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원하기
  • 인쇄
  • 전송
  • 보관
  • 기사목록
  • 오탈자제보

[뉴스텔링]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왜 은행업 진출에 사활거나

‘인터넷은행’ 눈독… 오너 일가 지배구조 ‘아킬레스건’

  •  

cnbnews 도기천기자 |  2015.08.27 12:04:40

▲보험업계 2위 교보생명이 은행업 진출을 선언해 주목된다. 지난 5월 서울 종로구 교보생명빌딩 컨벤션홀에서 열린 ‘광화문글판 25년 기념 공감 콘서트’에서 신창재 교보생명 대표이사 회장이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3800만명이 가입된 카카오톡을 이용한 카카오뱅크, 스마트폰에 신용카드를 탑재한 삼성페이, 은행간 계좌이동제, 보험·증권사 결제계좌 허용 등 금융권에 몰아치고 있는 핀테크 광풍이 거세다.

이런 가운데 인터넷은행 설립, 우리은행 인수전 참여 타진 등 은행업 진출을 위한 교보생명의 발길이 분주하다. 교보생명의 도전은 성장한계에 부딪힌 보험업계에 ‘리트머스 시험지’가 되고 있다. 신창재 회장의 실험은 성공할 수 있을까? (CNB=도기천 기자)

신창재 회장 오랜 숙원 ‘제1금융 은행’
우리은행 인수하려다 정부 눈총에 접어
“중견재벌 사금고화 우려” 반대 목소리도

핀테크(FinTech·파이낸셜과 기술의 합성어. 정보화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금융시스템) 시대를 맞아 금융권이 하루 다르게 변하고 있는 가운데 은행업 진출을 선언한 보험업계 2위 교보생명이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교보생명은 내년부터 본격 시행될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타진하고 있다. 인터넷은행은 무점포 영업이다. 지점 없이 인터넷·모바일만을 이용해 시중은행처럼 예금수신·이체·대출 등 각종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특히 저축은행과 대부업체의 전유물이었던 ‘중금리 대출’ 시장이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제1금융권의 대출 금리보다는 높고 제2금융권보다는 낮은 대출금리를 적용해 시장을 넓히겠다는 것. 영업점 방문 없이 인터넷상으로 대출심사와 실제 대출이 이뤄진다. 이렇게 될 경우 온라인에서 십시일반으로 자금을 모아 특정인에게 대출해주는 크라우드 펀딩 시장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일단 교보생명은 KT, 우리은행 등과 컨소시엄 구성을 타진 중이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26일 CNB에 “관심을 갖고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현행법상 금산분리(산업자본의 금융회사 지분참여 제한) 원칙에서 교보생명이 가장 자유로운 만큼 컨소시엄을 구성하게 된다면 앞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행 은행법의 금산분리 규정에 따르면 다음카카오, KT, 인터파크 등 ICT 업체들은 인터넷은행의 지분을 10%(의결권 행사는 4%) 이상 가질 수 없다.

금융위원회는 인터넷은행에 한해 산업자본의 지분을 50%까지 허용하는 은행법 개정을 추진할 예정이지만, 인터넷은행이 중견 재벌의 사금고가 될 수 있다는 반대 목소리도 높아 국회 통과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설령 규정이 완화되더라도 공정거래법상 자산 5조원 이상 61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은 대상에서 제외된다. 즉 재벌 대기업은 인터넷은행을 소유할 수 없단 얘기다. 

따라서 금융지주사나 대기업 계열이 아닌 ‘독립 금융’인 교보생명이 법에서 가장 자유롭다. 이에 따라 컨소시엄 지분율도 교보생명 40~50%, 우리은행 30%, KT 10%로 나누는 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서울 광화문 교보생명빌딩. (사진=CNB포토뱅크)

교보-우리은행 ‘질긴 인연’

교보의 파트너로 거론되는 KT의 강점은 통신 사업을 통해 확보한 넓은 고객망이다. 신규가입·기기 변경 등을 통해 해마다 200만명 가량의 고객정보가 업데이트되고 있다. 또 첨단 IT기술을 핀테크에 접목시켜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이 튼실하다. 교보생명의 자금력과 KT의 기술력이 접목될 경우, 상당한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보인다.   

조만간 재매각 절차를 밟게 될 우리은행도 교보생명으로선 매력적인 기업이다. 교보생명은 지난해 말 우리은행 인수를 검토했으나 막판 입찰 참여를 포기한 바 있다. 하지만 신 회장은 “은행 인수 꿈을 접지 않았다. 기회가 있으면 재도전 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금융당국은 그동안 4차례의 우리은행 매각 실패를 거듭하면서, 지난달 과점주주 매각 방식으로 민영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정부가 보유 중인 51.04% 지분 중 30~40%를 과점주주들에게 매각하겠다는 것.

