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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리] 롯데·효성·금호·현대…재벌가 ‘형제의 난’ 수난사

재물 앞에 부모·형제 없다? 왜 분쟁 반복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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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5.07.30 11:25:44

▲가족 간 분쟁을 겪고 있는 재벌기업들. 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장남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 차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조현상 효성 부사장, 조현문 효성 전 부사장, 조현준 효성 사장. (사진=CNB포토뱅크)

후계구도에서 밀려난 장남이 연로한 부친을 앞세워 쿠데타를 시도하다 불발에 그친 롯데그룹 사태를 계기로 한국 재벌가의 ‘슬픈 가족사’가 세간의 화두다. ‘왕자의 난’으로 불리는 현대가(家)의 계열분리 사태를 비롯해 최근에는 아버지와 형을 검찰에 고발한 ‘효성 조현문의 난’에 이르기까지 재물 앞에 부모·형제도 없는 서글픈 역사가 되풀이되고 있다. (CNB=도기천 기자)

재벌대기업 2곳 중 1곳 가족 분쟁
롯데·금호, 대를 이어 혈족 간 갈등
주주권한 강화해 오너일가 견제해야

재벌가의 경영권 분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국내 여러 재벌의 경영 승계 과정은 온갖 내홍으로 얼룩졌다. 재벌 2곳 중 1곳 가까이는 혈족 간에 재산이나 경영권 다툼을 벌인 것으로 나타났다.

재벌닷컴과 재계 등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 자산 기준 40대 재벌그룹에서 지금까지 총수 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일어난 곳은 모두 17곳이었다.

롯데그룹의 경우, 경영일선에서 해임된 장남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61)이 창업주이자 부친인 신격호 총괄회장(94)과 누나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73)을 앞세워 결행한 ‘쿠데타’였다.

신 전 부회장은 자신을 해임하고 동생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편에 섰던 일본롯데 이사들을 아버지를 앞세워 해임했다. 완전한 복수전이 되는듯했던 이 사태는 신 회장과 이사들이 반발하며 되레 신 총괄회장을 대표이사회장직에서 해임함으로써 막을 내렸다. 신 전 부회장의 난(亂)은 ‘일일천하’에 그쳤지만, 불씨는 여전히 살아있다.  

신동주-신동빈 형제의 부친인 신 총괄회장도 동생 신춘호 농심그룹 회장과 불편한 관계를 이어왔다. 신 총괄회장은 신춘호 회장과 라면 사업을 놓고 충돌한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는 신 총괄회장의 만류에도 신춘호 회장이 라면사업에 뛰어들면서 두 사람 사이에 앙금이 생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춘호 회장은 1965년 롯데공업에서 라면사업을 시작한 이후 사명을 농심으로 바꿨다. 지난 2010년에는 롯데마트가 롯데라면을 판매하면서 롯데와 농심 회장 형제 간의 ‘라면 전쟁’으로 비치기도 했다. 

이번에 신 총괄회장의 두 아들이 롯데그룹 경영승계를 놓고 충돌함으로써 2대 연속으로 형제간 갈등이 되풀이되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에서도 대를 이어 혈족 간에 분쟁이 벌어졌다.

형제인 박삼구 금호그룹 회장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간 다툼은 재계에서 널리 알려진 이야기다. 이들은 지난 수년간 손에 꼽기 힘들 정도로 소송과 고발, 고소를 남발해 왔다.

박삼구 회장과 박찬구 회장은 한때 형제경영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혔지만 2006년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 대한통운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견해 차이를 보이며 틀어졌다. 대우건설 등의 인수는 결국 그룹 전체를 뒤흔드는 유동성 위기를 불러왔으며 형제간 갈등은 더 커졌다.

이후 박찬구 회장이 금호석유의 계열분리를 시도하면서 지분 경쟁이 벌어졌고 2009년 금호산업이 워크아웃에 들어가자 둘 사이는 더욱 악화됐다.

마침내 2011년 박찬구 회장이 공정거래위원회에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를 계열에서 제외해 줄 것을 신청하면서 형제는 완전히 등을 돌렸다. 이 과정에서 박찬구 회장은 비자금 조성 의혹 등으로 검찰에 기소됐는데 그 배경에 박삼구 회장이 있는 것으로 믿고 있다.

