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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조원대 한전 부지 입찰…삼성 ‘신중’ 현대차 ‘적극’ 왜?

[심층취재] ‘한전 땅’ 절반 공공개발, 누가 서울시와 코드 맞출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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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4.09.16 10:47:51

▲삼성과 현대차가 삼성역 한전 부지 일대 개발권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최근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의 마지막 노른자위 땅인 한국전력 삼성동 부지 입찰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국내 재계 1, 2위인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 간 2파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현대차가 양재동 본사의 노후화로 대체부지가 절박한 반면 삼성은 용산 개발사업 투자 실패의 여파 등으로 주주들의 눈치를 봐야 하는 처지라 상대적으로 덜 적극적인 모양새다. (CNB=도기천 기자)

현대차, 서울시 공공개발 ‘코드맞추기’ 적극적
삼성, 용산 실패 등 부동산후폭풍…주주 ‘눈총’
17일 한전부지 입찰…정몽구·이재용 결단 ‘주목’
진짜 시작은 매각 후…‘사익·공공’ 둘다 만족해야

한전 삼성동 부지는 축구장 12개를 합친 면적(7만9천342㎡)으로 감정가만 3조3천억원대에 이른다. 단일 자산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 입찰이다.

한전은 17일 오후 4시까지 입찰을 진행한 뒤 최고가격을 써낸 입찰자를 18일 오전 10시 낙찰자로 선정한다. 한마디로 최고가 입찰방식이다. 이외 별다른 조건은 없다. 입찰 참여자들은 한전이 감정가를 토대로 내부적으로 정한 입찰 하한가를 넘는 가격을 써내야 한다. 따라서 낙찰 가격은 4조원을 훌쩍 뛰어넘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한전 관계자는 “정부의 공공기관 부채 감축 방침에 따라 한 푼이라도 더 주고 (부지를) 사겠다는 기업에 매각키로 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전은 오는 11월 전남 나주 빛가람도시 신사옥으로 본사를 옮긴다. 공공기관이 혁신도시로 이전한 뒤 1년 이내에 사옥을 팔도록 규정하고 있는 혁신도시특별법에 따라 늦어도 내년 11월까지 현재 사옥과 부지를 매각해야 한다. 한전은 법이 정한 매각 시한 보다 앞당겨 올해 안에 매각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현재 부지 매입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은 현대차다. 현대차그룹은 정진행 현대차 전략기획담당 사장을 팀장으로 TF(태스크포스)를 구성, 응찰 준비에 한창이다. TF에는 부동산개발과 건축, 자산관리, 자금조달 등을 담당하는 계열사·사업부문 임직원들이 총동원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측은 “현대차가 단독 응찰하는 방안과 기아차·현대모비스·현대제철 등 자동차부문 계열사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응찰할지 고심 중”이라며 “아무래도 (한전 부지에 건립될) 신사옥에 함께 입주할 계열사들이 같이 참여하는 게 주주들 보기에도 모양새가 좋을 것 같아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 본사 부지 전경. (사진=연합뉴스)

사활 건 현대차, 신사옥 ‘절실’

현대차가 부지매입에 적극적인 이유는 현재 사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계열사 30여개, 소속 임직원은 1만8000여명에 달하지만 양재동 사옥의 수용 능력은 5000명 안팎에 불과해 주요 계열사들이 서울 시내 곳곳에서 빌딩을 임차해 분산 입주해 있다.

또 사옥이 오래된 건물인데다 형태가 단순한 오피스 빌딩이라 세계적인 자동차기업의 이미지를 전혀 살리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지난 2006년부터 서울 성수동 뚝섬 인근 부지에 약2조원을 투자해 110층 높이의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를 짓고 그룹 소속 모든 계열사를 입주시킨다는 메머드급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지만 이마저도 각종 규제로 무산됐다. 서울시가 지난해 ‘초고층 건축관리 기준’을 강화하면서 계획이 수포로 돌아간 것.

현대차는 한전부지에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통합사옥을 비롯해 자동차 테마파크, 컨벤션시설, 한류체험공간, 호텔 등을 두루 갖춘 서울시의 ‘랜드마크’를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독일 볼프스부르크에 있는 폴크스바겐그룹 본사를 본떠 한국판 ‘아우토슈타트’를 만들겠다는 게 현대차의 목표다.

아울러 기존 양재동 본사는 미래 자동차를 연구하는 연구·개발(R&D)센터로 살리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경기도 화성에 있는 남양연구소에는 주행시험장과 필요한 연구 시설만 남겨두고 미래를 위한 첨단 선행기술 R&D 기능을 양재동으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부지인수에 소요될 ‘실탄’도 넉넉한 편이다. 현대차가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과 단기금융상품 규모는 17조6천억원으로, 인수비용과 개발비용을 충당하는데 무리가 없는 상황이다.

현대차의 한 관계자는 “인수자금 조달에는 문제가 없지만 그렇더라도 대내외적인 경제 여건을 고려해 무리한 가격을 써내지는 않겠다는 것이 내부 방침”이라고 전했다.

