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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비리혐의 김경희 건국대 이사장 연임 가결 논란

혼돈의 건대 제2라운드 돌입…교육부·법원 누구 손 들어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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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4.09.04 09:18:30

▲‘건국학원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소속 교수와 학생, 설립자 유가족들이 건국대 교정에서 김경희 이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CNB포토뱅크)

검찰이 지난달 초 김경희 이사장을 횡령·배임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면서 일단락되는듯 했던 건국대 사태가 이사회의 김 이사장 연임 결정으로 새국면을 맞고 있다.

건국대 노조와 총학생회, 교수협의회는 물론 건국대 설립자(고 유석창 박사) 유족들까지 이사회 결의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교육부와 검찰이 김 이사장의 교비 횡령·배임 의혹 등에 대해 솜방망이 처분을 내려 논란이 일고 있다. CNB가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건대 사태를 단독 심층 취재했다.  (CNB=도기천 기자)

건대 재단, 檢 기소된 김경희 이사장 ‘연임 의결’  
교육부·검찰, ‘교비 횡령·배임 의혹’ 솜방망이 처벌
‘교육부 승인 거부’ 대비해 이사장직 승계 ‘속도’

건대 노조와 총학생회, 교수협의회 등 ‘건국학원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이사수를 11명에서 12명으로 늘리는 내용의 정관변경안과 김 이사장의 재선임을 가결한 건국학원(건국대) 이사회의 지난달 20일 결정에 맞서 김 이사장 퇴진 운동을 벌이고 있다.
 
건국대 교직원 노조, 병원 노조 등 5개 노동조합은 지난 2일 공동성명을 통해 “여러 비위행위와 중대한 법령위반 등으로 건국학원에 회복 불가능한 손실을 입힌 김경희 이사장이 교육부의 행정처분에 계속 불복하고 연임하겠다는 뜻을 밝힌 이상, (5개 노동조합은) 학교법인과 김 이사장에 대한 전면적인 연대투쟁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건국대학교 팀·실장협의회도 성명을 내고 서울캠퍼스 1일자 인사발령과 관련, 보복인사, 줄세우기식 인사를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건국대 교수협의회 및 동문교수협의회 전임 회장단은 이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별도 성명을 준비 중이다.

건국대 설립자 유족들도 공개적이고 공정한 절차에 따른 후임 이사장 선출 등을 촉구하고 있다. 유족들은 지난달 12일 공개편지를 통해 “지난해 학내 구성원들의 ‘건국학원 정상화 운동’을 통해 드러난 김경희 이사장의 수많은 실정, 특히 재단의 재정파탄과 비리행위들을 확인하고 설립자 자녀 전원이 모임을 갖고 김 이사장을 집안에서 파문했다”고 밝혔다. 

설립자 유족 대표 유현경씨(설립자 장녀)는 3일 CNB에 “도덕적·재정적으로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는 건국대가 정상화되기 위해서는 김 이사장과 주변인물들이 스스로 물러나고 그 자리를 깨끗하고 참신한 인물들로 채워야 한다”며 “설립자의 창학정신을 심각하게 훼손한 김 이사장이 버티고 있는 이상 온 힘을 다해 퇴진운동을 벌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최창호 부장검사) 수사관들이 지난 3월 5일 김경희 이사장의 횡령·배임 혐의 수사와 관련해 건국대 재단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포스트 김경희’ 윤곽 드러내

비대위와 유족들은 특히 이사회가 이사수를 늘린 것을 김 이사장의 ‘후계구도’와 연관짓고 있다. 재단 측이 이사수를 늘려 김 이사장이 낙점한 후계자를 이사로 영입한 뒤 이사장으로 세우려 한다는 것. 

홍정희 건국대 노동조합 위원장은 CNB와 통화에서 “김 이사장이 교육부의 (연임)승인을 받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 자신의 딸을 후임 이사장에 앉히려 한다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전했다.

설립자 조카인 유만윤 씨는 “애초 김 이사장이 사위 홍모씨를 이사로 영입해 후계자로 낙점하려 했으나, 반발이 심하자 딸에게 물려주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고 전했다. 건국대는 오는 11일 임시이사회를 열어 이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회가 김 이사장의 후계구도를 서둘러 확정지으려는 데는 교육부가 사실상 김 이사장의 지위를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지난 4월 김 이사장에 대한 임원취임 승인을 취소(이사장 지위 박탈)했으며, 이에 맞서 건대 재단은 교육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건대재단이 낸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여 이달 30일까지 한시적으로 김 이사장의 이사장 지위를 유지토록 했으며, 교육부는 이에 반발해 항소한 상태다. 교육부가 이런 상황에서 김 이사장 연임을 승인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재단 측은 연임이 좌절될 경우를 대비해 김 이사장이 현직에 있는 이달 안에 후계구도를 확정지어야 하는 상황이다. 

