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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공 늦춰진 월드컵대교…서울시 ‘늑장’ 삼성물산 ‘속앓이’

[심층르포] ‘박원순표 사업’엔 수백억 선뜻…주민불안 뒷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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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5.04.03 14:27:13

▲3일 아침 안개에 휩싸인 월드컵대교(빨간색 테두리 안)와 성산대교(왼쪽 다리) 전경. (사진=도기천 기자)

성산대교와 가양대교의 교통체증을 해소하기 위해 2010년 착공한 월드컵대교의 공사가 지연되면서 서울 서북부 주민들의 불편이 커지고 있다.

제2자유로 개통과 상암DMC 조성 등으로 인근 상암·성산동 주민들의 교통난이 갈수록 커지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지만, 서울시는 토목공사 예산배정을 후순위에 두고 있다. 공사가 지연되면서 삼성물산 등 건설사들의 고충도 커지고 있다. CNB가 3일 공사현장을 찾았다. (CNB=도기천 기자)

월드컵대교 완공 5년 지연…2020년 개통 
오랜 세월 차량정체 성산·가양대교 ‘불안’
상암DMC 유동인구 급증…교통혼잡 ‘최악’
시공사 삼성물산, 서울시에 ‘벙어리냉가슴’ 

밤새 내리던 봄비가 그친 3일 아침, 안개 속 월드컵대교는 덩그러니 교각만 드러내고 있었다.  

서울 한강의 28번째 다리인 월드컵대교는 2010년 4월 착공했다. 마포구 상암동~영등포구 양평동을 잇는 왕복 6차로, 연장 1980m 규모로 총공사비  2588억원이 투입된다.

월드컵을 앞둔 지난 2001년 국제현상공모를 거쳐 한강 최초의 비대칭 복합 사장교로 설계되면서 세계인들의 관심을 모았다.

우리전통의 석탑과 당간지주, 학과 청송의 이미지를 형상화하고 한강교량 중 가장 넓은 225m의 경간을 갖춰 아라뱃길(경인운하)을 통과하는 5000t급 크루즈가 운항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 다리는 상암DMC(디지털미디어시티)와 인근 고양시의 유동 인구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교통량 분산을 목적으로 추진됐다.

상암DMC는 서울시가 10여년 전부터 국내 IT·미디어산업의 메카로 조성하고 있다. MBC글로벌미디어센터(MBC상암신사옥), YTN, SBS프리즘타워,  KBS미디어센터,  한국경제신문·TV, 중앙·조선·동아일보의 종합편성채널 방송국 등이 이미 입주했거나 조만간 입주를 앞두고 있다.

CJ E&M, LG CNS, LG U+, 팬택R&D센터, 누리꿈스퀘어 등 IT·미디어 관련 수십개 기업도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 또 거주 시설로는 분양·공공임대 아파트와 오피스텔 등 1만여 세대가 빼곡히 들어서 있다.

여기다 2011년 상암동과 경기도 파주시 산남동을 잇는 제2자유로의 전 구간이 개통되면서
경기도 서북부 지역에서 서울로 들어오는 차량들도 일대 교통체증을 더하고 있다.

조만간 착공 예정인 ‘상암DMC 롯데복합쇼핑몰(가칭)’이 문을 열면 교통난은 더 심각해질 전망이다. 한강 이북에서 최대 규모인 복합쇼핑몰의 영업면적은 23만1611m²(약7만200평)에 이르며, 백화점, 롯데시네마(영화관), 대형마트, 호텔 등이 입점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 일대 차량들이 서부간선도로와 공항로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성산대교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신종갑 마포구의원(상암·성산)은 “구로DMC로 출근하는 상암·성산동 주민들과 상암DMC로 출퇴근 하는 차량들이 뒤엉켜 성산대교와 가양대교 일대는 교통지옥을 방불케 한다”며 “서울시와 마포구에 월드컵대교 개통을 앞당기라고 촉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은하 상암동아파트입주자대표회장(45·여)은 “롯데복합몰까지 입점하면 정체가 더 심해질 것”이라며 “교량(성산·가양대교)의 안전문제가 우려돼 주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극심한 교통체증을 빚고 있는 성산대교 진입로 주변. (사진=도기천 기자)

공원만들기에 SOC사업 뒷전

당초 계획대로라면 이 다리는 올해 8월 준공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월드컵대교의 현재 공정은 21%에 불과하다. 서울시가 매년 투입돼야 할 예산을 줄였기 때문이다.

도시기반시설본부와 시공사는 해마다 300억원 이상의 공사비를 서울시에 요청했다. 하지만 시는 2011년 100억, 2012년 150억, 2013년 100억, 2014년 100억, 올해 150억원만 투입했다. 당초 매년 300억∼500억원의 예산이 잡혔지만, 2011년 11월 박원순 시장 취임 후 100억원~150억원으로 대폭 삭감됐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가 지적되자 시는 뒤늦게 내년부터 매년 평균 360억원을 투자해 2020년 말까지 개통하겠다고 밝혔다. 그렇더라도 착공 10년 만에 완공되는 셈이다.

