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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LG 법적분쟁 통 큰 합의…‘휴전모드’ 넘어 ‘특허공유’

[재계 돋보기] 삼성, ‘손해 보는 장사’ 왜 택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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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5.04.01 15:19:30

▲2013년 2월 4일 김재홍 지식경제부 성장동력실장(가운데) 주재로 열린 협상테이블에 참석한 김기남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오른쪽·現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대표(왼쪽). 이후 삼성과 LG는 소송 합의는 물론 기술공유 방안을 논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연합뉴스

삼성과 LG가 양사 간의 법적 다툼을 모두 끝내기로 전격 합의하면서 향후 IT·전자업계 판도가 주목된다. 단순한 민사 합의를 넘어 기술 공유 등 양사 간 윈윈 전략이 구체화될 경우, 글로벌 시장 판세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CNB가 ‘휴전모드’를 넘어 ‘특허공유’ 가능성을 열어 둔 두 기업을 들여다봤다. (CNB=도기천 기자)

소송 과정서 삼성·LG 기술력 노출
양사 간 기술공유·공동연구 가능성
재계 “사정 한파, 양사 합의에 영향”

삼성과 LG는 31일 공동 보도자료를 내고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서로 간에 진행 중인 법적 분쟁을 모두 끝내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삼성과 LG는 “향후 갈등과 분쟁이 생길 경우, 법적 조치를 지양하고 대화와 협의를 통해 원만히 해결하기로 합의했다”며 “소비자들을 위해 제품과 서비스를 향상시키는데 주력하기 위해 양사 최고경영진이 대승적인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이 전격 합의한 법적 분쟁은 3가지 사안에 걸쳐 총 5건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간에 세탁기 사건을 포함해 3건이 있고,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간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기술 유출 사건 2건이 진행 중이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간의 소송전은 2012년 5월 삼성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기술을 유출한 혐의로 LG디스플레이 임직원과 협력업체 직원 등이 기소되면서 시작됐다. 이후 삼성디스플레이가 손해배상 소송 등으로 책임을 물었고, LG디스플레이는 이에 반박하고 나섰다.

수원지법은 지난달 삼성의 OLED 기술을 LG로 빼돌린 전 삼성디스플레이 연구원과 이를 건네받은 LG디스플레이 임직원 등 4명에게 법원이 유죄를 선고했으나, 양측 모두 항소를 예고한 상태였다.

세탁기 파손·기술유출 사건 등 종결

‘삼성 세탁기 파손 사건’은 LG 고위 임원들의 지나친 애사심이 화를 낳았다.
 
지난해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14’에 참석한 LG전자 세탁기연구소장인 조한기 상무 등은 자툰의 유로파센터 매장에 전시된 삼성 크리스털 블루 세탁기를 파손한 혐의로 현지 경찰의 조사를 받았다. 조 상무 일행은 파손된 세탁기 4대 값을 물어주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진짜 큰 일’은 그 다음에 터졌다. 삼성전자가 다른 매장에도 이같은 일이 없는 지를 전수조사 하는 과정에서 LG전자 생활가전 사업본부장인 조성진 사장이 삼성 세탁기의 문 연결부(힌지) 부품을 빼내는 장면이 CCTV에 찍힌 것.

LG 측은 경쟁업체 제품에 대한 실험 차원이었다고 해명했지만, 삼성은 LG전자 임원들이  제품을 일부러 망가뜨렸다며 검찰에 수사의뢰했다.

검찰은 LG 측의 해명을 받아들이지 않고, LG전자 임원들이 고의로 제품을 파손했다고 판단했다. 조 사장 등 LG전자 임원들에게 재물손괴 혐의가 적용됐다.

아울러 사건 발생 이후 공방을 벌이는 과정에서 LG전자가 낸 해명성 보도자료에 허위사실이 담겼다고 보고 조 사장과 홍보담당 임원에게 명예훼손·업무방해 혐의도 적용했다.

이 과정에서 LG전자도 삼성전자 측을 증거조작 등의 혐의로 맞고소해 사건이 추가됐다.

