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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금융가…보험·증권·카드·은행 무차별 구조조정

[심층취재] 금융위기 이후 최대규모 감원…끝은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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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4.04.17 10:42:45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선 금융사들의 본사 전경. 삼성생명, 한화생명, 우리투자증권, NH농협증권(왼쪽위에서부터 시계방향) /사진=연합뉴스

“도무지 앞이 보이지 않는다.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모 금융사 임원)

4월 봄바람이 무색할 정도로 금융권 전반에 구조조정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은행, 보험, 카드, 증권 등 전 분야에 걸쳐 점포축소, 인원감축 등 ‘몸집 줄이기’가 진행되면서 금융가에서는 ‘5월 총파업설’ 등 흉흉한 소문이 돌고 있다.

증권가에서 시작된 감원 태풍이 ‘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은행들에까지 미치면서 안전지대는 사라진지 오래다. CNB가 위기의 금융권을 들여다봤다. (CNB=도기천 기자)

증권, 적자폭 갈수록 커져…임금 반토막
보험, 전직 지원 제도 확산…희망퇴직 시동
은행, 전자지갑 전환…감원·지점폐쇄 본격화
카드, 소리없는 구조조정 바람…‘태풍전야’

금융권의 구조조정은 증권가에서부터 비롯됐다. 국내 62개 증권사들은 2013회계연도(2013년 4∼12월)에 1098억원의 순손실을 내며 2002회계연도 이후 첫 적자를 기록할 정도로 불황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부터 점포와 인력을 줄이는 구조조정을 해왔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전체 증권사 임직원 수는 2011년 말 4만4055명에서 지난해 말 4만243명으로 8.7% 줄었다. 증권사들의 국내지점은 같은 시기 1778개에서 1476개로 2년간 17.0%(302개)가 없어졌다.

증권가의 일자리 사정은 올해 더 나빠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한차례 인력 조정을 했던 삼성증권은 지난 11일 구조조정 방향을 발표하고 점포 축소와 함께 대대적인 희망퇴직 접수에 들어갔다. 300~500명 가량을 줄일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합병을 앞둔 우리투자증권과 NH농협증권에서도 대규모 감원설이 돌고 있다. 우리금융지주와 농협금융지주는 지난 11일 잇따라 임시 이사회를 열어 우리투자증권 패키지 매매 계약을 완료했다. 농협금융 계열인 NH농협증권이 우리투자증권과 통합되면 자기자본과 지점수 등에서 독보적인 업계 1위 증권사로 도약할 전망이다.

이에 따른 지점통폐합, 인원감축 등이 벌써부터 거론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우리투자증권 1천명, NH농협증권 150명 가량을 줄일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NH농협증권의 한 임원은 CNB 기자와 만나 “수익악화로 우리투자증권과 농협증권의 지점이 상당한 규모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며 “벌써부터 명예퇴직 대상자가 거론되고 있다”고 전했다.

현대그룹이 재무구조 개선 차원에서 시장에 매물로 내놓은 현대증권도 새주인을 찾게 되면 대규모 인력감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전직 지원, 명퇴의 진화?

인원감축과 함께 직원들의 임금도 대폭 삭감되고 있다. 1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07년 이후 2012년까지 5년간 증권사 27곳 중 66.7%인 18곳의 직원 임금이 줄었다.

HMC투자증권은 직원 1인당 평균 연봉이 2007년 1억500만원에서 2012년 7300만원으로 30.5% 줄었고 같은 기간에 신영증권은 9700만원에서 7300만원으로 24.7% 감소했다.

키움증권은 7500만원에서 5700만원으로 24.0%, 한양증권은 9900만원에서 7900만원으로 20.2%, 유화증권은 3500만원에서 2800만원으로 20.0% 각각 줄었다. 삼성증권(-13.8%), 신한금융투자(-13.7%), 메리츠종합증권(-13.5%), 한국투자증권(-11.7%) 등도 감소했다. 지난 5년간의 물가상승율 등을 감안하면 사실상 임금이 반토막 난 것이다.

생명보험업계 사정도 증권사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업계 빅3’ 가운데 하나인 한화생명은 16일까지 20년 이상 근무자 가운데 희망자를 상대로 전직 지원 신청을 받았다. 전직 지원은 직원들이 퇴직 이후 창업이나 구직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제도다.

현재 한화생명의 일반직은 과장급 이상 인력이 71%에 달하며 사무직도 매니저급 이상이 81%로 인력의 고 직급화가 심각한 상황이다.

생명보험사 1위인 삼성생명도 최근 임원 15명을 퇴직·전보 조치하고 대규모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생명이 임직원 6700여명 가운데 1천여명을 목표로 희망퇴직을 실시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지난해 11월부터 전직 지원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하나생명은 지난해 전체 임직원 207명의 25%에 달하는 51명이 퇴직했다.

최근 10년 이상 근속 직원을 상대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한화손해보험은 임직원 65명이 퇴직했다. 알리안츠생명도 최근 10년 만에 임직원 희망퇴직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익악화가 계속되면서 외국계은행들이 지점폐쇄·인원감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씨티은행 본점(왼쪽)과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 지점 모습. (사진=CNB포토뱅크)

외국계 은행 ‘지점 폐쇄’ 칼바람

제1금융권(은행)에서도 구조조정의 칼바람이 본격적으로 불고 있다. 국민·신한·외환·우리·하나 등 5개 주요 시중은행의 직원은 지난해 말 6만8954명으로, 1년 전보다 271명 감소했다. 민영화를 앞둔 우리은행이 가장 많은 159명을 줄였고 하나은행과 외환은행도 각각 105명과 67명을 줄였다.

