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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라이벌 롯데 vs 애경…30억 들인 '육교 전쟁'을 아십니까

[유통+생생] 롯데, 수원역사에 임시 육교 건설 ‘자충수’…애경 “양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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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수원= 허주열기자 |  2015.04.15 10:57:56

▲지난 13일 롯데몰 2층과 수원역사 2층을 연결하는 육교가 10미터를 남기고 공사가 중단된 모습. 미완의 육교 사방에는 “육교를 연결하지 못해서 수원시민 여러분께 죄송합니다. 빠른 시일 내에 AK(애경) 측과 협의하도록 하겠습니다”라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허주열 기자)

유통업계 라이벌 롯데와 애경의 작은 육교 하나를 사이에 두고 벌이고 있는 ‘영토 전쟁’이 수개월째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롯데몰 수원점과 수원역사를 잇는 육교 건설이 불과 10미터를 남기고 공사가 중단된 가운데, 육교를 완성하려는 롯데와 반대하는 애경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수원역사를 실질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애경의 허락 없이 육교 완공은 요원하다. CNB가 ‘10미터 육교 전쟁’이 벌어진 현장을 찾았다. (CNB/수원=허주열 기자) 

롯데몰-수원역 연결 육교 10미터 남기고 공사 중단
롯데, 버스환승센터 연결 계획 지연되자 ‘무리수’
애경 “남의 장사 도와주려 위험한 공사 허락 못해”

“육교를 연결하지 못해서 수원시민 여러분께 죄송합니다. 빠른 시일 내에 AK(애경) 측과 협의하도록 하겠습니다.”

롯데몰 수원점과 직선거리로 100미터 떨어진 수원역사 사이에 놓여진 ‘미완의 육교’ 사방에 걸려있는 현수막 글귀다.

언뜻 보면 애경의 반대로 수원역과 롯데몰을 이용하는 수원시민이 불편함을 겪고 있는 것으로 읽힌다. 하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애경의 반대에는 나름 이유가 있다.  

롯데는 롯데몰 수원점 개장(2014년 11월) 전부터 수원역사와의 연결문제를 염두에 두고 오픈 시기를 조율해 왔다. 당초 계획은 2013년말 완공이 예정됐던 버스환승센터를 통해 롯데몰과 수원역사를 연결한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수원시가 버스환승센터 건설계획을 수정하면서 일이 틀어졌다. 완공이 2016년 11월로 늦춰진 것이다. 이에 롯데는 임시방편으로 롯데몰과 수원역사를 잇는 임시 육교를 건설해 고객을 유치하는 쪽으로 계획을 수정하고 지난해 6월부터 30억원을 들여 육교 건설에 나섰다.

그러나 이마저도 육교 완성을 목전에 두고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수원역사 지분의 84%를 보유하고 있고, 이곳에서 AK플라자를 운영하는 애경이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애경은 2016년말 버스환승센터가 완공되면 철거해야 할 육교를 굳이 벽까지 뚫으면서 연결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철골 구조물로 된 벽을 뚫고 수개월 후 다시 메꿔야 하는 상황에서 안전상의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게다가 육교 건설에 앞서 사전 협의가 전혀 없었다는 것이 애경의 설명이다. 계획에도 없던 육교 건설을 롯데가 일방적으로 추진하다 애경의 반대로 막히자 뒤늦게 애경 탓을 하고 있다는 것. 

애경 관계자는 지난 13일 CNB와 통화에서 “내년이면 완공될 예정인 버스환승센터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상황에서 육교를 완성시킨다고 하더라도 1년도 채 안 돼 철거해야 한다”며 “롯데몰 고객 편의를 위해 외벽 철골 구조물을 뚫어서 연결했다가 다시 철거해야 하는데, 이렇게 안정성도 검증되지 않은 다리 건설을 허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육교 분쟁=수원 상권 전쟁

업계에서는 롯데와 애경의 ‘육교 분쟁’을 수원 최대 상권인 수원역 자리를 둘러싼 유통 라이벌의 물러설 수 없는 대결로 보는 시각이 많다.

