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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클럽 강소기업 모뉴엘 법정관리…이유는 매출조작

관세청 “모뉴엘 수출서류 조작 등 관세법 위반 혐의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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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정의식기자 |  2014.10.23 15:31:31

▲모뉴엘의 로봇청소기 ‘클링클링’(사진 제공: 모뉴엘)

지난해 매출 1조1410억원, 영업이익 1100억원을 기록하며 대표적인 강소기업으로 알려졌던 모뉴엘이 갑작스레 법정관리를 신청해 업계가 충격에 휩싸였다. 관세청은 모뉴엘의 관세법 위반 혐의를 확인하고, 금감원도 분식회계 여부를 조사하겠다며 감리에 착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CNB=정의식 기자)

‘벤처 신화’ 강소기업, 갑작스런 ‘법정관리’ 신청
금융권 여신규모 6100억원 추정…기업·산업·외환 순
관세청 “관세법 위반 확인”…금감원 “감리 진행중”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모뉴엘은 지난 20일 은행권에 갚아야할 수출환 어음을 결제하지 못하게 되자 법무법인 바른을 통해 수원지방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모뉴엘의 여신규모는 1금융권 5900억원, 2금융권 200억원 등 합계 61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 여신 규모는 기업은행이 1500억원 가량으로 가장 크고, 산업은행이 1165억원, 외환은행이 1100억원 순이다. 농협은행 채권은 총 760억원 가량인데 이중 무역보험공사가 보증하는 보증대출이 550억원, 부동산 담보대출이 15억원, 신용대출이 190억원이다.

대출채권의 대부분은 수출대금을 조기 융통하기 위한 수출환어음 매입에 따른 것이며, 모뉴엘이 농협 등 일부 은행이 매입한 수출환어음에 대한 결제를 연체한 것과 관련해 무역보험공사가 지난 13일 각 은행에 모뉴엘의 수출채권매입을 중단할 것으로 통보하기도 했다. 산업은행 등 일부 채권은행은 이미 모뉴엘 채권을 ‘기한이익상실’로 처리했다.

재무구조가 우량하기로 금융업계에 정평이 나 있던 모뉴엘이 갑작스레 법정관리 신청을 하게 되자 은행권은 “전혀 예상치 못한 충격”이라며 당혹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채권은행 관계자는 “모뉴엘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여신에 물려있는 은행들은 담보 청산가치만큼 회수를 할 수 있게 되는데 담보 없이 신용을 해준 부분들도 있어서 100% 회수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은행권 일부에서는 오래전부터 모뉴엘의 부실 가능성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까지 모뉴엘의 주거래은행이었던 우리은행 관계자는 “당시 회사의 회계 시스템이 투명하지 않다는 실무자의 판단에 따라 채권을 줄인 적이 있다”고 전했다.

▲수원시 창룡도서관에 설치된 모뉴엘의 일체형 PC(사진 제공: 모뉴엘)

해외수출 선적서류 조작 의혹…경영진 잠적

업계는 모뉴엘이 갑작스러운 법정관리 신청을 하게 된 이유를 해외 수출규모를 부풀려 은행권으로부터 자금을 융통해오다 들통난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하듯 22일 내내 박홍석 대표를 비롯한 모뉴엘 경영진은 회사에 나타나지 않았다. 경영진 이외의 직원들은 대부분 정상 출근했지만 상황을 설명해줄 책임자는 부재했다. 한 관계자는 “직원들 대부분 법정관리 사실을 뒤늦게 알고 충격에 빠진 상태”라고 전했다.

이렇다보니 모뉴엘측의 설명처럼 해외 납품 대금이 제때 들어오지 않아 자금난에 빠진 것이 아니라, 애초에 의도적으로 해외매출을 허위로 신고하는 등 선적서류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정상적인 계약과 판매가 진행됐다면 입금이 지연된다해서 법정관리까지 신청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이같은 분석은 모뉴엘의 감사보고서를 통해서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모뉴엘의 2013년 연결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모뉴엘의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은 15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1조원을 넘는 매출액과 1000억원을 넘는 영업이익을 가진 기업의 현금흐름으로는 지나치게 낮은 금액이다.

▲IFA 2014 전시회에 참여한 모뉴엘 부스(사진 제공: 모뉴엘)

관세청·금감원 조사 진행中…파산 가능성 높아

사정당국의 입에서도 이같은 상황이 확인됐다.

23일 관세청은 “수개월간의 조사를 통해 모뉴엘이 수출액을 부풀려 선적 서류를 조작했고, 이를 근거로 금융사에 수출채권을 제출하고 할인 판매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관세청 관계자는 “일종의 카드 돌려막기 수법”이라며 “채권할인 판매 금액이 1조원을 웃도는 만큼 관세법 위반 등의 혐의로 모뉴엘 대표를 검찰에 고발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금감원도 모뉴엘과 자회사인 잘만테크가 선적서류 조작 등의 방법으로 가공매출을 일으켰다는 제보를 받고 감리를 진행 중이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탁송화물증권(BL) 위조 자체는 쉽지 않고 아직 구체적인 정황이 드러나지 않았다”며 “법원의 법정관리 처리 상황과 은행·회계 쪽을 통해 이른 시일내 사실 관계를 파악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사정당국의 조사에서 이같은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단시일에 1조원 매출을 거둘 정도로 급성장한 혁신 가전업체의 신화는 물거품처럼 사라질 전망이다.

법원은 모뉴엘에 대한 법정관리 개시결정을 한 달 안에 내리게 된다. 개시결정이 내려지면 법정관리에 돌입하지만, 개시 결정이 나지 않을 경우 모뉴엘은 그대로 파산하게 된다.

▲‘CES 2014 혁신상’을 수상한 로봇청소기 2종, 베이비케어 ‘배블’, TV 도킹용 오디오, 4S PC(사진 제공: 모뉴엘)

모뉴엘은...

모뉴엘은 지난 2004년 원덕연 전 부사장이 창업한 아하닉스라는 소형 가전기업에서 출발했다. 2008년 삼성전자 출신의 박홍석 대표를 영입했고, 박 대표는 모뉴엘 지분 97%를 인수해 대주주가 됐다.

이후 모뉴엘은 CES 전시회에 지속적으로 참가하며 해외시장 공략에 집중했다. 2007년 CES 당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로부터 ‘주목해야 할 기업’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최근까지 물걸레가 달린 로봇청소기 ‘클링클링’, 청각 장애인을 위한 아기 돌보미 ‘배블’, 제빵기기 등 독특한 제품을 연이어 내놓았으며, 2010년 중소기업청이 발표한 ‘2009년 매출 1000억이 넘는 벤처기업(천억 클럽)’에 이름을 올리고, 2013년에는 ‘대한민국 500대 기업’에 진입했다.

(CNB=정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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