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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피아 해부②]대학구조개혁안은 교피아 살찌우는 자충수

[연중기획-2편] 대학평가 ‘공정한 룰’부터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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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4.07.11 16:16:28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전국교수노동조합 등 교수단체 임원들이 지난 5월 8일 동의대 국제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여당의 대학구조개혁법안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정부부처 산하 유관기관에 낙하산으로 내리꽂힌 ‘관피아’(관료+마피아) 관행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참사의 배경이 된 안전불감증, 사람보다 이윤을 앞세워 온 논리 등이 관피아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특히 ‘교육마피아’(교피아) 문제는 반드시 짚어야할 과제로 남아 있다. ‘가만히 있으라’로 회자되는 희대의 슬픈 유행어가 피동적·획일적 교육행태에서 비롯됐고, 그 교육의 중심에 ‘교육자’가 아닌 ‘교육부’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CNB는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교피아 문제를 연중기획으로 다루고 있다. 지난 6월 20일 보도한 <교육부→대학총장 ‘낙하산’ 실상>편에 이어, 이번에는 교육부 관료들에게 막강한 권한을 부여해 교피아를 살찌울 우려가 있는 정부와 여당의 <대학구조개혁안>을 집중 해부했다. (CNB=도기천 기자)

교육부, 대학평가 권한 ‘무소불위’
정원감축 미끼로 지원금 쥐락펴락
대학들, 앞다퉈 교육부출신 모시기
교수들, 교육부 뺀 ‘합의기구’ 절실

김희정 새누리당 의원이 최근 대표 발의한 ‘대학 평가 및 구조개혁에 관한 법률안(이하 구조개혁법)’을 놓고 교육계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교육부가 올해 초 2023학년도까지 대학정원 16만명을 줄이겠다는 ‘대학 구조개혁추진계획’을 발표한데 이어, 이를 법률적으로 뒷받침하는 법안이 발의됐다는 점에서 교수·학생 등 대학구성원은 물론 정치권과 시민단체가 크게 술렁이고 있다.

법안의 핵심은 각 대학의 정원감축 실적에 따라 정부예산을 차등지원 하겠다는 것이다.  

2023년까지 대학 입학정원을 16만명을 감축해 40만명선을 유지한다는 목표 하에 모든 대학을 대상으로 절대평가를 실시하고 결과에 따라 5등급으로 분류, 최우수 등급을 받은 대학을 제외한 모든 대학에 대해 정원 감축 등 구조개혁을 하겠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정원감축의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학과통·폐합, 정원조정, 대학특성화 ▲재정지원사업으로 구조조정 유도 및 부실대학퇴출 ▲대학간 연합 및 통폐합 ▲동일 학교법인이 4년제와 2년제 대학을 동시에 소유하고 있을 경우 통합 조정 등 다양한 안들이 쏟아지고 있다.

정부가 ‘당근과 채찍’을 동원해 교육시장을 인위적으로 강제하겠는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이 안이 실행될 경우 교육부에 무소불위의 권한이 부여된다는 점이다. 법안은 교육부장관에게 사실상 대학평가의 전권을 위임하고 있다. 이는 교피아 관행을 근절하겠다는 박근혜 정부의 의지와도 배치된다.

법안에 따르면, 대학 평가에 관한 사항 등을 심의하기 위하여 교육부장관 소속으로 대학평가위원회를 두도록 했고(안 제10조), 대학평가위원회는 대학평가의 결과를 대학에 대한 행정적·재정적 지원에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안 제5조).

또 대학의 장은 대학의 발전계획·교육여건·교육과정 및 운영 등에 관하여 자체 평가를 실시해 그 결과를 교육부장관에게 제출토록 했으며(안 제4조), 교육부장관은 대학평가 결과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교육부 산하 대학구조개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해당 대학에 학생정원 감축·조정 및 정부 재정지원 제한 등의 명령 또는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했다(안 제17조).

특히 교육부장관은 대학에 구조개혁 기본계획을 3년마다 수립하도록 했으며(안 제15조), 정당한 사유 없이 지정된 기간에 명령을 이행하지 아니한 대학(학교법인)에 대해 행정적·재정적 제재 등 불이익을 줄 수 있게 했다(안 제17조).

