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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홈플러스 칠곡점 ‘성희롱·부당해고사건’ 일파만파

성희롱→허위민원→부당해고→압수수색→재판…그 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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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4.07.16 16:01:06

▲홈플러스 대구칠곡점. (사진=CNB포토뱅크)

지난 2월 홈플러스 간부가 입점업체 여직원에게 모욕적인 언행을 하면서 시작된 홈플러스 대구칠곡점 ‘성희롱 사건’이 피해 여직원에 대한 부당해고, 경찰의 압수수색, 손해배상청구, 명예훼손 재판 등으로 이어지며 논란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이번 사태의 배경에 홈플러스 본사가 있다는 의혹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CNB가 경찰과 고용노동부의 조사기록 등 사건 관련 주요자료들을 단독입수, 사건의 실체를 해부했다. (CNB=도기천 기자)    

성희롱 진정 넣자 ‘고객에 욕설했다’며 해고
민원인 알고보니 언니동생 하던 이웃 매장주  
사법당국 “허위민원에 의한 명예훼손” 결론
피해여성 “연출자는 홈플러스 본사” 주장

사건의 시작은 올해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홈플러스 대구칠곡점 정직원인 K대리는 지난 1월 중순경 설 명절을 앞두고 임대 의류매장 여직원 10여명을 대상으로 고객서비스와 관련된 미팅을 가졌다.

이 모임에서 K대리는 ‘이년 저년’ 등 반말과 욕설을 섞어 여성직원들에게 모욕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을 촉발시킨 차모씨(45․여)는 CNB 기자에게 “K대리가 공개된 자리에서 뿐 아니라 개인적인 자리에서도 성적 수치심을 유발시키는 발언을 자주했다”며 “한 번은 ‘다리는 20대인데 가슴은 40대’라고 해 심한 모욕감을 느꼈다”고 주장했다.

차씨는 K대리에게 모욕을 당한 며칠 뒤인 지난 1월 24일 홈플러스 본사에 ‘성희롱을 당했다’며 민원을 넣었다. 한 달 가까이 시간이 흐른 2월 20일이 돼서야 홈플러스 감사실은 조사에 착수했다.

이 사이 차씨는 자신이 근무하던 홈플러스 내 의류매장 점주로부터 해고를 당했다. 차씨가 고객에게 욕설을 퍼부었다는 민원이 홈플러스 홈페이지 비공개 민원게시판(고객의소리)에 접수돼 홈플러스 본사에서 항의가 들어와 어쩔 수 없다는 게 점주의 입장이었다. 해고당한 날은 2월 8일로 성희롱 민원을 접수한 지 보름 만이었다. 

차씨는 물러서지 않았다. K대리를 직장내 성희롱 혐의로, 점주를 부당해고로 각각 고용노동청에 고발하는 한편 본인이 고객에게 욕을 했다는 사안에 대해서는 대구 강북경찰서에 허위·음해 혐의로 민원인을 고소했다.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민원인의 신원 및 사실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홈플러스에 수사협조를 요청했으나 여의치 않자 지난 2월말 홈플러스 칠곡점에 대한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경찰 조사 결과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차씨를 해고하는데 결정적인 근거가 됐던 민원인의 실체가 드러났는데, 차씨가 근무한 의류매장의 이웃 매장주 A씨였다. 차씨와는 평소 언니 동생 하던 사이였다.

A씨는 친구인 B씨의 명의를 도용, 고객인 것처럼 위장해 민원게시판에 “욕설하는 직원”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로 인해 차씨가 해고됐다.

경찰은 “A씨가 고객인 것처럼 가장, 허위 사실을 게재해 차씨의 명예를 훼손한 사건”으로 결론짓고 지난 4월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검찰은 최근 A씨에게 명예훼손죄로 벌금을 부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CNB가 단독입수한 경찰과 고용노동부의 조사기록 등 사건관련 각종 자료들. 사법당국은 차씨가 허위민원에 의해 해고됐다고 결론짓고 가짜민원을 넣은 A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했다.

허위민원 넣은 A씨, 배후는 누구?

A씨가 이렇게 위험한 짓을 저지른 이유는 뭘까?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차씨가 평소 자신과 고객에게 욕설을 많이 해 민원게시판에 글을 올리게 됐으며, 본인이 직접 작성하게 되면 차씨로부터 보복 당할까봐 B씨의 명의를 빌렸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차씨 주변 인물들은 “차씨가 고객 등에게 욕설을 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고 전했다. 경찰은 차씨가 근무했던 홈플러스의 매장 직원들을 상대로 탐문수사를 벌였지만 차씨가 욕을 하는 것을 목격한 사람은 없었다. 압수한 CCTV에서도 차씨의 욕설 장면이 나오지 않았다. 차씨는 홈플러스에서 5년 가까이 근무했는데 단 한 번도 ‘고객 컴플레임(불평)’을 받지 않은 모범사원이었다. 

