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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현장] 표인봉·현아 사귀나?…단통법 우롱하는 ‘보조금 백태’

패쇄형 휴대폰 커뮤니티 은어 활개…30만원대 갤럭시S6까지, 단속은 게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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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정의식기자 |  2015.05.28 09:18:08

▲구글과 네이버에서 '표인봉'을 검색하면 나타나는 연관 검색어들(사진: 네이버,구글 캡처)

네이버, 구글 등 포탈 사이트 검색 창에 ‘표인봉’을 입력하면 ‘지원금’ ‘밴드’ ‘싸인회’ ‘좌표’ 등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들이 연관 검색어로 등장한다. 더 알 수 없는 것은 ‘현아’라는 단어. 40대 후반의 개그맨 출신 방송인과 섹시컨셉으로 인기몰이중인 걸그룹 멤버는 어떤 사연으로 검색 창에서 만나게 됐을까? (CNB=정의식 기자)

‘표인봉’·‘현아’에 ‘싸인회’·‘별사탕’까지
점조직 ‘폐쇄 밴드’ 운영…단속 공염불
손놓은 방통위…단통법 이전 ‘데자뷰’

단통법 시행 이후 휴대폰 유통절차가 투명화되고 가계통신비가 줄었다고 정부당국은 자찬하고 있지만, 정작 시장에서는 여전히 ‘표인봉’·‘현아’ 등의 은어로 표현되는 ‘이상한’ 거래가 횡행하고 있다.

‘표인봉’과 ‘현아’는 실제 유명인들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휴대폰 거래와 관련된 ‘은어(隱語)’다. 표인봉과 ‘페이백(PayBack)’의 초성은 ‘ㅍㅇㅂ’으로 같다. ‘페이백’은 휴대폰 구입 시 판매자가 일정 금액을 되돌려주는 판매 방식을 말한다. 물론, 정상적인 상거래는 아니다.

‘현아’ 역시 마찬가지다. ‘현금완납’의 준말인 ‘현완’과 같은 초성(ㅎㅇ)을 가졌다는 이유로 휴대폰 판매 사이트·커뮤니티에서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다. ‘현금완납’은 휴대폰을 할부로 구입하지 않고, 일시불로 구입하는 경우를 지칭한다. 일반적인 할부구매가격 총액보다 상당히 저렴한 금액이 ‘현완가’로 책정되기 때문에 실질적인 할인 구매 효과가 있다.

다른 용어들도 마찬가지다. ‘밴드’는 이같은 음성 거래 정보가 올라오는 네이버의 폐쇄형 커뮤니티 서비스를 의미하며, ‘좌표’ 역시 ‘은밀한 소식’이 올라오는 사이트나 게시물, 혹은 휴대폰 매장 위치를 말한다.

‘싸인회’는 현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날짜를 말한다. ‘표인봉 싸인회 14일’이라 하면 구입 후 14일 이내에 페이백으로 약속된 금액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별’ ‘사탕’ ‘별사탕’ 등은 현금 액수를 지칭한다. ‘별 다섯개’ ‘별사탕 열다섯개’ 등은 현금 5만원, 15만원 등을 이른다. 

최근에 사용되는 ‘신라면’ 등의 용어도 같은 뜻이지만, 얼마전 페이백으로 약속된 현금 대신 진짜 라면을 받는 사례가 드러나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런 경우 애초에 페이백 자체가 위법이라 법적 해결도 쉽지 않다.

▲현아, 표인봉 등 다양한 은어로 쓰여진 휴대폰 거래정보 게시물(사진: 뽐뿌 캡처)

점조직·음성화…‘뒷거래’ 갈수록 진화

당국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뒷거래’는 나날이 진화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이 제정되면서 불법 보조금을 이용한 휴대폰 판매가 발붙이지 못하게 됐지만, 여전히 일부 매장들은 비공개 모바일 커뮤니티 등을 활용해 실시간으로 지원금 규모를 공지하며 은밀하게 가입자를 유치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수도권 지역에서는 삼성전자의 최신 스마트폰 갤럭시S6 32GB 모델을 공시 지원금 20만원에 20만원 이상의 ‘덤’을 적용해 할부원금을 최저 30만원대까지 낮춰 판매했다.

