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원하기
  • 인쇄
  • 전송
  • 보관
  • 기사목록
  • 오탈자제보

싹쓸이 포획…동원·사조·오뚜기 참치통조림의 불편한 진실

[신년기획③]좌절된 '장보고'의 꿈…'해적국' 오명 언제까지

  •  

cnbnews 정의식기자 |  2015.01.26 16:38:14

▲바닷속의 물고기들을 끌어모으는 도구 ‘집어장치(FAD)’(사진: 인터넷)

과거 우리나라는 ‘해상대국’이었다. 1200여년전 신라의 장보고는 완도에 청해진을 설치해 당나라 해적을 소탕하고 당나라와 신라, 일본을 잇는 해상무역을 주도했다. 하지만 2015년 한국은 국제사회로부터 해적국가(불법어업국)로 지정될 위기에 몰렸다.

CNB는 세계적인 환경단체 ‘그린피스(Greenpeace)’의 도움을 받아 언론최초로 불법어업의 실상과 대안을 7회에 걸쳐 연재하고 있다.

이번에는 해외에선 이미 자리를 잡아가는 ‘지속가능한 참치조업’을 사조산업, 동원산업, 오뚜기(신라교역) 등 국내 3대 참치통조림 생산업체들이 얼마나 실천하고 있는지 살폈다. 그린피스가 이들에게 준 점수는 ‘낙제점’이었다.<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① 불법어업 규제법안 국회 통과…해적국가 지정 피할까?
② 인성·사조·동원 불법어업·인권침해 ‘국제 망신살‘
③ 싹쓸이 포획…동원·사조·오뚜기 참치통조림의 불편한 진실
④ 러시아 국적 선박 Yantar 31호와 35호의 정체
⑤ 인성·사조·동원·오뚜기의 이유있는 항변
⑥ 그린피스 동아시아(서울사무소) 프로그램매니저 단독 인터뷰
⑦ ‘싹쓸이 어업’에서 ‘지속가능한 어업’으로…대안은 없나?

‘참치’는 맛과 영양을 겸비한 대표적인 건강식품으로 꼽힌다. 통조림으로 가공되어 수많은 요리 재료로 사용되고, 전문 횟집에서는 고급 횟감으로 사랑받는 어종이다.

하지만 참치는 지금 바다에서 멸종될 위기에 처해 있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7개의 주요 참치 어종인 대서양 참다랑어, 남방 참다랑어, 태평양 참다랑어, 눈다랑어, 황다랑어, 날개다랑어, 가다랑어의 3분의 1이 이미 과도하게 남획된 상태이고, 37.5%는 완전히 남획되었다. 가장 심각한 멸종 위기에 처한 종은 횟감으로 잡히는 대서양 참다랑어, 남방 참다랑어, 태평양 참다랑어다.

세계자연보호연맹은 ‘적색목록’에 대서양 참다랑어를 ‘멸종 위기종’으로, 남방 참다랑어는 ‘심각한 위기종’으로 등재했다. 태평양 참다랑어 역시 원 개체수의 95% 이상이 사라진 것으로 평가되었다. 황다랑어 개체군도 현재 과도하게 남획되어 그 개체수가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다.

▲집어장치(FAD)는 바다거북을 비롯해 수많은 해양생물들을 함께 혼획한다(사진 제공: 그린피스)

죽음의 덫 ‘집어장치(FAD)’의 위험

그나마 가장 많은 개체수가 남은 것이 ‘가다랑어’이다. 참치통조림을 만들기 위해 잡는 어종인데, 이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양의 어획이 이루어지는 종이기도 하다. 최대 축구장 70배 크기에 달하는 거대한 그물과, ‘죽음의 덫’이라 불리는 ‘집어장치(Fish Aggregating Device: FAD)’가 싹쓸이 어획을 가능케하는 도구다. 문제는 집어장치가 가다랑어만 잡는 게 아니라, 멸종위기에 처한 다른 참치들까지 포획한다는 점이다.

