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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 징계, ‘금피아 논란’으로 번지나

[심층취재] 금융당국, 해묵은 카드 꺼내든 속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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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4.07.08 14:55:05

▲금융당국과 감사원이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임영록 KB금융 회장에 대한 징계가 예정대로 진행될지 주목된다. 금융감독원과 감사원 전경. (사진=연합뉴스)

감사원이 금융당국의 은행·카드사 임직원에 대한 징계에 잇따라 제동을 걸면서, 그 배경을 두고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금융사들이 제재 수위를 낮추기 위해 감사원과 정치권에 줄을 대고 있다는 ‘로비설’에서부터 최수현 금감원장이 자리보전을 위해 막무가내 식으로 피감기관을 압박하다 제동이 걸린 것이라는 얘기까지 해석이 분분하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의 배경을 ‘금피아(금융+마피아)’와 연관짓기도 한다. 과연 진실은 뭘까? CNB가 사정기관들 간에 벌어진 초유의 기싸움을 들여다봤다. (CNB=도기천 기자)

금융당국 무리한 제재 강행 ‘금피아’ 논란
감사원 “법적용 신중해야” KB제재에 태클
KB금융 “이현령비현령 징계…해도 너무해”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감사원이 최근 금융감독원·금융위원회의 금융사 징계 추진에 태클을 건 사안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감사원은 2011년 3월 KB카드가 KB은행에서 분사할 때 신용정보보호법에 따라 승인받지 않고 은행 고객 정보를 가져간 것은 규정 위반이라는 금융위의 유권 해석에 문제가 있다며 제동을 걸었다.

현행 신용정보법32조에 따르면 기업이 영업양도·분할합병 등을 통해 자회사(또는 계열사)를 설립해 모(母)기업의 고객정보를 넘길 경우, 금융위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금융지주회사법48조에는 신용정보법에도 불구하고 모회사와 자회사가 고객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법조계에서는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라 KB의 사례가 별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정보 제공에 대한 동의를 규정한 신용정보법이 2009년 10월 시행된 이후 합병된 수십개 금융사 대부분이 금융위로부터 정보 제공 승인을 받지 않았지만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았다. 

감사원은 이에 따라 금융위의 유권해석이 잘못됐다는 취지의 질의서를 보내는 한편 종합 감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 달라는 입장을 최근 금감원 부원장 등을 불러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은 신용정보법과 금융지주회사법이 서로 배치되는 조항이 있음에도 이를 정비하지 않은 금융당국의 책임이 더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감사원은 또 고객정보 유출로 물의를 빚은 카드 3사에 대한 금융당국의 제재에도 브레이크를 걸었다. 올해 초 농협·롯데·KB카드의 고객정보 1억여 건이 시중에 유출돼 큰 혼란을 겪은 바 있다. 

최근 감사원은 금융위와 금감원에 해당 카드사들에 대한 제재를 감사원 결과보고서가 나온 뒤에 하는 게 적합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감사원은 최근까지 고객정보 유출과 관련, 금융위와 금감원의 관리·감독 실태를 감사했는데, 이 내용을 포함, 정보 유출에 대한 종합감사보고서를 8월 말에 낼 계획이다. 정보를 유출한 카드사 뿐 아니라 금융당국의 관리 책임도 함께 묻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달까지 제재 양형을 결정하려던 금융당국의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KB카드 고객정보 유출에 따른 임영록 KB회장에 대한 제재 뿐만 아니라 고객정보 유출로 중징계를 사전 통보받은 100여명의 KB카드, 농협은행, 롯데카드의 전·현직 임직원 징계도 당분간 힘들게 됐다.

금융당국은 당초 KB 제재는 오는 17일과 24일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어 마무리 짓고 카드사 정보 유출 건은 오는 17일 결론 낼 예정이었다.

특히 감사원은 KB은행의 카드사와의 고객정보 공유 문제는 금융위의 유권해석이 잘못됐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 금융당국이 임 회장을 이 건으로 징계하기에는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KB금융그룹 빌딩 외부 모습. (사진=연합뉴스)

금융당국, KB 제재 강행할까?
 
