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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연합회 vs. 생보협회, 결재계좌 허용 놓고 ‘치킨게임’

금융위, 조만간 협의체 구성…의견 수렴 결과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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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이성호기자 |  2015.03.18 11:04:34

▲금융위원회는 ‘2015년 경제정책방향’에 포함된 보험사 이용고객 금융서비스 개선을 위한 ‘자금이체(지급결제) 편의성 제고’를 추진하고 있다. (사진=CNB포토뱅크)

전국은행연합회와 생명보험협회가 제대로 맞붙었다.

정부가 만지작거리고 있는 보험사의 지급결제 허용을 놓고 서로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싸움이 전개되고 있는 모양새다. 아직 금융위원회에서는 큰 틀만 제시했을 뿐 실행을 위한 구체적인 논의에 들어가지 않았다. 

하지만 은행과 생명보험을 각각 대표하는 이들 협회는 벌써부터 이른바 ‘밥그릇’ 전쟁에 날을 곧추 세우며 극렬한 대립구도를 보이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금산분리의 근간이 무너지며 핵심 업무를 타업권에서 하도록 하는 것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고, 보험업권에서는 핀테크(금융+IT) 시대를 맞아 금융업 간의 벽을 허물고 고객 편의를 위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초반 기세부터 밀리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역력한 가운데 향후 정부에서 어떤 결과물을 도출할지 추이가 예의주시되고 있다. (CNB=이성호 기자)

금융위 조만간 협의체 구성…대립각 커 난항 예고

정부는 지난해 12월 ‘2015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보험사 이용고객의 금융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해 ‘자금이체(지급결제) 편의성 제고’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급결제가 허용되면 보험사가 은행과 비슷한 업무를 할 수 있게 된다. 즉 고객들이 보험사 계좌를 통해 보험금이나 공과금 납부, 급여 및 자동이체, 카드대금 결제 등이 가능해진다. 증권사의 경우 2009년 자본시장법 제정 당시, 국회 심의에 따라 개인고객에 한해 자금이체 업무를 허용하고 있다. 반면 보험사는 전혀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지난 2010년 지급결제 허용에 여부에 대해 국회에서 논의된 바 있으나 특별한 결론을 내지 못했고, 2012년 18대 국회의 임기만료로 관련 법안(보험업법 개정안)이 폐기됐다.

그러나 정부에서 올해 재추진하겠다며 불씨를 당긴 상황이다.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는 자금이체 업무 허용 범위와 방안 마련 등을 위해 협회·전문가들이 참여한 협의체를 운영할 계획이다. 이후 보험업 법령, 금융결제원 규약 등 관련 규정 개정을 꾀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당사자인 은행연합회와 생명보험협회 간 입장차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순탄치만은 않아 보인다. 최근 은행장 10여명은 국회 정무위원장과 간담회를 갖고 입장을 전달했다. 이에 질세라 보험사 사장 9명도 그 다음날 정무위원장과 회동을 갖는 등 물러설 수 없는 팽팽한 대결 구도가 최고경영자 급에서 펼쳐지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보험사의 지급결제 허용을 반대하고 있다. (사진=CNB포토뱅크)


은행연합회, 동일업무 동일규제 원칙 위반

은행연합회 측은 절대불가 입장을 고수하며 방어태세다.

보험사에 자금이체 업무를 허용해 주는 것은 수시입출금 계좌개설이 가능한 수신기능을 허용하는 것으로 사실상 보험사가 은행의 핵심 업무를 수행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주장이다.

은행과 같은 규제를 받지 않으면서 은행업을  영위하는 것은 형평성 문제가 발생하며 동일업무 동일규제 원칙에 위반된다는 것. 이는 일반 자동차 운전면허증을 가진 사람이 대형버스 내지 중장비를 운전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는 논리다.

특히 대기업 집단의 오너 지시로 계열사·협력업체의 자금을 보험사에 유치하고, 이 자금으로 부실 계열사에 대한 편법지원이 가능하게 되며 방만 경영으로 보험사가 부실화될 경우 고객과 금융시스템에 큰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기업이 은행을 우회적으로 소유(재벌의 사금고화)하게 돼 금산분리 원칙이 무력화될 수 있고, 2008년 미국 AIG의 파산위기 및 2013년 동양사태 등 건전성 악화 또는 금융불안에 따른 대량자금 인출사태 발생 시 유동성 리스크가 확대된다는 부연이다.