▲성공회대와 경기대 ,한양대 총학생회, 전국 대학구조조정 공동대책위 소속 학생들이 지난 4월 9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정부의 일방적인 대학구조개혁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브레이크 없는 교피아, 제동 걸어야

교육계는 이를 두고 “교육부에 무한한 권한을 부여하면서, 제어 장치는 전혀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교피아 관행이 더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개혁의 대상이 돼야할 교육부가 개혁을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노석균 영남대 총장은 지난달 26일 열린 ‘2014년 하계 대학총장세미나’에서 “교육부의 구조개혁 정책이 대학설립준칙주의로 인한 대학의 양적팽창에 대한 반성과 분석을 결여하고 있고, 대학의 자율적 개선을 유도하기보다 정부의 계획에 따른 일방적이고 강제적인 구조개혁을 시도하는 형태”라고 비판했다.

임재홍 방송통신대 교수는 최근 열린 대학구조개혁 법안 토론회에서 “정원감축의 원인제공자이며 정책능력도 없는 교육부에 ‘대학평가와 구조개혁’의 전권을 부여하는 건 근본적으로 잘못된 방향”이라고 비판했다.

김영록 세한대 교수는 “법안이 통과되면 (교육부 소속) 대학평가위원회와 대학구조개혁위원회가 대학은 좌지우지 하게 돼 교육마피아들의 영향력이 더욱 커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 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전국교수노동조합 등 교수단체들은 토론회, 성명 등을 통해 이같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들은 “정부가 교육시장에 신자유주의를 도입하면서 정원이 팽창된 것인데, 이에 대한 자기반성은 결여된 채 모든 책임을 대학에 뒤집어씌우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졸지에 개혁대상이 된 대학총장들은 “정부의 선제적 구조개혁 취지에 공감한다”면서도 현행 구조개혁방식의 개선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4년제 대학 총장들이 한자리에 모인 ‘2014년 하계 대학총장세미나’에서 이들은 “단순한 학생수 감축이 아닌 근본적 구조개혁을 위해 지역별·대학특성별 발전전략 및 상황에 맞는 개혁이 자율적으로 이뤄지도록 법적 기반 마련과 행·재정적 지원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총장들이 주장하고 있는 개혁안의 핵심은 ‘광역경제권역별 정원 감축안’이다. 광역경제권역별로 총정원 감축 기준을 설정한 뒤, 지역 내 대학 간 기여도와 경쟁력 등을 반영한 평가를 통해 차등적으로 정원을 줄이자는 방안이다.

또 국립대와 사립대, 연구중심·교육중심·평생교육중심·특수목적대학 등 유형별로 다르게 정원감축 계획을 수립해야 하며, 대학 평가지표 역시 대학 규모, 설립유형, 특성 등에 따라 차별화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렇게 되면 이른바 ‘인(in) 서울’ 대학들은 사실상 정원을 줄이지 않아도 된다. ‘최악’의 상황에서 ‘차악’이라도 찾자는 게 총장들의 심정인 듯하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교육정상화를 요구하는 각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서울대학교 교수들이 지난달 30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본관 앞에서 “대학의 공공성, 자율성, 민주성을 훼손하는 서울대 법인체제를 반대한다”며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교육부 자가당착… 자기반성 절실
 
이같은 정부에 대한 불신은 일관성 없는 교육정책과 교육부 관료들이 대학을 장악하고 있는 교피아 관행이 배경이 되고 있다.

고등교육을 시장화해 돈벌이 대상이 되게 한 영리화정책이 실패하면서 공급과잉의 문제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교육부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는 것.

이 뿌리는 1995년의 5.31교육개혁안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5.31교육개혁안의 핵심은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대학경쟁력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교육서비스시장을 개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후 대학이 영리를 추구할 수 있도록 하는 소위 자율화정책이 추진됐다. 국립대학을 사립대학화(법인화)하고 사립대학에 대해서는 공적 규제를 풀어주기 시작했다.

이러한 신자유주의 고등교육정책이 구체화된 것이 대학설립준칙주의다. 한마디로 경쟁논리에 의해 대학설립이 자유화된 것. 이는 대학서열화를 가져왔고 공교육 기능을 마비시켰다.

또 부실·부패대학을 양산했다. 대학설립의 자유를 통해 경쟁력 있는 대학을 배출하겠다는 당초 교육부의 구상은 실패했으며, 공급과잉만 가져왔다.

