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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①] 좌절된 장보고의 꿈…‘해적국’ 오명 언제까지

[1편] 불법어업 규제법안 국회 통과…해적국가 지정 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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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정의식·신상호기자 |  2015.01.09 11:42:04

▲인도네시아 해안에서 작은 어선이 불법어업으로 잡은 생선을 큰 냉장수송선박에 전송하고 있는 모습(사진: 그린피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해상대국’이었다. 1200여년전 신라의 장보고는 완도에 청해진을 설치해 당나라 해적을 소탕하고 당나라와 신라, 일본을 잇는 해상무역을 주도했다. 하지만 2015년 한국은 국제사회로부터 해적국가(불법어업국)로 지정될 위기에 몰렸다. 해적국이 되면 국내 생산·가공되는 모든 수산물의 수출이 금지되며, 국가 위상도 크게 실추된다.

동원·사조산업 등 거대 원양기업들의 불법어업을 막을 방법은 없는 걸까? 한국이 위기를 딛고 장보고의 꿈을 다시 실현날 날은 요원한가? CNB가 세계적인 환경단체 ‘그린피스(Greenpeace)’의 도움을 받아 언론최초로 불법어업의 실상과 대안을 7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① 불법어업 규제법안 국회 통과…해적국가 지정 피할까?
② 인성·사조·동원산업의 싹쓸이식 불법어업 실상
③ 참치통조림의 숨겨진 비밀
④ 러시아 국적 선박 Yantar 31호와 35호의 정체
⑤ 인성·사조·동원·오뚜기의 이유있는 항변
⑥ 그린피스 동아시아(서울사무소) 프로그램매니저 단독 인터뷰
⑦ ‘싹쓸이 어업’에서 ‘지속가능한 어업’으로…대안은 없나?

▲여수항에 정박한 동원산업의 선망 어선 'MV 그라나다' 앞에 내걸린 그린피스의 항의 플래카드(사진: 그린피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이달 중 한국에 대한 해적국(불법어업국) 지정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현재 EU와 미국은 우리나라를 각기 예비 불법어업국·불법어업국으로 지정한 상태다.

이에 따라 국회에서 불법 어업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내용의 개정안이 통과됐고, 정부도 해적국 지정을 막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국제 사회가 규정한 해적 국가는 어류의 무분별한 남획, 미허가 지역에서 조업을 하고 해양 환경을 해치는 국가를 말한다. 아울러 선원에 대한 부적절한 처우 등 선원 인권 문제도 포함된다. 정식 명칭은 불법어업국(IUU·Illegal-불법, Unreported-비보고, Unregulated-비규제)이다.

불법어업국으로 지정된 나라는 해당 국가로의 수산물 수출이 전면 금지되고, 수산업 업무 교류도 중단된다. 아울러 불법어업국 국적의 원양어선 등의 정박도 금지된다. 국제적으로 해적국이라는 낙인이 찍히게 되면서, 국가 위상의 실추도 불가피하다. 

EU는 2013년 11월 한국을 예비 불법어업국으로 지정했다. 한국 원양어선이 서아프리카 연안에서 제한된 어획량을 초과 남획했고, 어선 위치 추적 장치를 의무화하지 않았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예비 불법어업국은 실질적인 제재는 부과되지 않는 일종의 ‘옐로우 카드’다.

EU는 지난해 7월 한국에 대한 예비 불법어업국 지정을 6개월 연장했고, 올해 1월 불법어업국 지정을 최종 결정한다. 현재 한국을 불법어업국으로 지정한 미국도 같은 달 한국에 대한 불법어업국 재지정 여부를 논의할 계획이다.

▲2013년 5월 10일 그린피스와 정부, 국회의원 등이 참여한 정책 워크숍 진행 장면. 그린피스, 하태경 의원, 김영록 의원, 김춘진 의원, 심상정 의원, 우상호 의원 등 참가자들은 국내 원양 어선들의 불법어업(IUU)을 근절하여 국제사회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정책을 제안하고 공동 성명서를 발표했다(사진: 그린피스)

정부, 해적국 지정 피하기 위해 법안·시스템 구축中

해양수산부 등 정부는 불법어업국 지정을 막기 위해 총력전을 펴고 있다. 2015년 사업에 불법어업(IUU)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한 서아프리카 원양어선 구조조정 사업(99억원)을 신규 편성하는 등 불법어업 근절을 위한 대책을 마련했다.

앞서 해수부는 원양어업을 하는 모든 어선에 대해 어선위치추적장치(VMS)를 부착하고, 부산에 있는 관제센터를 통해 불법어업을 감시하는 체계도 구축했다.

국회도 지난달 9일 불법어업을 하는 선박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내용의 원양산업발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불법어업과 비보고 어업, 비규제 어업에 대한 정의를 명확히 하고, 위반 행위에 대해서는 위반에 따른 경제적 이득에 따라 벌금을 매기도록 했다. 아울러 어선위치추적장치를 설치하지 않는 선박에 대한 벌금을 종전보다 2배 오른 1000만원으로 규정했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CNB와 통화에서 “EU가 지적한 불법어업에 대한 제도적 미비책 가운데 상당 부분을 받아들였다”며 “미국도 지난 10월 예비적격증명서를 발급하는 등 정부의 노력이 평가 받았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수출금지에 따른 경제적 타격도 문제지만, 해적국 지정은 국가의 위상에 타격이 크기 때문에 정부에서도 신경을 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치어까지 무분별하게 잡아들이는 불법어업(사진: 그린피스)

불법어업국 대부분 저개발·빈곤국가들

해수부측의 말처럼 해적국 지정은 국가 이미지를 치명적으로 손상시킬 우려가 큰 심각한 사안이다.

