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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블랙기업 고발 나선 ‘청년유니온’ 김민수 위원장

“열악한 노동 현실, 수많은 블랙기업 양산…이제 힘 모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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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안창현기자 |  2014.11.19 16:29:12

▲한국판 ‘블랙기업 운동’ 시작한 ‘청년유니온’의 김민수 위원장. (사진=안창현 기자)

지난 9월 중소기업중앙회 계약직 권모(25·여)씨가 성추행과 해고통보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한 데 이어, 한달 뒤 부당한 실적압박과 노동 강도로 LG유플러스 상담원 이모(30)씨가 ‘노동청에 억울함을 알려 달라’는 요지의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등졌다.
잇따른 비극적 사건으로 청년들의 불합리한 노동 환경이 논란의 중심에 선 가운데, 최근 블랙기업 제보 온라인 사이트를 개설한 ‘청년유니온’ 김민수 의원장을 CNB가 만났다. (CNB=안창현 기자)
열악한 노동 현실, 잇단 청년 자살 불러
청년 실업·비정규직…노동인권 사각지대
“온힘 쏟은 당신, 더 이상 참지 마” 행동선언
김 위원장이 ‘블랙기업 운동’을 시작한 직접적 계기는 중소기업중앙회 계약직 여직원의 자살사건이었다.
김 위원장은 “계약직 청년이 해고 통보를 받은 뒤 1개월 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현재 청년들이 열악한 노동 환경 속에서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블랙기업’은 일본의 청년단체 ‘포세(POSSE)’가 청년 노동 환경을 분석하면서 만들어낸 단어로, 젊은 청년들에게 법령에 어긋나거나 비합리적인 노동을 강요하는 기업을 이른다. 일본에서는 전후 노동자의 고용이 보장되는 대신 가혹한 노동 환경이 강요됐는데, 1990년대부터는 고용 보장 없이 혹독한 노동만 강요됐다.
김 위원장은 “중소기업중앙회나 LG유플러스 사건에서 보듯 현재 한국 청년들이 처한 노동 상황 역시 일본에서와 크게 다르지 않다”며 청년유니온이 블랙기업 운동을 시작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1997년 IMF를 기점으로 불안정한 노동이 양산되는 가운데, 이 과정에서 가장 취약했던 계층은 청년 세대와 노년층이었다”며 “IMF 때 사회에 진입하지 못한 청년들이 급격하게 불안정해진 노동시장에 흡수되거나 그마저도 진입하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면서 벼랑 끝에 내몰렸다”고 주장했다.
청년 세대를 상징했던 ‘88만원 세대’나 ‘삼포 세대’의 상황이 노동 시장에서 높은 청년 실업률과 비정규직 고용 문제 등으로 이어지면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는 것. 김 위원장은 이런 현실에서는 청년들이 기업의 부당하고 가혹한 노동환경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한국판 ‘블랙기업 운동’ 향배는?
이처럼 청년세대가 처한 노동문제를 사회적 현안으로 만들기 위한 활동이 블랙기업 운동이다.
청년유니온은 블랙기업 운동을 준비하면서 지난 6일 일본 청년단체 포세와 양국의 청년 노동자들이 처한 현실과 대안을 논의하는 간담회를 마련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포세는 일본에서 이미 블랙기업 운동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간담회 자리를 통해 일본의 상황은 어떤지, 그동안 블랙기업과 관련해 포세는 어떤 방식으로 활동했는지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청년유니온에서 블랙기업 운동을 시작하며 그 방법과 방향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였다”고 말했다.
지난 2006년 설립된 포세는 블랙기업 운동을 시작하면서 ‘블랙기업 시상식’을 열고 일본 내 노동 착취 기업을 고발하는 활동을 펼쳤다. 그리고 이와 관련해 노동, 복지, 교육 등의 측면에서 꾸준히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김 위원장은 “포세는 매해 시상식을 열고 공개적으로 11개 블랙기업을 선정해 발표하는 세리머니를 펼쳤다고 한다. 일본의 블랙기업 운동은 처음에 이 시상식이 핵심이었다. 이 활동은 해당 기업을 블랙기업으로 낙인찍는 사회적 효과가 있으며, 이로 인한 여론 파급력도 크다”고 밝혔다.

▲9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청년유니온’과 민주노총 관계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일본 내에서 블랙기업 운동이 순조롭게 진행됐던 것은 아니다. 블랙기업으로 지목된 기업들에 청년단체가 직접 대응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최근 블랙기업 운동이 시상식 등을 통해 사회적으로 고발하는 방법 외에 다른 방안들을 고민하는 이유이다.
김 위원장은 “블랙기업 문제는 사실 노동자와 기업 사이를 중재할 중간조직이 없어 벌어지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중간조직의 대표적인 형태가 노동조합일 것이다. 노동조합이 실제 기업과 노동사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해야 하는데, 그런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기 때문에 불거진 문제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포세 역시 산업별 노조를 만드는 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별 기업에 노동조합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정규직이든 계약직이든 고용 형태와 상관없이 해당 산업에 종사하는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 단체를 만든 것이다.
김 위원장은 “최근 포세는 일본에서 미용, 화장품 업계의 노동조합을 설립했다. 이런 형태의 노동조합은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로 열악한 노동 현실에 노출된 청년 노동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방어막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당신 회사는 안녕한가?
블랙기업 운동은 한국에서 어떤 식으로 자리매김할까?
김 위원장은 “중소기업중앙회나 LG유플러스, 샘앤파커스 등 이미 세간에 논란이 된 기업들과 다르게 특정 기업을 블랙기업으로 지정해 공론화하는 것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법적이고 정치적인 검토들도 이뤄져야 하고, 무엇보다 그 기업에서 열심히 일하고 계신 다른 분들에게 상처가 되지 않을까 하는 현실적인 우려도 있다”고 염려했다.

▲서울 명동에서 인형탈을 쓴 한 아르바이트생이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청년들이 아르바이트 현장에서 극심한 감정노동과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있어 해결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사진=연합뉴스)

김 위원장은 블랙기업 운동이 단지 특정 기업을 블랙기업으로 지목하고 폭로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언제까지 블랙기업의 극단적인 사례만을 이야기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보다는 ‘내가 다니는 회사도 그와 유사한 문제들이 발생하는데, 혹시 블랙기업에 해당하는 것은 아닐까’ 스스로에게 질문할 수 있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블랙기업 운동을 시작하면서 블랙기업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설정하기 위해 포괄적인 연구를 우선 진행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블랙기업 문제뿐 아니라 그동안 청년유니온 활동을 하고 다양한 노동 상담을 해오면서 가장 안타까웠던 부분은 많은 이들이 근로기준법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현행 근로기준법에 어긋나거나 비합리적인 노동을 강요받는다는 사실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는데 대한 아쉬움이다.
청년유니온은 향후 온라인(blackcorp.kr)을 통해 블랙기업 제보를 받고, 이에 대한 구체적 가이드라인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연구 활동을 진행할 예정이다.
그는 “계약직 청년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 ‘미생’이 지금 인기를 얻고 있는데, ‘미생’의 장그래처럼 그렇게 열심히 살아가는 이들에게 당신이 무능력한 것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며 “당신은 최선을 다했고, 잘못한 거 없고, 이제 혼자서 그만 견뎌도 된다는 이야기를 이번 블랙기업 운동을 통해 전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CNB=안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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