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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간 열어야" 대기업 올 여름 휴가 키워드는 ‘내수부양’

[심층취재] 내수살리기 박근혜정부 2기내각 주문에 휴가비 ‘팍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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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4.07.17 14:18:34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콘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전경련 경영자문단 10주년 기념식’에서 내빈들이 기념 떡 커팅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양금승 중소기업협력센터 소장, 김성덕 경영자문단 고문, 오세희 경영자문단 고문, 장중웅 경영자문단 위원장, 이승철 전경련 상근부회장, 허창수 전경련 회장, 김재홍 산업부 차관, 현명관 마사회 회장, 정윤정 코아옵틱스 대표, 권동열 경영자문단 고문, 이필곤 경영자문단 고문. (사진=전경련 제공)

박근혜 정부 2기내각이 공식출범하면서 정부와 지자체, 경제단체들이 내수활성화에 ‘올인’을 선언한 가운데, 본격적인 여름휴가 시즌을 맞은 대기업들의 휴가스타일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내수경기 부양의 핵심이 세월호 참사로 침체일로를 걷고 있는 관광·서비스산업 활성화와 직결된 문제기 때문이다.
 
정부는 공기업·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하계휴가 하루 더 가기’를, 경제단체는 ‘여름휴가 국내에서 보내기’ 캠페인에 돌입한 상태다.

하지만 실적악화로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든 대부분 재벌총수들은 아예 휴가를 반납했다. 오너를 두고 휴가를 떠나는 임직원들의 마음도 편치 않아 보인다. CNB가 기업들의 ‘2014년 휴가풍속도’를 살폈다. (CNB=도기천 기자)

전경련 “여름휴가 국내서 보내기” 캠페인 돌입
직원들, 휴가기간 늘고 휴가비↑…풍성한 여름
총수들, 투자 챙기랴 정부 눈치보랴 ‘휴가반납’
구조조정 나선 기업들 “휴가는 먼 나라 얘기”

강력한 내수부양 의지를 표방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6일 공식취임함에 따라 경기 회복에 대한 재계의 기대가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최 부총리는 취임식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기업들의 사내유보금이 배당·투자·임금 등으로 가계부문으로 흘러가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재차 강조했다.

한마디로 곳간에 돈을 쌓아두지 말고 시중에 풀란 얘기다. 이런 분위기를 감지한 대기업들은 실적악화에도 불구하고 휴가기간을 늘리고, 휴가비를 지난해보다 더 주는 등 내수 진작에 힘을 보태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전국 483개 기업체를 대상으로 ‘2014년 하계휴가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하계 휴가비를 지급하는 기업들의 평균 휴가비는 47만5000원으로 지난해 46만원에 비해 1만5000원(3.3%) 증가했다.

휴가비는 지난 2011년 이후 2년 연속 전년대비 감소하다 올해 들어 증가로 전환됐다. 중소기업은 평균 45만9000원으로 전년대비 1만6000원(3.6%), 대기업은 54만1000원으로 전년대비 1만2000원(2.3%) 늘었다.

여름휴가 일수는 평균 4.3일로 지난해 대비 소폭(0.2일) 증가했다. 대기업이 전년과 동일한 4.9일, 중소기업이 전년보다 0.3일 늘어난 4.2일이었다.

▲여름휴가 일수 추이(자료=한국경영자총협회/단위:일)

정부·재계 내수활성화 ‘올인’

기업별로 보면, 현대기아차는 8월 4∼8일까지 5일간 전 사업장이 휴가에 들어간다. 사업장별로 국내의 주요 해수욕장 및 캠프장에 하계휴양소를 마련해 임직원들이 가족들과 함께 휴가를 보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직원들에게 30만원의 휴가비를 주고, 대리 이하 직원에게는 통상임금의 50%를 추가로 지급한다.

집중휴가제를 실시하는 현대중공업은 8월 4∼14일까지 여름휴가에 들어간다. 15일 광복절과 앞뒤 주말을 더하면 최장 16일을 쉬게 된다. 직원들은 휴가비로 통상임금의 50%를 받는다.

