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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롯데 '쿠데타' 후폭풍… 신동주·신동빈 계열분리 '솔솔'

지주사 역할하는 ‘광윤사’ 변수…신격호 총괄회장 우호지분 상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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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5.07.29 16:37:01

▲경영권 분쟁에 휘말린 롯데가(家) 부자(父子)들. 왼쪽부터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장남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 차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형제 간 경영권 분쟁으로 촉발된 롯데그룹 사태가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롯데가(家) 장남인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61)이 창업주이자 부친인 신격호 총괄회장(94)과 누나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73)을 앞세워 결행한 ‘쿠데타’ 시도는 불발에 그쳤지만, 차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60)은 계열사 지분을 두루 보유한 가족들의 견제를 받았다는 점에서 안심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재계에서는 신동주-신동빈 형제 간에 계열분리가 발생할 가능성까지 언급된다. 2000년 현대가(家) ‘왕자의 난’의 재판(再版)이 될지, 후계구도에서 밀려난 재벌2세의 치기(稚氣)로 끝날지 아직은 안개 속이다. (CNB=도기천 기자)

신격호 회장·신영자 이사장 지분 ‘변수’ 
신동빈, ‘韓·日 원톱 경영’ 불안한 출발
지분 확장→갈등 점화→후계 향배 ‘캄캄’

이번 사태로 신 총괄회장은 한국과 일본 롯데그룹 경영일선에서 사실상 퇴진하게 됐고, 롯데그룹은 신 총괄회장의 차남 신동빈 회장의 2세 경영체제로 전환됐다. 

롯데그룹은 28일 공식 입장을 통해 “앞으로 신동빈 회장이 한국 롯데그룹과 일본 롯데그룹을 대표하며, 신격호 총괄회장은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회 결의에 따라 명예회장으로 추대됐다”고 밝혔다. 신 총괄회장이 대표이사 회장 자리에서 해임됐다는 의미다. 롯데 측은 신 총괄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것은 다른 사람들이 대표이사 지위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이번 사태는 신동주 전 부회장이 신 총괄회장과 신영자 이사장, 신동인 롯데자이언츠 구단주 직무대행 등 친족 5명과 함께 지난 27일 일본으로 건너가면서 시작됐다. 일본에 도착한 이들은 일본롯데홀딩스 이사 6명을 해임했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신동빈 회장은 즉각 반격에 나섰다. 신 회장 등 일본롯데홀딩스 이사 6명은 신 총괄회장의 이사 해임 결정이 이사회를 거치지 않은 불법 결정이라고 규정했다. 신 회장 등은 28일 긴급 이사회를 열어 신 총괄회장을 일본롯데홀딩스 대표이사회장에서 해임했다. 

롯데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신 회장은 “(신 전 부회장이) 연로한 아버지를 앞세워 한국과 일본을 오가게 한 것은 가족끼리 차마 못할 일”이라며 격노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 회장은 신 전 부회장이 신 총괄회장과의 접촉도 봉쇄했다고 주장했다.

▲롯데그룹 신격호 총괄회장(오른쪽)과 장녀인 롯데복지재단 신영자 이사장(왼쪽)이 28일 오후 서울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롯데그룹 2세 후계구도에서 밀려난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이 창업주이자 부친인 신 총괄회장과 누나 신 이사장을 앞세워 ‘쿠데타’를 시도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사진=연합뉴스)

또 형제의 난… 한국재벌가 슬픈 역사 방증

이들 형제의 갈등은 이미 2013년경부터 본격적으로 점화됐다. 두 사람은 롯데 계열사들의 지분을 경쟁적으로 사들이며 대립했다.

신 회장은 2013년 5월 롯데케미칼 주식 6만2200주를 매입해 보유 지분을 0.3% 늘렸고, 6월에 롯데제과와 롯데칠성, 9월에는 롯데손해보험 주식을 사들였다.

신 전 부회장도 이에 질세라 롯데제과가 지분을 3.92%로 높이며 5.34%를 보유한 신 회장과의 차이를 좁혔다. 지난해 9월까지 롯데푸드를 비롯한 계열사 주식을 계속 매입했다.

그러다 신 전 부회장이 일본 롯데그룹의 주요 임원직에서 모두 해임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신 전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롯데 부회장, 롯데상사 부회장 겸 사장, 롯데아이스 이사에서 해임된데 이어 올해초 지주회사인 일본롯데홀딩스 이사직에서도 추가로 해임됐다. 사실상 경영일선에서 퇴출된 것. 이전까지는 ‘일본=신동주, 한국=신동빈’으로 힘의 균형이 유지됐었다.

이를 두고 신 전 부회장과 쓰쿠바 다카유키 롯데홀딩스 사장 사이의 알력설, 실적주의를 중시했던 신 총괄회장이 일본 롯데의 실적부진을 문제 삼아 신 전 부회장을 경질했다는 얘기 등이 돌았다. 이런 설의 근저에는 한국 롯데그룹이 승승장구하면서 2013년 기준으로 74개 계열사에 83조원대의 매출을 기록한 반면 일본에서는 37개 계열사에 매출도 5조7천원에 불과해 성과 차이가 크다는 점이 배경으로 작용했다.

일각에서는 신 전 부회장의 지분 매입을 후계구도를 깨려는 움직임으로 본 신 총괄회장이 신 전 부회장 ‘추방’이란 결정을 내렸다는 말까지 나왔다.  

하지만 일본 특유의 폐쇄적인 기업문화로 인해 정확한 진위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당시 산케이신문은 “일본 롯데는 비상장회사라서 공시의무가 없는데다 홍보담당자도 ‘기밀사항’이라면서 함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롯데그룹 측은 “일본 롯데쪽의 경영권과 관련된 사항이어서 우리도 모르는 일”이라고 밝힌 바 있다.