교육부의 한 관계자는 CNB에 “비대위, 유족 대표 분들의 얘기를 꾸준히 듣고 있으며, 원칙과 기준 하에 (김 이사장 연임 승인 여부를)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변죽만 울린 檢 수사, 대부분 혐의 불기소

이번 사태는 교육부가 지난해 연말 건국대를 상대로 전격적인 감사를 시행하면서 불거졌다.

교육부 감사 결과 김 이사장은 ▲수익용·교육용 기본재산 임의 사용 ▲부당한 자금차입 ▲비리 총장 의원면직 처리 ▲이사장 업무추진비 등 공금 유용 등 10여건의 부당 사례가 적발됐다.

당시 교육부는 감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이사회 의결 및 교육부 허가 없이 242억원에 이르는 수익용 기본재산의 권리를 포기하고, 회계비위를 저지른 전 총장 등에 대하여 징계 절차 없이 의원면직 처리하였으며, 이사장이 업무추진비 및 출장비를 증빙 없이 임의 사용하는 등 ‘사립학교법’ 등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다수 확인됐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적발 사항 중 8건을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지난 3~6월에 걸쳐 건국대에 대한 압수수색 및 계좌추적을 진행했고 이 과정에서 추가적인 횡령·배임수재 혐의까지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관련자 49명을 조사했으고 김 이사장도 3차례 소환했다. 검찰은 지난달 1일 김 이사장을 수십억원대의 횡령·배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CNB가 입수한 검찰의 ‘김경희 이사장 고발사건 수사 결과’ 자료에 따르면, 김 이사장의 비리 혐의는 크게 3가지다.

재단 소유 아파트(스타시티 펜트하우스, 99평형)에 재단 자금 5억7000만원을 들여 인테리어 공사를 벌인 뒤 2007년 5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5년 8개월 동안 자신의 주거공간으로 무상 사용했다. 검찰은 업무상 배임금액을 인테리어 공사비용과 임대료를 합쳐 약11억4000만원이라고 밝혔다. 

또 자신의 판공비 등 2억3500만원과 해외출장비 1억3000만원 등 총 3억6500만원을 법인회계에서 지출해 대출금 변제, 개인여행경비 등으로 사용했다는 혐의(업무상 횡령)를 받고 있다.

▲김경희 건국대 재단이사장의 최근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밖에 검찰은 김진태 전 행정부원장과 정인경 재단 상임감사로부터 인사청탁을 받고 총 약2억5000만원을 챙긴 사실을 확인했다. 두 사람은 각각 조카와 지인의 아들을 건국대 부속 중·고교 교사에 채용해 달라고 청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모두 김 이사장의 핵심 측근들이다. 

하지만 교육부와 검찰 모두 김 이사장의 교비 횡령·배임 의혹에 대해서는 관대한 처분을 내렸다.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만들어진 교비는 정해진 용도 외에는 어떤 경우에도 손을 댈 수 없도록 관계법령에서 규정하고 있다. 사립학교법 제29조에 따르면 교비회계에 속하는 수입은 다른 회계에 전출하거나 대여할 수 없다. 이를 위반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교육부는 올해 초 감사보고서에서 “건대재단은 수익사업으로 골프장을 운영할 목적으로 파주 소재 실습목장을 이전하면서 이전비용 약66억원을 법인이 부담하기로 하고도 교비회계에서 우선 집행하고, 그 중 4억5천만을 교비회계로 미전출했다”고 밝힌 바 있다. 또 “건대재단이 이사회 결의 없이 학교법인의 수익용 기본재산인 실버타운 객실 2채를 김진규 전 총장에게 관사로 사용하게 하고, 2년간 관리비 약 6300만원을 교비회계에서 지급한 사실이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교비 유용부분에 대해 김 이사장에게 경고조치하고 미전출된 교비를 채워 넣도록 시정 요구하는데 그쳤다. 관사 관리비 6300만원을 교비에서 지출한 부분에 대해서만 검찰에 고발했지만, 검찰은 이마저도 불기소처분 했다.

교육부 사학감사담당관실 관계자는 CNB에 “김 이사장 개인이 결정을 내린 게 아니라 이사회 승인을 거쳐 교비를 집행한데다, 개인적으로 이익을 취한 사익편취에 해당되지 않아 고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 2005년 대법원은 “사립학교에서의 교비회계자금은 다른 회계로 전출하거나 대여할 수 없는 등 용도가 엄격히 제한돼 있기 때문에 교비회계자금을 다른 용도에 사용하였다면 그 자체로서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교수협의회의 한 핵심 관계자는 “재단의 핵심인물들이 김 이사장의 측근들로 채워져 있어 이사회 결정은 김 이사장 개인의 결정이나 마찬가지인데도 교육부가 이같은 정황을 애써 외면한 것”이라며 “그렇더라도 명백한 (대법원)판례가 있음에도 (교육부가 검찰에) 고발하지 않았고, 검찰 또한 이 부분을 수사하지 않은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재단 “이사장직 유지 승소, 의혹 풀린 셈” 

교육부와 검찰의 알 수 없는 태도는 이뿐이 아니다. 감사결과에 따르면, 김 이사장은 수익용 재산인 242억원 규모의 스포츠센터를 법인이 분양한 주상복합아파트 주민에게 40년간 무상으로 사용하게 했다. 법인 소유 실버타운의 펜트하우스를 68개월간 개인적으로 사용해 6억3900만원의 임대료 손실을 끼쳤다.

