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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롯데그룹, 진짜 악재는 경영권 골육상쟁보다 ‘일본 기업’ 논란

국적 정체성 논란 키운 경영권 공방…국민들에게 투명하게 설명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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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허주열기자 |  2015.08.04 14:57:06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3부자가 얽힌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 불똥이 기업 국적 정체성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일본어와 어설픈 한국어로 경영권을 둘러싼 공방이 오가며 롯데가 무늬만 한국 기업일뿐 실제론 일본 기업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사실 롯데의 국적 논란은 오래된 얘기다. “한국에서 번 돈을 일본으로 가져가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은 수십 년 전부터 존재했다. 창업주 신격호 총괄회장이 일본에서 사업을 시작해 한국과 일본을 아우르는 거대 기업집단으로 롯데그룹을 성장시키는 과정에서 이러한 논란이 꾸준히 제기됐던 것. 

사업 규모로만 보면 한국롯데가 압도적으로 크다. 2013년 기준 한국롯데의 매출은 83조원으로, 일본롯데(5조7000억원)보다 15배가량 높다. 특히 한국롯데는 국내에 83개 계열사를 거느린 재계 순위 5위 대기업이기도 하다. 

하지만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정점에는 일본 기업들이 위치하고 있다. 한국롯데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회사는 호텔롯데인데, 호텔롯데의 일본 측 지분율은 99%를 넘는다.

특히 19.07%의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로 사실상 호텔롯데를 지배하는 회사는 일본 롯데홀딩스다. 일본 롯데홀딩스 뒤에는 일본의 비상장사 회사인 광윤사가 있다. 한국롯데의 이윤이 결국 일본인 주주의 몫으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는 대목이다. 

경영권 분쟁의 최대 격전지로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가 거론되고 있다는 점도 롯데그룹이 일본 기업 아니냐는 의혹에 힘을 싣고 있다. 또한 경영권 분쟁의 주역인 신동주·신동빈 형제가 일본에서 태어나 초·중·고 대학교를 다녔고, 이중국적을 이유로 한국인의 의무인 ‘병역의 의무’를 피해간 것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신동주 전 부회장이 국내 방송사들과 일본어로 인터뷰를 하면서 국적 논란에 다시금 불이 붙었다. 논란이 확산되자 신 전 부회장은 지난 2일 SBS와 인터뷰에서 “일본에서 태어나 교육을 받고 한국어를 공부하기도 했지만 일이 바빠서 잊었다”며 해명했지만, 여론은 이미 차갑게 식은 뒤였다. 특히 인터뷰 말미에 언급한 “궁민 여러분, 재손함니다(국민 여러분, 죄송합니다)”라는 어설픈 한국말 사과는 오히려 역풍을 일으켰다는 평가가 많다.

신동빈 회장도 한국어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는 3일 귀국 기자회견에서 신 전 부회장과 달리 한국어로 인터뷰에 응했지만, 그의 발음에선 일본어투가 잔뜩 묻어났다. ‘총괄회장’을 ‘총가루회장’ ‘2월말’을 ‘2워루말’ 등으로 발음했던 것. 

신 회장은 이 자리에서 국적 정체성 논란에 대해 직접 “롯데는 한국 기업이다. 95%의 매출이 우리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해명했지만, 매출이 한국에서 많다는 이유만으로 한국 기업이라고 보기에는 설득력이 약하다.

국적 논란의 본질은 한국어 구사실력, 매출 등이 아니라 롯데의 불투명한 지배구조에 있기 때문이다.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광윤사와 일본 롯데홀딩스가 어떤 지분구조를 갖고 있는지, 주주는 누구인지 등은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다.

이와 관련, 정선섭 재벌닷컴 대표는 한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소재지의 국적을 따지면 한국롯데는 한국 기업이고, 일본롯데는 일본 기업”이라며 “그러나 롯데그룹의 지배구조를 보게 되면, 일본 롯데홀딩스가 호텔롯데를 지배하고 있고, 호텔롯데가 한국의 다른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주인은 일본 기업이고, 돈을 버는 것은 한국 기업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신 회장은 귀국 기자회견에 일본 롯데홀딩스, 광윤사의 지분 구조 등에 대한 질문에는 “여기서 말할 부분이 아니다”라며 답하지 않았다.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일본은 되풀이된 역사적 악연으로 부정적인 정서가 큰 나라다. 조선시대 임진왜란, 근대 일제강점기 등을 거치며 축적된 일본을 향한 부정적 정서는 현재도 위안부, 독도 문제 등이 겹치며 진행형이다.

결국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에 대한 인터넷 기사에는 “일본으로 돌아가서 싸워라” “쪽바리 기업 몰아내자” “롯데제품 불매” 등의 댓글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롯데는 일본 기업’이라는 인식이 국민들에게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

롯데가 유통, 식품, 호텔 등 소비재 사업을 주로 하는 B2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 기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경영권 분쟁이 어떤 식으로 마무리되든 롯데의 국내 사업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농후하다. 국적 정체성 논란을 끝내기 위해 롯데의 지배구조에 대한 투명한 설명이 필요한 이유다.

(CNB=허주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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