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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리]현대차 중국공장 첫삽 뜬날, 찬물 끼얹은 日노무라증권

‘엔저의 반란’ 노무라 흔들었나, 현대차 목표주가 크게 낮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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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5.06.24 15:17:03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23일 중국 충칭시 량장신(兩江新)구에서 열린 ‘현대차 중국 충칭공장 기공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같은 날 노무라증권은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낮췄다. (사진=현대차 제공)

현대자동차가 23일 중국 내륙의 핵심도시인 충칭(重慶)에 대규모 생산공장 착공식을 열고 있을 때 일본 노무라 증권이 현대차의 목표주가를 크게 낮춰 주목된다.

‘엔저’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현대차가 중국 돌파구를 선언한 시각에 맞춰 노무라가 찬물을 끼얹었다는 점에서 오비이락(烏飛梨落)으로 보기에 석연찮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 이래저래 현대차 실적 전망을 둘러싼 설왕설래(說往說來)가 증권가를 휘돌고 있다. (CNB=도기천 기자)   

현대차 ‘충칭’ 교두보 삼아 정면승부 
노무라 “실적 부진…현대차 목표가↓”
보고서 날짜 미묘…‘흠집내기’ 의혹

최근 해외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는 현대차가 글로벌 메이커들의 각축전이 펼쳐지는 중국에서 정면승부를 선언하고 나섰다. 

현대차가 5번째 공장 부지로 선정한 충칭시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지도부의 국가개발 전략의 핵심지역이다.

현대차는 충칭 공장 건설을 통해 우선 중국의 중서부 지역을 공략할 계획이다. 중서부 지역은 연해 지역에 비해 자동차 시장 수요가 3분의 1에 불과해 앞으로 수요가 대폭으로 늘어날 잠재력이 크다. 충칭 공장은 이같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생산 거점 다변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한다는 의미가 있다.

회사 측은 앞으로 신규 수요 증가에 대비해 경제성과 경쟁력을 갖춘 전략형 소형 신차를 출시할 예정이다.

현대차가 중국 시장에 사활을 건 이유는 현지 기업들의 저가 공세에 정공법(正攻法)으로 맞서기 위해서다.      

중국은 현대·기아차가 강점을 갖고 있는 승용차 수요가 줄어들고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데, 현지 완성차 업체들이 싼 값의 SUV를 내놓으면서 현대차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달 현대·기아차의 중국 판매량은 작년 5월보다 9.9% 줄어 올 들어 판매 감소폭이 가장 컸다.

문제는 중국만이 아니다. 주요수출국인 미국 시장에서는 일본의 엔저 정책에 눌려 힘겨운 싸움을 전개하고 있다.

엔(¥)화 가치는 일본 당국의 엔저 기조 유지로 1년새 10%넘게 하락했다. 100엔 당 원화는 지난해 이맘때 1000원선을 웃돌았는데 24일 현재 893원까지 추락했다. 100엔당 달러도 1달러선에서 0.8달러 선까지 하락했다.

이는 수출기업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100만엔짜리 일본차를 사려면 예전엔 1만달러가 필요했는데 지금은 8000달러면 살수 있단 얘기다. 상대적으로 원화가치는 높아져 현대차를 사려면 예전보다 더 많은 달러를 줘야한다. 대표적인 수출기업인 현대차가 미국 시장에서 고전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중국시장에서 정공법을 택한 현대차는 미국에서도 마찬가지로 정면승부를 예고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미국 앨라배마 제1공장 근처에 2공장을 설립할 방침이다. 2공장은 SUV 생산에 주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앨라배마 1공장에서는 아반떼와 쏘나타만 생산하고 있다. SUV인 싼타페는 기아차 조지아 공장에서 위탁 생산 중이다.

현대차의 2공장 설립은 미국에서 수요가 늘고 있는 SUV 판매량 확대를 통해 미국 시장 점유율을 높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현대차는 앨라배마주 정부와 협상이 마무리되면 올해 안에 공장을 착공해 2017년 5월께부터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현대차 미국 앨라바마 공장을 방문 중인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사진=현대차 제공)

노무라 ‘김빼기’에 국내증권사 부화뇌동

이처럼 현대차가 중국·미국에서 돌파구 마련에 총력전을 펴고 있는 때에 노무라증권은 부정적인 보고서를 내놨다. 하필이면 보고서가 공개된 23일은 중국 생산공장 착공식 날이었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외아들이자 그룹의 후계자로 거론되고 있는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착공식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공산당 차기 지도부로 거론되는 쑨정차이(孫政才) 충칭(重慶)시 당서기, 황치판(黃奇帆) 충칭시장 등 고위직 인사들이 대거 참여해 현대차에 관심을 나타내고 있는 때였다.  

이날 노무라는 국내 자동차 업종의 올해 2분기 실적이 저조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현대차의 목표주가를 종전 21만원에서 15만원으로,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각각 하향 조정했다.

노무라는 국내 자동차 제조사와 부품 제조사들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예상보다 5∼11% 밑도는 수준일 것으로 내다봤다.

기아차의 실적은 한국과 미국에서의 판매 개선으로 비교적 나아질 것으로 봤지만, 현대모비스와 만도의 영업이익 전망치는 중국에서의 저조한 실적 등을 이유로 애초 전망보다 10∼11% 밑돌 것이라고 밝혔다. 

노무라의 보고서가 알려지자 국내 증권사들도 목표주가를 내렸다. 현대증권은 21만원에서 16만5천원으로, 대신증권은 22만5천원에서 20만원으로, 삼성증권과 토러스투자증권은 종전보다 각각 17.4%, 10% 낮춘 19만원과 18만원을 제시했다.

노무라는 1925년 오사카에서 설립된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금융기업이다. 노무라 그룹은 증권분야 뿐 아니라 글로벌 투자은행으로도 유명하다. 2009년 미국의 연방준비은행이 미 재무성 증권경매의 지정사업자로 선정할 정도다. 일본 뿐 아니라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핵심 기업으로 활약하고 있어 증권업계에서는 ‘걸리버’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현재 글로벌시장에서는 일본의 토요타, 혼다 등이 현대차 소나타 등과 치열한 각축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엔저의 향배에 따라 현대차의 생사가 갈린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일본 금융의 흐름에 민감한 상황이라 글로벌 금융사인 노무라의 발표가 예사롭지 않게 읽힌다. 자국 실리를 위해 고의적으로 발표날짜를 맞췄다는 의심을 거둘 수 없는 이유다.

증권가 한 관계자는 “수시로 발표되는 증권사들의 실적전망이 그다지 큰 이슈는 아니지만 하필이면 (노무라의) 보고서가 나온 날짜가 미묘하다”며 “특히 증권 흐름 특성상 2분기 실적은 이미 현재 주식가격에 상당부분 선반영 돼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너무 과도한 제스처를 취한 것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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