하지만 금융당국이 감사원 지적에도 불구하고 제재 심의를 강행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감사원이 금융당국의 징계 추진에 제동을 건 데는 금융사들의 로비가 작용했을 것이라는 얘기가 돌고 있는데, 이로 인해 부담을 느낀 금융위·금감원이 속전속결로 제재에 나설 것이라는 설이다.   

더구나 국회도 빠른 제재를 요구하고 있다. 7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업무보고에서 야당 의원들은 감사원의 감사가 진행 중이라고 제재 절차를 중지할 이유가 없다며 빠른 제재를 요구했다.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과거 저축은행 사태 때 금감원·금융위는 감사원 감사를 받는 동안에도 저축은행 제재를 계속한 전례가 있다”고 밝혔다. 같은 당 김영환 의원은 “감사원이 징계를 목전에 둔 상황에서 제재 유보를 구두로 요청했다는 것은 외압이 작용한듯한 인상을 받게 한다”고 주장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KB를 포함해 금융사 징계 건은 가능하면 이달 안에 해결하려고 하기 때문에 오는 24일 예정대로 임시 제재심의위원회가 열릴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징계 당사자들에게 억울함이 없도록 충분히 해명 기회는 주겠지만 다른 방식으로 제재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는 단호히 대처할 것”이라고 전했다.

KB관계자는 8일 CNB에 “현재로서는 언제 제재심의위가 열릴지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임 회장 흔들기, 관치금융 논란

이처럼 금융당국과 감사원 등이 초유의 신경전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의 배경에 금피아(금융+마피아)가 작용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금피아’는 기획재정부를 비롯, 금감원과 금융위원회 출신들이 금융권에 포진해 있는 것을 이른다. 최근에는 ‘관치금융’ 전반을 빗댄 표현으로 확대돼 쓰이고 있다.  

금감원·금융위는 은행들의 대출 관련 규제, 보험사들의 영업 행태 감독, 심지어 금융사들의 금리결정권에 이르기까지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런 배경에서 볼 때, KB에 대한 징계 추진이 사실상 임영록 회장을 겨냥한 것이며, 임 회장을 흔들어 관치금융의 입김을 확대하겠다는 게 금융당국의 속내라는 것.

KB는 최근 몇 년 새 고객정보 유출, 전산기 교체 관련 내분, 도쿄지점 부실 대출, 주택기금 횡령 등 금융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번 참에 KB의 수장을 손봐서 제대로 길을 들이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데, 이 부분이 관치금융 논란을 야기 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지주회사의 한 임원급 간부는 “금융당국이 감사원 지적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내며 징계 강행이라는 무리수를 두고 있는 이면에는 (권력기관들 간의) 헤게모니 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금피아식 아집이 숨겨져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런 가운데 당사자인 KB는 금융당국이 징계하려는 사안이 ‘이현령비현령’에 가깝다는 입장이다.  

2011년 2월 KB카드 분사 당시 최고책임자는 어윤대 전 회장이었으며, 카드분사 태스크포스책임자는 최기의 KB카드 사장이었다. 당시 임영록 금융지주 사장은 책임라인에 있지 않았는데도 제재를 강행하고 있다는 것.

더구나 당시 금감원은 신용정보법 적용보다는 금융지주회사법 적용이 맞다며 문제 삼지 않았다가 뒤늦게 징계에 나선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또 주전산기 교체 과정에서 빚어진 임영록 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행장 간의 갈등도 기업 내부 문제인데, 금융당국이 지나치게 간섭하고 있다는 게 KB안팎의 시각이다.

KB금융 관계자는 8일 CNB와의 통화에서 “(KB카드 분사 당시) 은행의 고객정보를 KB카드와 공유하는 게 문제가 없다는 법률자문을 받았고 당시 금감원에도 이같은 사실을 보고했는데 왜 뒤늦게 문제 삼는지 모르겠다”며 “(일각에서) 감사원 로비설까지 나오고 있는데, 정당한 절차를 밟은 사안인데 뭐가 아쉬워 로비까지 하겠냐”고 반문했다.

강명재 박사(전 한세대 경영학부교수)는 “금융당국의 태도를 보면 무소불위의 힘을 가진 금피아의 또다른 그늘을 보는 것 같다”며 “누구나 공감할 수 있게 징계 결정의 이유와 절차, 관계법령 적용 등을 좀 더 투명하고 객관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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