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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고객정보 장사’ 수사 속도…보험사들 살얼음판

[심층취재] 경품 횡령·개인정보 거래 ‘양방향 수사’, 핵심 쟁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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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4.11.05 14:36:01

▲홈플러스가 경품행사를 진행하면서 수집한 고객정보를 보험사에 넘겨 논란이 일고 있다. 검찰은 홈플러스가 고객정보를 모으는 과정에서 충분한 고객동의 절차를 거쳤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홈플러스 어느 점포. (사진=연합뉴스)

홈플러스 경품 추첨 조작사건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한 직원의 ‘경품 욕심’에서 비롯된 이 사건이 경품응모권에 적힌 고객정보를 사들인 보험사들에까지 불똥이 튀고 있다.

검찰이 단순 횡령 사건을 너무 확대하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CNB가 경품조작과 고객정보 장사로 얼룩진 홈플러스 사태를 들여다봤다. (CNB=도기천 기자)

경품조작, ‘고객정보 유출’ 논란으로 번져
檢, 홈플러스 제휴 보험사 10곳 본격 수사
‘고객에 충분히 동의 구했나’ 최대 쟁점
치열한 법리공방 예고… 유통사들 ‘긴장’
    
지난 9월 개인정보범죄 정부합동수사단(단장 이정수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이 경품행사 때 추첨 결과를 조작해 BMW 승용차를 가로챈 혐의로 홈플러스 보험서비스팀 과장 정모(35)씨를 구속기소 하면서 불거진 이번 사건은 현재 두 방향에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조작된 경품의 수량, 공모자 여부, 범죄 기간 등 정씨의 개인비리를 밝히는 것과 다른 한축은 홈플러스가 경품행사에서 고객정보를 수집, 판매한 행위의 위법성 여부다. 

정씨에 대한 수사는 뚜렷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지만, 홈플러스와 보험사 간 거래는 혐의 입증이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2012년 5월 ‘BMW와 벤츠가 봄바람 타고 슝슝’ 경품행사 때 추첨 결과를 조작해 BMW 320di 승용차를 가로챈 혐의(횡령 등)로 지난 9월 정씨를 구속기소한데 이어, 정씨가 이 외에도 여러 차례 경품을 빼돌린 혐의를 잡고 이달 초 정씨를 추가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정씨는 2011년 8월 홈플러스가 진행한 ‘서머페스티벌 자동차, 10대를 쏩니다’ 경품행사에서 지인인 김모(54)씨가 당첨되도록 경품행사 대행업체 B사 대표 손모(45)씨에게 부탁해 1등 경품인 뉴SM7 승용차를 가로챈 것으로 전해졌다. 

정씨는 또 2012년 말부터 이듬해 초까지 진행된 ‘응답하라! 2013! 겨울페스티벌’ 경품 행사에서도 친구 이모(34)씨 아내와 같은 팀 최모(31) 대리의 선배 김모(34)씨의 인적 사항을 빌려 같은 수법으로 BMW 320d, K7 승용차를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정씨는 지난해 5월 ‘가정의 달 경품 행사’ 때도 업무상 알게 된 백모(41)씨의 조카 인적 사항과 부하 직원인 최씨의 친구 김모(31)씨의 인적 사항을 이용해 1등 경품인 순금 골드바 1kg과 2등 경품인 아우디 A4 승용차를 차지했다.

정씨가 2011년부터 이 같은 수법으로 빼돌린 경품 단가는 2억1000여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최모(31) 대리와 친구 김모(31)씨, 경품행사 대행업체 B사의 손모(45) 대표 등 공범 3명을 앞서 불구속 기소한 데 이어, 뒤늦게 명의를 빌려준 것으로 드러난 김모(54)씨 등 4명을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정씨과 최 대리 외에 이들과 공모한 홈플러스 내부 인물이 더 있는 지에 대해 집중적으로 수사를 벌였지만 현재까지 혐의가 드러난 직원은 정씨와 최 대리 외에는 없는 상태다.

홈플러스 측은 “지난 9월 기소됐던 직원들에게서 추가적으로 비리 혐의가 포착돼 추가 기소된 것이며, 새롭게 다른 직원이 기소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홈플러스 사측이 응모권 행사를 직원들에게 독려하고 있는 내용의 문자메세지. 경품행사에 급급해 고객정보제공 동의 절차는 뒷전이 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홈플러스 노조 제공)

‘고객정보 거래’ 마지노선 넘었나?

한편 이번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은 홈플러스 측이 경품행사에서 수집한 개인정보를 보험사들과 공모해 빼돌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10개 보험사를 상대로 수사 폭을 넓히고 있다.
 
지난 9월 신한생명과 라이나생명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홈플러스와 경품행사 이벤트 제휴를 맺은 모든 보험사들에게 관련 자료 일체를 오는 7일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검찰이 요구한 자료는 홈플러스와 체결한 계약서와 제공받은 개인정보 건수, 대가로 지급한 금액(거래명세서) 등이다.

