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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에 기업들 ‘자숙 모드’…마케팅·투자 ‘올스톱’

[심층취재] 추모열기에 ‘닫힌 지갑’…내수 침체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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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4.04.24 10:19:47

▲지난 22일 세계한인무역협회(월드옥타) 제16차 세계대표자대회 및 수출상담회에 참석한 기업인들이 세월호 참사 희생자에 대한 묵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남의 일 같지 않아요. 너무 마음 아프고 속상하고… 다들 침체된 분위기라 손님이 뜸해요” (23일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의 한 상인)

세월호 참사로 온 나라가 충격과 슬픔에 잠기면서 경제활동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 산업계 전반에 자숙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쇼핑·여행·주류·외식업 등이 직격탄을 맞고 있으며 카드사·광고대행업 등 서비스산업 전반으로 침체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그렇다고 대놓고 하소연 할 수도 없는 분위기다. CNB가 이들 업종의 현 상황을 들여다봤다. (CNB=도기천 기자)

단체여행 ‘반토막’…예약 줄줄이 취소
자동차·건설·주류업계 마케팅 중단
언론사들 광고수주 직격탄 ‘속앓이’
외식·쇼핑·관광 자제…경기침체 우려

가장 큰 타격을 입고 있는 분야는 관광업계다. 세월호 참사로 여행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급속히 번지는 가운데 학교, 기업, 관공서 등의 단체여행 취소율이 50%를 넘어선 지역이 속출하고 있다. 일부 콘도는 다음 달 단체 예약이 모두 취소되기도 하는 등 관광 업계에 미치는 후폭풍이 거세다.

지난 22일 한국관광협회중앙회가 각 지역 협회를 통해 조사한 결과 서울 지역 일부 여행사에서는 학생, 공무원 등의 단체 여행 취소율이 지난 18일 기준으로 50%를 넘어섰다.

특히 제주도, 진도, 목포로 가거나 경유하는 여행과 공무원 연수여행은 대부분 취소된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다음 달 1일부터 11일로 예정된 ‘관광주간’ 홍보도 전면 중단할 방침이다.

수도권은 침체된 분위기가 더 두드러졌다. 경기도교육청은 올 상반기 배편으로 가는 수학여행을 전면 금지했으며, 일반 여행객의 단체 관광 상품, 골프 투어 상품도 상당수 취소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지역 대부분 중·고교도 수학여행 자체를 취소하거나, 다른 행사로 대체하고 있다. 이번 참사의 희생자가 경기 안산 단원고 학생들이라는 점에서 수도권 학부모들의 우려가 더 컸기 때문이다.    

경기도관광협회 관계자는 “도내 대부분 학교들이 수학여행을 취소한 상황이며, 하반기에도 이런 추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여행 취소 여파로 업계에 미치는 타격이 막대할 것으로 예상돼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식업계, 예약·매출↓
 
세월호 참사로 외식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퍼지면서 외식 업계의 매출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식전문기업인 CJ푸드빌은 세월호 참사 이후 저녁 식사 예약을 취소하는 사례가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패밀리 레스토랑인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는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16일부터 20일까지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 수와 매출이 평균 10%가량 감소했다.

피자 브랜드 ‘미스터 피자’를 운영하는 MPK그룹은 세월호 참사 이후 점포 매출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14% 감소했다고 밝혔다.

CJ푸드빌 측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애도하고 걱정하는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저녁 식사 자리를 자제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주류업계도 직격탄을 맞았다. 애도 분위기 속에서 회식 등이 줄면서 술 소비가 급감한 것.

편의점 씨유(CU)는 참사가 발생한 지난 16일부터 20일까지 주류 매출이 9∼13일 실적과 비교한 결과 3.4% 줄었다고 밝혔다. 특히 양주는 10.3%, 와인은 9.1%로 상대적으로 감소폭이 컸다. 맥주와 소주는 각각 3.9%, 2.6% 매출이 줄었다.

