닮았다”고 비유했다. 이 단체는 “사랑의교회는 웅장하고 화려한 건물이 가져다주는 권력과 혜택을 모두 누리면서 말구유에서 나고 머리 둘 곳도 없이 지내신 예수님의 사랑도 받으려 한다"며 ”하나님과 맘몬(탐욕의 상징)을 동시에 섬길 수 있다는 착각에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박영돈 고려신학대학원 교수는 “인간의 탐욕으로 수천억짜리 초호화 건물을 지어놓고 ‘하나님이 다 하셨다’는 사랑의교회의 주장은 주님이 십자가로 허무신 건물 성전을 다시 세우는 적그리스도적인 행위”라고 비판했다.

▲오정현 담임목사를 반대하는 교인들은 서초 새성전 입당을 거부한 채 매주 금요일 옛 강남역 사랑의교회에 모여 ‘마당기도회’를 열고 있다. 마당 한가운데에는 교회 측이 이들의 예배를 방해하기 위해 각종 구조물들을 설치해 놨다. (사진=도기천 기자)

교인들 간 감정의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져 도무지 앞이 보이지 않는 사랑의교회 사태를 해결할 유일한 돌파구는 이제 ‘법의 잣대’ 뿐이다.    

오 목사는 ‘북으로 사라진 6억500만원’ 의혹 외에도 교회 신축부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시세보다 수백억원 비싸게 샀다는 혐의(배임·횡령) 등으로 지난해 7월 일부 교인들에 의해 검찰에 고발된 상태다.

검찰은 고발장이 접수된 지 6개월이 지났지만 수사에 성의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사랑의교회 교인 중 정권실세들이 많다는 점을 들어, 검찰에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이제 공중파TV에까지 사태가 보도된 만큼, 검찰은 수사에 속도를 내 공의(公儀)를 실천해주길 바란다. 국정원 또한 평양발 영수증의 진위를 밝히는데 나서야 한다.

조금만 들여다보면 알 수 있는 일을 ‘권력형 대형교회’라 해서 조심스러워 하거나 비켜간다면 법 형평성에 맞지 않다.

우리가 다시 한번 사랑의교회 사태에 주목하는 이유는 사랑의교회 성장 과정이 한국교회의 대형화, 세속화의 모든 과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기 때문이다.

사랑의교회 사태의 해결 여부에 따라 시험대에 오른 대형교회들, 또는 성장제일주의로 달려가고 있는 수많은 중소교회들의 향배가 결정될 수도 있다고 생각된다. 이런 점에서 ‘사랑의교회’는 전체 한국교단의 ‘리트머스 시험지’가 되고 있다.

다시 한번 검찰의 결단을 촉구한다. 언론 또한 1천만 기독교인의 ‘알권리’를 위해 두려움 없이 ‘진실의 문’을 두드리길 바란다.

- 도기천 정경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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