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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LH공사 상암휴먼시아 ‘이중분양’ 논란 일파만파

같은 단지 ‘임대동’이 ‘분양동’보다 더 비싸, 주민들 “사기분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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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4.08.12 13:59:03

▲서울 상암동 휴먼시아 아파트. LH공사를 비난하는 프랭카드가 걸려 있다. (사진=도기천 기자)

LH공사가 공공임대아파트에 거주하는 입주자들을 분양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일반분양아파트 보다 높은 기준가를 적용해 논란을 빚고 있다.

주민들의 항의가 거세자 통상 전용면적 기준으로 책정되는 분양가를 공급면적 기준으로 산정하는 등 갖은 꼼수를 부려 빈축을 사고 있다. 임대가 분양아파트보다 더 비싸게 된 희한한 사연을 CNB가 단독 취재했다. (CNB=도기천 기자)

‘5년임대→분양전환’ 희망 물거품
‘임대동’ 주택가격 ‘분양동’보다 비싸
임대입주민 140세대 거리로 내몰릴 판
‘떳다방’만 좋은 일…총체적 점검 시급

서울 마포구 상암동 휴먼시아 2단지에는 총 3개동 188세대의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다. 이 중 2개동(201동,202동) 140세대는 5년 뒤 분양으로 전환되는 조건인 공공임대(임대동)며, 나머지 1개동(203동)은 일반분양분이다. 분양과 임대가 함께 섞여있는 LH공사 소유의 아파트 단지다.  

이 아파트의 임대동은 2009년 7월 입주해 5년 후인 이달 1일부터 임대에서 분양아파트로 전환됐다. 주민들은 아파트값을 지불하고 분양을 받든지, 집을 비워주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할 처지다.    

문제는 임대동의 입주 초기 주택가격(기준가)이 분양동보다 더 높게 책정됐다는 점이다.
 
LH공사가 자체 산정해 지난달 주민들에게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분양동 25평형(전용면적 59.9㎡)의 평(3.3㎡)당 가격(중간층 기준)은 1754만원이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당시 임대동 22평형(전용면적51.98㎡)의 평당 단가는 1853만원으로 분양동보다 99만원 가량 더 비쌌다. 임대동 16평형(전용면적36.69㎡)도 1841만원으로 87만원이 더 많았다.

이를 기준으로 LH는 2007년 분양 당시 25평형을 3억1781만원에 일반분양했다. 임대물량인 22평형은 2억9136만원, 16평형은 2억429만원으로 가격을 정했다.
 
분양동 기준(평당1754만원)으로 계산하면 임대동 22평형은 1500만원, 16평형은 950만원 가량이 더 비싼 셈이다.   

고무줄 주택가격…주민들 “사기분양”

LH측은 공급면적을 기준으로 따지면 얘기가 달라진다고 주장했다.
 
LH공사 관계자는 11일 CNB와 통화에서 “전용면적만 따지면 임대동의 평당가격이 더 높은게 맞지만, 공급면적 전체로 보면 임대동이 더 싸다”고 밝혔다.

LH가 공급면적 기준으로 책정한 자료에는 분양동 25평형의 평당가가 1339만원이었다. 임대동 22평형은 1271만원, 16평형은 1262만원으로 25평형보다 각각 68만원, 77만원이 낮았다.

하지만 임대동 주민들은 “아파트 가치는 전용면적을 기준으로 산정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LH가 억지를 부리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급면적은 전용면적과 공용면적을 합친 공간이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서의 전용면적은 방, 거실, 주방, 화장실 등을 모두 합친 넓이로, 통상 현관문 안쪽의 전용 생활공간을 이른다.

공용면적은 공동주택에서 여러 사람이 함께 쓰는 곳이다. 주거 공용면적과 기타 공용면적으로 나뉘는데, 현관·복도·계단 등은 주거공용이고, 관리사무소·노인정 등은 기타공용이다.

일반적으로 아파트 가격을 매길 때는 전용면적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 공용면적은 주택법상 의무적으로 갖춰야 하는 공간이 대부분이라 통상 부동산업계에서는 이를 제외한 전용면적을 기준으로 가치를 책정하고 있다.

휴먼시아 인근의 한 공인중개업소에서는 “공급면적은 평형별로 기준이 미리 정해진 것이라 큰 의미가 없어, 실평수(전용면적)가 얼마냐에 따라 시세를 따진다”고 전했다.

▲거리로 내몰릴 위기에 처한 임대 입주민들. (사진=도기천 기자)

공급면적 오락가락 왜?

이상한 점은 또 있다. LH의 지난달 민원 답변자료에는 분양동 25평형의 공급면적이 78.47㎡로 명시돼 있다.

하지만 같은달 열린 주민설명회 자료에는 25평형의 공급면적이 84.59㎡였다. 건설업계에서는 통상 25평형의 공급면적을 84㎡안팎으로 보고 있다. 1평이 3.3㎡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분양동의 공급면적을 낮춰 잡음으로써 상대적으로 임대동의 공급면적을 더 높게 잡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공이호(51) 임대동 대책위원장은 CNB기자와 만나 “LH가 공급면적을 평당가 산출의 기준으로 삼은 것도 말이 안되지만, 그나마 공급면적도 자기들한테 유리한대로 부풀렸다 줄였다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임대동이 복도식 구조라는 점에서 LH가 주택가격을 너무 높게 잡았다는 지적도 있다. 통상 같은 평수일 때 복도식이 계단식 보다 10%가량 시세가 낮다. 
 
