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애정빙자사기극' 공연 장면.(사진제공=여우별컴퍼니)

소극장 무대에서 또 다른 '엽기적인 그녀'를 만났다. '엽기적인 그녀'는 영화 속 배우 전지현이 유명하지만 연극 '애정빙자사기극'에는 여주인공 여진이 있었다.

'애정빙자사기극'은 두 남녀 커플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다. 여진은 자신밖에 생각하지 못한다는 이기적인 면모 때문에 남자친구 승배로부터 이별을 통보 받는다.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하던 여진은 우연히 승배가 새롭게 만나는 연인 아름의 핸드폰을 얻게 된다. 마침 아름 또한 오랫동안 만나오던 태양과 이별했던 차. 여진은 아름의 핸드폰을 보고 태양의 존재를 알게 되고, 전 남자친구 승배에게 복수하고자 그를 이용하기로 마음 먹는다.

이별한 남자친구에게 복수한다는 이야기는 흔하지 않은 것 같지만 의외로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이야기다. 가슴 시린 이별을 하고 난 뒤 전 연인을 그리워하기도, 미워하기도, 복수하고 싶기도 하는 심정은 누구나 경험해봤을 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젊은 청춘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다루지만 세대에 상관없이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 실제로 극장 현장을 찾았던 날도 관객 중에선 중년층 부부가 꽤 보였다. 그들은 배우들의 연기를 보며 "당신도 저랬지" "저 때가 좋을 때야" 하며 추억을 나눴다.

이별 이야기가 한없이 슬플 것 같지만 유쾌하게 풀어지는 건 등장 인물들이 지닌 각각의 개성이 조화롭게 이뤄지기 때문인데, 특히 여주인공 여진의 독특한 면모가 눈에 띈다. 앞서 언급했듯, 여진을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그야말로 '엽기적인 그녀'이다. 술에 취한 태양을 집으로 데리고 와서는 자신이 전생의 인연이라며 처음 보는 사람에게 자신을 알아봐달라고 뜬금없이 들이댄다.

실제로라면 경악할 만한 무서운 상황이다. 하지만 극 속에서의 여진은 엽기적이지만 미워할 수 없는 유쾌발랄한 매력을 드러낸다. 태양이 숙취해소로 카레를 먹는다는 것을 알고 미리 카레를 준비해놓기도 하고, 전생에 자신이 평강공주, 태양이 바보온달로 사랑하는 사이였다며 태양을 속이기 위해 능청스레 연기를 펼칠 땐 웃음이 터져나온다. 그리고 이 모든 행동들이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다시 얻기 위해서라는 것이 느껴지기에 여진의 행동은 엽기적이면서도 연민과 공감이 가고, 또 사랑스럽다.

유쾌하게 이어지던 극은 절정에 치달았을 때 사뭇 진지해진다. 여진은 사랑 앞에서 자신이 원하는 대로 떼만 쓸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승배와 태양은 가슴 속에 피어나는 새로운 사랑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아름 또한 과거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새롭게 출발을 하려 한다. 슬퍼하고 좌절하기도 했지만,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혼란을 겪겠지만 이들은 각자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다시 사랑을 시작하려 한다.

사랑은 참 씁쓸하고도 달콤하다. 사랑으로 눈물을 흘릴 땐 아픈 가슴을 쓸어올리며 다시는 사랑하지 않겠다고 한탄하기도 하지만 그러면서도 또 빠지게 되는 사랑이다. 그런 사랑을 '애정빙자사기극'에서 볼 수 있다. 한껏 신나게 웃고, 눈물 흘리고, 공감하면서 다시 사랑에 빠져보자.

한편 여우별컴퍼니가 만든 연극 '애정빙자사기극'은 대학로 내여페 The Stage에서 오픈런으로 공연 중이다. 서울 뿐 아니라 광주와 대구에서도 공연 중인데, 배우 김지안, 장지훈, 이준희, 권용인, 최지영, 김보람, 허인범, 황영준, 마미선, 황희정, 이승하, 서원호 등이 출연한다.

▲연극 '애정빙자사기극'은 청춘남녀 사랑의 이야기를 그리며 전세대에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사진제공=여우별컴퍼니)

▲연극 '애정빙자사기극'에서 사랑이 주는 씁쓸하고도 달콤한 매력을 느낄 수 있다.(사진제공=여우별컴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