단통법 기준으로 판매점이 추가로 지원할 수 있는 한계치인 공시 지원금의 15%를 아득히 넘어섰기 때문에 명백한 불법지원금이다.

시중 가격보다 훨씬 싼 값에 스마트폰을 판매하면서도 별다른 잡음이 일지 않는 것은 판매점과 가입자 사이의 거래가 극비리에 이뤄지기 때문이다.

이 판매점은 네이버 밴드에 비공개 모바일 커뮤니티를 운영하면서 비정기적으로 지원금 규모를 공지한다. 단속이 적은 주말에 액수를 높이는 등 ‘치고 빠지기’식 영업을 하는 것이 특징이다.

지원금 액수는 날씨에 비유된다. ‘흐림’이면 페이백 액수가 적다는 뜻이고, ‘맑음’이면 많다는 뜻이다. 어린이날을 앞둔 연휴 기간에는 일시적으로 ‘쾌청’을 공지하기도 했다.

판매점은 커뮤니티 보안을 철저히 관리한다. 지인을 통해 추천을 받고, 신분증 등을 제시해야만 가입할 수 있을 정도로 가입이 어려우며, 외부 사이트에 소문이라도 나면 당사자에게 경고나 탈퇴 조치를 내린다.

실제 단말기 거래는 오프라인에서 이뤄진다. 판매점이 “방문 시간은 오늘 오후 1시부터 8시까지”라고 공지하면 커뮤니티 회원은 직접 판매점을 찾아 상담 없이 공지된 조건으로 단말기를 산다.

일반적으로 가입자가 단말기 출고가에서 공시 지원금을 뺀 금액을 은행 계좌로 입금하면 판매점이 즉석에서 일부 금액을 현금으로 되돌려주는 방식으로 거래가 성사된다. 단말기 값을 일시불로 계산하는 ‘현금완납’ 방식이다.

‘표인봉’으로 잘 알려진 ‘페이백’ 방식도 많이 사용되지만, 최근에는 ‘스나이퍼(탈법 거래 신고자)’나 ‘먹튀(약속된 페이백을 지급하지 않는 것)’ 등이 많아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 선호하지 않고 있다.

수면 밑에서 영업을 하는 휴대전화 판매점은 전국 각지에 20여 곳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지나칠 정도로 보안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에 단속이 어렵다.

▲페이백 거래를 했다가 현금 대신 라면을 받았다는 피해자의 게시물(사진: 뽐뿌 캡처)

‘리베이트’ 구조가 ‘원죄’

업계에서는 단통법 하에서도 ‘검은 거래’가 여전히 횡행하는 이유를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통 3사가 유지하고 있는 ‘리베이트 구조’에서 찾고 있다.

리베이트(rebate)는 이통사가 고객을 유치한 유통점(대리점·판매점)에 지급하는 일종의 판매수수료다. 단통법 이전에도 지속적으로 불법보조금 경쟁을 유발한다는 지적을 받았으나, 정작 단통법에는 이를 규제하는 조항은 빠져 현재까지 각 이통사 자율로 운영되고 있다.

한 휴대폰 판매자는 “과거에는 우리 판매자 몫의 리베이트를 이용해 소비자가격을 낮췄는데, 단통법 이후부터는 그것이 불법이 됐다. 결국 과거처럼 리베이트를 활용하되, 예전과 달리 몰래 숨어서 판매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같은 방식이면 여전히 정보가 부족한 대다수의 사용자는 비싼 값에 휴대폰을 살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휴대폰 판매가 줄어든 것”이라며 “뒷거래를 근절하지도 못하면서, 소비자와 제조사에게 손실만 가져오는 단통법을 유지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폐쇄 밴드를 통해 최신 스마트폰을 저렴하게 구입한 30대 회사원 A씨는 “단통법 이전보다 더 복잡하고 어려워졌지만, 근본적으로 달라진 것은 없다”며 “결국 단통법은 20세기초 미국에서 시행됐다 실패했던 ‘금주법’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 말했다.

(CNB=정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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