휴먼시아의 경우 분양동은 계단식, 임대동은 복도식 구조다. 그럼에도 임대동의 평당가가 더 높다는 건 이해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인근 A공인중개업소 대표는 “휴먼시아와 인접한 상암월드컵파크 2단지의 경우, 계단식이라 주변의 복도식 아파트에 비해 15% 가량 높게 가격이 형성돼 있다”며 “LH가 당초 주택가격을 책정할 때 왜 이런 점을 고려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고 의아해 했다.
 
주민들은 LH 측에 왜 임대동의 주택가격이 분양동보다 높게 책정됐는지에 대해 세부자료를 내놔라고 요구하고 있다. 분양원가를 공개하라는 것. 최근 지역구 국회의원(정청래 의원)과 국민권익위원회, 건설교통부 등에 잇달아 탄원서를 넣었다.

하지만 LH공사 측은 “임대동과 분양동의 주택가격은 관련법에 따라 산정방식이 다를 수 있다”며 “휴먼시아 분양동의 경우 해당지역의 수익성·분양성·시세 등을 고려해 분양가를 산정했으며, 원가공개는 영업기밀이라 밝힐 수 없다”고 밝혔다. 분양이 순조롭게 되기 위해서는 임대동보다 가격을 높일 수도 낮출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렇더라도 2007년 11월 분양 당시 LH가 산정한 3억1781만원(분양동 25평형)은 주변시세에 비해 턱없이 낮은 가격이다.

당시 KB부동산시세, 닥터아파트 등에 따르면 같은 평형의 상암월드컵파크2단지 매매가가 4억5000만원 안팎이었다. 시세보다 최소 1억원이 이상 낮게 분양가를 책정하는 바람에 83;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며 ‘로또 아파트’로 불렸다.

공 위원장은 “무조건 분양 가격을 낮춰 달라는 게 아니다. 모든 것이 의혹투성이인 만큼 당시 분양동, 임대동의 분양원가를 비교 공개해 우리가 사기분양 당한 게 아니라는 걸 설명해 달라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주민들은 LH공사가 사기분양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파트 앞 도로에 LH공사를 비난하는 프랭카드가 걸려 있다. (사진=도기천 기자)

내집 마련 ‘그림의 떡’

이처럼 애초부터 분양동의 주택가격이 높게 책정되다보니 최근 확정된 분양전환가도 높을 수밖에 없다.

임대주택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분양전환가격은 건설원가와 감정평가금액을 산술평균한 가액으로 결정한다’고 명시돼 있다. 건설원가는 입주자모집당시 주택가격을 이른다. 

LH는 관할 지자체인 마포구청의 감정평가를 거쳐 최근 임대동 16평형의 최종분양가(분양전환가)를 2억627만원, 22평형의 분양가를 평균 3억원 선으로 책정했다.
 
LH측은 주변시세의 80%선에서 분양가를 결정했다고 밝혔지만, 업계에서는 부동산시장이 침체된 데다 임대동이 복도식 구조라 주변시세보다 낮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전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비싼 분양가를 감당 못해 집을 비워줘야 하는 세대가 속출하고 있다.

임대동 입주민들은 평수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대략 4~6천만원의 보증금에 월세 18~22만원 가량을 내며 거주하고 있다. 대부분 경제적 형편이 좋지 않아 살고 있는 집을 분양 받기가 힘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금융권으로부터 돈을 빌리기도 힘든 상황이다. 대출주관사인 우리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최대 금액이 1억원대 초반에 불과한데다, 그나마 소득증빙이 힘든 일용직 종사자 세대의 경우는 대출 자체가 불가능하다.
 
일부 주민들은 분양받은 뒤 즉시 팔아서 차익(프리미엄)을 챙기고 집을 내줄 생각이지만, 이나마도 여의치 않아 보인다.  

주민 황연익(56)씨는 “LH공사가 애초부터 주택가격을 높게 잡는 바람에 피(프리미엄)를 기대하기 힘들게 됐다”며 “등기비용, 부동산중개비용, 금융이자 등을 빼면 분양 후 다시 되팔더라도 남는 게 거의 없다”고 한숨 지었다.

또다른 주민 최모(51·여)씨는 “남편이 일용직이라 아예 대출이 안된다. 보증금 6천만원으로는 단칸방도 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LH공사 관계자는 “일부 임대주민들이 안타까운 사정에 처한 게 사실”이라면서도 “분양전환가격은 주변시세 등에 의해 결정되는 것으로, (기존) 분양동의 원가와 비교해 책정하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경제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LH공사가 부동산시장 거품이 최고조에 달한 때에 높은 (임대동) 주택가격을 정해놓는 바람에 입주민들이 큰 피해를 보게 된 사례”라며 “분양원가를 낱낱이 공개해 분양가의 적정성을 따지는 한편 당장 거리로 내몰릴 처지에 있는 이들에게는 다른 공공아파트 우선입주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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