일부에서는 월드컵대교 공사 지연을 두고 “대규모 토목 공사를 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박원순 시장의 뜻이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가 발주한 대형 교량·도로 등 사회간접자본(SOC) 시설 공사 중 상당수가 중단되거나, 완공 시기가 많게는 수십 년씩 늦춰진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6월에 마무리될 예정이었던 율곡로 창경궁 앞 도로구조개선공사는 공정률이 39%에 불과하다. 현재대로라면 최소 10년은 더 걸릴 전망이다.

올 연말까지 준공하겠다고 시가 밝힌 구리암사대교 연결로 개선공사는 채 절반도 못 만들었다. 겸재교 건설과 연결도로 확장, 신림∼봉천터널 도로건설, 신사사거리∼고양시계간 도로개설 공사는 완공되려면 10∼20년은 더 걸릴 것으로 전망됐다.

아예 공사가 중단된 사업도 5개에 이른다. 신림∼봉천터널 도로건설 공사는 예산이 없어 공사 재개가 불투명하다. 잠원2 빗물펌프장 신설공사, 동부간선도로 확장공사, 신상도 지하차도 확장공사, 마곡지구 재생수 처리사업 역시 주민 민원 등과 예산 문제가 얽혀 사업이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이노근(새누리당) 의원이 서울시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2008년 이후 서울시가 발주한 50억원 이상 규모의 SOC 공사는 모두 15개인데 공사가 끝난 건 3개에 불과했다.

▲교각만 드러낸 월드컵대교 현재 모습. 2010년 착공했지만 아직 공정률이 21%에 머물고 있다. (사진=도기천 기자)

서울시 “큰 그림 그리다 지연된 것”

하지만 박 시장의 공약 사업과 공원 조성 등에는 예산이 우선 배정되고 있다. 지난해 9월 박 시장은 뉴욕 하이라인파크를 본떠 서울역 고가도로를 폐쇄하고 그 자리를 공원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일부 주민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시는 총 사업비 380억 원 중에 올해 110억 원을 배정해 이르면 오는 10월 첫 삽을 떠 2017년 완공하겠다고 공언했다. 마포구 석유비축기지 복합문화공간 조성사업에는 118억원이 배정됐다. 이 사업들은 박 시장의 대표적인 공약이다.
 
이밖에 시는 오세훈 전 시장 때 폐지됐던 광화문광장 확장방안을 재검토하고 있고, 세종로공원엔 2천억원 규모의 서울시향 콘서트홀을 새로 짓는 등 도심 공원화 정책에 힘을 쏟고 있다.

이처럼 월드컵대교를 비롯한 SOC 공사들이 지연되자 새누리당은 박 시장이 투자 우선순위를 제대로 정하지 못하고 있다며 비난하고 있다. ‘박원순 표’ 사업에는 예산을 아끼지 않으면서 전임 시장들의 사업은 예산배정에 인색하다는 것.

이노근 의원은 서울시에 “박원순 서울시장은 시민 삶에 꼭 필요한 SOC 사업을 전시, 토건행정으로 규정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예산을 투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울시는 도시계획의 큰 그림을 그리다보니 월드컵대교 공사가 지연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3일 공사현장에서 만난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 서관석 토목총괄과장은 “서부간선도로 지하화사업이 2020년에 마무리되기 때문에 이 간선도로와 연결되는 월드컵대교도 그때에 맞춰 개통하려는 것”이라며 “서부간선도로 정체가 너무 심각하기 때문에 간선도로 지하화사업이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월드컵대교 개통이 이뤄져도 교통분산 효과가 미미하다”고 설명했다.

서부간선도로 지하화사업은 총사업비 5200억원의 민자사업(BTO)이다. 2010년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이 또한 후순위로 밀리다 올해 8월에야 착공한다.

2020년 완공을 목표로 연장 10.33km의 왕복 4차로 터널로 건설되며, 성산대교 남단부터 서해안고속도로 진입구간인 금천IC까지 연결된다. 결국 한쪽이 늦어지니 다른 한쪽도 늦어졌다는 게 서울시 얘기다.

▲월드컵대교 조감도. (삼성물산 제공)

한편 월드컵대교 공사는 삼성이 주도하고 있다. 삼성물산이 삼성엔지니어링, 이화공영과 컨소시엄형태로 시공을 맡고 있으며, 포스코엔지니어링이 감리를 담당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공사가 지연되면서 상당한 손실을 보고 있음에도 서울시에 대놓고 항의할 수는 없는 처지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최소 2000억원 이상의 공사비가 집행됐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서울시가 투자한 금액은 채 700억원에 못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삼성물산의 재정 건전성, 유동성 확보에 상당한 타격을 주고 있다. 그렇더라도 향후 공사가 순조로우려면 ‘절대 갑’인 서울시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다.

삼성물산 현장 관계자는 “공사지연에 따라 추가로 소요된 간접비는 관련 법에 따라 시와 협의 중”이라며 말을 아꼈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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