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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격호 회장의 꿈 제2롯데월드…‘마천루 저주’ 피할 해법은?

[심층취재] 임시사용허가 놓고 서울시-롯데 ‘동상이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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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4.07.22 14:35:12

▲국내 최고층(123층, 555m)으로 건설 중인 송파구 제2롯데월드의 현재 모습. 앞쪽이 기존 롯데월드다. (사진=신상호 기자)

롯데그룹의 숙원사업인 롯데월드타워(제2롯데월드) 건립이 싱크홀(Sink hole) 논란, 안전문제 등 난관에 봉착하면서 ‘빨간불’이 켜졌다. 롯데 측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서울시는 조만간 용역을 발주해 대대적인 조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용산국제업무지구 랜드마크 빌딩, 상암 디지털미디어시티(DMC) 초고층빌딩 등의 무산에 이어, 151층 높이로 지으려던 송도 인천타워마저 백지화되면서 ‘마천루의 저주’가 시작된 것 아니냐는 흉흉한 얘기까지 돌고 있다. 롯데가 난관을 딛고 “세계에 자랑할 만한 시설을 조국에 남기겠다”던 신격호 총괄회장의 꿈을 이룰 수 있을까? (CNB=도기천 기자)

“싱크홀 해결” vs “꿈보다 해몽 좋아”
서울시 “조사 결과 나온 뒤 허가 결정”
롯데 “하수관 파손이 싱크홀 오해 불러”
주민들 “기존 롯데월드가 더 우려돼”

3조5000억원을 투자한 제2롯데월드가 70%의 공정률을 보이며 서울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부상하고 있다.

제2롯데월드는 높이 555m, 123층 규모 롯데월드타워를 비롯해 명품관인 에비뉴엘동, 쇼핑동과 롯데시네마(영화관), 롯데마트, 롯데하이마트 등이 입점할 엔터테인먼트동으로 설계됐다. 2016년 말 완공되면 국내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며, 세계에서 4번째로 높은 건물이 된다. 롯데 측은 완공 후 경제효과가 7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롯데는 지난 30년간 초고층랜드마크를 갖겠다는 꿈을 현실로 바꾸어왔다. 

1988년 잠실 땅을 매입, 김영삼 정부 때 이 사업을 본격 추진했지만 군이 인근 서울공항 군용기와 충돌 가능성을 들어 반대하면서 진척을 보지 못하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1년 11월 서울공항 활주로 방향 변경 비용 등을 기부 채납하는 조건으로 건축허가를 받았다.

공사 착공 후에도 바람잘 날이 없었다. 건축허가를 둘러싼 특혜시비, 안전논란이 불거졌다 가라앉기를 수차례 반복해왔다.    

지난해 2월에는 롯데월드타워를 지탱하는 상층부 핵심 기둥 일부에서 균열이 발생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공사를 중단하고 정밀 안전진단을 받아야했으며, 같은해 6월에는 타워동 43층 공사장에서 자동 상승 거푸집 장비가 무너져 인부 1명이 사망하고 5명이 부상하는 인명사고가 발생했다.

올해 초에는 타워동 47층 컨테이너 박스에서 화재가 발생했으며, 지난 4월에는 엔터동 12층 옥상 배관 설비공사 중 이음 부분이 폭발해 인부 1명이 숨졌다.

지난해 11월에는 삼성동 아이파크 아파트에 헬기가 충돌한 사고가 발생하면서 시민단체와 정치권에서 롯데월드타워의 층수를 낮춰야한다는 주장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제2롯데월드 저층부 임시사용을 놓고 서울시와 롯데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이 지난 4일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열린 ‘프렌치위크’ 오픈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오른쪽)이 6·4 지방선거 출마선언 기자회견에 ‘안전 서울’을 강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롯데, ‘빛의 속도’로 공사강행

이런 가운데 롯데는 공사를 강행해 왔다. 착공한지 채 3년도 되지 않은 현재 75층까지 공사가 진행됐으며, 초고층빌딩을 둘러싸는 3개의 저층부 건물은 100% 완공돼 조기개장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서울시는 최근 롯데 측이 지난달 9일 제출한 제2롯데월드 저층부 임시사용 신청에 대해 안전 등 보완대책을 요구하면서 승인을 거부했다. 각종 안전사고, 석촌호수 수위 저하, 싱크홀 발생 등으로 시민 불안이 커진데다 시민자문단도 미비사항을 지적하고 있기 때문이다.  