효성그룹은 여름휴가를 5일 책정해 아무때나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9월 하반기 채용을 앞두고 7∼8월에 가장 바쁜 채용담당자들은 4월이나 11∼12월에 휴가를 떠나는 분위기다. 라인을 멈추기 어려운 효성 구미공장은 여름휴가 5일을 2회에 나눠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포스코도 직원들이 원할 때 자율적으로 휴가를 가도록 하는 ‘리프레시 휴가 제도’를 운영한다.

SK는 세월호 참사 이후 침체된 내수 경기를 살리기 위해 국민관광상품권 100억원어치를 구입해 직원들에게 나눠줬다. 두산그룹과 KCC는 임직원에게 각각 50만원과 20만원의 여름 휴가비를 준다.

정부 방침에 맞춰 국내 휴가를 독려하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삼성그룹은 사내 매체인 ‘미디어삼성’에 국내 여행지 추천 코너와 여행 후기 등을 올려 국내 여행을 많이 가도록 권장하고 있으며, GS그룹은 사내 인트라넷에 국내휴가를 독려하는 공지글을 올리는 등 침체된 내수경기를 살리는데 일조하고 있다.
 
경제단체들도 정부·지자체의 관광활성화 정책에 힘을 보태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는 ‘하계휴가 국내에서 보내기’ 캠페인에 돌입했다. 또 산업통상자원부·중소기업청과 연계해 근로자들이 눈치를 보지 않고 휴가를 쓸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기로 했다.

정부 부처들은 재계의 여름휴가 분위기를 ‘업(UP)’ 시키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쏟아내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휴가문화 우수 대기업, 중소기업, 공공기관을 선정해 시상하기로 했다. 고용노동부는 연차 유급휴가 사용을 유도하며, 여성가족부는 가족친화인증기업을 대상으로 하계휴가·국내여행을 장려하고 있다.
 

▲내수경기 부양에 올인을 선언한 최경환 신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취임 후 첫 일정으로 17일 새벽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태평동 건설노동자 쉼터를 방문, 현장 노동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재판·건강악화·구조조정… 총수들 “휴가는 옛말”

하지만 정작 기업을 이끌고 있는 대기업 총수들은 대부분 여름휴가를 포기한 상태다. 경영 환경을 둘러싼 대내외 변수가 불안정하고 각 그룹별로 현안이 산적해 있어서다.

특히 채권단과 재무구조개선약정을 맺은 기업, 그룹오너가 횡령·배임 등 혐의로 수감돼 있거나 재판중인 기업, 계열사 매각 등 몸집줄이기에 나선 기업의 총수들에게 여름휴가는 옛말이 된지 오래다.

올해 재무구조개선 약정 대기업은 한진 금호아시아나 동국제강 동부 STX조선해양 대우건설 한진중공업 성동조선 한라 STX SPP 현대 대성 현대산업개발 등 14곳이다.
 
최근 한진해운을 인수하면서 재무상황이 악화된 한진그룹의 조양호 회장은 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의 여름 성수기를 맞아 휴가철에도 평상시처럼 정상 출근해 업무를 챙길 예정이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2년 연속 여름휴가를 반납했다. 아시아나항공 업무도 바쁘지만 2010년 워크아웃에 돌입한 그룹이 올해 경영정상화를 목표로 하고 있어 휴가기간에도 회사 경영을 진두지휘해야 한다.

수감된 최태원 SK 회장을 대신해 SK그룹을 이끄는 김창근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도 휴가를 일찌감치 포기했다. 그룹이 위기상황이라 휴가기간에도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2008년부터 여름휴가를 떠나지 않고 있는데, 올해는 현대증권 매각 등 채권단과 약속한 재무개선을 이행 하느라 더 분주한 휴가철이 될 전망이다. 구자열 LS그룹 회장도 2012년 11월 취임한 이후 한 번도 휴가를 간 적이 없다.

재무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는 동부그룹도 비상이 걸린 상태다. 김준기 회장을 비롯, 부장급 이상 간부들 전부가 휴가철에도 평시와 다름없이 출근한다. 동부 관계자는 “여름휴가는 먼 나라 얘기”라고 전했다.  