과점주주 체제는 특정 대주주가 아니라 여러 주주들이 은행을 함께 경영하는 개념이다. 지분을 쪼개서 팔겠다는 얘기다. 이 경우 경영권을 누가 갖느냐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유력 인수후보로 거론되던 교보생명은 ‘경영권 메리트’가 사라져 인수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리은행이 인터넷은행을 만들겠다고 나선 것이라 교보생명으로서는 셈법이 복잡하게 됐다.

KB국민은행과 더불어 소매금융의 최강자인 우리은행의 고객인프라가 인터넷은행에 적용된다는 점에서 교보생명으로서는 상당히 매력적인 매물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경영권이 불확실한 과점매각 방식이라 선뜻 손이 가지 않는 측면도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교보생명 입장에서 보면 우리은행과 손잡고 인터넷은행을 설립하는 게 향후 우리은행 인수전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되는 셈이므로 이래저래 (컨소시엄 구성이) 속도를 내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일본 SBI금융 투자유치설 ‘솔솔’

여기에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의 ‘예사롭지 않은’ 일본 방문을 둘러싸고 SBI 등 일본 투자자가 참여할 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신 회장은 26일부터 29일까지 3박4일 일정으로 일본 SBI그룹 계열의 인터넷은행인 ‘SBI 넷뱅크’를 방문 중이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외국의 인터넷은행 경영 사례를 살피는 현지조사 성격이며, 면밀히 분석해 컨소시엄(입찰) 참여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신 회장이 직접 보고 판단한 뒤 결정을 내리겠다는 것이다.

SBI 넷뱅크는 자산규모 3.3조엔으로 일본 8개 인터넷은행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다. 계열사로 증권, 보험사, 자산운용사 등을 거느리고 있으며, 한때 교보생명 지분 4.5%를 보유한 인연이 있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맨 오른쪽)이 지난해 4월 광화문 교보생명빌딩 앞에서 열린 '횡보 염상섭의 상(像)' 제막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도종환 의원, 김영종 종로구청장,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사진=연합뉴스)

교보생명 측은 신 회장의 일본 출장에 앞서 실무조사단을 파견해 사전조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인터넷은행이 실질적인 은행업을 전부 영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돌아가는 모양새를 보면 교보생명의 인터넷은행 설립 추진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특정 개인이 대주주로 있는 보험사가 은행을 설립하겠다고 나서는 것을 경계하는 분위기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우리은행 인수전 때 교보생명이 막판까지 고심하다 결국 입찰참여를 포기했는데, 정부가 신 회장 일가가 지배하는 교보생명을 마땅치 않게 여겼기 때문이라는 말이 나돌았다”고 전했다.

현재 교보생명의 최대주주는 지분 33.8%를 보유한 신창재 회장이다. 신 회장의 사촌동생 신인재 씨가 2.53%를 보유하고 있으며, 신 회장의 누나인 경애 씨가 1.71%, 영애 씨는 1.41%를 보유 중이다. 신 회장의 두 아들 중하(35)·중현(33)씨는 지분을 갖고 있지 않지만, 신 회장 본인과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합치면 39.45%에 이른다.

이런 가운데 장남 중하 씨가 최근 교보생명 자회사인 KCA에 대리로 입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경영승계 수업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곱지 않는 시선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인터넷은행이 중견 재벌의 사금고가 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최근 정부의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방안에 대해 법학자·경제학자 등 전문가 8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과도한 결합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다음카카오 대항마… 누가 웃을까

한편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은 다음달 예비인가심사를 거쳐 올해 말 인터넷은행 한 곳을 선정할 계획이다.  

교보생명 컨소시엄의 유력한 경쟁상대는 ‘다음카카오’다. 3800만명의 가입자를 둔 메신저 플랫폼인 카카오톡을 인터넷은행에 접목시키는 ‘카카오뱅크’를 준비 중이다. 이미 ‘뱅크월렛카카오’, ‘카카오페이’ 등 금융서비스를 운영 중인데, 이를 계좌이체·예금·대출 등 은행업무와 연결시키겠다는 구상이다.

다음카카오는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전자금융업’을 신규 사업 목적에 추가한 데 이어 최근 한국투자금융지주, 국민은행과 컨소시엄 구성을 완료했다.

이밖에 인터파크도 SK텔레콤, NH투자증권, 웰컴저축은행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에 도전장을 내민 상태다.

금융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미 대세는 온라인·모바일로 기울었다”며 “‘스마트 금융’으로 수익모델이 재편되는 과정에서 교보생명이 선도적으로 움직이고 있는데, 문제는 롯데 사태 등을 계기로 재벌지배구조를 경계하는 분위기가 확산됐다는 점이다. 그런 측면에서 신 회장도 자유롭지 못한 게 아킬레스건”이라고 지적했다.

(CNB=도기천 기자)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