박찬구 회장은 지난해 9월 형 박삼구 회장을 4000억원대 배임 혐의로 고소했다. 양측은 금호산업과 금호석유화학 간 상표권 소송, 아시아나항공 주식매각청구소송, 아시아나항공 주주총회 결의 무효소송과 형사고발, 박삼구 회장이 박찬구 회장의 운전기사를 고소한 사건 등 수많은 송사로 대결했다.

앞서 금호그룹 창업주인 고 박인천 회장도 금호타이어의 전신인 삼양타이어를 둘러싸고 동생과 갈등을 빚었다. 

효성그룹에서는 조석래 회장 2세들의 분쟁이 불거졌다.

조현문 전 부사장이 형 조현준 사장과 동생 조현상 부사장이 대주주로 있는 그룹 계열사의 배임·횡령 혐의를 수사해달라며 검찰에 고발한 것이 화근이 됐다.

조 전 부사장은 형제들과 함께 착실히 효성그룹 경영에 참여해오다 지난해 1월 돌연 자신과 아들 명의의 회사 주식을 전부 매도해 효성과의 지분관계를 정리했다.

이후 조 전 부사장은 형인 조 사장을 포함해 그룹 계열사 전·현직 임원 등 9명을 배임·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면서 가족과 완전히 등을 돌렸다.

조 전 부사장은 고발장에서 노틸러스효성 등 3개 계열사 지분을 가진 조 사장과 해당 계열사 대표들이 수익과 무관한 거래에 투자하거나 고가로 주식을 사들이는 방식 등으로 회사에 최소 수백억원의 손실을 입혔다고 주장했다.

효성 측은 조 전 부사장이 잇따라 소송을 제기하거나 고발하는데 대해 ‘불순한 의도’가 있다며 불편한 심정을 감추지 않고 있다. 검찰은 현재 수사를 진행 중이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오른쪽)과 동생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이 지난 2007년 금호그룹의 발전을 기원하는 팽나무를 함께 식수하고 있다. 이때까지만 해도 금호는 형제경영의 모범으로 꼽혔지만 이후 형제는 완전히 등을 돌렸다. (사진=연합뉴스)

‘슬픈 역사’→‘주주 참여’ 확대로

삼성과 현대, 두산도 경영권이나 지분 상속 등을 놓고 형제 간 갈등이 노출된 바 있다.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은 동생인 이건희 회장을 상대로 지난 2012년 유산 소송을 제기했으나 항소심에서 패하자 상고를 포기해 갈등이 일단락됐다.

현대그룹은 2000년 3월 ‘왕자의 난’이라고 불리는 경영권 승계 다툼이 벌어졌다. 이를 계기로 정몽구 회장이 현대자동차 등 10개사를 이끌고 현대그룹으로부터 독립했으며, 현대그룹 경영권은 5남 정몽헌 회장에게 넘어갔다. 이후 현대·기아차그룹과 현대그룹, 현대중공업그룹 등으로 분리됐다.

두산그룹은 2005년 박용오 전 명예회장이 동생인 박용성 회장과 박용만 부회장을 비자금 조성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면서 수난을 겪었다. 

이밖에 한진, 한화, CJ, 대림, 현대, 코오롱, 한진중공업, 한라, 태광, 대성 등 국내 굴지의 그룹들이 혈족간 분쟁을 겪었다.

반면 SK와 LG, GS, 신세계, LS, 부영 등의 재벌그룹에서는 혈연간 경영 분쟁은 두드러지지 않았다. 

가족 간 분쟁은 재산이나 경영권을 둘러싼 싸움이 가장 잦았다. 이는 창업주로부터 시작돼 지금까지 총수 일가가 대를 이어 경영지배하고 있는 재벌대기업의 특성에서 비롯됐다.

최근 세간의 관심을 모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SK C&C-(주)SK 합병처럼 오너의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시도는 흔한 일이 돼 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재벌가의 분쟁이 주주 가치를 훼손하고 기업 경영효율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라고 지적한다. 

최근 재벌기업의 가족분쟁사를 집계해 화제를 모았던 정선섭 재벌닷컴 대표는 “한국 재벌의 지배구조 특성상 주도권 다툼에서 이기지 못하면 모두 다 잃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혈족 간에 분쟁이 벌어진다”며 “이사회의 경영 참여를 확대하고 주주의 권한을 높여 총수에게 집중된 권력을 분산하는 쪽으로 지배구조가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세현 경영컨설턴트는 “재벌가의 경영권 분쟁은 회사 실익을 떨어뜨리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주가에도 영향을 미치는 사안인 만큼 주주들이 이를 견제할 수 있는 장치를 강화해 폐단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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