집어장치는 선망어선들이 참치를 유인, 대량포획하기 위해 바다에 띄워 놓는 부유물이다. 물고기가 망망대해에 떠있는 부유물을 포식자로부터 자신을 보호해 줄 피난처로 생각하고 모여드는 습성을 이용한 것이다.

집어장치 아래에 작은 물고기가 모여들고, 이를 먹고 사는 큰물고기와 그 물고기를 먹는 더 큰 물고기가 모여, 결국 참치를 포함한 해양생태계 먹이사슬에 있는 생물이 모두 모이게 된다.

그러면 어선들은 집어장치 주위로 그물을 촘촘히 두르고 퍼 올리는 데, 이 과정에서 눈다랑어, 황다랑어 치어는 물론, 멸종 위기에 처한 상어·가오리·고래·바다거북·돌고래 같은 수많은 해양생물들이 함께 ‘혼획’된다.

집어장치가 멸종 위기에 놓인 눈다랑어·황다랑어의 개체수 감소의 원인이 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참치가 아닌 혼획 생물들은 결국 죽은 채 다시 바다에 쓰레기처럼 버려진다. 이렇게 버려지는 해양생물의 양이 연간 20만 톤이 넘는데. 이는 참치통조림 10억 개를 채울 수 있는 양이다.

해마다 4만7000~10만5000개의 집어장치가 바다에 설치되지만, 이 중 많은 수가 사후 그대로 방치되어 바다의 쓰레기로 남게 되는 것도 문제다.

해외기업들 ‘착한 참치조업’ 선택

과도한 남획과 혼획같은 파괴적 어업방식이 참치 개체수가 줄어들고, 어획되는 참치의 크기가 점점 작아지자 세계 각국의 현명한 참치통조림 브랜드와 소매업자들은 변화하기 시작했다. 참치를 보존하면서 참치업계도 공존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어업’의 필요성을 인식한 것이다.

집어장치를 사용하지 않고, 보다 지속가능한 어업방식인 채낚기(Pole and Line Fishing), 손낚기(Handline), 트롤(Troll) 방식으로 잡은 참치만 유통·소비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2004년 그린피스가 전 세계적으로 참치 캠페인을 시작하자, 영국의 참치통조림 소매업자와 참치통조림 유통·제조업체들이 먼저 동참했다. 이들은 100%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잡힌 참치만을 공급하기로 약속했다.

영국의 슈퍼마켓 세인즈버리(Sainsbury’s), 막스앤스펜서(Marks&Spencer), 웨이트로즈(Wait-rose)는 가장 지속가능하다고 평가되는 채낚기 방식을 이용한 참치통조림만을 공급하고 있고, 참치통조림 제조업체인 존 웨스트(John West)와 프린스(Princes)는 집어장치 없이 잡힌 ‘FAD-free’ 참치만을 공급받기로 했다. 또한 이들은 해양보존구역 지정을 지지하며 태평양 공동해역에서 잡은 참치가 자사 제품에 유통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호주의 슈퍼마켓 알디(Aldi)와 뉴질랜드의 참치통조림 브랜드 씨로드(Sealord) 등이 지속가능한 참치통조림 공급을 약속함에 따라, 영국, 뉴질랜드, 호주의 소비자들은 모든 시장에서 지속가능한 어업을 통해 제조된 참치통조림을 사 먹을 수 있게 되었다. 미국, 캐나다 및 유럽의 다른 나라도 이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2013년도 국내 ‘지속가능한 참치통조림’ 순위(사진 제공: 그린피스)

동원·사조·오뚜기 ‘지속가능성’ 낙제점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

그린피스는 2012년 최초로 국내 3대 참치통조림 브랜드들의 지속가능성을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 동원, 사조, 오뚜기 3개 브랜드 모두 지속가능한 참치업체로 선정되지 않았다.

