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원하기
  • 인쇄
  • 전송
  • 보관
  • 기사목록
  • 오탈자제보

[뉴스토리]예금보험공사는 왜 셜록홈즈식 탐정전쟁 벌였나

‘9천만원’ 들여 재벌 해외은닉 ‘6천만불’ 찾은 사연

  •  

cnbnews 도기천기자 |  2015.09.30 18:07:04

▲곽범국 예금보험공사 사장이 지난 21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예금보험공사 국정감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예금보험공사(예보)가 단돈 9000만원을 들여 부실저축은행 경영주 등이 해외에 감춘 돈 6000만불 찾은 것으로 확인됐다. 투자비 대비 777배 성과다. 과거 숱한 유혹과 방해 작전에도 불구하고 부실저축은행을 대거 정리하는데 성공했던 예보가 악덕 사업주의 은닉 자금까지 찾아낸 것이라 주목된다. (CNB=도기천 기자)

8년 간 해외탐정 고용, ‘검은 돈’ 회수
대규모 부실저축은행 정리 이은 성과 
하지만 완전 회수까진 지루한 소송전

예보가 이번 국정감사에서 국회 정무위 소속 신학용 의원(새천년민주당)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지난 수년간의 ‘검은 돈’ 회수 노력이 담겨 있다. 
 
예보는 2007년 6월 이후 올해 7월까지 140회에 걸쳐 7만6357달러(9000만원 상당)를 해외 탐정들에게 지급했다.

예보가 탐정을 동원해 찾아낸 경영주 등의 해외 은닉자산은 5910만 달러(약 700억원 상당)에 달한다. 이 중 회수를 완료한 금액은 1390만 달러(23.5%) 수준이다. 탐정들에게 지급한 금액은 회수금액 대비로 0.5% 수준에 불과했다.

다만 소송 과정에서 변호사들에게 지급한 수수료가 149만 달러로 회수금액의 10.7%에 달했다.  

예보가 사설 탐정까지 고용한 이유는 과거 저축은행 사태로 10여 곳의 저축은행이 문을 닫거나 영업정지에 들어가면서 경영주 등이 해외로 자산을 빼돌린데 따른 것이다.
 
저축은행 사태는 금융위원회가 지난 2011~2012년 10여 곳의 저축은행에 영업정지 처분을 내리면서 시작된 사건이다. 

금융당국은 저축은행들이 2000년대 들어 본업인 서민 대출에서 벗어나 건설사 대출사업인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에 주력하면서 부실이 커지자, 국제결제은행(BIS) 비율 1% 미만인 저축은행을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하고 6개월간의 영업정지 조치를 내렸다.

이로 인해 해당 저축은행들은 대부분 파산 하거나 다른 금융기관에 인수됐다. 이 과정에서 예금자보호 한도를 벗어난 5000만원 이상 예금자와 후순위 채권 투자자 수만여명이 손실을 입었다.

이때를 전후해 불법대출, 횡령 등 저축은행 경영주의 전횡이 허다하게 발생했다.

김찬경 당시 미래저축은행 회장은 자신이 대주주로 있던 스마일저축은행(옛 미래2저축은행)에 수천억원대의 부실대출을 지시하고 회사 돈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 수감됐다.

임석 전 솔로몬저축은행 회장도 수백억원의 회사 자금을 빼돌리고 1000억원대 불법대출을 지시한 혐의로 기소돼 실형이 확정됐다.

윤현수 한국저축은행 회장 또한 자신이 대주주인 대한전선 계열사에 1500억원을 불법대출하고 수십억원의 고객예금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사법처리 되는 등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저축은행 사주 대부분이 법의 심판대에 올랐다.

▲(왼쪽부터) 지난 2011~2012년 저축은행 사태 때 불법대출, 횡령 등 비리 혐의로 기소된 임석 전 솔로몬저축은행 회장, 윤현수 한국저축은행 회장, 김찬경 전 미래저축은행 회장.

예보는 부실 금융사가 파산했을 때 예금보험금을 지급하고, 해당 금융사를 정리하거나 부실 관련자에게 책임을 추궁해 자금을 회수하는 역할을 맡는 공기업이다. 따라서 예보는 이후 두 가지 측면에서 부실 저축은행들이 사주의 전횡 등으로 입은 손실금을 만회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했다.

우선 예보는 금융위가 2013년 9월 발표한 ‘대부업체의 저축은행 인수 정책 방향’에 따라 러시앤캐시 등 대형 대부업체들을 상대로 저축은행 인수와 관련된 협의를 진행했다.

금융위는 당시 ‘저축은행을 인수하기 위해서는 5년내 총 대부자산의 40% 이상을 감축해야 한다’는 옵션을 걸었고 이에 동의한 대부업체들이 인수 물망에 올랐다.

이 과정에서 대부업체 웰컴크레디라인은 예보가 관리하던 부실저축은행이었던 해솔·예신저축은행을 인수해 ‘웰컴저축은행’으로 사명을 바꿔 지난해 5월부터 영업을 시작했다.
 
또 러시앤캐시는 지난해 7월 예주·예나래저축은행을 인수해 ‘OK저축은행’을 출범했다. 일본계 글로벌 금융사인 SBI그룹은 2013년 3월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을 인수해 ‘SBI저축은행’으로 새출발 했다. 

예보는 관리·보유하던 10여개 부실저축은행 모두를 정리하는데 성공했다.

“악덕경영주 끝까지 추적”

한편으론 사설 탐정을 고용해 숨은 자금 찾기에 나섰다. 통상 예보는 파산 금융사 주요 주주가 보유한 재산을 조사하는 일로 환수 작업을 시작한다. 

대주주·경영주 등이 보유한 부동산과 예·적금, 보험금, 주식 등을 찾아내 압류나 가처분 등 수단으로 자금을 회수한다.

문제는 부실 책임자들이 이런 추적을 피하고자 해외에 자금을 감췄을 경우다. 국내에선 행정기관이나 공공기관, 금융사를 통해 보유 재산을 시스템적으로 찾아낼 수 있지만 해외에선 이런 방식이 통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예보는 이런 자금을 찾아내고자 출입국 기록이나 재외국민등록 내역, 해외송금 내역을 조회한다. 이를 통해 해외 은닉 정황이 나타나면 해당국 탐정을 고용해 은닉 자산을 찾아낸다.

국내와 달리 상당수 국가에서 탐정은 미궁에 빠진 사건을 해결하는 공인된 직업이다. 이들이 국내 행정기관이나 공공기관, 금융사를 대신해 은닉재산을 찾아 온 것이다. 

드러난 재산은 해당국가의 도움을 받아 소송을 제기해 환수한다. 은닉재산이 발각 되더라도 스스로 내놓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다.

예보 관계자는 “해외 은닉 자산은 국내보다 회수 비용과 시간이 더 많이 들지만 범죄자를  엄정하게 단죄하는 의미에서 반드시 회수한다는 방침을 세워두고 있다”고 전했다.
 
(CNB=도기천 기자)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