삼성, ‘승자의 저주’ 올까 신중

반면 삼성그룹은 막판까지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삼성그룹은 16일 현재까지도 한전부지 입찰 참여 여부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삼성의 ‘신중 모드’에는 수익성에 대한 고려, 주주들의 반발, 이건희 삼성 회장의 병세 위중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단군 이래 최대 프로젝트로 불렸던 용산 개발사업이 좌초되면서 막대한 손실을 입은 데 따른 후폭풍이 적지 않다. 시공에 참여한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을 비롯, 재무적 투자에 나선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출자사로 참여한 삼성SDS와 삼성에버랜드 등이 입은 손실액이 20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기업이미지도 크게 훼손됐다. 용산 역세권 개발사업은 코레일의 천문학적인 부채 해소를 위하여 2007년 코레일 소유의 용산 철도창 부지를 사업자 공모형태로 매각 추진하면서 시작됐다. 삼성물산 컨소시엄은 적정토지대금인 4조원 수준을 크게 상회하는 8조원을 제시해 사업자로 선정된 바 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 부동산 시장이 급격하게 침체되면서 사업성이 악화되자, 삼성물산은 토지대 납부를 고의로 지연시키며 계약조건 완화, PF 지급보증 공동부담 등을 요구했다.

발주자인 코레일을 지속적으로 압박하다 2010년 사업 시행 경영권을 코레일에 반납하는 방식으로 자사의 손실을 최소화 한 후 손을 뗀 바 있다. 이로 인해 발주자인 코레일과 경영권을 승계한 롯데관광이 용산 개발 사업을 떠안게 돼 결국 수조원대의 손실을 입었다.

삼성은 자사의 실리만 따지다 국가 차원의 대규모 공공개발을 무산시키는데 일조 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이후 부동산 개발사업 전략 자체를 ‘신중모드’로 전환했다는 게 삼성 안팎의 전언이다. 

한전 부지의 상당 부분을 서울시에 기부채납 해야 하는 점도 부담이다.

현재 한전 부지는 상업시설 개발이 불가능한 3종 주거지역으로 묶여 세울 수 있는 건물 높이가 5~6층으로 제한돼 있다. 서울시는 이를 상업용지로 바꿔주는 조건으로 부지 구매자로부터 부지의 40%를 기부채납 받아 공공용도로 쓸 계획이다.

서울시는 최근 한전 본사 부지를 포함해 코엑스∼잠실운동장 일대를 국제 업무·마이스(MICE, 회의·관광·컨벤션·전시회)·스포츠·문화엔터테인먼트 중심지로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한전 부지를 낙찰 받으면 통합사옥 외에도 자동차 테마파크, 한류체험공간 등 공공용도의 개발을 구상하고 있어 서울시가 고집하고 있는 ‘공공 개발’과 맞아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

▲재계 1, 2위인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이 3조원대 한전 부지 입찰을 앞두고 있다. 삼성과 현대차 사옥 전경. (사진=연합뉴스)

삼성발(發) ‘깜짝카드’ 변수

하지만 삼성은 아직 이렇다 할 공공개발의 구상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낙찰예상가를 포함, 10조원 이상을 수년간 투입해야 하는데 그만큼 수익성이 불투명해 삼성이 ‘장고(長考)’에 들어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올 들어 중국 후발 스마트폰업체들의 추격으로 분기별 수익이 급감했다. 생산설비도 아닌 부동산에 대규모 투자를 하려면 주주들을 설득하는데 ‘명분’이 필요하다. 삼성전자가 투자비 회수가 어려운 부동산 개발에 청사진도 밝히지 않은 채 뛰어들 경우, 주주를 비롯한 다수 이해관계자들의 반발에 직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삼성이 과거 위기 때마다 과감한 투자를 통한 혁신과 신사업 발굴에 집중하는 역발상 전략을 구사했던 점을 고려하면, 오히려 이번 개발사업을 성장동력을 찾는 절호의 기회로 삼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삼성물산은 2009년 포스코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한전부지 일대를 초대형 복합상업단지로 개발하는 방안을 마련한 바 있으며, 삼성생명은 2011년 한전 본사 인근 한국감정원 부지를 2328억원에 사들였다. 한전 부지 인근의 지하철 역명이 ‘삼성역’이라는 점도 매력적이다. 현대차에 부지를 쉽게 양보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이유다.

재계에서는 삼성그룹이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생명 등 주력 계열사를 주축으로 한전부지 개발 사업을 진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건희 삼성 회장이 투병 중인데다 그룹 전체에 구조조정 바람이 불고 있어 무리해서 부지 인수를 추진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서초동에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이, 태평로에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이미 자리를 잡아 현대차그룹처럼 절박하지 않다는 것이다.

재계 고위관계자는 “한전 부지 개발사업은 부지를 낙찰 받은 후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서울시의 공공개발에 어떻게 부응할 것인지가 최대 관건인데 결국 목마른 사람이 샘을 파지 않겠느냐”며 “삼성이 최근 제일모직, 에버랜드 등 주요 계열사들의 사업구조 개편에서 보듯 깜짝 카드를 꺼내놓을 가능성도 있지만 현재로서는 공공개발 청사진을 미리서부터 제시한 현대차의 절박함이 더 호소력이 있어 보인다”고 평가했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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