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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세븐·미니스톱, 심야영업 얽힌 '갑을병' 잔혹사 '충격'

본사는 점주 압박, 점주는 알바 착취…‘대한민국 편의점’ 불편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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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신상호기자 |  2014.07.11 13:42:11

▲편의점 본사는 점주를 압박하고, 점주는 아르바이트생 월급을 깎는다. 시중의 한 편의점 모습.(사진=연합뉴스 자료)

프랜차이즈 편의점 본사와 편의점주,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은 전형적인 ‘갑을병’의 관계다. 본사가 수익 창출을 위해 편의점주를 압박하면, 편의점주는 비용 절감을 위해 아르바이트생 인건비를 줄인다. 각자 생존을 위한 방식이지만, 언제나 먹히는 것은 먹이 사슬의 최약자다. (CNB=신상호 기자)

프랜차이즈 편의점 시장 포화...성장세 한계점
편의점 점포 감소, 매출 증가율도 반토막
결국 수익 확보 위해 업주 쥐어짜기...업주는 알바 쥐어짜기

국내 프랜차이즈 편의점 시장은 GS25, CU, 세븐일레븐-바이더웨이(합병), 미니스톱, 씨스페이스 등 6개 회사(주유소 병설 편의점 회사 제외)가 경쟁하고 있다. 이 가운데 매출 상위 3개 회사인 GS25, CU, 세븐일레븐-바이더웨이가 시장 경쟁을 주도하고 있다.

최근 편의점 시장의 성장세는 주춤하고 있다. 한국편의점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3년 편의점 시장의 점포 수는 2만4400개로 전년에 비해 0.6% 감소했다. 2009년부터 2012년 기간 동안 점포 수 증가율이 연평균 15%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성장세가 크게 꺾인 것이다.

매출 성장률도 크게 둔화됐다. 2009년부터 2012년까지 편의점 시장의 전체 매출액 성장률은 평균 11%대를 기록했다. 2009년 7조3000억이었던 매출액은 2012년 11조7000억원으로 1.5배 이상 상승했다. 하지만 2013년 매출액 성장률은 5.1%로 반토막 났다. 매출액도 6000억 늘어나는데 그쳤다. 

성장세가 둔화된 것은 편의점 기업들이 가장 잘 알고 있다.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이 금감원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향후 국내 CVS 시장은 눈에 보이는 외형 성장이 아니라 가맹점의 수익을 높이는 데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돼 있다. 외형 확장 대신 내실을 다지는데 힘을 쏟겠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11일 “회사 차원에서 양적 성장보다는 질적 성장에 무게를 두고 있다”며 “저매출 점포를 정리하고,  PB상품 출시와 소비자 이벤트 등 점포 자체의 이윤을 극대화 하는 방향으로 발전 전략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미니스톱 가맹점주들이 본사의 불공정거래행위를 공정위에 신고하면서 눈물을 보이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세븐일레븐, 미니스톱 등 심야영업 강요 등 불법적 행태 계속

점포 실적 개선을 위해 편의점업체가 택한 방안 가운데 하나가 ‘가맹점주 쥐어짜기’였다. 무리한 쥐어짜기는 결국 탈을 낳았다.

지난해 5월 용인에서 CU편의점을 운영하다가 자살한 김모(53)씨 사례가 대표적이다. 김 씨는 운영하던 편의점이 지속적으로 적자를 기록하자, 본사에 계약 해지를 요구했었다. 하지만 본사 측은 계약 해지를 하려면 거액의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며 김 씨를 압박했다. 결국 김 씨는 본사 직원과 다투다가 다량의 수면제를 먹고 숨졌다.

사건의 자세한 내막이 알려지면서 편의점의 ‘갑을’ 관계는 국민적 공분을 샀다. CU편의점 운영사인 BGF리테일의 박재구 사장은 대국민 사과까지 해야 했다. 뒤늦게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 당국은 가맹점사업법 등을 개정하고, 가맹점 표준계약서 지침을 만들었다.

이런 제도적 장치에도 불구하고, 가맹점 쥐어짜기는 은밀히 계속되고 있다.