올해는 한국씨티은행이 첫 포문을 열었다. 씨티은행은 다음 달부터 지점 축소를 단행한다. 다음달 9일 인천 경서동지점 등 5곳을 시작으로 순차적 폐쇄가 이뤄진다. 씨티은행은 향후 6주간 매주 5~10곳씩 폐쇄 대상 지점을 발표할 예정이다. 

국내 190개 지점 중 무려 30%에 달하는 56개 지점을 줄이면서 600여명이 감원될 것으로 업계에서는 내다보고 있다. 미국에 본사를 둔 씨티그룹이 국내 소매금융에서 아예 철수할 수도 있다는 흉흉한 얘기까지 돌고 있다. 

역시 수익성 악화를 겪고 있는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 은행 역시 지난해부터 국내 지점을  25%가량 줄이고 있으며, 에이치에스비시(HSBC) 은행은 지난해 소매금융 사업 철수를 공식선언하는 등 다른 외국계 은행들도 사실상 비상경영에 돌입한 상황이다. 

저금리, 저성장에 따른 수익 악화는 국내 은행들이 최근 몇년 사이 공통으로 겪고 있는 현상이지만 특히 외국계 은행들의 타격이 두드러진 이유는 ‘동네점포형’ 중심의 한국 시장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기다 고금리 대출을 비롯, 외국 본사에 대한 고배당과 용역비 지급 등 국부(國富)유출 논란도 끊임없이 이들의 발목을 잡아왔다.

금융취업자 2년째 내리막

그동안 구조조정 움직임이 없었던 카드사들도 최근 고객정보유출 사태에 따른 영업정지 등 거센 한파를 맞은 만큼 ‘몸집 줄이기’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올해 1분기 전업계 카드사 7곳의 순익은 지난해 동기 대비 30% 가량 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에 경기 침체, 정보유출 사태가 겹치면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기 때문이다. 

카드사들은 최근 고객 혜택을 줄이면서까지 자구책 마련에 나선 상태다. 여기다 모바일 결재(전자지갑) 시장이 확대되면서 대대적인 구조개편이 예고되고 있다. 

카드사의 한 관계자는 “노조 등의 반발을 의식해 조심스럽게 인원감축을 진행하고 있어 아직 구조조정이 수면위로 떠오르지 않았을 뿐”이라며 “내수 경기 침체가 계속되고 있어 사업구조 개편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희망퇴직, 조직개편, 전직 지원 제도 등 다양한 형태의 구조 조정이 금융권에서 계속되면서 신규 채용시장도 급속히 얼어붙고 있다.

국민·하나·외환·SC·씨티 등 시중은행들은 상반기 채용을 보류했거나 아예 채용 자체를 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 조사결과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금융·보험업 취업자는 85만4000여명으로 전체 취업자(2491만3000명)에서 3.43%를 차지했다. 이는 최근 3년새 가장 낮은 수치다. 2011년 3.49%, 2012년 3.54%, 지난해 3.48%에 이어 올해는 더 낮아진 것이다.
 
증권가의 한 관계자는 “저금리 기조에다 주식시장 불황이 계속되면서 올해 10여개 이상의 증권사들이 사라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며 “있던 사람도 내보내는 판인데 신규채용 감소는 당연한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여의도 증권사들 외경. (사진=도기천 기자)

노조 총파업 예고…노동절 최대고비

한편 사측의 구조조정에 맞서 노조의 반발도 거세게 일고 있다. 우리투자증권 노조는 현재 노조원 2200명을 상대로 NH농협증권과의 합병에 따른 인원 감축 시 총파업 돌입 여부를 묻는 찬반 투표를 진행 중이다.

이번 주 안에 투표결과가 나오면 파업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재진 우리투자증권 노조위원장은 “고용안정 보장, 인수 후 최소 5년간 우리투자증권의 독립경영 보장 등을 농협금융지주 사측에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씨티은행 노동조합은 지난 15일 법원에 ‘영업점포 폐쇄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은행 쪽이 전체 지점의 30%에 이르는 56개 지점을 폐쇄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조처다. 앞서 노조는 사측과의 임단협 결렬에 따라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을 신청한 상태다. 중노위의 쟁의조정이 불발되면 노조는 총파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20여개 시중은행이 소속된 전국금융산업노조와 손보사 등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도 금융권 구조조정에 맞서 연대를 강화하고 있어, 다음달 노동절이 최대 고비가 될 전망이다.

금융권은 지난해부터 사업재편 등 돌파구를 마련해왔지만 수익악화가 계속되자 결국 구조조정 카드를 꺼내들었다. 향후 수익성이 나아지더라도 사측이 줄어든 지점과 인력을 예전 수준으로 되돌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노사갈등은 계속될 전망이다.

금융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최근 금융권의 구조조정 바람의 표면적인 이유는 수익악화 때문이지만 실제로는 전자지갑 확산, 인터넷뱅킹에 따른 무점포 추세 등 미래전략 차원에서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다”며 “경기가 회복세에 접어들어 금리 인상이 본격화 되더라도 인원, 점포감축은 계속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분석했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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