▲잠실 제2롯데월드몰 전경. (사진=왕진오 기자)

신동주의 난, 불씨 여전

따라서 이번 신 전 부회장의 난(亂)은 자신을 해임하고 신 회장 편에 섰던 일본롯데 이사들에 대한 보복 성격이 강하다. 비록 쿠데타가 불발에 그쳤지만 신 회장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재벌기업의 특성상 경영권 분쟁은 지분 싸움에서 비롯돼 왔다는 점에서 불씨는 여전하다. 두 형제는 과거 지분을 매입하며 경쟁을 벌인 만큼 향후 자신이 보유한 지분으로 각자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 두 형제의 주요계열사 지분 차가 크지 않은데다, 캐스팅보트로 등장한 누나 신영자 이사장의 향배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롯데그룹의 지배구조는 오너일가-광윤사-일본 롯데홀딩스-호텔롯데-국내 계열사로 요약된다.   

광윤사는 한국과 일본 롯데그룹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는 일본 롯데홀딩스 주식 27.65%를 가진 대주주다. 1967년 설립된 광윤사는 자본금 2억원, 종업원 수는 3명에 불과한 작은 업체지만, 롯데그룹 전체의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다. 광윤사를 누가 장악하느냐에 따라 그룹의 후계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 

일본 관련법에는 비상장사의 경우 기업공개의무가 없기 때문에 광윤사는 철저히 베일에 가려진 채 롯데를 지배해 왔다. 롯데가 재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1세대 창업주가 그룹을 지배할 수 있었던 데는 이런 묘수가 있었다. 정확한 지배구조는 알 수 없지만, 재계에는 신 총괄회장이 2013년까지 광윤사 지분 50%를 보유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는 신 회장과 신 전 부회장 모두 광윤사 지분을 29%씩 갖고 있으며, 12%의 지분율로 캐스팅보트 지위를 갖고 있는 ‘우리사주’가 신 회장의 지지세력으로 분류된다.  

신 총괄회장은 자식들에게 광윤사 지분 대부분을 증여해 현재는 3%에 불과하지만 우호지분이 상당하다.

신 총괄회장은 이번에 신 전 부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신 전 부회장 주도로 일본에 건너간 신 총괄회장은 신 전 부회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손으로 직접 일본 이사들의 이름을 가리키며 해임하라고 지시했다는 후문이다.

따라서 신 총괄회장이 광윤사 우호지분을 동원해 신 전 부회장의 편에 설 경우, 롯데그룹의 후계 향배는 앞을 내다보기 힘들게 된다.

▲한·일 롯데그룹 경영구도. (그래픽=연합뉴스)

신영자 이사장, 캐스팅보트 부상

두 형제의 주요 계열사 지분율이 엇비슷한 점도 향후 분쟁의 불씨로 작용할 소지가 있다. 

일본 롯데홀딩스의 경우, 두 사람 지분이 각각 20% 안팎으로 비슷하다. 롯데쇼핑 지분도 신 전 부회장이 13.45%, 신 회장이 13.46%로 차이가 거의 없다. 롯데제과는 1.42% 차이에 불과하고, 롯데푸드 지분율은 1.96%로 같다. 이처럼 차이가 미미한 상황이라 신 전 부회장이 후계 구도에서 밀렸다고 판단하기는 일러 보인다.

여기다 신 전 부회장의 ‘일본 쿠데타행’에 동행한 신영자 이사장도 변수다. 신 이사장은 롯데제과(2.52%), 롯데쇼핑(0.47%), 롯데닷컴(2.66%), 롯데칠성음료(1.3%), 롯데정보통신(3.51%) 지분을, 신 이사장이 이끄는 롯데장학재단은 롯데제과(8.69%), 롯데칠성음료(6.28%), 롯데푸드(4.1%) 지분을 각각 갖고 있다.

재계에서는 신 이사장이 신 총괄회장의 뜻대로 움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신 총괄회장이 첫번째 부인인 고 노순화 여사 사이에서 태어난 신 이사장을 지극히 아꼈고, 신 이사장 또한 부친의 뜻에 따라 일찌감치 경영에서 손을 떼고 봉사활동에만 전념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신 총괄회장의 건강이다. 1922년생인 신 총괄회장은 올해 우리 나이로 94세다.

롯데그룹의 말을 종합하면 일단 신 총괄회장은 현재 신체적으로는 큰 문제가 없는 상태다. 지난 5월 22일 예고없이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공사 현장을 방문해 휠체어를 탄 채 79층까지 올라가 두 시간 동안 보고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정신적 측면에선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도 “노화에 따라 정신력이 다소 약해진 상태”라고 전했다.

신 총괄회장은 이번에 자신이 해임한 쓰쿠다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부회장에게 잠시후 “잘 부탁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령인 신 총괄회장의 상황 판단이 깨끗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신 전 부회장이 신 총괄회장의 이런 약점을 이번 사태에 이용했단 얘기도 들린다.

재계 고위관계자는 “신 총괄회장 입장에서 보면 이미 후계구도를 정했을 수 있다. 하지만 순간적으로 판단이 흐려졌을 가능성도 있다”며 “무엇보다 신 총괄회장이 정확한 결정을 내려줘야 향후 분쟁을 최소화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 총괄회장은 28일 밤 10시경 일본 하네다 공항 발 전세기 편으로 김포공항에 도착했다. 휠체어에 탄 채 담요를 덮고 나타난 신 총괄회장은 무표정한 얼굴로 취재진의 질문에 전혀 답변하지 않은 채 공항을 빠져나갔다. 동행한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역시 함구로 일관했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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