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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면세점 전쟁…롯데 연승에 이부진·정용진 반격 나섰다

[심층취재] 롯데 52% 독식…서울시내 수주전 재격돌, 삼성가 사촌남매 약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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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5.03.03 14:09:15

▲최근 중국관광객이 급증하면서 면세점사업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되고 있다. 면세점사업권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왼쪽부터) /사진=연합뉴스

롯데가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에 이어 제주도 시내 면세점 영업권 경합에서도 삼성(호텔신라)을 누르고 최종승자로 결정되면서, 롯데의 공격적인 면세점 사업 확장에 유통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다음 승부처는 중국관광객 수요가 급증하면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서울시내 면세점 2곳이다. ‘노른자위’ 쟁탈전에서 연이어 자존심을 구긴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대대적인 반격이 예상된다. (CNB=도기천 기자)

인천·제주서 완패한 이부진 재도전
신세계, 롯데와의 영토전쟁 ‘숙명’
현대산업개발 등 적극 참여 선언
롯데, 독점 논란 의식 ‘신중모드’

관세청은 지난달 27일 롯데면세점을 제주도 시내 신규 면세점 특허 사업자로 선정했다.

호텔신라와 롯데는 현재 제주시와 서귀포에 각각 1개씩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중 서귀포 롯데면세점 특허가 이달 21일자로 만료됨에 따라 그동안 롯데·신라호텔·부영그룹 세 곳이 치열한 수주 경쟁을 벌여왔는데 롯데가 최종 승자로 낙점된 것이다.
 
유통업계는 롯데면세점의 급속한 팽창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내 면세점 시장의 과반(매출기준 약52%)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 들어 롯데는 더욱 공격적으로 면세점 확장에 나서고 있다. 지난 한해에만 롯데면세점 서울 소공점 면적은 기존 2개층(9~10층)에서 3개층(9~11층)으로 10%가량 늘었다.

서울 잠실점도 기존 잠실 롯데백화점 1개층(10층)에서 제2롯데월드 2개층(에비뉴엘 7~8층)으로 80%이상 확장됐다. 부산점도 기존 1개층(8층)과 부산롯데호텔 1개층(7층)을 연결해 20%가량 매장을 넓혔다. 

더구나 지난달 11일 공개된 인천공항면세점 입찰 결과, 롯데는 8개 권역 가운데 절반인 4개를 쓸어갔다. 이에 따라 롯데의 인천공항면세점 매장 규모도 기존보다 50% 이상 커졌다.

롯데 측은 “지난해 김해공항과 제주공항에서 롯데면세점이 철수한 것을 고려하면, 오히려 전국 지점 수는 9개에서 7개로 줄어든 상황으로, 실제로 1년 사이 매장 면적 증가율은 채 10%도 되지 않는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지만, 신세계 등 경쟁사들은 롯데의 공세를 예사롭지 않게 받아들이고 있다.

▲서울시내 면세점 전경. (사진=연합뉴스)

‘황금알 낳는 거위’ 면세점

면세점 사업은 한때 적자누적으로 자진 철시하는 면세점이 생기는 등 침체 했으나 최근 중국인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유통업계 노른자위로 급부상했다.

한국면세점협회 통계에 따르면 2009년 3조8523억원이던 국내 면세점 총매출액(잠정치)은 2010년 4조5260억원, 2011년 5조3730억원, 2012년 6조3293억원, 2013년 6조8323억원, 지난해 8조3077억원으로 해마다 두자릿수 안팎의 성장세를 잇고 있다.

인천국제공항의 매출액은 전 세계 1700여개 공항 면세점 가운데 사상 처음으로 지난해 2조1000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유럽·북미 지역의 대형 공항들도 달성하지 못한 기록이다. 2013년 연매출액(1조9000억원)에 비해서도 10%이상 증가한 수치다.

서울 시내 면세점·김포공항 출국장 면세점 등 서울지역 면세점 9곳이 올린 지난해 매출액은 4조 3천억원에 이른다.

글로벌시장에서 브랜드 홍보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점도 매력적이다. 한국관광의 관문인 면세점을 통해 상품인지도를 높임과 동시에 글로벌기업으로서의 상징성을 부여받을 수 있다. 해외 공항 면세점 입찰 참여 때, 면세점 경영 경험이 주요 평가항목이라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포인트다. 

미래 전망도 상당히 밝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의 최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를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55년 이후 59년 만에 1400만명을 넘어섰다. 이중 중국인 방문객이 600만명을 돌파했다. 관광수입은 20조원에 이른다. 2013년에 비해 16%이상 급증한 수치다. 

9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은 100만여명에 불과했다. 적자에 허덕이다보니 문닫는 면세점도 줄을 이었다. 2003년 제주도내 최초의 시내 면세점인 한진관광 면세점이 운영 20년 만에 철시했고, 2007년에는 신라호텔이 제주 면세점 철시를 계획할 정도로 면세점 운영이 힘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면세점이 안정적 성장과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돌파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관광업계의 한 관계자는 “10여년 전만 해도 전체 면세점 시장의 매출액이 1조원에도 못미쳤으나 현재는 10배 이상 규모가 성장했다”며 “면세시장은 외국인 관광객 추이와 비례하는 만큼 앞으로 호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울 사업권 사상최대 혈전 예고

이처럼 면세점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되면서 유통대기업들은 사업권 수주에 사활을 걸고 있다. 당장 일전이 예고된 지역은 서울시 중심부 2곳의 면세점이다.