세븐일레븐은 16∼20일 술 매출이 전기 대비 3.6% 감소한 가운데 양주·와인류 매출이 9.6%나 줄었다. 맥주는 4.0%, 소주는 2.4% 매출이 하락했다.

GS리테일도 같은 기간 맥주 소비가 1.1%, 소주 소비가 0.2% 줄었고 여행용품 매출도 2.4% 감소했다.

▲23일 제주시내 한 어린이집에서 한 어린이가 세월호 침몰사고 실종자들의 무사 귀환을 기원하는 노란 리본을 묶은 뒤 손을 맞잡고 기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롯데주류, 맥주시장 광고 없이 데뷔

특히 주류업계는 본격적인 술 소비철을 앞두고 예정된 광고들이 전면 취소되면서 매출하락 폭이 더 크질 전망이다.
 
맥주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롯데주류는 첫 제품을 내놓고도 마케팅 활동을 자제하고 있다.  롯데주류는 22일 첫 맥주 제품인 ‘클라우드’를 예정대로 출시했지만 애도 분위기를 고려해 신제품 관련 마케팅은 전혀 하지 않고 있다.

당초 롯데주류는 지난 8일부터 21일까지 신제품 클라우드의 프리 론칭(pre launching) 광고를, 이후에는 본 광고를 계획하기로 했었다. 또 시음회 등 다양한 행사를 계획했지만 세월호 침몰사고가 발생하면서 모든 마케팅 활동을 중단했다.

이날 출시된 클라우드의 주력 제품인 330㎖ 병제품과 355㎖ 캔의 출고가는 각각 920원, 1350원으로 같은 프리미엄급 국산맥주인 카프리·버드와이저 등에 비해 8~10%가량 저렴하다. 하지만 예정된 광고를 하지 못해 소비자들의 궁금증만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롯데주류 관계자는 CNB와의 통화에서 “거래처와의 납품계약이 돼 있어 출시를 미룰 수는 없었다”며 “하지만 사회적 애도 분위기에 동참하는 의미에서 론칭 행사 등은 일체 자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이트진로도 최근 공들여 제작한 주력제품 ‘뉴 하이트’와 ‘드라이피니시 d’의 TV광고를 전면 중단했으며, 모든 시음행사도 잠정적으로 접었다.

오비맥주는 자사의 맥주 TV광고를 지난 17일부터 전면 중단했다. 지난달 말부터 2개월 가량 방영할 예정이던 ‘카스 후레시’ 광고와 이달 12일부터 6월 중순까지 편성됐던 ‘카스 라이트’ 제품에 대한 모든 광고를 중단했다.

주류업체인 ‘무학’도 희생자를 애도하기 위해 주류 광고와 일체의 판촉활동을 18일부터 잠정 중단했다. 무학은 당분간 순한 소주 ‘좋은데이’ 등의 TV·신문 광고를 싣지 않기로 했다. 매일 저녁 경남, 부산, 울산지역에서 100여 명을 동원해 업소를 돌면서 해온 시음행사 등 판촉활동도 중단했다.

이밖에 페르노리카 코리아 임페리얼은 임페리얼 20주년을 기념해 출시한 한정판 공개행사를 연기하기로 했다.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은 19∼20일 와인업체 25곳과 진행하려던 ‘와인페어-구름 위의 산책’ 행사와 26∼27일에 예정됐던 ‘비어페어’ 행사를 연기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술 광고 자체가 흥겹고 신나는 분위기를 담고 있기 때문에 지금의 추모분위기와 맞지 않다”며 “매출 감소를 감내하더라도 사회적 분위기에 동참하자는 것이 주류업계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대전 한남대 학생들이 23일 세월호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고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기원하며 모금운동을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홍보·마케팅 튀지 않게 ‘조심조심’

제품이나 회사를 홍보하기 위한 기업들의 보도자료, 광고, 행사도 크게 줄었다. 광고나 홍보를 하더라도 추모 분위기를 헤칠 수 있는 사진이나 영상을 걸러내는 등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당분간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마케팅 행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 중국 삼성은 18일 베이징에서 새 스마트폰 갤럭시S5 프로모션 행사를 예정대로 열었으나 추모 분위기를 고려해 최대한 차분하게 진행했다.

