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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빈 자리 SK그룹…검찰 칼날 앞 풍전등화 ‘위기’

[심층분석] 오너리스크·실적악화·檢수사 ‘삼중고’ 돌파카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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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5.03.25 11:41:35

▲SK그룹이 총체적인 위기를 맞고 있다. 반사경에 비친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사옥이 현 상황을 담은듯 혼란스런 느낌을 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SK그룹이 안팎으로 위기에 직면했다. 포스코 수사로 시작한 대기업 사정정국의 화마(火魔)가 그룹 전체로 번지면서 수난을 겪고 있다.

수백억원대 횡령혐의로 기소돼 복역 중인 최태원 그룹 회장은 배당금 논란에 휩싸였다. 안으로는 최 회장의 최측근인 문덕규 전 SK네트웍스 사장이 세력다툼에서 밀려나면서 내홍이 일고 있으며, 주요 계열사들의 실적은 내리막길이다. 이대로라면 최 회장의 가석방이나 특별사면은 물 건너가는 분위기다. CNB가 ‘안개 속’ SK를 들여다봤다. (CNB=도기천 기자)

잔인한 3월…SK계열사 표적수사 논란
사정칼날 앞 최태원 회장 사면 ‘없던 일’
SK텔레콤 등 주요계열사 실적 내리막길
문덕규 전 사장 항명 사태로 리더십 휘청

SK그룹의 수난이 시작된 건 지난해 연말 경이다. 당시 최태원 회장 형제는 성탄절 사면에 기대를 걸고 있었다. 최 회장과 동생인 최재원 부회장은 계열사 자금 450억원을 빼돌려 선물·옵션에 투자한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각각 징역 4년과 징역 3년6월을 확정받아 복역 중이다. 

SK측은 지난해 1월 법정구속된 최 회장의 만기출소 시점은 2017년 초이지만 ‘형기의 3분의 1’을 채워야 한다는 가석방 요건을 충족했고, 재벌 총수로서는 역대 최장기로 복역했다는 점에서 성탄절이나 설 특사 또는 가석방에 희망을 걸었다.

더구나 황교안 법무장관과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잇단 ‘기업인 선처’ 발언으로 온풍이 불었다. ‘초이노믹스’로 한창 주가가 오르던 최 부총리의 당시 발언을 놓고 ‘박심(朴心)’이 작용한 것이라는 말까지 돌았다.

증권가 정보지(찌라시)에는 SK가 정․관계를 상대로 최 회장 등에 대한 선처를 호소해온 게 효력을 발휘했다는 얘기가 등장했다. 연말이 다가올수록 SK의 기대감은 높아졌고, 전 계열사에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하라’는 엄명이 떨어졌다.

그런데 이 시점에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의 일명 ‘땅콩회항’ 사건이 터졌다. 오너 일가의 경영승계, 제왕적 지배구조를 비난하는 여론이 봇물을 이루면서 결국 사면설은 없던 얘기가 됐다.

올해 들어서도 이런 분위기는 가라앉지 않았다. 설과 삼일절 특별사면마저 무산되자, SK그룹은 광복절에 기대를 걸었다.   

SK 폐부 스며든 사정 칼날
  
하지만 포스코건설 비자금 수사로 시작된 대기업 사정정국의 칼날은 SK 깊숙이 들어왔다.

지난 12일 검찰은 입찰 담합 혐의로 SK건설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요청권을 행사했고, 공정위는 이를 받아들여 즉시 SK건설을 검찰에 고발했다. 앞서 공정위는 SK건설에게 과징금만 부과했었다. 그런데 이례적으로 검찰이 고발요청권을 발동한 것. 검찰총장이 직권으로 이 권한을 행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은 새만금 방수제 건설공사 입찰과정에서 SK건설을 비롯해 삼성물산, 현대산업개발, 한라, 한화건설, 대우건설, 한진중공업, 코오롱글로벌, 태영건설, 한신공영, 계룡건설, 금광기업 등 11개 기업이 담합한 것으로 보고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14일에는 공군 전자전 훈련장비(EWTS) 도입 비리 의혹을 받고 있던 SK C&C 권모 전 상무가 구속됐다.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권 전 상무가  이규태 일광공영 회장(구속 중)과 공모해 EWTS 도입사업 과정에서 가격을 부풀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를 잡고 있다.

합수단은 이 회장이 애초 5100만달러(약 562억원) 규모인 사업비를 9600만달러(약 1058억원)로 부풀려 4500만달러(약 496억원)를 가로챈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SK C&C는 일광공영의 협력업체로 참여, 다시 일광그룹 계열사인 솔브레인에 재하청을 줬다. 

검찰은 일광공영 계열사들이 EWTS 납품에 필요한 장비를 공급하기 위해 연구개발비를 받아놓고도 실제 연구개발은 하지 않고 자금을 횡령, 유용했을 가능성에 대해 들여다보고 있다. 이 과정에 개입돼 있는 SK C&C의 역할도 면밀히 살피는 중이다. 만일 권 전 상무 개인 비리에 그치지 않고 회사 차원에서 개입한 정황이 드러난다면 불똥이 SK그룹 전체로 튈 수도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동생 최재원 수석부회장. (사진=연합뉴스)

최 회장 친정체제, 내홍에 ‘휘청’

이 와중에 최 회장은 그룹의 배당금 총액이 전년 대비 감소했음에도 홀로 배당금을 더 많이 받아 뒷말이 많다. 지난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에 따르면 최 회장은 전년대비 15% 늘어난 329억7000만원 규모의 배당금을 받는다. 

