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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러버덕 팝업스토어, 전시 의미 다시 되새겨야

비속어 섞인 그림 팝업스토어에 노출돼 씁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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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금영기자 |  2014.10.21 17:42:32

▲18일 밤 9시 경, 서울 잠실 석촌 호수에서 운영되고 있는 러버덕 팝업스토어 출입문에 "제발 좀 가!"라는 문구와 비속어를 썼다 지운 흔적이 담긴 그림이 붙어 있었다.(사진=김금영 기자)

18일 밤 9시경 찾은 서울 잠실 석촌호수 러버덕 전시 현장은 늦은 시간이 무색할만큼 북적거렸다. 수많은 사람들이 러버덕을 보고 사진을 찍기 위해 모여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그만큼 러버덕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뜨겁다는 것이 느껴졌다.

'러버덕 프로젝트'는 네덜란드 출신의 세계적 공공미술 작가인 플로렌타인 호프만의 작품으로, 사람들이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 휴식을 가지게 하기 위한 의도로 진행되고 있다. 가로 16.5m, 세로 19.2m, 높이 16.5m, 무게 1톤인 초대형 고무오리 러버덕은 2007년부터 암스테르담, 오사카, 시드니, 상파울로, 홍콩 등 전 세계 14개 도시를 다니며 평화와 행복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데, 한국에서는 석촌 호수를 찾았다.

전시 현장이 복잡하긴 했지만 사람들은 저마다 웃으며 신기한 듯이 러버덕 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웃고 있던 사람들의 얼굴이 일그러지는 곳이 있었다. 석촌 호수에 설치돼 있는 러버덕 팝업스토어 현장이었다.

러버덕 프로젝트 주최 측은 작가 및 작품 소개, 다큐멘터리 영상 제공 공간과 공식 아트상품을 판매하는 팝업스토어 운영을 알리며 작가의 공공 프로젝트의 목적과 취지를 살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러버덕 팝업스토어는 석촌 호수, 롯데백화점 본점 영플라자 1층과 잠실점 지하 1층 그리고 롯데월드몰 에비뉴엘 6층 아트홀에 있다. 팝업스토어 수익은 전액 문화예술 후원 사업에 쓰일 예정이다.

그런데 이런 좋은 취지와 달리 석촌 호수에 설치돼 있는 팝업스토어 운영 현장은 다소 씁쓸한 광경으로 눈길을 끌었다. 팝업스토어의 문은 굳게 닫혀 있었지만 불은 켜져 있고 안에 일하는 사람도 있었다. 운영시간이 지난 건지 궁금했지만 운영시간에 대해 알 수 있도록 명확하게 적혀 있는 안내판이나 문구가 없었고, 팝업스토어에서 이따금씩 나오는 담당자들은 "왜 운영을 하지 않냐"는 사람들의 질문에도 묵묵부답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눈길을 끈 것은 팝업스토어 문에 붙어 있는 그림이었다. 누가 그린 것인지 알 수 없는 이 그림에는 러버덕이 눈물을 흘리는 듯한 모습이 그려져 있었고, 그 위에 "제발 좀 가! 인간들아!"라는 문구가 있었는데 '인'과 '간들아' 사이에 '놈'이라는 비속어가 써져 있다가 지운 표시가 훤히 보였다.

이 그림을 보고 "사람이 너무 몰려서 러버덕이 지쳤나보다" 하며 재미있다는 반응들도 있었지만 불쾌감을 표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한 시민은 "일부러 러버덕 전시를 보려고 멀리서 시간을 내서 찾아왔는데, 팝업스토어에 붙어 있는 그림을 보고 기분이 상했다. 좋은 마음으로 찾아왔다가 불쾌해졌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러버덕 팝업스토어를 관리하고 있는 앰 허스트의 최진한 대표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팝업스토어 첫 날 어린아이 한 명이 운영 시간이 끝나 문이 닫힌 팝업스토어에 '왜 벌써 끝났어'라는 문구와 직접 그린 러버덕 그림을 붙여놓고 갔다. 그런데 이 그림이 SNS에서 '귀엽다' '내일의 그림은 뭘까' 등으로 화제가 되면서 인기를 끌었다. 그 뒤 유행처럼 직접 그린 러버덕 그림을 붙이는 사람들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팝업스토어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한 학생이 방문객이 너무 몰리자 힘든 심경을 과격하게 표현하는 그림을 붙여 의미가 변질됐다. 해당 학생을 바로 엄하게 교육시켰다. 처음엔 재밌게 즐기는 마음으로 사람들 사이에서 시작됐지만 정도가 지나쳐 기분이 상했을 방문객들에게 죄송하다"고 밝혔다. 석촌 호수 팝업스토어 출입문에 붙여져 있던 그림은 21일 현재는 내려져 있는 상태다.

운영시간과 관련해서는 "밤 9시는 정리 시간이다. 운영시간이 8시 반까지고, 그 뒤부터는 팝업스토어를 정리하는 마감 시간이다. 하지만 운영시간에 대해 담당자들이 방문객들에게 제대로 고지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다시 교육을 시켰다. 현재 팝업스토어는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들과 앰 허스트 직원들, 롯데백화점의 지원을 받아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거듭 사과의 말과 안타까움을 전하던 최 대표는 러버덕 팝업스토어의 향후 운영 방침에 관해서도 밝혔다. 그는 "팝업스토어를 재미있고 특색 있게 보여줘야 하는데, 생각보다 방문객이 많이 몰려 방문객 사이에서도 기념품을 사기 위한 경쟁이 과열되는 등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방문객들의 불편함을 최소화시키고자 물품을 단순화시키고, 직원들 교육도 더욱 제대로 시킬 예정이다. 팝업스토어를 찾았다가 심기가 불편했던 방문객들에게 죄송하다. 앞으로는 절대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러버덕 팝업스토어는 전시와 더불어 현재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에 1인 1개로 구매 수량 제한까지 생기기도 했다. 그만큼 복잡하고 운영이 힘든 상황이다. 하지만 전시와 관련된 팝업스토어 또한 전시에 대한 이미지를 좌우하는 데 큰 역할을 하기에 그만큼 책임감을 가지고 체계적으로 운영돼야 한다. 그렇기에 팝업스토어에 붙어 있던 그림은 더욱 안타까웠다.

호프만 작가는 홈페이지와 페이스북에 "러버덕은 국경도, 경계도 없고 어떠한 정치적 의도도 없다. 이것을 보고 있으면 저절로 치유가 되며 전 세계의 긴장감을 풀어줄 수 있다고 믿는다"고 밝힌 바 있다. 오픈 초기엔 미흡한 모습을 보였지만, 작가의 본래 의도와 같이 순수한 마음으로 전시를 찾은 사람들이 전시 뿐 아니라 팝업스토어 또한 즐겁게 방문하고 즐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기를 바란다.

▲18일 밤 9시경 서울 잠실 석촌 호수에 있는 러버덕 팝업스토어 현장. 방문객들이 불이 켜져 있는 팝업스토어 앞에서 서성대고 있었다.(사진=김금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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