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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서울시-롯데그룹의 ‘동상이몽’

앞만 보고 달린 ‘제2롯데월드’, 잠시 쉬어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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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4.07.28 09:24:11

▲도기천 정경부장

(CNB=도기천 정경부장) 롯데그룹의 숙원사업인 제2롯데월드(롯데월드타워) 건립이 싱크홀(Sink hole) 논란, 교통문제 등 여러 난관에 부딪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17일 롯데 측이 제출한 제2롯데월드 저층부 임시사용 신청에 대해 재난안전대책, 교통수요 관리계획 등 교통·안전 대책이 미흡하다며 승인을 거부했다.

시는 롯데에 잠실역 주변 교통체계개선사업(TSM), 택시정류소와 관광버스 승하차 공간 확보, 공사차량 안전 대책 확보, 교통량 감축 방안, 공사장 안전대책 강화 등 수십가지 사항을 보완해줄 것을 주문한 상태다.

특히 서울시가 기존 태도를 바꿔 제2롯데월드와 마주보고 있는 석촌 호수의 수위가 낮아지고 있는 문제를 언급한 것은 주목된다.

서울시는 처음엔 호숫물이 빠져 나가는 걸 문제 삼지 않았다. 지하수 유출로 인해 호수의 물이 줄어든다는 점은 설계 때부터 고려된 부분인데다, 건물 안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보긴 힘들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공사장 주변에서 싱크홀이 잇따라 발견되면서 시민들의 불안이 커지자 최근 전면 재조사로 방향을 틀었다. 시민단체와 일부 전문가들은 지하수 유출로 땅속에 빈공간이 생겨 붕괴사고를 일으킬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롯데 측의 태도는 안일하다.

롯데는 논란이 커지자 이달 초 한국지반학회와 영국의 유명 엔지니어링 회사인 오브 아룹에 제2롯데월드와 그 주변부에 대한 안전 진단 용역을 맡겼다. 그러면서도 일관되게 싱크홀(롯데측 표현은 포트홀)이 안전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롯데 측은 “서울시 조사결과 공사장 주변 도로의 침하는 하수관로가 깨져서 생긴 포트홀(pot hole)로 밝혀져 사용승인과는 무관하다”며 “지하수 유출이 건물안전에 끼치는 영향은 전혀 없는 것으로 판명 났지만, 시민들의 우려를 해소하자는 차원에서 용역업체에 맡겨 안전진단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논리를 따져보면 롯데는 이미 결론을 내려놓고 안전진단에 착수한 것으로 해석된다.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것을 공식화하기 위한 것이 조사의 목적으로 보인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서울시의 태도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롯데의 용역조사는 혹시나 모를 일에 대비하기 위한 ‘신의 한 수’일지도 모른다. 서울시가 ‘지하수 유출로 인해 안전에 문제가 발생했다’는 결론을 내릴 경우에 대비해 미리서부터 배수진을 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갈길 정해 놓고 밀어붙이기 “이제 그만”

그동안 롯데는 너무 앞만 보고 달려왔다. 1988년 잠실 땅을 매입한 이후 김영삼·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줄곧 인허가를 신청했다 반려 당하기를 수십번 반복했다. 마침내 특혜 여론에도 굴하지 않고 이명박 정부 시절 서울공항 활주로 방향까지 바꾸어 내면서 건축허가를 받았다.

착공 후에도 바람잘 날이 없었다. 화재, 배관 파열, 추락 사고 등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이지 않았지만 공사를 강행한 끝에 3년 만에 공정률 70%를 달성했다. 초고층빌딩을 둘러싼 3개의 저층부 건물은 이미 완공돼 조기개장을 추진 중이다.

‘떡(사용허가) 줄 사람’은 생각도 않고 있는데도 롯데는 이미 지난 4~5월 입주할 업체들과 계약을 맺고 일할 직원까지 다 뽑았다. 서울시가 직간접적으로 불쾌감을 들어냈음에도 아랑곳 하지 않는 등 롯데 특유의 밀어붙이기식으로 일관했다.

그래서 이번 싱크홀 논란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마음은 더 불안하다. “남은 인생의 소망이 세계 최고 수준의 제2롯데월드를 완성하는 것(2004년 일본언론 인터뷰)”이라던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꿈’에 가려 안전이 뒷전이 된 건 아닌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싱크홀은 국지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라 이를 갖고 전체가 위험하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게 학계의 정설이다.

하지만 그것이 롯데의 입장이 될 수는 없다. 제2롯데월드는 화강암 위에 세워져 끄떡없다느니, 싱크홀은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다든가 하는 소리는 사실여부를 떠나 당사자인 롯데가 할 소리는 아니다. 십만분의 1의 가능성에 대비하자는 게 ‘안전’의 의미기 때문이다.

롯데는 이제 잠시 주변을 돌아봐야 한다. 제2롯데월드 뿐 아니라 지하수 유출로 석촌호수 주변 건물들의 안전에 문제가 없는지까지 겸허한 자세로 들여다봐야 한다.
 
초고층빌딩 건립은 호황기에 시작되지만 건물이 완공될 쯤에는 거품이 꺼지면서 불황을 맞게 된다는 ‘마천루의 저주’는 뛰어난 경제학 가설일 뿐 아니라 삶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다는 것을 롯데는 명심해주길 바란다.

아버지를 찾아가 “잠시 멈추겠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신동빈 롯데회장의 용기있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

(CNB=도기천 정경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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