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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뷰]금호산업 입찰 나선 호반건설, 왜 낮은 금액 제시했나?

오락가락 알 수 없는 호반의 행보…흑기사 아닌 백기사 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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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5.04.29 11:12:19

▲금호산업 인수전에 참여한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왼쪽)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최근 모습. (사진=CNB포토뱅크)

금호아시아나그룹(이하 금호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에 있는 금호산업 인수전에 뛰어들어 단독 응찰 했다가 낙마한 호반건설의 행보를 두고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금호산업 주식을 전량 처분하면서까지 인수의지를 불태웠던 점을 고려하면 이번에 써낸 응찰 가격은 터무니없이 낮은 수준이다. 기회 있을 때마다 인수의지를 밝혔던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이 단독 입찰로 결정적인 카드를 거머쥔 상황에서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CNB=도기천 기자)

호반건설 6천7억 단독응찰…터무니없는 가격
채권단 호반 배제…금호그룹과 협상 가능성
‘백기사냐 흑기사냐’ 재계 궁금증 다시 확산

금호산업 매각 주관사인 산업은행은 28일 저녁 채권단 운영위원회를 열고 본입찰에 단독으로 참여한 호반건설을 우선협상 대상으로 선정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호반건설은 이날 접수가 마감된 본입찰에서 단독으로 제안서를 제출했다. 2월 말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MBK파트너스, IBKS-케이스톤 컨소시엄, IMM PE, 자베즈파트너스 등 네 곳의 재무적투자자(FI)는 결국 응찰하지 않았다.

채권단이 인수전을 원점으로 돌리면서까지 호반건설을 배제한 것은 호반이 써낸 인수 금액이 턱없이 낮았기 때문이다. 호반은 채권단이 보유한 57.5%(약 1955만주)의 지분에 대한 매입가격으로 6천7억원을 써냈다. 

채권단 보유 지분은 현 주가로는 5천억원을 밑돌지만 금호산업이 아시아나항공의 최대주주라는 점에서 경영 프리미엄이 붙을 경우 8천억원∼1조원의 가치가 있을 것으로 추산돼 왔다. 

금호산업은 금호그룹의 주력기업인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해 금호터미널, 금호리조트 등 금호가(家) 10개 계열사의 상당 지분을 갖고 있는 주요 주주다.

특히 금호산업은 그룹 경영의 꼭지점에 있는 아시아나항공의 주식 30.08%를 가진 최대주주다. 아시아나는 다시 금호터미널의 지분 100%, 저비용항공사인 에어부산의 지분 46%, 금호사옥 지분 79.9%, 아시아나개발 지분 100%, 아시아나IDT 지분 100% 등을 갖고 있다. 이런 점에서 사실상 한 그룹이 매물로 나온 것이나 다름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호산업 자체만 보더라도 상당히 매력적인 매물이다. 토목·건축을 비롯해 공항․물류시설, SOC, 환경, 주택 등 건설 전 분야에서 활발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금호산업은 대우건설 인수 등 무리한 M&A(인수합병)로 유동성 위기를 겪다 지난 2010년 워크아웃(채권단 공동관리)에 들어갔다. 현재 채권단은 산업은행, 우리은행, 농협은행과 재무적 투자자 등 50여 곳이다.

이런 앞뒤 상황을 종합해 시장에서는 금호산업의 매각예상가를 최대 1조원까지 추산했다.

▲호반건설 본사 전경 (사진=연합뉴스)

호반, 순리 거스르기 부담됐나

그럼에도 호반건설은 왜 턱없이 낮은 가격을 써낸 걸까?

호반건설 김상열 회장은 호남지역 기업인을 대표하는 광주상공회의소 회장 선거에 출마해 지난달 새 회장에 당선됐다. 이 선거는 당초 박흥석 전임 회장(럭키산업 회장)과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의 2파전으로 예상됐다.

호남 최대 기업인 금호그룹이 박 회장을 지원하고 있는 상황이라 김상열 회장에게 녹록치 않은 상황이었다. 또 산업기반이 취약한 호남에서 호반이 금호산업을 인수하려는 것을 두고 시선이 곱지 않았다. ‘금호는 금호의 품으로 가는 것이 순리’라는 게 지역 상공인들의 여론 흐름이었다.

이런 부담을 안고 응찰한 만큼 호반으로서는 어떻게든 금호산업을 손에 넣어야 하는 절박한 심정이었을 것이다. 투자금융업계 정보를 취합하고 채권단의 의사를 물밑 타진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벌였을 것으로 짐작된다.

하지만 호반은 시장의 판단과 전혀 다른 가격을 써냈다. 일정부분 고의성이 있었을 수도 있다는 의심을 품게 만든다. 

“호반, 결과적으로 금호 도와준 셈”

호반건설은 금호그룹과 마찬가지로 광주에 뿌리를 둔 중견건설사인데다, 김상열 회장과 금호그룹 박삼구 회장은 개인적으로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 회장은 채권단 보유 주식 중 ‘50%+1주’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이 있다. 우선매수청구권은 채권 소유자가 주식을 제3자에게 매도하기 전에 채무자(박 회장)가 같은 조건으로 우선 매수할 수 있는 권리다. 인수전에 뛰어든 경쟁자들이 제시한 가격을 보고 1원이라도 더 많은 값을 써내면 박 회장이 금호산업을 가져가게 된다.

▲서울 종로구 금호아시아나그룹 본관 (사진=연합뉴스)

박 회장은 원래 주인이 금호그룹인 만큼 반드시 금호산업을 인수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해왔다. 특히 주력기업인 아시아나항공의 사활이 달린 일이기도 해 전사적으로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금호산업은 1946년 광주택시로 창립해 60~70년대 경부선과 호남선 고속버스 사업에 뛰어들어 ‘금호 신화’를 창조한 기업이다.

이런 앞뒤 상황으로 볼 때,  인수에 부담을 느낀 호반건설이 어느 순간 ‘흑기사’가 아닌 ‘백기사’로 돌아선 것 아니냐는 얘기가 회자되고 있다.

실제로 호반 덕분에 금호는 유리한 형국을 맞고 있다. 현재 채권단은 재입찰 가능성 뿐 아니라 우선매수청구권을 가진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에게 바로 매수 기회를 주는 방안도 함께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채권단은 특혜 시비를 의식해 금호그룹에게 곧바로 매수기회를 주지 않고 공개입찰을 통해 적정가를 제시하겠다는 방침을 가져왔다. 공개입찰에서 낙찰된 가격을 기준으로 금호가 이 가격보다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면 금호에게 매각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호반이 써낸 6천7억원이라는 금액이 금호에게 나쁠리 없다. 단독 응찰로 인수전 자체가 주목받지 못한데다 이미 시장에 6천7억원이 각인된 만큼 ‘1조원설’은 누그러질 가능성이 높다.

박 회장과의 개인적 친분, 기업간 상도의 등을 생각해 대기업들이 인수전 참여를 포기한 만큼 박 회장과 채권단이 협의해 가격을 결정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업계 관계자는 “호반의 의도가 무엇이든 간에 결과적으로 금호를 도와준 셈이 됐다”며 “대기업들은 자본력으로 튼실한 중견기업을 삼켰다는 도덕적 비난이 두려워 인수전 자체에 관심을 두고 있지 않으며, 채권단은 공개입찰을 한 번 시행했기 때문에 금호그룹과 곧바로 가격현상에 나설 수 있는 명분을 얻게 됐다. 현재로서는 금호그룹에게 상당히 유리하게 돌아가는 국면”이라고 밝혔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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