휴가와 회사일 동시에 진행하는 오너들도 적지 않다.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을 맡은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오는 23∼26일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리조트에서 열리는 전경련 ‘최고경영자(CEO) 하계포럼’에 참석한 뒤 짧은 휴식을 취하며 하반기 경영 구상을 가다듬을 계획이다.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은 오는 23일부터 3박4일간 제주 롯데호텔에서 진행되는 대한상공회의소 제주포럼에 참석했다가 자택에서 쉬는 것으로 휴가를 떼운다.

이재성 회장 등 현대중공업 경영진은 매년 여름 휴가철에 중동과 유럽 등 해외 공사현장과 현지법인을 방문하고 있다.

자택에서 쉬면서 경영구상을 하는 총수들도 있다.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은 별다른 계획 없이 자택에 머물며 하반기 경영 구상을 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휴가 기간에 출근해 업무를 볼 가능성도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환율 변동 가능성에 대비해 하반기 사업목표가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점검할 것”이라고 전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7월 말부터 8월 초 사이에 휴가를 내되 서울 용산구 한남동 자택에서 하반기 경영구상을 하면서 휴식을 취할 예정이다. 취임 후 첫 휴가를 맞는 권오준 포스코 회장과 이웅열 코오롱 회장도 국내에서 회사 현안을 점검할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상황이 좋지 않은데다 사업재편, 재판, 건강문제 등으로 대부분 기업총수들은 여름휴가를 반납한 상태다. 윗줄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정몽구 현대차 회장, 구본무 LG 회장, 허창수 GS 회장, 박용만 두산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김승연 한화 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재판·건강문제 등 ‘불가피한 사정’으로 인해 휴가를 못 가는 오너들도 있다.
 
김승연 한화 회장은 오랜 수감생활로 건강이 악화돼 일체의 외부활동이 불가능한 상태다. 그간 미국을 오가며 치료를 받아왔는데, 최근에는 서울 가회동 저택에 머물며 치료에 전념하고 있다.

간암 말기로 아산병원에 입원한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은 간 이식 수술을 받기 위해 대기 중이다.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은 8천억원 규모의 탈세·배임·횡령을 저지른 혐의로 기소된 상태고, 구자원 LIG회장은 사기성 기업어음(CP)을 발행한 혐의로 구속됐다가 건강악화로 풀려난 처지라 여름휴가는 딴 세상 얘기다.

배임·횡령 등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받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의정부교도소에서 복역하고 있으며, 횡령·배임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 받은 이재현 CJ그룹 회장 역시 신장 이식 수술을 받고 재수감된 상태다. 

삼성그룹은 이건희 회장이 두 달 가까이 입원해 있는 상황이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패션사업부문 사장 등 오너 일가가 자리를 비울 형편이 못된다.

금융권 수장들도 휴가 포기

금융권 최고경영자(CEO)들도 대부분 올 여름 휴가를 반납했다. 금융감독원의 무더기 제재심의가 코앞에 닥친 데다 인수·합병(M&A), 민영화 등 구조조정 현안이 산적한 탓이다.

금감원으로부터 중징계 사전통보를 받은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은 오늘 24일 제재심의위원회가 예정돼 있다.

김종준 하나은행장도 KT ENS 부실 대출, 금감원 종합검사 등으로 징계가 예상돼 휴가를 접은 것으로 전해진다. 김 행장은 현장방문, 자원봉사 등으로 여름휴가를 대신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순우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휴가없이 우리은행 등의 민영화 추진에 올인 할 계획이다.
 
홍기택 KDB산은금융지주 회장은 동부, 현대, 한진 등 대기업 재무개선에서 산은이 채권은행으로서의 역할이 큰 만큼 누구보다 바쁜 여름을 보내고 있다.

재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내수활성화 정책의 핵심이 ‘대기업들이 돈을 풀라는 것’인만큼 직원들에게는 어느 때보다 풍성한 여름휴가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전반적인 투자 상황을 체크하면서 정부(신임 내각) 눈치를 봐야하는 총수들에게는 상당히 바쁜 여름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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