수원역은 경부선, 호남선 등 철도와 지하철 1호선, 분당선 환승역이 겹치는 역으로 지난해 유동인구만 1324만명에 이른다. 이는 서울역, 동대구역, 부산역, 대전역에 이어 전국 5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2003년 수원역사를 민자역사로 전환하는 사업에 참여해 지분 84.2%를 보유하고 있는 애경은 민자역사를 AK플라자로 만들면서 연매출 5000억원 가량의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분당점과 함께 애경의 핵심 점포 중 하나라는 얘기다. 

반면 롯데몰은 지난해 11월 야심차게 오픈은 했지만 기대만큼의 수익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롯데몰 수원점의 매출은 AK플라자 수원점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수원역사에서 롯데몰로 이동 가능한 경로. (사진=허주열 기자)

이에 대해 롯데는 수원역에서 롯데몰로의 이동이 불편하다는 것이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육교 건설이 중단되면서 수원역에서 롯데몰로 가기 위해서는 2, 3번 출구로 나와 각각 210미터, 560미터가량 돌아가는 길 중 한 곳을 택해야 한다.

특히 수원역에서는 롯데몰로 가는 방향에 대한 안내표시도 없어 미리 방향을 숙지하지 않고 기차나 전철을 이용해 롯데몰을 찾아간다면 헤매기 십상인 것이 사실이다.

이에 다급해진 롯데는 지난 1월 28일과 2월 5일 2차례에 걸쳐 애경 측에 육교 연결 협조 공문을 보냈다. 그러나 애경이 반응하지 않자 지난 2월 25일에는 육교 연결을 촉구하는 시민 2000여명의 서명을 받아 보내기도 했다.

롯데몰 관계자는 지난 13일 CNB와 통화에서 “지난 1월 28일과 2월 5일 두 차례에 걸쳐 협조 공문을 애경 측에 보냈고, 2월 25일에는 시민 2000여명의 서명까지 받아 전달했지만 지금까지 반응이 없다”며 “현재도 물밑작업이 진행 중이지만 애경 측이 받아줄 것 같지 않아 답답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애경 관계자는 “롯데 측에서 임시 축조물 허가는 받았지만 수원역사 외벽과 연결하는 허가는 따로 받아야 하는데, 이 허가도 받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2000명의 고객 서명을 받은 것은 롯데고객을 대상으로 받은 것으로, 그런 식이라면 우리도 AK플라자를 이용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육교건설 반대) 서명을 받을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처럼 애경에서 별다른 반응이 없자 롯데는 수원시에도 읍소하고 있지만, 시는 민간기업의 사유 재산과 관련된 사항에 나설 수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발을 빼고 있다.

수원시 관계자는 “롯데와 애경이 협의를 통해서 해결해야 될 민사적인 사항”이라며 “민간기업의 이해관계가 걸려있는 사안에 시가 어느 쪽 편을 들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롯데의 무리수가 자충수가 된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다. 고객 유치를 위해 예정에도 없던 육교를 사전협의도 없이 건설하다 막히자 뒤늦게 협의를 시도하며 남 탓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앞서 롯데는 지난 1월에도 롯데아울렛 구리점 오픈(2014년 12월 19일)에 맞춰 관할관청의 허가도 받지 않고 도로안내표지판에 아울렛 위치를 알리는 방향표지판을 무단으로 설치했다가 적발돼 경고 등의 처분을 받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신규 점포를 오픈할 때 마다 종종 무리수를 뒀던 롯데가 수원점 오픈에서도 비슷한 방법을 시도하다 30억원을 날리고, 매출 경쟁에서도 뒤쳐지고 있다”며 “내년에 버스환승센터 공사가 끝나면 수원역 유동인구가 롯데몰과 AK플라자로 자연스럽게 분산될 것이 자명한 상황에서 경쟁업체의 편의를 봐주기 위해 애경이 굳이 나설 이유는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CNB/수원=허주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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