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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했던 외환은행 노조, 왜 사측에 조건없는 대화 제의했나

[심층분석] 한발 물러선 외환銀 노조…하나·외환 조기통합 급물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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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4.10.29 14:32:08

▲김근용 외환은행 노조위원장(왼쪽 두번째)이 28일 “사측과 조건없이 대화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외환은행 노조)

외환은행 노조가 사측에 ‘조건없는 대화’를 제의하면서 하나·외환은행 조기통합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두 은행은 29일 각각 임시이사회를 열어 은행 조기통합을 의결했다. 전날에는 외환은행이 직원들의 조합원 총회 참석과 관련해 사상 최대 규모로 추진하던 징계를 대폭 축소하는 등 그동안 통합논의를 가로막았던 장애물들이 하나둘씩 걷히고 있다. (CNB=도기천 기자) 

하나·외환은행 이사회, 조기통합 의결
사측에 손 내민 노조 “대화 나서겠다”
김정태 회장 끈질긴 통합의지 진가 발휘

김보현 외환은행노조 전문위원은 29일 CNB에 “두 은행의 조기통합을 반대한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지만 (조기통합을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며 “사측과 대화를 진행하면서 대응 방침을 정하겠다”고 밝혔다. 

전날 외환 노조는 기자회견을 열고 “경영진의 불법 부당행위들이 시정되거나 해소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일단 조건 없이 대화를 시작하고자 한다”며 “노조의 모든 요구와 주장을 대화의 장에서 논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그 간의 강경방침에서 한발 물러선 것으로 해석된다.

외환은행 지분 100%를 보유한 하나금융그룹이 외환·하나은행의 조기통합을 추진하자 외환 노조는 ‘합의 위반’이라며 강하게 반발해왔다. 2012년 당시 작성된 노사 간 2.17합의서에 따르면, 하나금융은 향후 5년간 외환은행을 별도의 금융법인으로 두기로 했다.

하지만 대내외적인 시장상황이 갈수록 악화되자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결국 ‘조기통합’이라는 극약 처방을 내렸다. 양사로 분할된 상황에서 경쟁력 향상을 기대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순이익이 2011년 대비 54%, 외환은행은 22%로 각각 감소한 상태다.

김 회장은 이달 초 하나·외환 노조위원장, 양행 은행장, 노조위원장이 함께 모여 격없이 토론하는 자리(간담회)를 갖고자 했지만 외환 노조의 거부로 반쪽 모임이 됐다.

노조는 지난 8월 7일 금융위에 외환은행 직원 5187명이 서명한 합병반대 결의서를 전달하는 등 강경입장을 고수해왔다.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최근 열린 간담회에서 하나·외환은행의 ‘화합·성장’을 강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측 구애(求愛)작전 먹혔나

이랬던 노조의 마음이 다소 누그러진 데는 그동안 계속돼온 사측의 ‘구애 작전’이 효과를 발휘했기 때문이다.  

하나금융은 수십차례에 걸쳐 노조에 대화를 요청하는 공문을 띄우는 한편 김 회장이 직접 여러 번 노조사무실을 방문했다. 

김 회장은 통합의 필요성과 시너지효과를 강조하면서 인사상 불이익이 없도록 인사팀을 투트랙으로 운영할 것과 교차발령 최소화, 중복점포 이전을 통한 점포수 유지 등을 약속했다.
 
여기에 김한조 외환은행장의 ‘진정성’도 큰 몫을 했다. 김 행장은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직원들에게 조기통합 필요성을 역설하는 한편 전국 지점을 돌면서 부서장들과의 만나 통합을 호소했다. ‘호프행사’ 등을 열며 평직원들과의 소통에도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특히 김 행장은 수차례에 걸쳐 직원들에게 “통합 후 고용안정과 인사상 불이익이 없도록 하겠다”는 뜻을 강조해 왔다. 이런 가운데 외환은행 임직원들이 잇달아 조기통합 지지선언에 나섰고, 증권가에서는 하나·외환은행의 통합에 따른 시너지 효과가 연간 3000억원에 달한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사측이 노조가 협상테이블에 나올 수 있도록 명분을 안겨준 것도 주효했다.

노조에게 징계철회라는 ‘선물’을 줌으로써 노조집행부가 체면을 구기지 않고 테이블에 나올 수 있게 됐다.

외환은행은 지난 27일 인사위원회를 열어 애초 900여명에 이르는 징계대상자를 38명으로 대폭 줄였다. 사측은 직원들이 일과시간에 조합원 총회 참석하자 대규모 징계를 예고했었다.

노사 간 신경전 ‘팽팽’

이처럼 노사가 대화 국면을 맞고 있지만 김 회장의 생각대로 조기통합이 속도를 낼지는 미지수다. 노조가 조기통합이라는 흐름을 역행하기는 힘든 분위기지만 당장의 노사 간 마찰은 불가피해 보인다.

노조는 징계대상을 대폭 줄인 사측의 결단을 내심 반기면서도 임시이사회를 강행한데 대해서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두 은행은 29일 각각 이사회를 열어 양 은행의 통합을 의결했다.

외환노조 관계자는 CNB에 “노조에서 조건없는 대화를 제안했음에도 사측이 이사회를 강행한 것은 대화의지를 의심케 하는 대목”이라며 “노조와의 대화가 이사회 보다 우선돼야 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양 행의 통합을 의결한 이사회는 이미 일정이 잡혀 있는 상태라 진행한 것”이라며 “노동조합이 경영의 파트너이자 동반자라는 게 변함없는 회사 방침이며, 노조와 꾸준히 대화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한편 외환·하나은행이 각각 통합을 의결함에 따라 하나금융지주는 별개로 이사회를 열고 조기통합을 결의한 후 다음달 초순경 금융위원회에 합병예비인가신청서를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신청 후 승인까지 보통 60일 안팎이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이르면 연내에 두 은행의 합병이 완료될 수도 있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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