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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어벤저스2’ 촬영 초중고교 학습권 침해 논란

상암동 7개교 6000여명 학생 등·하교 버스길 막혀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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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4.04.02 11:56:33

▲‘어벤저스2’ 촬영으로 인한 상암DMC 내 통제 구간. 빨간색 원으로 표시된 부분이 통제 구간과 인접한 학교들이다.

미국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어벤저스2’ 촬영이 2일 서울 상암동에서 다시 시작되면서 상암DMC 인근 학교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상암동 일대 교통통제로 인해 대로변에 위치한 7개 초·중·고교가 학생들의 등·하교 안전 문제, 촬영에 따른 소음 등으로 학습권 침해 논란까지 일고 있다. CNB가 상암동 현장을 단독 취재했다. (CNB=도기천 기자)

촬영장 가림막 없어 소음 등 그대로 노출
상암2지구 통학생들 1~2km 걸어서 등교
‘미국 영화’라서 협조? ‘문화사대주의’ 우려
촬영장 인근 월드컵북로 교통정체 ‘대란’  

‘어벤저스2’ 촬영은 지난달 30일 마포대교를 시작으로 상암DMC, 청담대교 진입램프, 강남대로, 강남 탄천 주차장, 문래동 철강단지 등 6곳에서 오는 13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이 중 상암DMC는 다른 지역에 비해 촬영기간이 가장 길다. 상암동 외에는 하루 정도 촬영이 진행되는데 비해 상암DMC는 2일부터 4일까지 3일간 매일 오전 6시~오후 6시까지 월드컵파크7단지 사거리~상암초등학교 사거리 약 1.5km 구간을 전면 통제하고 있다.

문제는 이 구간이 7개 학교가 밀집된 ‘스쿨존(school zone)’이라는 것. CNB가 현장을 확인한 결과, 통제구간이 위치한 대로변에는 하늘초등학교, 상지초등학교, 상암초등학교, 상암중학교, 상암고등학교와 최근 개교한 일본인학교와 드와이트스쿨(외국인학교) 등 총 7개교가 자리 잡고 있었다. 초등학교 병설유치원들까지 포함하면 10개교에 이른다.

이 지역 학생들은 171번, 172번, 7730번 등 10여개의 시내버스를 이용해 등·하교를 해왔는데, 촬영이 시작되면서 학교 앞 정류장이 전면 폐쇄됐다. 서울시는 인근 월드컵북로를 운행하는 16개 버스의 노선을 임시로 변경, 서부면허시험장, DMC센터, 월드컵파크5단지, 상암동주민센터에 임시정류소를 설치해 불편을 줄이고자 했지만 학생들에게 제대로 홍보가 되지 않아 2일 등교시간대에 혼란이 일었다.

▲2일 오전 8시경 인근 아파트단지 고층에서 바라본 월드컵북로의 모습이다. 상암DMC중심부 차량이 통제되면서 인근 월드컵북로로 차량들이 몰리면서 큰 혼잡을 빚고 있다. 빨간색 원으로 표시된 부분이 촬영 통제 구간이 시작되는 월드컵파크 7단지 사거리. (사진=도기천 기자)

CNB가 7개교 홈페이지를 확인한 결과 ‘어벤저스2’ 촬영과 관련해 등·하교 공지를 한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경찰은 상암DMC 주변에 우회도로 안내 입간판과 플래카드를 설치했으며, 교통경찰과 모범운전자 등 100여 명을 배치해 차량 우회를 유도했지만 정작 학생들의 등·하교 안내는 뒷전이었다. 

일부 학생들은 버스 통학로가 막히자 아예 자전거를 이용해 등교 했다. 하지만 일부 학교는 ‘자전거 안전교육’을 이수한 학생들에 한해 자전거 통학을 허용하고 있어, 상당수 학생들은 상당한 거리를 도보로 등교해야 했다.