심야영업 중단시 갖가지 조건 붙여 업주 압박

대표적인 것이 ‘부당한 심야영업 강요 금지’와 관련된 내용이다.

지난해 8월 개정된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12조의3에 따르면 가맹점본부가 정상적인 거래 관행에 비춰 부당하게 가맹점사업자의 영업시간을 구속하면 안된다고 돼 있다. 이 조항은 편의점 본부가 편의점주에게 심야 적자 영업을 강요하는 관행을 막기 위해 만들어졌다.

심야 시간(오전 1시~오전 6시)대 적자가 나더라도 24시간 영업을 할 수밖에 없었던 편의점주들의 살 길이 보이는 듯 했다. 법령에 따르면 6개월 이상 심야영업에서 적자가 난 편의점주는 심야영업을 중단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세븐일레븐(코리아세븐)은 심야영업을 중단하려는 업주들에게 각종 조건이 붙은 '미영업합의서'를 내밀며, 압박하고 있었다. 9일 취재진이 입수한 세븐일레븐의 ‘심야시간대 미영업합의서’를 보면, ▲미영업시간대 전기료 지원 중단 ▲갑(가맹본부)이 원하는 시간에 물류공급 등 갖가지 조건들이 붙어있다.

▲코리아세븐이 심야영업 중단 사업주에게 제시하는 계약서. 전기료 지원 중단, 물류공급시간변경 등 갖가지 조항이 붙어있다.

심야영업을 중단하겠다는 점주들에게 불리한 조건들을 붙이는 것이다. 가맹점법이 부당하게 가맹점사업자의 영업시간을 구속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음에도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한 편의점 업주는 "회사 측에서 우리에게 불리한 조건을 붙여 계약서에 사인하라고 강요하고 있다"며 "심지어 계약한 사실은 비밀로 부치라고까지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취재진은 코리아세븐 측에 자세한 내용에 대한 확인을 요청했지만, 아직까지 아무런 답변도 받지 못했다.  

직원들이 직접 찾아와 심야영업을 하도록 압박하는 일도 있다.

10일 취재진은 대구에서 미니스톱을 운영하고 있는 최모(48, 여)씨와 접촉했다. 지난 2012년 10월부터 편의점 사업을 시작한 최 씨는 지난해 2000만원의 대출을 받았다. 순수익만으로는 아르바이트생 인건비, 운영비 등을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심야영업 시간인 오전 1시부터 오전 6시까지 하루 평균 매출은 7만2000원. 아르바이트생 인건비만 나가도 적자를 봤다. 아르바이트생이 없을 때는 최 씨 혼자서 밤샘 근무를 해야 했다.

견디다 못한 최 씨는 지난 3월 회사 측에 심야영업 중단을 요청했다. 하지만 회사는 허가하지 않았다. 회사 측은 매출액과 회사 보조금 등을 종합하면, 최 씨가 오히려 남는 장사를 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회사 측은 오직 ‘인건비’만 심야영업 비용으로 반영했다. 전기세, 재고상품 폐기비용 등은 고려하지 않았다. 최 씨는 “심야영업을 중단하지 못하면 적자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최 씨는 7월부터 심야영업을 하지 않고 있다. 회사의 승인은 없었다. 24시간 편의점 간판을 바꿔다는 것도 최 씨가 부담했다. 그러자 회사 측에서 압박이 들어왔다. 본사에서 나온 직원은 "계약 의무 위반이고 조만간 회사 측에서 내용증명을 보낸다"고 경고하면서 심야영업을 강요했다. 심야영업이 중단된 뒤 본사 직원은 거의 매일 같이 찾아오고 있다.

최 씨는 “회사 측 자체 기준으로 판단한 근거로 심야영업을 강요하고 있다”며 “심야영업을 계속하면, 적자를 보는 것은 물론 잠을 잘 시간도 없이 일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미니스톱을 운영하는 또 다른 점주는 “심야영업 중단시 계약서를 내미는 것은 물론 계약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라고까지 한다”며 “본사에게 유리한 조건인 계약서를 내밀고 점주에게 강요하는 것은 또 하나의 노예 계약이나 마찬가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적자를 보는 상황에서 업주들은 비용을 줄여야 한다. 여기서 먹이 사슬의 최약자 병의 이야기가 나온다.