현재 EU가 지정한 불법어업국은 기니, 벨리즈, 캄보디아 등 저개발·빈곤 국가들밖에 없고, 한국이 속한 예비 불법어업국 역시 피지, 파나마, 스리랑카, 토고, 바누아투, 가나, 퀴라소 등 비슷한 수준의 나라들이다.

미국이 정한 불법조업국 역시 콜롬비아, 에콰도르, 가나, 이탈리아, 멕시코, 파나마, 스페인, 탄자니아, 베네수엘라 등 대부분 저개발·빈곤 국가들이다.

OECD 가맹 선진국으로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기도 한 한국이 이들 나라들과 같은 반열에 놓인다는 것은 어떻게 생각해도 부끄러운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당장 서해에서 불법조업을 일삼는 중국 어선들에 대한 대처가 보다 어려워진다. 가뜩이나 단속이 어려운 상황인데, 국제적으로 공인받은 ‘해적국가’가 되면 단속의 영이 서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일본의 돌고래·참치 남획을 비난하는 국제적 공조에 참여하기도 난처해질 것이 명약관화하다.

▲'지속가능한 어업'을 주장하는 그린피스 활동가들(사진: 그린피스)

불법어업 강력 제재…업계 ‘수긍’

‘국격 추락’을 막기 위해 정부는 불법어업에 대한 규제법안을 추진할 수 밖에 없는 입장에 있고, 원양업계 역시 다소 무리한 부분이 있지만 대체로 수용한다는 입장이다.

원양협회 관계자는 “개정안을 보면, 단순 보고 누락에 대한 처벌도 강화되는 등 과한 부분도 있고, 일부에서는 불만도 있을 수 있다”며 “하지만 IUU와 관련해 지속적으로 문제가 됐고, 법규를 준수만 하면 문제가 없기 때문에,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조산업 관계자는 “정부에서 요구하는 설비를 갖추려면, 현재 바다에 나가 있는 어선들을 불러들이고 정비해야 하는데 그에 따른 비용이 수십억원 정도 들 것”이라며 “정부와 협의를 통해 부담을 최소화하는 과제가 있다”고 말했다.

사실 그동안 국내 원양 어선의 불법어업은 여러 차례 문제로 지적돼 왔다. 국내 원양산업 1위인 동원산업은 지난 2012년 서부 아프리카 라이베리아 해역에서 불법어업을 한 것이 적발돼 물의를 빚었다.

동원산업 관계자는 “조업권을 사들이는 과정에서 현지 공무원에게 사기를 당해,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이라며 “현지 에이전시를 통해 계약을 맺고 진행한 일인데, 공무원이 사기에 연루될 줄은 몰랐다”고 밝혔다.

동원 입장에서는 법 테두리 안에서 일을 추진하다가 사기를 당한 것인 만큼 억울할만 하지만, 큰 틀에서 보면 ‘불법어업’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사조산업도 불법조업으로 국제적인 문제가 된 사례가 있다. 지난 2012년 사조산업의 오양77호는 뉴질랜드 인근 해역에 잡은 물고기 53톤을 바다에 무단투기한 사실이 적발돼, 뉴질랜드 법원으로부터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후 해당 벌금을 제때 납부하지 않아 뉴질랜드 당국은 오양77호를 몰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1월 19일 그린피스가 부산 감천항에서 불법어업선 인성 3호의 프로펠러에 사슬을 감아 출항을 물리적으로 저지하며 선박 앞 바다에 '국격추락=30일'이라는 메시지를 띄우는 해양 액션을 실시하고 있다(사진: 그린피스)

오룡호 선원 죽음 내몬 ‘할당량’

지난달 1일 러시아 베링 해역에서 조업을 하다가 침몰해 21명의 사망자를 낸 오룡호 사건도 비슷한 성격이다. 오룡호에 탑승한 핵심 선원 4명의 자격이 법에서 정한 기준에 못 미쳤고, 무리한 조업을 하다가 사고가 났다는 점에서 ‘불법어업’의 궤를 같이 한다.

아울러 오룡호가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악천후 속에서 무리한 조업을 하다가 사고가 난 것이라는 오룡호 선원 유족의 주장도 나왔다. 오룡호 사건에 대해서는 현재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이밖에 2011년 인성실업 소속 인성 7호가 남극해의 한 해역에서 이빨고기(메로) 조업 제한량의 약 4배를 남획하다 적발돼 국제사회에서 큰 물의를 빚기도 했다. 이 사건 때문에 미국 상무부는 우리나라를 불법조업국으로 지정했다.

정부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 불법어업 사례는 여러 차례 문제가 됐기 때문에, EU의 예비불법어업국 지정 당시 우리 측이 억울하다고 할 입장은 아니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EU의 IUU 지정 여부를 수산 업계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EU와 미국에 대한 국내 수산업계의 전체 수출 규모는 연간 2억 달러(미국 1억, EU1억)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불법어업국으로 지정되면 수산업계는 연 2억달러 규모의 시장을 잃게 돼, 경제적 타격이 크다.

원료 수출길도 제한된다. 현재 사조 등 원양 업계는 태국 등 동남아 등지에 참치캔 원료를 수출하고 있다. 만약 한국이 해적국으로 지정되면, 태국에서 한국산 원료로 제조한 참치캔도 판매할 수 없다. 이 때문에 해적국으로 지정되면, 동남아 원료 수출도 상당 부분 제한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사조산업 관계자는 CNB와 통화에서 “제재 결정이 나면, EU에 대한 직접적인 수출은 물론 EU가 아닌 다른 국가로의 원료 수출도 상당 부분 차질을 빚게 될 것”이라며 “정부에서 대책을 내놓은 만큼(불법어업국 지정) 그런 일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CNB=정의식·신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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