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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삼성 공격한 헤지펀드, 다음엔 현대자동차 노리나

현대가(家) 취약한 지분구조…‘제2엘리엇 사태’ 코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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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5.07.21 13:26:22

▲정의선 현대기아차 부회장(왼쪽)과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최근 모습. 두 사람 모두 외국자본의 공격을 딛고 그룹을 이끌어야 하는 3세대 경영주들이다. (사진=연합뉴스)

삼성물산과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 간의 길고 긴 싸움이 삼성의 완승으로 일단락된 가운데, 외국계 펀드들의 다음 공격 대상이 현대차그룹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총수 일가의 경영승계 과정이 분쟁의 불씨를 제공한 만큼 취약한 지분구조를 갖고 있는 기업은 언제든지 공격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중심으로 사업재편을 추진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을 긴장 시키고 있다. (CNB=도기천 기자)

지배구조 꼭지점 현대모비스, 외국 지분 절반 넘어
헤지펀드 ‘현대글로비스-모비스 합병’ 노릴 가능성
정의선 부회장 ‘믿을 건 실탄 뿐’…현금 확보 총력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양사는 5월 26일 합병을 발표한 이후 지난 17일 합병안이 주총을 통과하기까지 피말리는 시간을 보냈다.

삼성물산 지분 7.12%를 사들여 제3대 주주로 등극한 엘리엇이 합병 반대 입장을 천명하며 소송을 걸었고 일부 소액주주들의 반발도 심했다. 삼성은 여러 고비를 넘기며 겨우 합병을 이뤄냈다.

특히 이번 합병이 장기 투병 중인 이건희 삼성 회장의 뒤를 이어 3세들이 그룹을 분할 경영하는 ‘3분(分) 전략’의 핵심이었다는 점에서 삼성 측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삼성그룹은 이 회장의 장남 이재용(47) 삼성전자 부회장이 전자·금융 등 주력 부문을, 장녀 이부진(45) 사장이 유통·레저·서비스 부문을, 차녀 이서현(42) 사장이 패션·미디어 부문을 맡는 삼각구도로 사업재편을 추진 중이다.  

삼성의 핵심인 삼성전자 지분이 0.57%에 불과한 이 부회장으로서는 이번 합병이 반드시 넘어야할 산이었다. 삼성전자 지분 4.1%를 갖고 있는 삼성물산이 총수 일가 지분이 42.2%에 이르는 제일모직과 합병하면, 이 부회장은 자연스레 삼성전자에 대한 간접적 지배력이 커지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틈을 타 삼성물산 지분을 대량 매입한 엘리엇은 합병비율 등을 문제 삼아 끝까지 합병을 반대했다. 겨우 합병이 성사되긴 했지만 향후 엘리엇이 주주권을 행사하며 사사건건 승계 플랜을 방해할 가능성이 높아 삼성으로서는 어떻게든 엘리엇 문제를 풀어야 한다.   

이런 가운데 외국자본의 다음 공격 대상으로 현대차그룹이 유력시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헤지펀드들이 주가가 오를 만큼 오른 미국과 일본을 떠나 우리나라로 모이고 있는데, 지분구조가 취약한 대기업이 표적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미국 월가의 중요 금융운용사들을 돌아보고 온 이원일 제브라투자자문 대표(56)는 언론인터뷰에서 “월가가 삼성 다음으로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기업이 현대자동차그룹”이라고 밝혔다.  

▲기업의 약점을 인정사정없이 파고들어 이익을 내는 ‘벌처펀드(Vulture fund)’로 알려진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폴 싱어 회장(왼쪽). 삼성물산은 엘리엇의 합병 반대로 곤욕을 치렀다. (사진=연합뉴스)

현대모비스 지분확보 지상과제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로 이뤄져 있다. 현대모비스는 현대차 지분 20.8%를 갖고 있으며, 현대차는 다시 기아차 지분 33.9%를, 기아차는 현대모비스의 지분 16.9%로 서로가 서로를 지배하고 있다. 현대모비스가 꼭지점에 있는 만큼 이 회사가 흔들리면 현대차그룹 전체가 위협받는 구조다. 

따라서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외아들)이 탄탄한 지배력을 갖기 위해서는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현대모비스의 안정적인 지분확보가 필수적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현대모비스의 외국인 지분율은 50.28%인 반면 정몽구 회장 일가의 지분(계열사·특수관계인 포함)은 30.17%에 불과하다.

특히 정의선 부회장은 현대모비스의 지분이 단 1주도 없다. 이 때문에 정 부회장이 31.9%의 지분을 가진 현대글로비스와 현대모비스의 합병설이 시장에서 끊임없이 나온다. 현대글로비스를 통해 현대모비스의 지배력을 높인다는 시나리오다.