LG전자 임원이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이 진행한 에너지 고효율 시스템에어컨 연구개발 공모과정에서 삼성전자가 제출한 사업계획 발표 자료를 빼돌린 혐의로 뒤늦게 검찰에 기소된 사건도 있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삼성전자가 국책 연구과제 공모에 참여하면서 제출한 에어컨 관련 기술 정보를 빼낸 혐의(부정경쟁방지법 위반)로 LG전자 허모(54) 전 상무와 윤모 전 부장(45)을 기소 의견으로 지난해 8월 검찰에 송치했다.

당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모두 공모에 참여해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는데, 이들은 국책과제 평가위원으로부터 삼성전자의 계획서를 입수해 삼성과 비교되는 수치를 높이거나 사업 참여 기관 수를 늘려 최종 발표자료를 보강했다. 결국 LG전자가 삼성전자를 근소한 차이로 누르고 연구개발 과제를 따냈다.

▲삼성과 LG 간 합의문. 양사는 서로 간에 진행 중인 법적 분쟁을 모두 끝내기로 합의했다.

디스플레이 ‘특허 협상’ 2년전 착수

이처럼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 대체로 삼성이 LG로부터 피해를 본 것이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과하고 삼성이 대승적 차원에서 합의한 것을 두고, 업계에서는 향후 양사가 기술공유 등 한 발 짝 더 나갈 것으로 보는 시각이 나온다.      

삼성과 LG 모두 합의과정을 비밀에 부치고 있지만, 그간의 정황으로 볼 때 오래전부터 큰 그림을 준비해온 것으로 짐작된다.
 
특히 디스플레이 기술 분쟁은 지난 2년간 조율이 진행돼 왔고 이 과정에서 특허공유 얘기가 돌았다.

지난 2013년 2월 삼성디스플레이 김기남 사장(現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과 LG디스플레이 한상범 사장은 김재홍 지경부 성장동력실장의 중재로 서울 한 음식점에서 오찬을 함께 하면서 상호 확전을 막고 협상으로 분쟁을 해결하기로 합의했으며, 이후 실무협상이 시작됐다. 그해 3월 15일 첫 협상후 지금까지 최소 10여 차례 이상 논의가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서로 간에 특허 침해 범위를 구체적으로 확인했으며, 상호 침해받은 특허기술의 경제적 가치를 따진 뒤 필요한 보상 절차를 밟아 소송을 매듭짓기로 했다. 

소송에 걸린 기술은 LG디스플레이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기술 7건과 삼성디스플레이의 LCD 기술 7건 등 첨단 기술들로 경제적 가치가 상당한 것들이다.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 1, 2위인 양사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히면서 업계에서는 양측이 소송을 접고 특허를 공유할 것이란 얘기가 나왔다. 보상협의 과정에서 양측이 보유한 기술이 서로 간에 공개됐기 때문이다.  

당시 김기남 사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특허는 전체적으로 크로스라이선스(기술 공유)를 하는 방안을 생각 중이며, 그것까지 해야 소모적인 분쟁을 하지 않고 양사가 우수한 제품으로 세계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삼성세탁기 파손 사건으로 기소된 조성진 LG전자 사장이 지난 1월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2015년 사업방향에 대해 밝히고 있다. (사진=LG전자 제공)

통 큰 단합, 사정정국 돌파카드?

이번 합의 배경을 최근 재계에 몰아치고 있는 사정 한파와 연관 짓는 시각도 있다.

지난달 포스코건설의 비자금 의혹에서 비롯된 검찰 수사가 재계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현재 검찰이 공식적으로 수사에 착수한 기업은 SK건설, 포스코건설, 경남기업 등이지만 내사 중인 대상은 어림잡아 20곳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안팎에서는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 신세계 이명희 회장과 정용진 부회장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양사가 합의하면서 “엄중한 국가경제 상황을 슬기롭게 헤쳐 나가는데 힘을 모으기로 했다”고 밝힌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양사의 한 관계자는 “양측이 합의에 이르게 된 구체적인 과정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면서도 “꾸준히 물밑 접촉을 진행했고, 그 과정에서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과 LG전자 구본준 부회장 등 오너들이 대승적 합의에 동의한 걸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오랜 소송 과정에서 이미 서로 간의 기술정보가 대부분 드러난 만큼 더 이상 소송 진행이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경제활성화에 사활을 걸고 있는 정부 정책 분위기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CNB=도기천 기자)