LG전자는 당초 상반기 빅 이벤트로 26∼27일 잡혀 있던 손연재의 리듬체조 갈라쇼 ‘LG휘센 리드믹 올스타즈 2014’를 하반기로 연기했다.

금호타이어는 28일 신제품 ‘솔루스 TA31’ 설명회를, E1은 18일 ‘창립 30주년 기념식 및 비전선포식’을 무기한 연기했다.

SK텔레콤은 유명 연예인이 출연하는 광고를 잠정 중단했으며, SK증권은 23일 소득공제장기펀드와 어린이펀드 가입고객에게 경품을 지급하려 했던 행사를 취소했다. SK브로드밴드는 인터넷TV(IPTV)용 UHD TV 시연회를 취소했다. 일렉트로룩스 코리아는 청소기 신제품 발표 행사를 연기했다.

한국GM은 26일 경기 안산시 스피드웨이에서 시승행사를 열려했지만 이번 사고로 대규모 희생자를 낸 단원고가 위치한 안산에서 행사를 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해 6월로 미뤘다.

건설사들은 아파트 분양 이벤트를 접고 있다. 대우건설은 충북 충주 2차 푸르지오, 서울 동대문구 푸르지오 시티, 서울 마곡역 센트럴 푸르지오 시티 등 3개 모델하우스에서 진행하려던 초청 가수 공연 행사와 고객 이벤트를 취소했다.

롯데건설은 25일부터 문을 여는 서울 금천구 독산동 롯데캐슬 골드파크 2차 모델하우스의 경품행사 이벤트를 취소하고 분양상담만 하기로 했다.

대기업 홍보실의 한 관계자는 “워낙 분위기가 예민한 때라 자칫 잘못하단 구설수에 오를 수 있어 광고나 홍보 성격의 행사를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며 “설령 광고를 내더라도 때가 때인만큼 홍보효과를 기대하긴 힘들다”고 전했다.  

또다른 기업의 관계자는 “보도자료용 사진도 웃는 모습이 담기지 않은 차분한 사진 위주로 내보내고 있다”며 “소비자들을 상대 하는 기업이 전 국민이 마음 졸이고 있는 이때 홍보·영업을 하겠다고 요란을 떠는 것은 경영방침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로 기업들이 마케팅 행사를 전면 취소하는 등 자숙 모드에 들어갔다. 서울 시내 한 LG유플러스 대리점 앞 풍경. (사진=연합뉴스)

신문·방송사, 광고 취소 ‘울상’

기업들의 광고·홍보가 크게 줄면서 광고대행사, 기획사, 언론사 등의 매출도 타격을 입고 있다. 기업들이 TV 광고와 신문 광고를 자제하고 있는데다, 이미 일정이 잡힌 광고도 취소해 달라고 요청하면서 신문·방송사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언론사를 상대로 하는 광고대행업체의 한 직원은 “부동산경기가 바닥을 치면서 분양시장이 조금씩 살아나고 있지만 건설사들이 예정된 광고를 줄줄이 취소하고 있다”며 “프로야구시즌 개막, 주류 소비철 등을 맞아 한창 마케팅이 활발할 때이지만 홍보를 자제하고 있는 분위기라 광고 받기가 힘들다”고 전했다.       

이처럼 기업 활동이 위축되고 소비가 둔화되면서 경제 전반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대기업 임원은 “가뜩이나 투자활동이 위축돼 있는데 국가적 참사까지 터져 걱정이 크다”며 “자숙, 자제 분위기가 단기에 그치지 않고 계속될 경우에 대비해 사업계획을 다시 점검하고 있다”고 전했다.

재래시장에서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한 상인은 “세월호 참사 이후 저녁 손님이 절반으로 줄었는데 사고가 수습되려면 몇 달이 걸릴지 몰라 걱정”이라며 “(세월호 참사가) 너무 마음 아프고 속상한 일이지만, 그렇다고 손을 놓고 슬퍼할 수만은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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