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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현장] 퇴직자와 한 길…현대카드 ‘CEO라운지’ 가보니

창업 1년간 지원…막막한 ‘인생이모작’ 회사가 내 일처럼 도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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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이성호기자 |  2015.05.24 15:30:05

▲현대카드의 CEO플랜이 새로운 퇴직문화를 제시해 눈길을 모으고 있다. CEO라운지 입구에 게시돼 있는 창업 1호점과 2호점 포스터. (사진=이성호 기자)

현대카드·현대라이프·현대캐피탈·현대커머셜(이하 현대카드)의 퇴직자 창업지원프로그램이 화제다. 

또 다른 꿈을 찾아 떠나는 직원들을 위한 실질적인 프로젝트인 ‘CEO플랜’을 전격 시행하고 있는 것. 창업 상담·교육부터 아이템 선정, 입지·오픈 컨설팅 및 사후지원 등 하나에서부터 열까지 퇴직자 곁에서 지원군을 자처하고 있다. 

지난달 서울 영등포에 문을 연 창업지원센터 ‘CEO라운지’를 방문했다. (CNB=이성호 기자)

창업상담부터 시장분석까지 ‘동행’
본사 인력 대거 투입해 사업 지원
‘필 받은’ 홍대 1호 가게 ‘성업 중’ 

뜨거운 햇볕이 쏟아지던 지난 20일 오후, 대한민국 퇴직문화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CEO라운지’를 찾았다.  

라운지 문을 열자 정면에 창업 1호점, 2호점의 소개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나머지 공간은 이후 창업자들로 채워지게 된다. 라운지는 상주하는 창업지원팀 3명(과장 2명, 직원 1명)과 아웃소싱을 통한 컨설팅 전문가 20~30명, 디자인팀 등 현대카드 본사 부서 인력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퇴직자들을 돕고 있다.

먼저 강경식 현대카드 경영지원실 창업지원팀 과장을 만나 설명을 들으며 라운지 곳곳을 둘러봤다. 한 공간에서 교육도 받고 미래에 대한 구상을 할 수 있게끔 각종 데이터가 구비돼 있었고 중간에는 커다란 테이블이 놓여 있어 컨설팅이나 미팅을 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특히, CEO랩은 벽면이 화이트보드로 돼 있는데 자유롭게 구상된 아이디어들이 빼곡히 적혀있었다.

이밖에도 컴퓨터 활용 및 휴게실, 교육실, 회의실 등 창업 지원자들만을 위한 독립된 구조가 돋보였다. 이날 준비생 1명이 회의실에서 진지하게 1:1 컨설팅을 받는 모습도 보였다. CEO라운지에서는 현재까지 1호점·2호점을 배출했고, 3명의 퇴직자들이 3·4·5호점 창업을 준비하고 있다.

1호점의 주인공은 현대카드 법인사업본부에서 근무했던 김형건 사장. 서울 서교동에 피자를 전문으로 한 이탈리안 가정식 레스토랑 ‘마이알리노’를 지난달 개업했다. (관련기사:‘현대카드 CEO플랜’ 1호점 개설…훈훈한 감동’

장사가 잘 되는지 묻자, 강경식 과장은 “시장분석을 토대로 한 점포 입지에 성공, 월매출이 첫 달에 비해 1000만원 이상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며 “이 정도면 홍대에서 좀 잘된다는 가게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귀띔했다.

이어 “하지만 통상적으로 오픈수익(오픈빨)을 3개월간 보기 때문에, 보다 안정적인 소득을 얻을 수 있도록 실적 추이에 따른 경영진단 컨설팅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2호점은 현대캐피탈 오토사업본부에서 근무했던 최강영 사장. 최 사장은 모던한 공간에서 즐기는 한식을 컨셉으로 청주시에 ‘MODERN 韓’이라는 한식 전문점을 열었다.

애초에 최 사장은 김밥집을 차릴 예정이었지만 컨설팅을 통해 중간에 한정식으로 바꾼 사례다. 노동집약형인 김밥보다는 보유하고 있는 한정식 요리솜씨를 살려보자고 권유, 전문 쉐프들이 한식요리법을 전수하고 메뉴도 구상해줬다. CEO라운지에서 매출 데이터를 관리하고 있는데 내달이면 안정권에 들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3호점은 딤섬전문점이다. 서울 서촌에 입지를 확보한 상태며 요리기술 전수가 완료되면 오는 7월 정식으로 오픈할 계획이다. 4호점은 회사 내 매점을 차리는 방향으로 창업지원이 진행되고 있으며, 5호점은 인수창업을 꾀하고 있다.

▲강경식 현대카드 창업지원팀 과장이 CEO랩 화이트보드 앞에서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성호 기자)


험난한 도전길에 든든한 지원군 자청

이른바 ‘희망퇴직’이라는 명목하에 기업에서 강제적인 인력구조조정이 공공연히 행해지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또 여러가지 사정(?)상 정년을 꽉 채워 은퇴하기도 어렵다. 설령 정년을 맞아도 100세 시대에 아직 정정하기에 얼마든지 더 일을 할 수 있지만 받아주는 곳을 찾기 힘들다. 아웃플레스먼트를 실시하는 기업도 있으나 대부분 형식적인 재취업 알선이나 이론교육에 그치는 경우가 태반이다.