23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시민자문단은 “석촌호수 수위 저하 등 사회적 논란이 많고 임시개장 땐 하루 수십만 명이 이용하게 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롯데가 임시사용을 신청한 저층부는 백화점동, 쇼핑몰동, 엔터테인먼트 동으로 구성되며 백화점동에는 에르메스와 샤넬 등 200여개 브랜드, 쇼핑몰동에는 270여개 브랜드, 엔터테인먼트동에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멀티플렉스 등이 입점할 예정이다.

저층부 3개 동은 개장 시 하루 20만명이 이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 측은 이미 지난 4월 개장을 목표로 입주 업체들과 계약을 맺고 일할 직원까지 다 뽑아둔 상태다.

서울시, 왜 태도 바꿨나?

서울시는 당초 석촌호수 수위 저하는 문제 삼지 않았다. 지하수 유출로 인해 호수의 물이 줄어든다는 점은 설계 때부터 고려된 부분인데다, 건물 안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보긴 힘들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롯데월드 공사장 주변에 의문의 싱크홀이 발견되면서 비상이 걸렸다. 잠실운동장 인근 백제고분로에서 가로 0.3m, 세로 0.5m, 깊이 2m짜리 구덩이가 발견되는 등 공사장 주변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싱크홀이 잇따라 발견돼 시민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제2롯데월드 위치도. (네이버 지도 캡쳐)

이에 서울시는 최근 시민자문단을 발족한 데 이어 외국 전문기관을 초빙해 안전점검에 나선 상태다.

송파구와 롯데그룹도 별도의 용역을 발주하면서 겹겹이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롯데는 한국지반학회와 영국의 유명 엔지니어링 회사인 오브 아룹에 제2롯데월드와 그 주변부에 대한 안전 진단 용역을 맡긴 상태다.

전문가들은 롯데월드 공사장 주변의 싱크홀이 발생한 원인으로 지하수 유출을 꼽고 있다. 지하수가 빠져나가면서 지반이 무너지게 돼 싱크홀이 발생했다는 것.

하지만 지하수 유출이 제2롯데월드의 안전에 영향을 끼친다고 단정짓긴 어렵다. 공사 지역이 단단한 화강암 지반이기 때문에 전혀 문제없다는 입장과 지하수 유출로 땅속에 빈공간이 생겨 붕괴사고를 일으킬 수 있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이제선 연세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는 21일 YTN라디오프로에서 “암반 위에 있는 지하수가 공사를 하면서 균열이 생겼고, 이로 인해 주변 지역에 새로운 지하수 물길이 만들어지면서 지반이 침하된 것으로 보인다”며 “싱크홀은 국부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으로 조사되고 있어, 어느 한 부분에 생겼다고 해서 전체가 다 위험하다고 볼 수는 없어, (학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고 밝혔다.

롯데 측은 “임시사용승인과 싱크홀은 별개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22일 CNB에 “서울시와 송파구의 조사결과 공사장 주변 도로의 포트홀(pot hole)은 하수관로가 깨진 게 원인으로 밝혀져 사용승인과는 무관하다”며 “지하수 유출이 건물안전에 끼치는 영향은 전혀 없는 것으로 판명 났지만, 시민들의 우려를 해소하자는 차원에서 용역업체에 맡겨 안전진단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애초부터 싱크홀은 존재하지 않았으며, 도로표면이 파손된 포트홀이 오해를 불러 일으켰다는 것이다.
 