2013년에도 그린피스는 국내 3개 참치통조림 생산업체에 대한 지속가능성 순위를 발표했다. 이번에는 참치통조림 제조업체로는 동원 F&B, 사조산업, 오뚜기가 참여했고, 참치어업회사로는 동원산업, 사조산업, 신라교역(오뚜기 참치공급처)이 참여했다.

▲지속가능하고 공정한 수산자원 이용을 위한 정책 채택 여부 ▲집어장치 등 환경파괴적 어업방식 사용 여부 ▲불법어업(불법·비보고·비규제 어업: Illegal, Unreported, Unregulated: IUU) 여부 ▲해양보존구역(Marine Reserve) 지지와 멸종위종 보호 여부 ▲상세정보 라벨 프로그램 시행 여부 ▲이력추적가능성 보장 여부 ▲어획능력 감축을 위한 어선단 관리 여부 등 의 문항으로 설문을 진행한 결과, 참여한 참치업체는 모두 ‘착한’ 참치통조림 공급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원산업, 사조산업, 신라교역 모두 그린피스가 요구하는 참치자원의 보존을 위한 공개된 정책이 없었고, 해양생태계에 악영향을 끼치는 집어장치를 사용하고 있었다. 특히 동원은 2012년에 이어 2년 연속으로 지속가능성 순위 최하위를 기록했다. 1위 오뚜기(신라교역), 2위 사조산업, 3위 동원F&B(동원산업) 순이었다. 

가장 높은 점수를 얻은 오뚜기(신라교역)의 경우, 태평양 공동해역의 해양보존구역 지정을 지지하고, 건강한 개체군으로부터 주로 가다랑어를 어획하고 있지만, 집어장치 사용을 줄이겠다는 의지는 보여주지 않았다.

사조산업의 경우 파괴적인 어업방식인 집어장치 사용 비율이 가장 낮고, 5년 이내에 집어장치 사용을 금지, 제한할 계획을 가지고 있으며, 해양보존구역 지정을 지지했지만, 멸종위기에 처한 황다랑어와 남방참다랑어를 다량 어획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동원은 국내 시장점유율 70% 이상을 차지하는 한국 최대 참치업체로, 멸종위기에 처한 황다랑어와 남방참다랑어를 다량 어획하고 있으며, 집어장치의 사용을 줄일 계획이 없다는 이유로 최하위에 랭크됐다.

한편, 이같은 그린피스측 순위발표에 대해 동원산업 측은 “집어장치 조업 금지의 근본 목적은 멸종위기종 혼획을 막기 위함인데, 현재 가장 활발히 집어장치 조업이 시행중인 인도양, 대서양에는 관련 규제가 없고, 한국선단이 주로 조업하고 있는 중서부태평양지역은 다른 해역 보다 참치 자원상태가 가장 양호함에도 불구하고 지속 가능한 개발을 위한 예방조치로 4개월간의 집어장치 조업금지 및 기타 관리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동원은 “만약 집어장치 조업을 금지한다면 모든 해양에서 모든 국제관리기구들이 함께 시행해야 할 것이며, 일부 국가에 별도의 규정을 적용하거나 예외가 존재해서는 안될 것”이라는 입장을 CNB에 전해왔다. 

나라마다 규제가 달라 생긴 오해며, 성실히 규제를 지키고 있다는 것. 반면 그린피스 측은 동원 등 참치기업들이 규제를 피해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해양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린피스 측은 “주요 참치 어종 7종 중 5종이 멸종위기에 처해 있고, 특히 집어장치 사용은 멸종위기 참치어종(눈다랑어, 황다랑어)의 치어를 싹쓸이하며 생태계는 물론 산업의 지속성을 위협하고 있다”며 “한국의 참치잡이 활동의 94% 이상이 중서부 태평양에 집중되어 있고, 역내 5위 참치어획량을 자랑하고 있는 상황에서, 업계 1위의 동원산업이 집어장치 금지에 동참해 여타 기업의 모범이 돼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CNB=정의식 기자)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