자의든 타의든 회사생활을 접을 시기가 도래, 결국 창업으로 몰릴 수밖에 없는데 사정은 이미 포화상태다. 힘들고 험한 자영업의 성공률은 약 5% 정도에 불과하다.

강경식 과장은 “개별창업이 실패하기 쉬운 이유는 일단 투자자금 부족으로 인해 중심상권에서 물러나기 때문”이라며 “따라서 매출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더불어 전문가 도움을 못 받아 인테리어·영업 등을 주먹구구식으로 하다 보니 성공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런 가운데 CEO라운지는 막막한 어둠속에서 헤매지 않도록 길을 안내하는 친절한 도우미다.

회사 문을 나서는 순간 남남이 돼 혼자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퇴직 직원들이 창업을 원할 경우 그 인생이모작이 성공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도와주는 것이 CEO라운지가 하는 일이다.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이 직원들 입장에서 홀로서기를 하는 시점에 뭔가 도와줄 방법이 없을까 고심을 하다가 탄생한 CEO플랜은 ‘퇴직=불안·좌절’이라는 공식을 ‘퇴직=새로운 도전’으로 바꿔가고 있다.

▲CEO라운지 내부 모습. (사진 이성호 기자)


직원 사후 복지개념으로 설계

창업을 하기까지 CEO플랜 기간은 6개월이다. 3개월은 트레이닝(온·오프라인 교육)을 하고 이후 3개월은 오픈 컨설팅 준비단계다. 먼저 첫 달은 창업의 기본적인 부문부터 전문 강사들에게 세심하게 배운다. 즉, 막연했던 희망 아이템을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체계적인 교육을 받으면서 구체화하는 시기다.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는데 자금은 얼마나 들 것이며, 선정한 아이템을 어디서 하고, 마케팅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 설계도를 그리며 머릿속에서 창업을 하는 것이다. 이때 개별창업이 아니라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해보겠다고 하면 검토작업을 통해, 추천도 해주고 사업성이 있는지 없는지 면밀히 분석도 해준다.

둘째 달은 전문가와 1대1 맞춤 컨설팅에 들어간다. 사업계획서를 꾸렸으니 현장 검증을 해야 한다. 전문가와 함께 시장 벤치마킹을 하고, 가상의 메뉴로 얼마에 판매할 것인지 등 아이템을 확정하는 단계다. 

3개월에 들어서면 점포개발이 진행된다. 직접 창업자가 부동산소개소를 이용해 구해도 되고, 입지전문 패널들이 합류해 찾으면 최종적으로 현대카드 본사 인프라 관련 부서가 혹시 문제는 없는지 교차 점검을 해 확정 계약이 이뤄진다. 

4~6개월차는 오픈 컨설팅이다. 이 기간이 프랜차이즈가 아닌 자체브랜드로 나갈 경우 가장 중요한 시기이기도 하다. 창업 아웃소싱 네트워크를 통해 상권분석을 다시 한다. 고객층, 주변의 경쟁입지 등을 따져본다. 예를 들어 요식업일 경우 메뉴가 적합한지, 수정할 것인지 등 전략개발이 들어가고 단가도 정해진다. 

더불어 인테리어 시설공사도 병행되는데 현대카드 본사에서 꼼꼼히 감리해주며 전문 쉐프가 점주에게 기술전수도 해준다. 개별창업 시에는 현대카드에서 실비로 시설지원금을 제공하며, 프랜차이즈의 경우 가맹비를 대신 내준다. 저금리로 대출도 해주고 벤처의 경우에는 벤처자금지원도 연결해준다.

이 같은 6개월 과정을 거쳐 창업주가 되는 것이다. 특이할 점은 이 기간(6개월) 동안 급여는 종전 그대로 받게 되며, 창업을 함과 동시에 퇴직처리가 된다.

가게를 열고나서도 지원은 계속된다. 사후 6개월간 매출실적을 올릴 수 있도록 마케팅, 고객 이벤트, 경영컨설팅을 해주고 신메뉴 개발도 도와준다.

사실 회사에서는 다니고 있는 직원들의 복리후생에 신경 쓸지언정, 관두는 사람에게 이처럼 전폭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은 생소한 광경이다. 

물론 현대카드에서 직원들에게 무조건 창업을 권유하는 것이 아니다. 직장에서 자신의 역량을 다하고 소진된 시니어들이 주대상이며, 젊은 층이라도 창업을 꿈꾸고 있으면 그 의지를 중심으로 여러 요소를 고려해 신중히 대상자를 선발한다. 창업에 적합하지 않을 경우 다시 돌려보낸다.

강경식 과장은 “CEO플랜은 현대카드에서 직원들의 사후 복지개념으로 설계된 것”이라며 “함께했던 동료가 제2의 인생을 개척하는 데 있어서, 남의 일이라고 모른 척 하지 말고 충분한 인큐베이팅을 통해 도움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 회사 방침”이라고 전했다.

이직을 전전하다가 막다른 길에 봉착하면 어쩔 수 없이 나홀로 창업이라는 선택 아닌 선택을 하게 된다. 그러나 전 직장에서 창업 준비부터 초기 운영까지 든든한 지원군으로 같이 해준다면 한번쯤 노크해 볼만하다는 생각이 들며 CEO라운지 문을 나섰다.

(CNB=이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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