관세청은 지난달 2일 서울 지역 3곳, 제주 지역 1곳에 신설 면세점을 세우기로 하고, 사업자 신청 공고를 냈다. 공고가 난 4곳 가운데 서울과 제주 각 1곳은 중소·중견기업에게 할당된다. 따라서 서울 지역 2곳에서 치열한 수주전이 예상된다.

롯데, 신세계 등 유통기업들은 물론 현대산업개발(현대아이파크몰), 현대백화점, SK네트웍스(워커힐), 부영 등 후발 주자들이 출사표를 던진 상태다. 면세점 사업을 희망하는 기업은 오는 6월 1일까지 관할 세관에 신청서를 내야한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신세계다. 신세계는 유통업계에서 롯데와 전통적인 앙숙관계다.

신세계는 몇 년 전 임차해 사용하고 있는 인천터미널 부지를 롯데가 사들이면서 사실상 쫓겨나는 처지가 된 적이 있다. 이후부터 롯데와의 영토전쟁에 목을 매고 있다.

최근 금호산업 인수전 때는 롯데의 참여 가능성을 의식해 인수의향서(LOI)를 써냈다가 뒤늦게 롯데가 불참한 사실을 알고 하루 만에 의향서를 철회하는 해프닝을 빚기도 했다. 그만큼 신세계는 롯데의 움직임에 민감하다.

신세계는 지난해 김해공항 출국장 면세점 입찰에서 연간 임대료인 500억원보다 140억원 가량 더 많은 금액을 써내 낙찰 받는 데 성공한데 이어, 최근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자 모집에서 대기업에 배정된 전체 8개 권역 가운데 7구역(패션·잡화)을 유치하는 쾌거를 올렸다.

신세계는 이를 교두보로 삼아 서울시내 면세점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시내 면세점 유치 시 백화점, 대형마트, 관광호텔과 연계되는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성영목 신세계조선호텔 사장은 최근 공식석상에서 “앞으로 기회가 닿는다면 모든 매장 입찰에 적극 참여해 면세점 사업을 키우겠다”고 밝혔다. 신세계 관계자는 CNB에 “유통 전문기업의 역량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면세점 사업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전했다.

▲지난달 10일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 ‘그랜드 오픈 기념식’에서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오른쪽에서 다섯번째)이 리본을 자르고 있다. (호텔신라 제공)

호텔신라 자존심 회복할까

인천공항과  제주 시내 면세점 유치 경쟁에서 롯데에 연달아 패한 호텔신라가 서울시내 면세점 수주전에 뛰어들지도 관전 포인트다.
 
지난달 공개된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 결과, 신라는 2·4·6구역을, 롯데는 1·3·5·8구역 사업권을 따냈다. 롯데는 사업면적과 위치에 있어 사실상 신라에 완승했다.

롯데는 대한항공(KAL) 발권소 바로 뒤에 있는 1구역,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2011년 힘겹게 따낸 5구역의 루이비통 매장 운영권을 모두 가져갔다. 신라는 제주도에서도 롯데에 고전하고 있다.
 
신라는 현재 서울시내 면세점 6곳 중 단 한 곳에서만 면세점을 갖고 있다. 롯데는 3곳을 차지하고 있다.     

호텔신라 측은 “아직 입찰마감까지 시일이 많이 남아 있다”며 신중한 모양새지만, 업계에서는 이부진 사장이 롯데와의 경쟁에서 연이어 자존심을 구긴 터라 이번에는 적극적으로 공세를 취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한편 롯데는 독점 논란을 의식해 몸을 사리고 있다. 이미 전체 면세점 시장의 과반을 점하고 있는 롯데로서는 공세적인 이미지를 감출 필요가 있다.

롯데는 현재 서울 시내 면세점 6곳 중 소공점, 월드타워점, 코엑스점 등 3곳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 추가 수주와 관련해 아직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롯데의 공격적인 경영 스타일로 볼 때 이번에도 적극적으로 뛰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이밖에 인천공항 입찰을 포기한 한화갤러리아를 비롯해 현대산업개발 등 대기업도 대거 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은 지난 1월 간담회에서 “현대아이파크몰이 위치한 용산이 발전 가능성과 지리적 강점을 갖췄기 때문에 면세점으로서 서울을 대표하는 관광 랜드마크가 될 수 있다”며 적극적인 참여의사를 내비췄다. 

광장동 워커힐면세점의 확장 공사를 진행 중인 SK네트웍스도 “올해 서울 시내 면세점 입찰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의지를 다졌고,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에 참가 신청서를 냈다가 막판에 입찰을 포기한 한화갤러리아도 “서울시내 면세점의 경우 면밀히 검토해 결정하겠다”며 참가 의향을 밝혔다.
 
최근 제주시내 면세점에 도전해 주목받은 바 있는 부영그룹도 재도전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 독점논란…수주전 안개 속

서울 시내 면세점 입찰은 2000년 이후 15년 만의 일이다. 정부는 중소·중견 기업 몫으로 일부 신규면세점을 할당하는 등 사업 경험이 없는 기업에도 기회를 줄 방침인데다, 일부 대기업의 독점 논란이 불거진 상태라 수주전은 안개 속이다.  

서울 지역 면세점은 관광객 수요가 많고 인천공항 면세점처럼 임대료가 높지 않아 입찰경쟁이 더 치열할 전망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불황이 계속되며 백화점과 대형마트가 2~3%대 저성장을 기록하는 동안에도 면세점은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 기업들에게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사상최대 입찰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관세청 관계자는 “면세점 혼잡을 해소하고 급증한 중국 관광객을 수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며 “투자 활성화, 일자리 창출, 관광산업 발전 등 경제활성화 측면에서 시내 면세점을 추가로 열게 됐다”고 말했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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