수사 대상인 생명보험사는 신한과 라이나를 비롯, △교보생명 △흥국 △KDB △우리아비바 등이며, 손해보험사는 △현대해상 △동부화재 △한화손해보험 △메리츠화재다.

금융당국도 보험사의 조직적 가담 여부를 점검해 불법 행위가 드러날 경우 엄정 대처한다는 방침이다.

검찰 등에 따르면 보험사는 홈플러스가 넘긴 개인정보에서 상품 판촉용 고객명단을 골라 되돌려 보냈고 홈플러스 콜센터는 해당 고객에게 전화를 걸어 보험 상품 안내를 받아보라고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 상품 안내를 수락한 고객의 개인정보는 건당 2~4천원 가량에 보험사에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최근 4~5년간 이런 방식으로 홈플러스가 최소 수십억원의 개인정보 판매 이익을 올린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이승한 전 홈플러스 회장과 도성환 사장 등 전·현직 경영진을 출국금지했으며, 조만간 소환 조사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같은 행위의 위법성 여부를 가리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홈플러스와 보험사들은 “경품 응모권에 ‘고객정보가 보험판촉에 사용될 수 있다’는 문구가 있고 해당 고객이 직접 서명했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응모권에는 이벤트 제휴보험사 10곳의 실명과 개인정보 제공에 관한 안내문구가 적혀 있었다.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에 따르면, 개인정보처리자(홈플러스)는 정보주체(응모 고객)의 동의를 받은 경우, 개인정보를 수집할 수 있으며 수집 목적의 범위 내에서 활용할 수 있다.

“정보활용 설명했나” 쟁점

사법당국은 고객이 직접 개인정보 수집·활용에 동의(서명)했더라도, 홈플러스 측이 이 과정에서 해당 고객에게 ‘충분히 설명할 의무’를 지켰는지를 들여다보고 있다.

관련법 15조 2항에 따르면 △개인정보의 수집·이용 목적 △수집하려는 개인정보의 항목 △개인정보의 보유 및 이용 기간 △동의를 거부할 권리가 있다는 사실 및 동의 거부에 따른 불이익이 있는 경우에는 그 불이익의 내용 등을 해당 고객에게 알려야 한다.

단순 서명만으로 동의가 성립되는 게 아니며, 충분한 설명이 있어야 실제 동의가 이뤄진 것으로 본다는 해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시끌벅적한 경품행사 현장에서 개인정보 수집·제공 과정을 고객에게 충분히 설명한다는 건 사실상 힘들지 않겠느냐”며 “응모권에 명시된 안내문구를 고객들이 제대로 이해했느냐가 쟁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홈플러스 노조 또한 “응모 고객을 늘리기 위해 직원 개인별로 회사 사번이 찍힌 경품 응모권을 목표 할당했다”고 주장했다. 

앞뒤 상황으로 볼 때 경품행사에 급급해 정보제공 동의 절차는 뒷전이 됐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반면 홈플러스 측은 홈플러스 콜센터가 응모과정에서 정보제공에 동의한 고객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보험상품 안내를 받아보라고 설명한 뒤, 이에 동의한 고객명단 만을 보험사에 팔았기 때문에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르면, 홈플러스가 경품행사 응모 고객의 동의를 받은 경우, 개인정보를 수집할 수 있으며 수집 목적의 범위 내에서 활용할 수 있다. 따라서 홈플러스의 위법성 여부를 가리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사진은 일상에서 주로 사용되는 개인정보수집활용 동의서 양식. 홈플러스는 응모권 뒷면에 이와 비슷한 양식의 동의서를 만들어 고객들이 기재하도록 했다.

보험사들 불똥 튈라 ‘곤혹’

일각에서는 경품행사 자체가 조작됐으므로 고객들의 개인정보제공 동의 효력도 함께 소멸됐다는 주장도 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고객이 정보제공에 동의한 이유가 경품 당첨에 대한 기대감 때문인데, 경품행사 자체가 조작됐으므로 정보제공의 효력 또한 상실된다고 볼 수도 있다”며 “이 경우, 경품행사와 고객정보 수집·판매를 진행했던 홈플러스의 책임범위가 더 크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험사들은 이래저래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개인정보 활용 동의를 받은 것은 경품행사를 주관한 홈플러스 임에도, 마치 보험사들이 홈플러스와 부정한 방법으로 거래를 한 것처럼 비춰져 곤혹스럽다는 것.

홈플러스 제휴 보험사의 한 관계자는 “고객정보를 사들이는 측에서 일일이 동의가 제대로 이뤄진 것인지를 확인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지 않겠느냐”며 “응모 고객에게 설명할 책임은 홈플러스에 있는 것이고, 보험사들은 홈플러스의 말을 믿고 고객자료를 사들인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처럼 홈플러스와 제휴보험사들이 얽히고설키면서 검찰 수사 여부에 따라 치열한 법리공방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홈플러스 한 직원의 경품 횡령사건에서 비롯된 이번 사건이 ‘어디까지를 합법적인 고객정보의 수집·활용으로 볼 수 있느냐’의 문제로 번지면서, 유통사들의 통상적인 개인정보 수집 관행에 제동이 걸릴지 주목된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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