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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한 동네 기름값 800원 차이…주유업계 新풍속도

1300원대 적자영업 vs 2000원대 배짱장사…생존전략 ‘제각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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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5.01.14 16:03:07

▲서울 상암동과 불과 몇백미터 거리에 위치한 경기도의 한 주유소. 이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은 14일 현재 리터당 1397원, 경유는 1197원으로 서울지역 휘발유 평균값(1609원) 보다 212원, 경유는 246원(서울 평균 1443원) 낮았다. (사진=도기천 기자)

정부가 정유업계에 기름값을 더 내리라고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주유소들의 생존전략이 각양각색이다.

한때 전국에서 제일 비싸기로 소문났던 국회의사당 앞 ‘경일주유소’는 가격을 대폭 내리고 서비스를 확 줄인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상암동과 불과 몇백미터 거리에 위치한 경기도의 한 주유소는 휘발유를 리터(ℓ)당 1300원대에, 경유를 리터 당 1100원대 팔고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2000원대에 육박하는 주유소들은 “판매전략은 각자 자유니 시장에 맡겨 달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CNB가 달라진 주유업계 풍속도를 들여다봤다. (CNB=도기천 기자)

고가경품·실내세차 ‘옛말’…비싼주유소 안 먹혀
‘국회앞 그 주유소’ 비난여론에 고가전략 포기
서울 상암동 코 앞에 1300원대 주유소 등장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14일 현재 서울지역의 휘발유 평균값은 1609원으로 전국평균 1535원보다 74원 비쌌다. 경유는 서울이 1443원, 전국평균은 1354원이었다.

충북 음성의 상평주유소가 리터당 1285원으로 전국 최저가를 기록했으며, 1300원대 주유소는 전국적으로 수백곳에 이른다. 

서울에서는 서울 강서구 개화동주유소가 휘발유값을 리터당 1415원에서 1399원으로 16원 내려 최초의 1300원대 주유소로 기록됐다. 전국 휘발유 평균값은 2014년 1월 리터당 1800원대에서 10월 1700원대, 12월 1600원대까지 내려오다 올해부터 1500원대가 됐다.

국제유가는 지난 5일(현지시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2월물 선물 가격이 배럴당 50달러가 붕괴된데 이어, 13일(현지시간)에는 배럴당 45.89달러에 거래됐다. 이는 지난 2009년 4월 이후 가장 낮은 가격이다. 사우디를 중심으로 한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지난해 11월 원유 생산량 감축에 실패하면서 하락세가 계속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정유업계를 압박하고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9일 석유·LPG 유통업계와의 간담회를 열어 업계가 석유제품 가격을 더 내려줄 것을 주문했다.

특히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같은 지역 내 주유소 휘발유 판매 가격이  최대 800원(ℓ당) 이상 차이나는 곳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국제유가 하락으로 석유·화학제품 원가가 인하됐으므로 이것이 가격에 적절히 반영돼 소비자에게 혜택이 돌아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석유 업계는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결정돼야 할 제품가격에 정부가 인위적으로 개입해 인하를 압박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업계는 무엇보다 휘발유 리터당 890원에 이르는 세금을 인하하지 않는 한 국제유가가 떨어져도 기름 판매가격 하락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한때 전국 최고가 주유소로 알려졌던 국회 정문 앞 경일주유소는 지난 연말 휘발유 가격을 리터당 1600원대로 대폭 낮추면서 경품, 세차서비스 등을 일절 없앴다. 13일 경일주유소 모습과 유료화된 세차장(오른쪽). (사진=도기천 기자)

배짱 vs 박리다매…판매전략 천차만별  

상황이 이렇다보니 주유소별로 생존 전략도 제각각이다.

주유소는 매입가격과 판매전략, 임대료와 인건비, 금융비용, 세차장 유무 등과 함께 주변 경쟁 상황을 고려해 판매가를 결정한다.

소비자 눈치를 보며 가격을 대폭 내린 주유소가 있는가하면 여전히 리터당 2000원대 배짱영업을 하는 곳도 있다.

휘발유를 리터당 2048원에 판매하는 서울 봉천동 S주유소는 6만원 이상 주유하면 2만원 상당의 실내 손세차를 무료로 해준다. S주유소 측은 “주유소가 외진 곳에 있어 가격을 내려 손님을 끌 수 없다”며 “손세차와 원두커피 제공 등 고급서비스로 단골손님을 유치하고 있다”고 전했다.

리터당 2099원인 서울 장충동 A주유소는 “대로변에 있고, 회사 직영이라 판매가격이 높다”고 밝혔다. 제주 추자도의 I주유소(ℓ당 2080원)는 “기름을 제주도에서 배로 실어오기 때문에 (운송료를 감안할 때) 많이 내릴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인근의 A주유소(ℓ당 2055원)는 매달 국고로 유류비 지원을 받는 국회의원 차량을 고급서비스로 공략하고 있다.

반면 휘발유값이 리터당 1300원대인 주유소들은 박리다매(薄利多賣)에 승부를 걸고 있다.

이 주유소들은 약간 손해를 보는 상황이지만 이렇게 해서라도 고객을 많이 끌어들이는 게 낫다는 전략이다. 1300원대 주유소들은 대부분 자가상표(무폴)주유소, 셀프주유소, 알뜰주유소들이다.