CNB가 상암2지구(월드컵파크 9,10,11,12단지)에서 상암중, 상암고까지의 거리를 측정한 결과 1~1.5km가량이었다. 평소 2지구 거주 학생들은 마을버스 등을 이용해 등교했는데 이날 촬영으로 인해 대부분 걸어서 등교했다. 

또 당초 촬영공간에 펜스 등을 설치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아무런 가림막이 없었으며, 안전요원만 배치돼 통제를 하고 있었다. 따라서 촬영공간과 접해 있는 학교들이 소음, 학생들의 관심 등으로 수업에 지장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불편을 겪고 있는 학생들의 규모는 하늘초등학교 1077명(42학급)을 비롯, 상암중 1020명, 상암고 1021명, 외국인학교 500여명 등 6000여명에 달했다.

여기다 하늘초 병설유치원 122명을 비롯, 3세~6세 유치원 자녀들을 ‘등하교 케어’ 해주는  학부모 수백여명도 큰 불편을 겪었다. 또 평소 출근길에 자가용으로 자녀를 학교 앞에 내려주던 학부모들도 대로변이 전면 통제되면서 월드컵파크 아파트 사잇길로 우회해야 했다.

상암중과 하늘초에 다니는 두 자녀를 둔 학부모 오모(43·여)씨는 “영화 촬영한다고 학생들의 등하교길을 3일씩이나 막는 다는 게 말이 되냐”며 “우리나라를 세계에 홍보하는데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모르지만, 어린 학생들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청소년육성회 상암분회장 신종갑(42) 씨는 “미국 헐리우드 영화기 때문에 협조해야 한다는 발상은 자칫 학생들에게 그룻된 문화 사대주의를 심어줄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촬영장 앞에서 청소년육성회 상암분회 회원들이 초등학생들의 등·하교 지도를 해주고 있다. (사진=도기천 기자)

상암중학교의 한 학생(15·남)은 “어른들이 상암동을 전세계에 알릴 수 있는 기회라고 했다”며 “(임시) 변경된 버스노선을 잘 몰라서 (평소 버스로 등하교 했지만) 걸어서 등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상암DMC내 입주 기업들도 교통대란을 겪었다. 상암DMC는 서울시가 2015년 완공을 목표로  17만평 부지위에 최첨단 정보·미디어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있는 곳이다.

LG CNS, LG U+, 팬택R&D센터, 첨단산업센타 등 IT산업 관련 기업들과 SBS미디어센터, KBS미디어센터, CJ E&M 등 입주기업 수가 800여개에 달한다. 종사자 수는 3만5000여명 안팎으로 추산되고 있다.

상암DMC 중심부는 지하철역과 2km이상 떨어져 있어 대부분 종사자들이 버스나 자가용을 이용해 출퇴근 하고 있는데, 대로변이 막히면서 월드컵북로 등 곳곳이 큰 혼잡을 빚었다.  

이처럼 학습권 침해, 교통대란 등 혼란이 일자 수천억원대의 경제효과가 있다는 정부와 서울시의 주장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어벤저스2가 전작과 비슷한 흥행을 하고 영화에 노출될 국내 촬영 분량이 20분이라고 가정했을 때 광고효과, DVD 등 부가시장, 관광 증대 효과 등을 감안할 경우 4000억원 규모의 경제적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상암동에서 중국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박모 씨는 “촬영으로 인해 치러야 하는 기회 비용, 교육 비용(학습권 침해) 등을 고려하면 실제 경제유발 효과가 얼마나 될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18년 경력의 한 문화전문 기자는 “과거 ‘반지의 제왕’ 시리즈가 개봉되면서 뉴질랜드 관광객이 증가했다고 하는데 이는 뉴질랜드의 대자연이 영화에 생생하게 담겼기 때문”이라며 “어벤저스2는 아름다움보다는 파괴를 모토로 하고 있는 영화라 관광효과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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