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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저금리 늪 빠진 무역보험공사…수천억 투자 헛발질

CD연동 상품 1900억원 투자…이자 한 푼도 못 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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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이진우기자 |  2015.09.25 09:54:39

▲서울 종로 한국무역보험공사 앞을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한국무역보험공사(이하 무보)가 금리와 연계된 수익상품을 운용하다가, 시중 금리가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상당한 손해를 본 것으로 확인됐다. 또 특정상품을 운용하면서 기금운용관리 체제 전반에 있어 리스크 관리가 부실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무보가 국민 세금으로 운용되는 공공기관이라는 점에서 운용체제 전반에 대한 재점검이 요구되고 있다. (CNB=이진우 기자)

CD연동 투자 실패…결국 국민혈세로 보전
일부 상품 한동안 무이자 상태 계속될 듯
국민연금 이자수익 5%대…무보와 대조적


무보가 기금 운용에 따른 기회비용이 발생한 가운데 결국 국민의 세금으로 이를 보전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무보는 증권사와 특정금전신탁 계약을 맺고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와 연계된 구조화상품에 지난 5월말까지 총 1900억 원을 투자했다. 또한 이 투자는 지난해 4~7월 사이에 1400억 원이 집중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상품은 CD 금리가 일정 범위를 유지하면 일반 금융상품보다 높은 이자를 받는다. 하지만 그 범위를 벗어나면 이자를 전혀 받지 못하는 고위험 구조화상품으로 파생상품과 그 성격이 유사하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한국은행이 기준 금리를 잇따라 인하하면서 사상 초유의 저금리 기조가 상당 기간 이어지고 있는 추세다.

이에 따라 무보는 CD 금리가 약정 범위를 이탈하면서 총 투자액 1900억 원 중 1700억 원은 지난해 10월부터, 200억 원은 올해 3월부터 이자를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 향후에도 저금리 추세가 장기화하면 이런 무이자 상태가 지속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예를 들어 CD 금리가 2% 이상을 유지하면 3%의 이자를 받고, 2% 미만으로 떨어지면 이자를 전혀 받지 못한다고 가정했을 때, 무보의 경우는 9월말 기준으로 1700억 원에 대한 1년 치 이자수익 51억 원을 날리게 된다. 또 200억 원에 대한 7개월 치 이자 3억 5000만 원도 받지 못한다.

비록 직접적인 손실이 발생한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론 기금 운용을 잘하지 못해 안정적으로 수십억 원의 수입을 올릴 수 있는 기회를 날려버린 셈이다.

같은 공적기금인 국민연금의 지난해 국내채권 이자수익률은 6.79%(주식 부문 합산 시 총수익률 5.25%)나 됐다.

무보는 준정부기관(기금관리형)으로 정관상 무자본 특수법인으로 설립됐다. 이는 본질적으로 국민 세금으로 운영하는 것을 의미하며, 수입보다 지출이 많아 결손이 발생하면 정부로부터 보전을 받는 구조다.

따라서 안정적으로 수입을 올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면 그만큼 수입 감소에 따른 부담은 결국 국민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무보 관계자는 CNB와 통화에서 “지난 2012년부터 구조화상품 투자를 해왔는데 처음엔 안정적으로 수익을 올렸다. 당시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자산운용위원회에서 안정적인 수익 상품으로 추천해준 것”이라며 “다만 지난해 하반기 갑작스런 기준 금리 인하가 이어지며 CD 금리가 약정 범위를 이탈해 이자를 받지 못했다. 앞으로 미국 금리 인상 등에 따라 CD 금리가 정상화되면 안정적인 이자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무역보험공사 본사에서 김영학 무역보험공사 사장(왼쪽)과 윌리엄 코널리 ING은행 행장이 '무역보험 20억 달러 사전 신용공여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특정금전신탁으로 기금 운용…위법성 논란


무보가 특정금전신탁의 방법으로 기금 운용에 나선 것도 논란이 될 수 있다.

특정금전신탁은 위탁자(고객)가 수탁자(금융기관)에게 직접 자산 운용 방법을 지정하는 신탁상품이다. 즉 고객이 금융기관에 돈을 맡기면서 그 돈으로 특정 기업의 주식이나 기업어음(CP), 회사채 등을 매입해 달라고 지정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투자 결과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고객의 몫이다.

또한 투자 대상에 대한 정보는 고객과 해당 금융기관만 알 수 있기 때문에 특정 상장기업을 은밀히 인수·합병(M&A)하기 위해 주식을 몰래 매입하는 방법으로도 널리 사용된다. 실제로 지난 1998년 7월 공정거래위원회는 국내 5대 그룹의 부당 내부거래 유형 가운데 하나로 특정금전신탁 방식을 지목하기도 했다.

무보는 기금 운용과 관련해서는 무역보험법 33조와 공사의 정관 34조의 규정에 따른다.

관련 규정에 의하면 무보는 (1)금융기관에의 예입과 (2)국채·지방채 또는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유가증권의 매입 및 (3)금융기관 또는 특별법에 의해 설립된 법인이 발행하거나 지급을 보증한 유가증권을 매입하는 방법에 의해 기금을 운용하도록 돼 있다.

다만 위 규정 (2)와 (3)에 해당하지 않는 유가증권을 매입하는 경우엔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그런데 특정금전신탁의 방법으로 기금을 운용하는 것이 관련 법규를 위반한 것인지 아닌지에 대해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이 상품이 금융기관에의 예입이 아니고 또 유가증권도 아니라고 한다면 결국 기금 운용에 관한 관련 법규에서 크게 벗어나는 위법한 상황이 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증권사 관계자는 CNB에 “특정금전신탁은 일대일 계약으로서 유가증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신탁 계약이 금융기관에의 예입인지의 여부에 대해서는 “어쨌든 금융기관에 자금을 맡기는 것이므로 예입으로 볼 수는 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무보 관계자는 특정금전신탁을 활용한 기금 운용이 적법했는지의 여부에 대해 “이번 구조화상품 투자는 금융기관에의 예입이 맞다. 따라서 기금 운용과 관련해서는 법규를 위반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투자 원칙 매뉴얼화…소 잃고 외양간 고치나

한편, 무보가 고위험 구조화상품에 대규모로 투자하는 과정에서 투자운용 원칙이 허술했다는 지적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무보는 현재 채권운용한도 1조 5000억 원 내에서 자금팀장이 재량적으로 구조화상품 운용한도를 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무보 감사실은 “구조화상품에 대한 세부 운용원칙이 없고 개별 투자품의서에도 기초 자산 범위 설정, 조기상환권 행사 조건 등 수익률을 결정하는 중요 사항에 대한 검토 내용이 없어 투자 당시 시장분석과 리스크 관리가 충분했는지 파악하기 곤란하다”면서 “소수의 판단에 따라 재량적으로 구조화상품 투자가 결정되고 특정 시기에 투자가 집중됐다. 앞으로 수익성과 위험성을 정확히 인식하고 투자할 수 있도록 운용 원칙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무보 관계자는 CNB에 “앞으로는 자산운용위원회에서 운용 한도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면서 “현재 관련 투자운용 원칙을 검토하고 있으며 매뉴얼화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CNB뉴스=이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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