고객 편의 제고 효과는 미미한 반면 소비자 부담만 증가한다는 목소리도 내고 있다. 현재에도 보험·증권사 고객은 특별한 불편이 없으며, 보험사가 지급결제에 참여하게 되면 금융결제원 참가비, 전산 인프라 구축비 등 추가 비용이 발생해 사업비 증가 등으로 소비자의 부담만 커진다는 것이다.

이에 은행연합회는 지급결제 도입을 논하기에 앞서 보험·증권사 역시 은행과 같은 진입규제, 건전성 규제, 지급준비금 제도 등의 적용을 받아야 한다고 피력하고 있다. 아울러 금산분리 완화에 대한 국민적 합의, 재벌의 사금고화를 막기 위한 방안 등 선행 조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CNB에 “보험사가 은행이랑 똑같아 지는 것으로 명분 없는 얘기”라고 일축하며 “일각에선 업권을 지키려고 은행들이 반대한다고 하지만 제3자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보더라도 은행권의 논리가 맞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2010년에 보험업법을 개정하려고 말들이 많았지만 결국 무산된 바 있다”며 “개정안은 물론 다른 식으로 풀어내는 방법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분명히 했다.

▲은행연합회와 생명보험협회의 대립구도가 심화될 전망이다. (사진=해당 협회 홈페이지 캡쳐)


생보협회, 고객 편의성 높여야

반면, 대척점에 서 있는 생명보험협회는 이번이야 말로 지급결제가 허용돼야 한다며 핏대를 세우고 있다. 

은행연합회와 마찬가지로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데 성격은 판이하게 다르다. 우체국·저축은행 등도 결제계좌가 있고, 더불어 최근 핀테크가 도입되면서 IT기업들에게도 지급결제를 허용하려는 추세인데 이를 역행해 보험만 규제하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다는 것.

금융업 간 칸막이를 없애 편의성을 높이는 것으로 고객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제도개선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보험사가 은행에 지급하는 보험료 자동이체 수수료 비용도 무시할 수 없다.

생보협회 관계자는 CNB에 “연 1600억원 이상의 이체수수료를 은행에 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단순히 보더라도 이 비용을 절감하면 당연히 고객들한테 더 다양한 상품개발이나 혜택이 돌아갈 수 있어 계약자 및 보험산업 측면에서 유익한 내용이 될 수 있다”고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지난 18대 국회 당시 업계에서 지급결제를 추진한 바 있었으나 안됐고, 현재 금융규제 개혁의 일환으로 올해 경제정책방향에 포함돼 은행 등과 협의를 통해 추진을 해보자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반대하고 있는 은행권과의 의견조율이 쉽지 않겠지만 순차적으로 하나하나 풀어나간다는 요량이다. 

그는 “이제부터가 중요 시점”이라며 “아직 진전된 것은 없지만 앞으로 각 업권에서 서로의 내용을 가지고 신중하고 세밀하게 검토를 해 향후 방향을 설정, 제도를 시행해 가야한다”며 향후 있을 구체적인 논의에 무게를 실었다. 

한편, 보험사 지급결제 허용을 정책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금융위도 쉽지 않은 작업임을 토로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CNB에 “보험사 뿐만 아니라 증권사의 법인 지급결제 허용 부문도 걸려있어 조만간 관련 협회 및 회사 등이 참여한 협의체를 구성할 예정”이라며 “무엇보다 은행과 보험 측의 갈등이 워낙 심하기 때문에 의견을 수렴하고 각 업권에서 수긍할 수 있는 것을 도출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과거 국회에서 지급결제를 담은 보험업법이 무산된 바 있어 이번에 시행방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모법(보험업법)이 개정돼야 할 사안인지, 아니면 하위법령인 시행령 등을 손봐야 하는 지 등 여러 가지 안들이 나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CNB=이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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