하지만 서울시 입장은 달랐다. 서울시 물관리정책과 관계자는 CNB기자에게 “현재까지 조사된 싱크홀은 하수관로가 파손돼 생긴 포트홀이 맞지만, 시민불안이 해소되지 않아 지하수 유출 문제에 대한 전반적인 용역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라며 “석촌호수 수위저하가 건물안전에 끼치는 영향이 없는 지를 면밀히 따져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 관계자는 “조사결과 지하수 유출이 안전에 영향을 준다고 판단될 경우, 사용허가를 보류할 수 있다”며 “이번에 롯데 측의 임시사용 허가를 불허하면서 보완사항에 ‘지하수 유출로 안전문제가 발생할 경우 롯데가 책임져야 한다’는 문구를 넣었다”고 말했다. 지반 침하가 단순한 포트홀로 밝혀져 오해가 풀렸다는 롯데 측의 입장과는 크게 다른 대목이다.

박원순 시장도 최근 언론인터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민의 안전이므로 치밀하게 따져야 한다”며 “조사 결과가 나온 뒤 이를 토대로 임시 사용승인 허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로 ‘안전’이 6.4지방선거의 최대 현안으로 부상하면서 상대 후보에게 지하철 안전문제로 발목을 잡힌 바 있는 박 시장으로서는 원칙론을 고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근 몇 년새 줄줄이 무산된 랜드마크 빌딩들. 상암DMC의 서울라이트타워빌딩, 용산국제업무지구의 랜드마크빌딩, 송도 인천타워의 조감도.

시민단체 “롯데, 잠시 쉬어가길”

이처럼 제2롯데월드 공사가 ‘복병’을 만나면서 주민들 사이에는 ‘마천루의 저주’라는 말까지 돌고 있다.

석촌호수 인근 아파트에 17년째 거주하고 있는 한 주민은 “주변에 롯데월드(기존 롯데월드), 석촌호수 등 편익시설이 잘돼 있어 주민들의 자부심이 컸었는데, 언제부터인가 롯데월드에 가기가 찜찜해졌다”며 “제2롯데월드는 둘째 문제고 기존 롯데월드가 더 우려된다는 게 동네 분위기”라고 전했다.
 
석촌호수 인근 직장에 근무하고 있는 회사원 곽모(44)씨는 “가족과 함께 롯데월드를 자주 갔었는데 싱크홀 얘기가 나오면서 횟수가 줄었다”고 말했다.
   
최근 몇 년새 국내 초고층빌딩들이 계획 단계에서 전부 무산된 것도 흉흉한 분위기의 배경이 되고 있다.

세계 두번째 높이의 랜드마크빌딩을 짓겠다던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은 첫 삽도 뜨지 못한 채 6년만에 무너졌다.

한때 용산랜드마크와 초고층 높이 경쟁을 벌였던 상암 디지털미디어시티(DMC)의 서울라이트타워빌딩도 사업자로 선정됐던 대우건설컨소시엄이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사업을 포기하면서 지난해 좌초됐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2008년부터 추진해온 151층 높이의 송도 인천타워 건립 사업 또한 부동산 경기 악화로 이달 초 최종 무산됐다.

유일하게 성공한 초고층빌딩 건립 사업이 123층 규모의 롯데월드타워(제2롯데월드)다. 시민단체들은 롯데가 마천루(摩天樓)의 저주가 주는 교훈을 새겨야 할 때라고 조언하고 있다. 

참여여대의 한 관계자는 “초고층빌딩 건립은 호황기에 시작되지만 건물이 완공될 쯤에는 거품이 꺼지면서 불황을 맞게 된다는 ‘마천루의 저주’는 뛰어난 경제학 가설일 뿐 아니라 삶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다”며 “롯데의 경우, 앞만 보고 달리지 말고 잠시 쉬면서 찬찬히 주변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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