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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할부이자 공개 막아라’ 대형카드사 입법로비 나섰다

여신협회 앞세워 국회·공정위에 제출한 법안반대문건 단독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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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4.12.19 16:09:27

▲카드 영수증에 할부 이자까지 표기하도록 하는 ‘할부거래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여부가 카드업계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BC카드, 롯데카드, 현대카드의 본사 모습. (사진=왕진오 기자, CNB포토뱅크)

카드 할부 영수증에 할부이자까지 표기하자는 ‘할부거래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막기 위해 카드사들이 동분서주하고 있는 가운데, 카드사들의 이익단체인 여신금융협회가 국회와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제출한 법안반대의견서를 CNB가 단독 입수했다. 
 
여신협회는 막대한 단말기 교체비용 등을 구실로 법안처리에 반대하고 있지만 시민단체들은 소비자 권리 차원에서 반드시 이 법이 통과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양측이 맞서면서 이번 임시국회에서 관련법안이 다뤄질 지 주목된다. (CNB=도기천 기자)

‘똑똑한 소비’ 매출감소로 이어질까 좌불안석
카드할부이자, 은행신용금리 3배 이상 폭리
단말기 비용 때문? 알고 보니 가맹점이 부담

이종걸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지난해 3월 신용카드사들의 부실한 정보제공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를 방지하자는 취지로 ‘할부거래에 관한 법률’(할부거래법) 개정안을 대표발의 했다. 김영록, 추미애, 배기운, 민병두, 강기정, 김영환, 이상직, 이언주, 김기준 의원 등 9명이 공동발의자로 함께 참여했다.

할부거래법 개정안에 따르면 신용카드 회원과 신용카드가맹점 간의 간접할부계약(카드결재)의 경우, 카드사는 고객에게 제품의 할부가격 뿐 아니라 고객이 향후 부담해야 할 이자와 이자율, 할부금의 지급횟수, 지급기간 및 지급시기 등의 사항을 알려줘야 한다.

그동안 카드사들은 할부거래법 예외조항(제6조 제1항 단서조항)에 따라 카드결재 시 고객에게 할부이자 등을 알려주지 않아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았다. 카드사가 할부 총액을 알려주지 않아 고객들이 이자비용과 지급시기 등을 인식하는데 불편이 컸다. 

가령 삼성카드로 300만원짜리 삼성TV를 12개월 할부로 구입하면 현재는 카드전표에 300만원만 명시된다.

하지만 향후 법안이 개정되면 매월 납부할 금액을 이자를 포함해 전표에 표기해야 한다. 삼성TV의 경우, 할부이자율을 연리 10%(30만원)로 잡으면 매월 납부해야 할 이자는 2만5천원 가량이다. 할부원금을 갚아 나갈수록 부담해야할 이자도 줄게 돼 후반부에는 이자비용이 2만원 안팎까지 내려갈 수 있다. 이렇게 매월 달라지는 이자를 전체 월별로 명기해야 한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소비자들은 지금보다 계획적으로 지출할 수 있게 돼 충동구매 횟수가 주는 등 ‘똑똑한 소비’가 이뤄질 전망이다. 일시불, 할부, 선포인트 결제 등 결재방식에 따라 자신이 부담해야 할 총비용을 미리 알게 돼 유리한 선택을 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반면 카드사들은 주요 수입원인 할부수수료(이자) 수익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개정안은 카드사들이 고지의무를 위반해 할부계약을 체결할 경우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법안은 각종 쟁점법안에 밀려 2년 가까이 계류 중이다.

▲여신협회가 최근 공개한 ‘카드사 상품별 수수요율’(10.31기준). 카드사들은 평균 15%안팎의 할부이자수수료를 챙기고 있는데, 이는 은행들의 신용대출 금리가 4~5%대인 것을 감안하면 3배 가까이 이자 폭리를 취하고 있는 셈이다.

단말기교체는 핑계…진짜 속내는?

수익감소 우려에 직면한 카드사들은 표면적으로는 단말기 교체비용 등을 내세워 반대하고 있다. 총대는 여신협회가 멨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CNB에 “여신협회가 카드사들의 의견을 종합해 국회에 반대 입장을 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CNB가 18일 국회 정무위원회로부터 단독 입수한 ‘여신금융협회 반대의견’ 문건에 따르면, 카드사들은 카드결재단말기를 손보는데 1066억원이 소요된다고 추산하고 있다.