CNB 취재진이 오피넷을 통해 확인한 결과, 14일 현재 수도권에서만 100여곳 이상이 휘발유를 리터당 1360~1390원대에 팔고 있었다.

이중 서울 도심과 가장 가까운 주유소는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에 자리잡은 서울에너지명품주유소, 항공대주유소 등이다. 이들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397원이다. 특히 서울에너지의 경우, 경유가 리터당 1197원으로 서울 평균(1443원), 전국평균(1354원) 가격보다 157~246원 가량이나 저렴했다.

서울에너지는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서 불과 500미터, 6호선 수색역에서 1킬로 정도 떨어져 있는데다, 전화번호도 서울 지역번호(02)를 사용하고 있어 사실상 서울 생활권에 속한다.  

서울에너지 관계자는 CNB에 “운송비용, 인건비 등을 감안하면 적자지만 장기 고객유치를 위해 가격을 낮췄다”고 전했다.

기름값이 싸다는 소문이 고양시는 물론 상암동, 수색 일대에 퍼지면서 이 주유소에는 낮시간대에도 기름을 주유하려는 차량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바로 옆 SK주유소는 상대적으로 한산했다.       
   
양주·와인·명절선물…아, 옛날이여

국회의사당 정문 바로 앞에 있어 한때 전국에서 비싸기로 소문났던 ‘경일주유소’도 전략을 360도 바꿨다. 14일 현재 휘발유가 리터당 1638원으로 주변 주유소들과 별 차이가 없었다.

이 주유소는 기름값 폭등 때마다 구설에 오르며 ‘국고 낭비’의 대표적인 사례로 지목됐던 곳이다.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2000원이던 시절부터 2400원 이상을 받았다. 불과 100m 남짓한 거리에 있는 현대오일뱅크 여의도주유소에 비해 휘발유는 리터당 300원, 경유는 200원 이상이나 비쌌다.

하지만 매달 유류비 110만원을 지원받는 국회의원실 등이 고정 거래처였기 때문에 가격은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만약 유류비를 초과하더라도 정치후원금 계좌와 연동된 체크카드로 결재, 영수증 처리하면 된다.

▲매달 유류비 110만원을 지원받는 국회의원실 등을 상대로 최고가 배짱영업을 해왔던 국회앞 경일주유소는 비난여론이 계속되자 지난해 연말 사과문을 내걸고 가격을 크게 내렸다. 현재는 사과 프랭카드를 내린 상태다.

이 주유소는 불과 1~2개월 전만 해도 적립한 포인트에 따라 양주, 와인, 전기면도기 등 고가의 사은품을 줬다.

국회의원들은 자신들이 탑승한 채 수행비서(기사)가 주유하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긴다. 따라서 차량운전을 담당하는 비서들은 의원들이 국회에서 업무를 보는 틈을 이용해 주유, 세차, 정비 등 차량운행과 관련된 각종 업무를 마쳐야 하는데, 위치나 서비스로 볼 때 ‘경일주유소’만한 곳이 없었다.

시중 주유가격보다 리터당 무려 3백~4백원이나 비싸지만, 사실상 ‘5분 대기조’나 다름없는 비서들 입장에서 보면, 국회 코 앞이라 주유 시간을 최소화 할 수 있고, 덤으로 세차 서비스까지 받아 일거양득이었다. 이 주유소는 차량 외부는 물론 내부 세차까지 해줬다.

한 중진의원의 비서관은 “명절 때는 ‘기존의 경품+@’가 있었고, 이같은 고가의 선물(?)은 의원에게 상납하는 게 아니라 고스란히 기사(비서)의 몫이다. 대부분 의원들이 그 정도는 알면서도 눈감아줬다”고 전했다.

이 주유소는 지난해 11월초까지만 해도 2100원대였던 휘발유 가격을 12월부터 1600원대로 대폭 낮췄다. 경유 가격도 같은 기간 1800원대에서 1400원대로 400원 가량 내렸다. 가격을 내린 대신 고가의 경품, 세차서비스 등은 일절 없앴다.
 
이 주유소 관계자는 “11월부터 가격을 인하하기 시작했고 현재는 아무런 경품을 제공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CNB 확인 결과 세차장까지도 유료로 운영되고 있었다. 

법인카드도 비싼 주유소 눈치 보여 

주유소들이 각기 다른 생존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은 정부의 기름값 인하 압력 때문만은 아니다. 주유업계가 달라진 고객 트랜드에 맞게 변화하고 있는 측면이 크다.    

경기침체가 장기화 되면서 고가의 배짱영업이 예전 같지 않은데다, 조금이라도 더 싼 주유소에 고객이 몰리면서 주변보다 비싼 주유소들이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기업들이 긴축경영에 나서면서 비싼 주유소에서 (회사 유류비를) 결재하지 않았는지를 재무 부서에서 따지고 있다”며 “법인카드는 맘놓고 쓰도 된다는 얘기는 옛말”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주유업계 관계자는 “세금 때문에 주유소가 유통마진을 줄여서 휘발유 가격을 인하할 여력이 크지 않다”면서도 “주유업계는 알뜰주유소 전환, 전자상거래 활성화 등 다양한 수단을 통해 지금보다 싼 가격에 기름을 공급하기 위해 노력해야하고, 정부도 이와 관련된 각종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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