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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부동산 바벨탑, ‘저금리 그늘’ 경계하라

브레이크 없는 달콤한 유혹, 교훈 잊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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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5.05.19 09:52:05

한국부동산이 심상찮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쏟아져 나오던 하우스푸어, 가계부채 우려 목소리가 어느 순간 자취를 감췄다.

CNB취재진이 현장을 확인해본 결과, 다시 떳다방(기획부동산)이 등장했고 수도권 일부지역에서는 수년전 자취를 감췄던 분양권(일명 딱지)이 버젓이 거래되고 있었다.

택지개발지구는 인기가 더 높아 아직 아파트 입주가 2~3년 남았는데도 원주민용 입주권(철거 보상차원에서 주거대책용으로 부여한 입주권리)에 수천만원의 프리미엄이 붙었다. 
 
모든 지표는 확실히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달 주택매매 누적거래량은 39만541건으로 전년동기 대비 21.5% 증가했다. 2006년 통계집계가 시작된 이래 4월 거래량으로는 최대치다.

가격도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인기 지역의 소형아파트는 매물을 내놓기 무섭게 거래가 이뤄진다. 내놨다 다시 거둬들이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뚜렷한 매도자 우위의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특히 부산, 대구, 울산 등 일부 지방의 오름세는 지나칠 정도다. 대구지역 한 중개인은 “자고 나면 1천만원씩 오른다는 말이 실감난다. 정말 이래도 되나 싶다”고 말했다.

부동산은 경기와 밀접한 물건이다. 자금흐름의 규모가 크고, 건설, 금융, 원자재, 서비스업 등 산업전반에 걸쳐 밀접한 연관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이 호황이면 돈이 풀리고, 돈이 풀리면 경기가 살아난다는 건 오랜 경제법칙이다.

그렇다면 정말 경제가 되살아난 걸까? 불과 1~2년 전까지만 해도 하우스푸어, 가계부채 폭탄을 우려하던 목소리는 왜 자취를 감춘 걸까?

지금의 활성화는 철저한 저금리에 기반하고 있음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근로자의 실질임금 상승이나 중소상인들의 소득증대가 매매수요로 이어진 게 아니라는 것.

정부는 최근 4년 새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단계적으로 낮춰 현재 1.75%까지 내려왔다. 사상최저 수준이다. 여기다 연 2~3%대의 주택담보대출, 장기전세대출 등을 통해 시중에 꾸준히 돈을 풀고 있다. 저금리로 갈 곳 없는 자금들이 증시와 부동산에 몰리고 있다. 이른바 유동성 장세가 본격화된 것.     

가령 1백만원에 월세를 살고 있는 사람이 은행에서 3억원을 빌려도 이자가 월75만원(연리3%기준)에 불과하다. 월세를 전세로 바꾸는 게 훨씬 유리하다. 집주인은 3억을 은행에 맡겨봤자 별 재미를 보지 못한다. 결국 이런 세입자와 주인간의 상호이해가 맞물리며 전세가격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전세가 치솟으면서 당연히 집값도 오르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한국만의 전세제도는 주택가격을 떠받치는 가장 확실한 기둥이다. 어떤 경우도 전세가 집값을 초월할  수는 없는 구조기 때문이다.

‘생뚱맞은 외침’ 새겨들어야

이런 가운데 가계부채는 사상 최대로 증가했다. 은행권의 가계대출 잔액은 579조원으로 한달 전보다 8조5000억원 늘었다. 월간 증가 폭으로는 역대 최고다. 가계대출 증가분의 90% 이상은 주택담보대출이 차지했다.

그럼에도 우려의 목소리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한동안 정부가 저금리 기조를 유지할 것이고, 이에 따라 유동성 장세가 이어질 것이기 때문에 ‘집값 폭락에 대비하라’고 말해봤자 광야에서 ‘메시아가 온다’고 외치는 세례요한 정도로 보일 것이다. 하지만 그의 예언대로 메시아는 왔다.    

과거 부동산 경기가 가장 과열됐던 때는 2006~2007년이었다. 지구촌 경제를 나락으로 추락시켰던 세계금융위기는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에서 비롯됐다.  

월가의 은행들이 온갖 파생상품을 만들어 주택을 매매했고, 집값은 치솟았다. 금융위기가 닥치자 매물 회수에 들어갔고 과도한 대출을 받았던 사람들이 집을 내던졌던 그날의 공포를 잊어서는 안된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LTV(주택담보대출비율), DTI(총부채상환비율)를 강화해 부실대출이 이뤄지지 않는지, 거품이 끼지 않았는지를 점검해야 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분양대금을 낮추고 공급을 늘려 주택시장을 안정화 시켜야 한다.

금융시스템을 점검하고 저렴한 가격에 주택을 보급하는 것만이 부동산경기를 선순환시키고 거품을 가라앉힐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임을 깨달아야 한다.

당장의 내수 진작에 눈이 멀어 할 일을 방기하다가는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날이 또 올 수도 있다. 

(CNB=도기천 정경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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