여신협회는 전체 카드사들의 가맹점이 약200만개소(단말기200만대)에 이르는데, 이중 10%인 20만개의 단말기를 전면교체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비용이 400억원(개당20만원)에 이르며, 나머지 180만개의 단말기를 업그레이드 하는데 드는 돈을 약 636억원(개당 3~4만원)으로 추정했다. 이밖에 전표를 바꾸는데 드는 인쇄비용을 30억원으로 잡았다. 

여신협회는 문건에서 “신용카드 할부결재액 중 70~80% 가량이 무(無)이자 할부거래며 유(有)이자 할부거래의 경우도 이자비용이 크지 않다”며 “단말기 교체(업그레이드)와 복잡한 승인절차에 소요되는 사회적 비용이 훨씬 더 크다”고 주장했다.

또 협회는 “할부이자는 매출접수 시점부터 계산되는 것인데, 이를 승인시점부터 계산하는 것은 부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므로 오히려 신용카드회원의 혼란만 가중시킬 것”이라고 부연했다.

하지만 정치권과 시민단체는 터무니없는 억지 주장이라는 입장이다.

카드사들이 겉으로는 단말기 문제를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이자수익이 줄어들 우려 때문에 반대하고 있다는 것. 개인의 신용등급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카드사들은 평균 연15%안팎의 할부이자수수료를 챙기고 있다.

여신협회가 최근 공개한 ‘카드사 상품별 수수요율’(10.31기준)에 따르면, 업계 1~2위인 신한카드가 9.5~20.9%, 삼성카드가 10~21.8%를 할부이자로 떼고 있다. 대부분 카드사들이 비슷한 수준이었으며, KB국민카드(4.3~19.1%)와 현대카드(4.2~21.7%)만 다소 낮은 편이었다. 

전체 카드할부 규모를 파악하기 쉽지 않지만 여신금융협회의 ‘2011년 사업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0년 기준 카드할부금액은 총82조3370억원에 이른다. 이중 20%만 유(有)이자 할부로 잡더라도 16~17조원 규모다. 연15% 할부이자를 적용하면 수수료 수익만 2500~30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2%대까지 떨어진 상황이라 은행들의 신용대출 금리도 4~5%대까지 낮아졌다. 카드사들은 이보다 3배 가까이 이자 폭리를 취하고 있는 셈이다. 이같은 사실이 카드전표를 통해 고스란히 적혀 나올 경우 소비심리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 정무위의 한 관계자는 “법안이 통과되면 카드사들이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반대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한 편의점에서 고객이 카드로 물건을 구입하고 있다. (사진=CNB포토뱅크)

시민단체 “카드사들 성의 보여야”

카드사들이 반대 구실로 내세우고 있는 단말기 비용도 실은 카드사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 단말기는 수익자부담원칙에 의거, 유지·관리 및 구매 일체를 가맹점이 부담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법안통과 여부와 상관없이 단말기와 관련된 부분은 카드사와 전혀 관련이 없다”며 “가맹점이 떠안게 될 업그레이드 비용 3~4만원 때문에 법안통과에 반대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단말기는 구실일 뿐이란 얘기다.  

법안 발의에 참여한 야권의 한 관계자는 “할부거래법이 제정될 당시인 1991년에는 소비자의 신용도, 계약시점 등에 따라 달라지는 할부가격(총비용)을 그때그때마다 산출하기가 기술적으로 어려웠다”며 “이 점을 고려해 관련법에서 예외를 인정했지만 지금은 기술발달로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도 억지를 부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시민단체들도 소비자의 알권리 차원에서 조속한 법안통과를 주문하고 있다.

금융소비자연맹 강형구 국장은 CNB에 “소비자가 합리적인 지출행위를 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구매방식에 대한 선택권을 가져야 하는데, 현재는 할부가격조차 모르는 채 구매가 이뤄지고 있다”며 “카드사들이 단말기 핑계를 대면서 법안통과를 막고만 있을 게 아니라, 지금부터라도 문자메세지 등을 통해 구매비용에 대한 최소한의 고지를 해주는 게 도리”라고 지적했다.

한편 정치권 일각에선 법안의 파장을 고려해 공정거래위원회 지도·감독 하에 유예기간을 갖고 시범실시 해보자는 절충안도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여야는 해외자원개발 국정조사 특위와 공무원 연금 개혁 특위 구성 등 정치쟁점이 타결되는 대로 1년 넘게 잠자고 있는 민생법안들부터 우선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이종걸 의원실 관계자는 “법안이 발의된 지 상당시일이 지난 만큼 여야 간 쟁점 현안들이 타결되는 대로 속도를 내겠다”며 “늦어도 내년 2월 임시국회에서 개정안을 통과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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