또 차씨가 알게될까 두려워 차명을 이용해 글을 올렸다는 A씨의 주장도 설득력이 부족해 보인다. A씨가 글을 올린 민원게시판은 비공개라 본인 외에는 접근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차씨 측은 “A씨와 매장주, 홈플러스 본사가 공모해 음해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해고 수순을 밟기위한 시나리오였다는 것. 

차씨는 16일 CNB기자에게 “홈플러스 본사에 성희롱 진정을 접수하자, 일주일 뒤에 음해성 민원이 올라왔고, 다시 일주일 뒤에 해고통보를 받았다. 허위 민원을 넣은 사람은 이웃 매장의 동생(사장)이었다. 이 영화같은 일이 연출자 없이 가능 했겠냐”고 토로했다.

매장주 C씨 오락가락 진술, 왜?

의심스런 일은 또 있다. 차씨를 해고한 매장주 C씨의 알 수 없는 태도다. C씨는 A씨의 민원을 근거로 차씨를 해고했다. 해고 당시 허위민원이었음을 몰랐을 수 있다. 하지만 5년간 근무했던 직원을 민원 한건으로 해고한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더구나 C씨는 고용노동청 조사에서 “차씨가 직원이 아니라 자신과 동업관계에 있는 공동사업주”라고 주장했다. 특히 C씨는 “차씨에게 매장경영을 일임했고 본인은 출근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반면 차씨는 “매출에 따른 수수료를 지급받기로 한 것이며, C씨의 전반적인 지휘감독 아래 근무했으므로 직원이 맞다”고 주장했다.

고용노동청은 C씨의 손을 들어줬다. 노동청은 ‘출근한 사실이 없다’는 C씨의 주장을 근거로 차씨에게 경영권이 일임된 것으로 봤다. 따라서 부당해고 및 직장내 성희롱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C씨는 허위민원 여부를 가리기 위한 경찰조사에서는 정반대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C씨는 “차씨가 매장에서 욕을 하는 것을 수시로 봤다”고 경찰에 밝혔다. “출근한 적이 없다”는 진술을 스스로 뒤집은 것이다.   

또한 C씨는 국세청 세금신고 때 차씨를 근로자로 신고했다. CNB가 입수한 일용근로소득지급명세서에는 C씨가 매월 63만원~65만원씩을 차씨에게 급여로 지급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차씨 측이 이를 고용노동청에 증거로 제출하려하자 C씨는 국세청에 정정신고를 냈다. C씨는 이에 따른 세금증가분과 과태료를 물어야 했다.  

▲CNB가 입수한 일용근로소득지급명세서에 따르면, 매장주 C씨가 매월 63만원~65만원씩을 차씨에게 급여로 지급했다. 하지만 C씨는 고용노동청 조사에서 “차씨가 직원이 아니라 자신과 동업관계에 있는 공동사업주”라고 주장했다. C씨의 주장으로 홈플러스 간부가 차씨에게 한 성적 모독이 ‘직장내 성희롱’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홈플러스 본사 ‘불똥 튈라’ 쉬쉬

C씨가 세금을 더 물고 진술을 뒤집어 가면서까지 차씨를 ‘근로자가 아니다’고 주장하고 있는 배경에는 홈플러스 본사를 위한 마음이 작용한 것으로 짐작된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직장 내 성희롱 금지’는 근로자에만 적용된다. 이 법 14조에는 ‘사업주는 직장 내 성희롱 발생이 확인된 경우 지체 없이 행위자에 대하여 징계나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조치를 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따라서 차씨가 근로자로 판명날 경우, 홈플러스 본사는 차씨를 성희롱한 K대리를 징계해야하고 이 사실이 밖으로 알려질 경우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게 된다. C씨는 홈플러스 여러 곳에 매장을 갖고 있어 본사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처지다.   

차씨는 “C씨가 나를 해고할 때 ‘본사게시판에 민원이 들어와 어쩔 수 없다’고 말하는 등 일관되게 홈플러스를 편들었다”고 말했다.
 
한편 홈플러스는 이번 일로 불똥이 튈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본사 법무팀이 차씨 측에 수시로 전화를 걸어 재판 상황 등을 체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차씨는 부당계약해지, 명예훼손 등 혐의로 점주 C씨와 허위민원을 넣었던 A씨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상태다. 또 홈플러스 본사를 상대로 소송을 검토 중이다. 어린 자녀를 혼자서 양육하고 있는 차씨는 해고된 뒤 극심한 생활고를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차씨는 “성적 모욕을 참을 수 없어 항의한 것인데, 이로 인해 이렇게 큰 고통을 겪게 될지 몰랐다”며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한 사람이 싸우기에는 보이지 않는 벽이 너무 높다”고 하소연했다. 
 
홈플러스 측은 CNB의 거듭된 취재요청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침묵으로 일관했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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