삼성-LG간 법적 분쟁 그간 경과는

◇ 2012년

▲ 7월 15일 = 수원지검 형사4부, 삼성디스플레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핵심기술 유출 혐의로 삼성 전현직 연구원 6명, LG디스플레이 임직원 4명, LG 협력업체 임원 1명 등 11명 불구속 기소.
▲ 7월 16일 =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에 사과와 책임있는 조치 촉구. LG디스플레이 “삼성이 악의적으로 사건을 과장했다”며 명예훼손 고소 선언.
▲ 9월 5일 =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상대로 영업비밀 등 침해금지 가처분 신청 서울중앙지법에 제기. LG디스플레이 “경쟁사 흠집내기”라며 반발.
▲ 9월 27일 = LG디스플레이,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상대로 OLED 패널 설계기술 등 총 7건에 대한 특허 침해금지 및 손해배상 소송 제기.

◇ 2013년

▲ 2월 12일 = 삼성디스플레이, LG 상대 가처분 취하.
▲ 2월 20일 = LG디스플레이, 삼성전자·삼성디스플레이 상대 가처분 취하.
▲ 4월 9일 =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 LG디스플레이 협력업체를 통해 OLED 패널 기술 유출 혐의로 삼성디스플레이 사업장 3곳과 본사 등 압수수색 단행.
▲ 9월 23일 = 삼성-LG디스플레이 손해배상 소송 및 특허소송 등 취하 합의.
▲ 11월 11일 = 서울지방경찰청, 삼성디스플레이 임직원 7명 및 LG디스플레이 협력업체 관계자 4명, 법인 2곳 기소 의견으로 검찰 송치.

◇ 2014년

▲ 9월 3일 = LG전자 조성진 사장 IFA 기간 중 독일 베를린 한 가전제품 매장에서 삼성전자 세탁기 고의 파손 의혹 발생.
▲ 9월 14일 = 삼성전자, ‘세탁기 파손 논란’ 조성진 LG전자 사장과 임원 등 업무방해와 재물손괴, 명예훼손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수사의뢰.
▲ 9월 15일 = 서울중앙지검, ‘세탁기 파손 논란’ 사건 경제사건 전담부서인 형사4부에 배당.
▲ 12월 21일 = LG전자, ‘세탁기 파손 논란’ 관련 삼성전자 임직원 증거위조 및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맞고소.
▲ 12월 26일 =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 ‘세탁기 파손 논란’ 관련 LG전자 여의도 본사 및 경남 창원 공장 등 압수수색.
▲ 12월 30일 =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 LG전자 조성진 사장 피의자 신분 소환조사

◇ 2015년

▲ 1월 말∼2월 초 = 삼성-LG전자, 세탁기 손괴 사건 관련 합의 시도. LG전자 유감의 뜻 표시. 삼성전자 사과 수용 거부.
▲ 2월 6일 = 수원지법, 삼성디스플레이 기술 유출 혐의 전 삼성디스플레이 연구원에 집행유예형 선고. LG디스플레이 임원과 협력업체 직원 등 2명은 벌금형 선고. LG디스플레이 임직원 및 법인 등은 무죄 선고.
▲ 2월 13일 = 수원지검 특수부, LG디스플레이 OLED 기술 빼돌린 혐의로 LG 협력업체 사장과 삼성디스플레이 임직원 4명 불구속 기소. 삼성디스플레이 전무 등 임직원과 다른 협력업체 사장 등 11명은 무혐의 처리.
▲ 2월 15일 =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 LG전자 조성진 사장, 세탁기연구소장 조한기 상무, 홍보담당 전모 전무 불구속 기소.
▲ 2월 16일 = 조성진 LG전자 사장, 세탁기 파손 논란 당시 현장 CCTV 동영상 유튜브에 공개.
▲ 3월 13일 =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 조성진 LG전자 사장 등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 개최.
▲ 3월 31일 =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상호 진행 중인 법적 분쟁 모두 끝내기로 합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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