또 실버타운 운영자금이 부족하게 되자 이사회 의결 없이 100억원을 부당 차입했다. 법인은 이를 조건부로 차입하며 이자비용 2억7758만원을 지급했다. 아울러 김 이사장은 이사회 의결을 거치지 않고 미국 뉴욕주립대 스토니브룩캠퍼스의 경영권을 인수, 김 모 건국대 교수를 파견해 급여 8489만원을 대학 교비회계에서 집행했다.

하지만 검찰은 대부분 공소시효가 지난 데다 절차상 큰 문제가 없다는 이유로 ‘공소권 없음’으로 처리했다.

또 검찰은 수억원대의 횡령 혐의를 받고 있는 김진규 전 총장에 대해서도 추가기소하지 않았다. 교육부는 검찰수사에서 수억원대 인사청탁을 한 것으로 드러난 정인경 재단 상임감사에 대해 ‘확정판결을 받지 않았다’며 여전히 지위를 인정하고 있다.

비대위를 비롯한 학교구성원들은 사정기관의 이같은 태도에 공분하고 있다. 비대위는 검찰의 이번 기소 범위가 상당부분 축소됐다며 검찰 감찰부에 민원을 제기한 상태다.

비대위 측은 김 이사장의 배경에 ‘석좌교수 군단’이 있다고 보고 있다. 건대 노조에 따르면 건대 사태가 불거지기 시작한 최근 몇 년 새 15명이 석좌교수에 임명됐다. 이들 중에는 전 대법관, 전 서울중앙지검장, 전 서울고검장, 전 국회의원 등 정·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들이 꽤 있다.

석좌교수는 이름만 있을 뿐 강의 등을 진행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재단은 이들에게 매월 활동비조로 200~300만원씩 지급하고 있어 ‘재단 방패막이용’이라는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

CNB기자와 만난 한 교수는 “이사장에게 뇌물을 주고 인사청탁을 하다 기소된 사람이 여전히 재단의 상임감사직을 유지하고 있는 게 건대의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지난달 20일 김경희 이사장의 재선임을 가결하기 이사회가 열리는 동안 ‘건국학원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소속 교수와 교직원들이 이사회장 앞에서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비대위 제공)

이사회 vs 비대위 ‘치킨게임’ 언제까지? 

반면 학교 측은 애초부터 무리한 감사와 고발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건대 재단은 3일 CNB에 “서울행정법원이 지난 7월 17일 교육부의 임원승인취소(이사장 권한 박탈) 결정이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림으로써 교육부가 무리한 감사를 진행했다는 게 입증됐다”고 밝혔다.

법원은 교육부가 김 이사장에 대해 제기한 임원취임승인 취소사유 10건 가운데 대부분을 “취임승인 취소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교육부는 이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다.

재단 측은 또 김 이사장과 관련된 각종 혐의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재단소유 아파트를 개인용도로 사용했다는 혐의 등에 대해서는 외부손닙 접대 등 공적용도로 사용했으며, 해외경비·판공비 명목으로 수억원을 횡령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공식적인 해외출장 경비 및 업무추진비였다고 해명했다. 또 대부분 혐의들이 교육부를 상대로 한 행정재판과정에서 위법이 아니었음이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 이사장이 수십억원대의 교비를 유용해 논란을 빚고 있는 점, 인사청탁으로 수억원을 챙긴 혐의로 검찰조사를 받고 있는 점 등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못했다. 또 직계 자녀에게 이사장자리를 물려주려 한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입장이 정리된 게 없다”고 밝혔다.

비대위 측은 아전인수(我田引水)격 법해석이라는 입장이다. 비대위 관계자는 “행정법원의 판단은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한시적으로 이사장 권한을 유지토록 한 것인데, 이를 마치 모든 혐의를 벗은 것처럼 확대해서 홍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건국대 사태는 법원에서 부여한 김 이사장의 임시지위가 만료되는 오는 30일 전후가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30일 이후에는 이사장 지위가 다시 상실되기 때문에 재단 측은 어떻게든 교육부로부터 연임승인을 받아내려 할 것이고, 여의치 않을 경우 김 이사장의 후임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반면 비대위와 유족 등 학교구성원들은 재단의 이런 시도를 총력 저지하겠다는 입장이라 양측 간 상당한 충돌이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최종 키를 쥐고 있는 교육부와 법원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에 3만여 건대 구성원들의 시선이 쏠려 있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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