따라서 이러한 정책실패에 대한 교육부의 책임있는 자세가 요구되는 상황에서 되레 교육부에게 개혁의 전권을 준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라는 지적이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유기홍 의원은 최근 CNB와의 인터뷰에서 “교육부에 구조개혁의 전권을 부여하면서도 ▲대학구성원 등 사회적 합의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 ▲평가지표를 어떻게 공정하게 마련할 것인지 ▲지방균형발전의 관점을 어떻게 관철할 것인지가 담겨있지 않고, 무엇보다 구조개혁의 목표 및 고등교육 생태계에 대한 전망이 부재하다”고 지적했다.

임재홍 방송통신대 교수는 “교육부가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지만 법안 어디에도 이에 대한 제어장치를 찾아볼 수 없다”며 “기껏해야 제6조에 ‘대학 평가는 대학의 자율성과 결과의 신뢰성과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실시되어야 한다’고 명시돼 있을 뿐”이라고 비난했다.

▲백성기 대학구조개혁위원회 위원장 (사진=연합뉴스)

평가권한․예산집행권 분리해야

이런 가운데 대학평가를 교육부가 아닌 ‘사회적 합의기구’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대학구성원과 시민사회, 외부감사 기관 등으로 구성된 투명하고 객관적인 평가기구가 필요하다는 것.

장시광 경상대 교수회 정책국장은 최근 토론회에서 “평가 주체와 대학 재정 지원의 주체를 달리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대학평가를 교육부가 해서는 안된다”며 “평가 주체와 대학 재정 지원의 주체가 같다면 현재 나타나는 현상처럼 대학은 그 기관의 눈치를 보며 무조건적인 복종을 할 수밖에 없다고”고 밝혔다.

장 국장은 “평가 주체는 정부 등의 영향이 미치지 않도록 행정적, 재정적으로 독립적인 기관이어야 하고, 기관의 위원 역시 정부 인사는 철저하게 배제하고 대학 구성원을 중심으로 구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지적은 교육관료들이 형성하고 있는 ‘교육마피아’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됐다.

유기홍 의원이 최근 교육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00년부터 현재까지 교육부 차관(또는 차관급)을 지낸 고위 공무원 14명 중 10명이 퇴직 후 사립대 총장으로 재취업했다. 2010년 이후 퇴직한 4급이상 교육부 공무원 39명 중 28명(71%)이 대학 또는 대학유관기관에 다시 취업했다.

이처럼 교육부의 수장급들이 사립대학에 줄줄이 자리를 잡으면서 정부의 지원도 여타 대학들과는 두드러진 차이를 보이고 있다. 교육부 관료들이 요직을 꿰찬 대학들은 대부분 정부의 사업비 지원이 늘었다. 재정 지원을 둘러싼 ‘교피아’ 간 유착관계는 교육계의 공공연한 비밀로 통하고 있다.

때문에 교육부의 대학평가가 공정할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학을 평가하거나 퇴출을 결정하는 교육부 관료들은 대학이 영입한 선배 퇴직관료의 로비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교육부 고위 공직자의 대학 총장 재취업 후 정부 재정지원액 변동 현황 (자료: 유기홍 의원실)

결국 대학구조개혁법안이 통과 된다면 대학평가위원회와 대학구조개혁위원회를 좌지우지하는 교육마피아들의 영향력은 더욱 커지게 되며, 이들이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려 할 것이라는 게 교수·학생 등 대학구성원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서울 유명 사립대의 홍보기획실 관계자는 CNB기자와 만나 “지방대학의 경우 10% 정원 감축안을 제시하고도 달랑 3억원 예산지원을 받는 곳이 있는가하면, 정원을 줄일 필요가 없는 우수대학들은 정부의 정책에 따르지 않았다고 하여 사업을 하나도 따오지 못하는 등 지금 현재도 교육부 맘대로 예산이 집행되고 있는데, 구조개혁법이 통과되면 여기에 날개를 달아주는 격이 된다”며 “결국 대학들은 살아남기 위해 교육부 출신 관료들을 자기 대학에 모시기에 혈안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기홍 의원은 “2000년 이후 교육부를 퇴직한 차관 14명 중 10명이 사립대 총장으로 간 것은 일례에 불과하다”며 “교육개혁의 시작은 기득권과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하여 특혜를 누리는 것을 해소하는 데서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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