▲지난 4월 알바노조 관계자들이 최저임금 인상, 사업주의 노동법 준수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는 모습(사진=연합뉴스)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알바 '丙', "내 신세는 丙身, 약자는 기댈 곳도 없어"

대부분의 편의점 아르바이트 시급은 최저임금과 동일하다. ‘편의점 시급을 보면 우리나라 최저 임금이 얼마인지 알 수 있다’는 웃지 못할 소리마저 나온다.

최근 최저임금을 올리는 문제를 두고, 편의점주들이 강력하게 반대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저임금 상승은 인건비 상승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9일 CNB 취재진이 아르바이트 구인 사이트에 나와있는 편의점 아르바이트 공고 100건을 분석한 결과, 88곳이 현행 최저 임금인 시금 5210원을 지급한다고 나와 있었다. 최저임금 이상을 준다는 나머지 12곳도 5300~6000원으로 최저임금과 큰 차이가 없었다. 100건 이외에도 최저 임금만을 명시한 업체는 수두룩했다. 더 이상의 분석은 무의미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 최저임금을 받고 주 5일, 하루 8시간 일한다고 가정하면, 한 달에 받는 월급은 고작 85만원 남짓이다.

그나마 최저임금이라도 주면 다행이다. 최저임금 이하를 받는 아르바이트생들도 수두룩하다. 

황 모(23,여)씨는 지난 2012년 8월부터 2013년 3월까지 노원구에 있는 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당시 최 씨가 받은 임금은 시급 4500원. 최저임금 이하였다. 편의점주는 3개월 수습 기간이 끝나면 급여를 올려주겠다고 했다. 3개월이 지난 뒤 시급은 4800원. 역시 최저 임금 이하였다. 한달 일해 받는 돈은 30~40만원 남짓이었다.

황 씨는 왜 최저임금도 주지 않느냐고 따졌지만, 점주는 "나도 어렵다. 팔아서 남는게 없다"고 오히려 최 씨에게 하소연했다. 최 씨는 11일 CNB와의 통화에서 "노동부나 감독기관에 신고할 생각은 하지 못했다"며 "혹시 신고하면 나한테 불이익이 있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아르바이트생처럼 약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이렇게 당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며 "분명 잘못된 일인데 왜 당당하게 말할 수 없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절반 이상 최저 임금 이하 받아 

황 씨와 같은 사례는 결코 유별난 것이 아니다. 2011년 청년유니온이 전국 427개 편의점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을 실태 조사한 결과, 66%가 최저임금 이하의 급여를 받고 있었다. 임금을 제때 받지 못했다고 응답한 학생도 22%에 달했다.

최저임금 충남연대가 지난달 천안과 아산 등에 있는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86명을 근로환경 실태를 조사한 결과, 86명 가운데 41.8%인 36명의 시급이 2014년 시간당 최저임금 5210원에 미치지 못했다. 일부는 시급이 4000원으로 최저임금과 1000원 이상 격차를 보였다.

물론 점주들도 할 말은 있다.

편의점을 운영하는 한 점주는 “사실 최저임금도 주지 못하는 점주를 찾아내면 전국의 절반 이상은 될 것”이라며 “업주들도 계속 적자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아르바이트생의 임금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청년유니온의 오혜연 사무처장은 CNB에 “기본적으로 대기업 착취 구조가 시장의 최약자에까지 넘어온 것”이라며 “점주들도 피해자인 점은 알지만, 동시에 고용주인 점을 인정하고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고 밝혔다.

기업은 성장해야 하고, 점주는 이윤을 내야 하며, 아르바이트생은 돈을 벌어야 한다. 저마다 사정은 있지만, 각자가 살아남는 방식은 결국 ‘약자 착취’였다. ‘이윤이 도덕이다.’ 냉혹한 자본 시장의 씁쓸한 현실이다.

(CNB=신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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