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원하기
  • 인쇄
  • 전송
  • 보관
  • 기사목록
  • 오탈자제보

[뉴스토리] 마천루의 저주인가… 제2롯데월드 수난사의 진실은?

일평균 방문객 10만명에서 절반으로… 신격호 총괄회장의 '관광보국' 위기

  •  

cnbnews 허주열기자 |  2015.05.26 10:07:00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초고층 랜드마크를 갖겠다’는 꿈이 현실화돼 공사가 진행 중인 잠실 제2롯데월드. (사진=CNB포토뱅크)

감전, 추락, 균열, 누수, 진동… 잊을만하면 터지는 사고. 제2롯데월드 얘기다. 이번엔 감전사고가 발생해 작업 중이던 노동자 2명이 부상을 입었다. 아쿠아리움과 영화관이 안전문제로 영업정지 제재를 받았다가 풀린 지 3일 만이다. 이쯤 되면 제2롯데월드가 ‘마천루의 저주’에 빠진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올 만하다. 진실은 뭘까? (CNB=허주열 기자)

재개장 3일 만에 또 사고
지금까지 사상자 10명 넘어
바벨탑 저주? 흉흉한 민심

“언제까지 외국 관광객에게 고궁만 보여줄 수는 없다.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건축물이 있어야만 관심을 끌 수 있다.”

제2롯데월드 지하 1층의 한 벽면에 적힌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글귀다. 그 밑에는 ‘관광보국(觀光報國)’이라는 글자가 큼지막하게 적혀있다. 제2롯데월드가 신 회장의 오랜 염원이 담긴 작품이라는 것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신 회장은 지난 22일 제2롯데월드를 직접 방문해 롯데월드타워 공사현장과 재개장한 롯데월드몰 아쿠아리움, 시네마 운영 등에 대해 꼼꼼히 챙기기도 했다. 

롯데는 지난 30년간 우여곡절 끝에 신 회장의 ‘초고층 랜드마크를 갖겠다’는 꿈을 현실로 만들어왔다.  

1988년 서울 잠실 땅을 매입, 김영삼 정부 때 이 사업을 본격 추진했지만 군이 인근 서울공항 군용기와 충돌 가능성을 들어 반대하면서 진척을 보지 못하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1년 11월 서울공항 활주로 방향 변경 비용 등을 기부 채납하는 조건으로 건축허가를 받았다.

공사가 시작된 이후에도 바람 잘 날이 없었다. 건축허가를 둘러싼 특혜 시비, 안전 논란이 불거졌다 가라앉기를 수차례 반복해왔다.

특히 다양한 형태의 안전사고가 잇달아 발생, 사상자가 10여명을 넘어서며 롯데의 랜드마크 건설이 재앙을 부르는 바벨탑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서울시민들 사이에서는 ‘공포의 제2롯데월드’라는 말까지 회자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서울시로부터 제2롯데월드 저층부(롯데월드몰) 임시사용 허가를 받은 이후 최근까지 제2롯데월드에는 ▲월드타워동 6층 내부배관 작업 노동자 추락 중상 ▲제2롯데월드 주변 3곳 도로 침하·균열 ▲인테리어 부착물 추락으로 협력업체 직원 부상 ▲식당가 통로·실내 천정 구조물 균열 ▲영화관 진동 ▲아쿠아리움 누수 ▲콘서트홀 작업 중 노동자 추락사 등 각종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임시 허가를 받기 이전에도 사고는 잊을만하면 어김없이 터졌다. 냉각수 배관 기압 확인 중 노동자 사망(2014년 4월), 47층 컨테이너 박스 화재(2014년 2월), 공사 현장 쇠파이프 낙하로 행인 1명 부상(2013년 10월), 외벽 구조물 붕괴로 노동자 1명 사망 및 5명 부상(2013년 6월) 등 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한 것이다.    

▲지난해 10월 서울시의 허가로 임시로 문을 연 잠실 롯데월드몰 롯데 에비뉴엘. (사진=CNB포토뱅크)

사고로 얼룩진 ‘신격호의 꿈’

이런 가운데 지난 15일 제2롯데월드 쇼핑몰동 8층 공연장에서 EPS(Electrical Piping Shaft)실의 부스터 펌프를 교체하던 중 발생한 전기 스파크로 얼굴과 두 손 등에 1∼2도 전기화상을 입는 부상을 당하자 롯데 측은 당혹스러운 기색이 역력하다.

지난 12일 잇단 사고와 안전 문제로 아쿠아리움과 영화관이 5개월여간 영업정지를 받았다가 제재가 풀린 지 3일 만에 또 사고가 터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고 장소는 지난해 12월 한 노동자의 작업 중 추락사로 공사가 중단됐다가 이번 재개장과 함께 공사 재개가 허가된 곳이기도 하다.  

다행히 부상자들의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지만, 롯데는 서울시로부터 구두 경고를 받기도 했다. 

서울시 주택건축국 관계자는 “제2롯데월드에서 크고 작은 사고가 이어져 곤혹스럽다”며 “이번에는 큰 사고가 아니라 사용중단 등의 조치는 안 하겠지만 롯데 측에 철저한 안전관리를 촉구했다”고 말했다. 

이러는 사이 지난해 10월 하루 평균 10만명에 달했던 제2롯데월드 방문객 수는 올초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방문객 감소는 아쿠아리움과 영화관 영업정지 탓도 크지만, 재개장 후 또 다시 사고가 발생하며 영업정지 이전 수준으로 방문객을 끌어들이는 게 쉽지 않아 보인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제2롯데월드가 ‘마천루의 저주’에 빠진 것 같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마천루의 저주는 1999년 도이치뱅크의 분석가 앤드류 로렌스가 100년간 사례를 분석해 내놓은 가설이다. 그의 가설에 따르면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가는 초고층 빌딩건설 프로젝트가 완공될 때에는 경제 불황 등 악재가 잇달았다.

미국은 1931년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381m)이 뉴욕에 들어선 시점에 세계 대공황을 겪었고, 1970년대 중반 뉴욕의 세계무역센터(415m)와 시카고 시어스타워(442m)가 세계 최고 빌딩으로 올라선 이후에는 오일 쇼크로 초유의 스태그플레이션을 겪었다.

고 성완종 회장이 이끌던 경남기업이 법정관리까지 간 것도 베트남 초고층빌딩 ‘랜드마크72’의 분양실패가 결정적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롯데그룹이 신격호 총괄회장, 신동빈 회장 집무실 롯데월드타워 이전 발표 등 ‘안전한 제2롯데월드’ 이미지 구축을 위해 고강도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사고가 끊이지 않으며 안전성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며 “‘마천루의 저주’에서 벗어나는 게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CNB=허주열 기자)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