SK그룹 상장 계열사 9개의 배당금은 총 1조658억원으로 2013년 1조 1143원에 비해 485억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늘 두둑한 배당금을 안겨준 SK이노베이션이 34년만에 무배당을 한 탓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 회장의 배당금은 되레 늘었다. SK C&C는 지난 20일 주주총회에서 2014년 결산 배당금을 보통주 1주당 2000원으로 확정했다. SK C&C 지분 32.92%를 보유한 최 회장의 배당금은 329억1621만원에 달한다.

SK 측은 “주주로서 배당금 받는 것은 당연한 권리며, 배당금을 사회에 환원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중형을 선고받고 구속된 상태에서 수백억원의 배당금을 챙기는 모습이 곱게 비칠 리 없다. 

이런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 회사 내 신진세력들과 최 회장 측근 간의 세력다툼까지 발생했다.

2013년 3월 SK네트웍스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가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중도하차한 문덕규 전 사장이 SK수펙스추구협의회에 반기를 든 것이다. SK그룹은 최 회장의 경영공백에 따른 위기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주요계열사 CEO들을 중심으로 수펙스추구협의회를 구성해 위기상황에 대처하고 있다.

그런데 문 전 사장이 지난 18일 김창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과 SK네트웍스 전직원에게 "내가 왜 중도에 해임 됐는지 알려 달라"는 내용의 항의성 메일을 보낸 것.

문 전 사장은 “지난해 말 김 의장으로부터 ‘이제 그만 내려놓으세요’라는 말 외에 어떤 설명도 듣지 못했다. 물러나야 하는 이유를 말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2000년대 초 SK글로벌의 최고재무채임자(CFO)로 일하면서 SK글로벌 분식회계 사태와 뉴질랜드계 헤지펀드인 소버린의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를 물리치고 SK를 지켜낸 그룹내 최고의 ‘재무통’으로 통한다. 그룹의 자금 흐름이 그의 손에서 설계됐다는 점에서 자칫 딴 마음이라도 먹는다면 SK로서는 상상조차 하기 싫은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SK그룹 관계자는 “언론에 알려지면서 침소봉대된 측면이 크다. 그룹 경영진과 문 전 사장이 서로 오해를 풀었다”고 밝혔지만, SK수펙스추구협의회는 이번 일로 위상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주요 계열사들의 실적도 내리막길이다. SK는 ‘오너리스크’가 길어지며 주요사업의 의사결정이 쉽지 않아, 그룹의 양대 축을 이루고 있는 SK이노베이션과 SK텔레콤 모두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룹 내 최대 매출 비중을 차지하는 SK이노베이션은 글로벌 수요부진과 원유 공급과잉 여파로 지난해 37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매출은 전년대비 7938억원(1.2%) 줄었고, 영업익은 1조6069억원 감소했다. 

SK텔레콤은 업계 1위의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포화상태에 접어든 시장 환경으로 성장이 한계에 부딪힌 상태다. SK텔레콤은 최근 15년 이상 근무한 직원들을 대상으로 명예퇴직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등 몸집을 줄이고 있다.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사옥. (사진=CNB포토뱅크)

靑, 경제활성화 손놓고 레임덕 돌파?

이처럼 SK그룹은 안팎으로 수난을 겪고 있다. 그럼에도 칼을 뽑아든 사정당국은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번 검찰 수사가 이명박 전 정권과 연계된 기업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칼끝이 어디로 향할지 가늠하기 힘들다.

최태원 회장의 부인 노소영씨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녀다. SK는 지난 수십년 간 친정부 기업으로 자리매김 해왔다는 점에서 검찰이 마음먹기에 따라서 해묵은 특혜·비리 의혹이 부상될 수도 있다.

이완구 총리의 대국민담화에 이어 황교안 법무부 장관, 김진태 검찰총장, 박성재 서울중앙지검장 등의 부정부패 척결 주문이 이어진 뒤 서울중앙지검 특수부가 대기업 사정의 전면에 나선 것도 예사롭지 않다.

특수부는 대검 중앙수사부가 폐지되면서 그 기능을 고스란히 이어받은 검찰 내 최고수사기구다. 정치권에서는 검찰 수사 기획의 주체가 청와대 민정라인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현재 공식적으로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기업은 SK건설, 포스코건설, 경남기업 등이지만 내사 중인 대상은 어림잡아 20곳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 신세계 총수 일가 등의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해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분위기가 이어질 경우, 최 회장은 자칫 징역 4년형을 모두 감옥에서 보내야 하는 사상 첫 재벌 총수가 될 수도 있다.

SK그룹 관계자는 “SK건설, SK C&C는 사업과정에서 문제가 생긴 것으로 검찰(특수부) 조사를 받고 있는 기업들의 (바자금 조성) 혐의와는 차원이 다르다”며 “이번 일들이 그룹 경영에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며, 수펙스추구협의회를 중심으로 위기 극복에 전사적으로 힘을 모으고 있다”고 밝혔다.

재계에서는 SK를 비롯한 대기업 수사에 대한 볼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재계 고위관계자는 “입찰 담함 건은 이미 공정위의 과징금부과로 끝난 일인데 다시 검찰이 해묵은 카드를 행사했다는 점에서 대기업 표적수사로 보는 시각이 많다”며 “집권 하반기마다 연례행사처럼 사정 한파가 몰아치고 있는데, 이런 분위기에서 투자활성화, 경제활성화가 제대로 되겠느냐”고 한탄했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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