하지만 이 문제는 단순치 않다. 우선, 정 부회장이 대주주인 현대글로비스가 합병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면 현대글로비스의 주가가 오르고 정 부회장 지분이 전혀 없는 현대모비스의 주가가 내려가야 한다. 현행 자본시장법은 양사가 합칠 때 합병발표 시점의 주가를 반영해 합병비율을 정하도록 돼 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 경우, 오너 일가가 많은 지분을 갖고 있는 제일모직의 주가가 급등한 시점에 삼성 측이 합병을 발표했다. 제일모직은 지난해 12월18일 상장 당시 11만3000원이었지만 합병이 발표된 5월26일 18만8000원으로 급등한 상태였다.

엘리엇이 “삼성물산의 주가가 저평가 된 합병비율”이라며 이의를 제기했지만 법원은 합병발표 시점의 주가로 산정하는 현행법을 들어 삼성의 손을 들어줬다.

최근 SK그룹이 단행한 (주)SK와 SK C&C의 합병도 마찬가지다. 합병 전까지는 SK C&C가 지주사인 (주)SK를 지배하고 SK가 여러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였다.

최태원 SK 회장의 (주))SK 지분은 고작 0.02%에 불과했다. 반면 최 회장의 SK C&C의 지분율은 32.92%에 달한다. 지난해 4월 14만원대였던 SK C&C의 주가는 합병발표 시점인 올해 4월 23만원대로 1년 만에 60%이상 상승했다. 이로써 최 회장은 아주 유리한 합병비율로 양사를 합칠 수 있었다.

하지만 현대글로비스의 주가는 현대·기아차의 국내외 실적부진으로 지난해 8월 30만원대에 올라선 뒤 불과 1년여 만에 절반 가까이 폭락한 17만4500원(20일 종가기준)을 기록하고 있다.

여기다 외국인 지분율이 높아 총수 일가에게 부담을 주고 있다. 유럽계 기관투자가인 덴 노르스케아메리카린제 에이에스를 비롯해 외국계 지분이 27.65%에 이른다. 이들이 엘리엇처럼 합병에 반대하며 현대차그룹을 흔들 수도 있다. 

▲울산 방어진 순환도로(아산로)의 지난 6월30일 풍경. “고(故) 정주영 회장의 개척정신을 기리자”는 내용의 대형표지판이 눈에 뛴다. 현대차그룹이 외국계 자본의 공격을 딛고 ‘뉴 현대차’ 시대를 열지 주목된다. (사진=도기천 기자)

합병 어려우면 직접 매수

이처럼 현대글로비스를 통한 지배력 확장이 순조롭지 않을 경우, 생각할 수 있는 카드는 계열사 지분을 매각해 현대모비스 지분을 직접 사들이는 방법이다.

정 부회장은 현대엔지니어링 11.7%, 기아차 1.7%, 이노션 2%, 현대위아 1.95%, 현대오토에버 9.47% 지분을 갖고 있다.

이미 정 부회장은 이들 회사 주식 일부를 팔아 상당한 실탄을 비축해 뒀다. 지난해 현대차 계열 광고대행사인 이노션 지분 일부를 팔아 3000억원을 확보한데 이어, 최근 상장과정에서 한번 더 매각해 952억원을 추가로 확보했다. 올해 초에는 현대글로비스 지분 8.59%를 시간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매각해 7427억원의 현금을 손에 쥐었다. 

다음 수순으로는 정 부회장이 지분 11.7%를 가진 현대엔지니어링의 상장이 회자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현대엔지니어링이 상장 한 뒤 현대건설과 합병하는 방식으로 정 부회장의 지분가치를 더 높일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상장을 통해 현대엔지니어링 가치를 최대한 끌어 올린 뒤 지분 일부를 매각해 현대모비스 지분 인수에 필요한 실탄을 마련한다는 것. 증권가에서는 이렇게 약2조원 안팎의 재원이 확보되면 현대모비스 지분 9% 가량을 매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 경우도 외국계 자본으로부터 자유로운 것이라 단정 짓긴 힘들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외국 사모펀드들이 현대모비스, 현대차, 기아차 뿐 아니라 기업공개(IPO)가 예상되는 현대엔지니어링까지 손을 뻗칠 가능성이 있다. 무차별 공격을 통해 주가를 끌어 올린 뒤 목표 차익을 실현하면 사라지는 게 그들의 속성”이라고 전했다.   

정승일 사민저널 기획위원장은 최근 열린 ‘행동주의 펀드의 실상과 재벌정책’ 토론회에서 “오너 일가의 편법적 부 축적과 상속이 외국자본 공격의 원인이 되고 있다. 오너 일가 대신 공익재단, 임직원, 채권은행, 관계사 등 여러 이해관계자가 기업을 공동 운영하는 ‘대안적 기업질서’를 논의해야 할 때”라며 재벌의 각성도 함께 촉구했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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