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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연비조작 폭스바겐 ‘전면 리콜 선언’ 신의 한수?

“일단 지르고 보자”… 진짜 속내는 ‘시간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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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5.10.13 10:56:07

배출가스 및 연비조작 스캔들을 일으킨 독일 폭스바겐 그룹이 국내에서 시판된 자사 브랜드 차량들에 대해 전면적인 리콜을 약속한 가운데, 정작 중요한 리콜 시점과 수리 기간에 대해선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 국내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리콜에 따른 연비·출력 저하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폭스바겐 측은 ‘성능에 지장 없는 리콜’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시험대에 오른 폭스바겐의 ‘신(新)기술력’은 뭘까? (CNB=도기천 기자)

▲지난 8일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토머스 쿨 폭스바겐코리아 사장(왼쪽)이 증인으로 참석해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문가들 “저감장치 정상되면 출력 감소” 
말로만 ‘성능유지 리콜’…아직 대책 없어
신기술 개발 사활…또다른 꼼수 가능성도  

지난달 미국 언론이 ‘특정 타입의 엔진을 장착한 약 1100만대의 디젤차에 배출가스 조작을 위한 프로그램이 장착됐다’고 보도하면서 촉발된 폭스바겐 사태가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국내 차주들이 집단소송에 나선 가운데 환경부는 국내에서 판매된 폭스바겐 차량 7종에 대한 정밀 검사를 진행 중이다. 연말에는 현대·기아차 등 국산차에 대한 검증도 진행된다.

이런 가운데 리콜 여부를 두고 고심해 오던 폭스바겐이 “배출가스 연비 조작 장치를 제거해도 성능에 지장이 없는 리콜을 국내에서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폭스바겐 그룹에 소속된 폭스바겐코리아와 아우디코리아는 지난 11일 “현재 기술적 조치를 준비하고 있으며 최대한 빨리 해결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최우선 목표는 차량의 성능에 영향이 없는 가장 효과적인 기술적 해결책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리콜을 받으면 연비·출력 등 성능이 떨어질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우려에 대한 답변인 셈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리콜 시점과 수리 시간에 대해선 아직 입을 다물고 있다. 이들 업체는 리콜 시점에 대해 “유감스럽게도 현시점에서 언제쯤 리콜 조치를 제공할 수 있을지에 대해 답변 할 수 없다. 독일자동차연방청과 독일 본사의 개선 계획에 따라 리콜을 이용할 시점이 되면 해당 차량을 보유한 고객에게 공지 하겠다”고 밝혔다.

소송을 걸거나 차량을 반납하겠다는 고객들에 대해선 “가능한 이른 시일 내로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 정부 당국과 긴밀히 협조하고 있다. 잠시 기다려 달라”고 요청했다. 수리에 필요한 시간에 대해서도 “현시점에서 수리에 필요한 시간 등을 정확히 밝히기 어렵다”고 일축했다.
 

▲윤성규 환경부장관이 11일 인천 서구 종합환경연구단지에 위치한 국립환경과학원을 찾아 폭스바겐 차량의 배출가스 검사 현황 등을 확인하고 있다. 국립환경과학원 교통환경연구소는 다음달 중순까지 국내에서 판매된 폭스바겐 차량 7종에 대한 ‘배출가스 조작’ 여부를 정밀 조사한다. (사진=환경부 제공)


이래저래 외통수, 일단은 리콜 선언

폭스바겐이 리콜 시점과 수리 기간을 정하지 못한 이유는 리콜에 따른 기술적 부담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배출가스 조작 프로그램이 달렸다고 의심받고 있는 차량은 폭스바겐 골프와 제타, 비틀 그리고 아우디 A3 등 7종의 디젤 차량이다. 최대 12만대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지금까지 확인된 결함은 유로 6 기준에 따른 차종이 배출가스의 양을 조작하는 소프트웨어를 달아 규정상 금지된 ‘임의 설정’(defeat device)을 했다는 것.

해당 차량들은 차의 두뇌 격인 ‘ECU소프트웨어’에 일반도로 모드와 실험실 모드 두 가지가 작동하게끔 프로그래밍 된 것으로 보인다. 주행 패턴을 인식해 실제 주행 조건과 검사소의 조건을 구별해낼 수 있고, 각기 그에 맞는 프로그램이 동작하는 식이다.

문제는 이 프로그램이 연비와 출력에 영향을 끼친다는 점이다. 리콜을 통해 이 프로그램을 제거하면 공인 연비와 출력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 견해다.

한 자동차 전문가는 CNB에 “문제의 프로그램은 배출가스 저감장치가 자동차 검사 중에만 작동하고 주행 중에는 저절로 꺼지게 하는 소프트웨어”라며 “(리콜을 통해) 환경기준에 맞춰 주행 중에도 배출가스 저감장치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게 한다면 당연히 출력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 또 연료를 더 많이 소모하게 돼 연비 또한 나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가장 좋은 리콜 방법은 차량에 선택적촉매장치(SCR)를 추가로 설치해 출력을 떨어뜨리지 않고 배출가스의 질소산화물을 저감하는 것인데, 상당 부분 차량의 설계를 바꿔야 하는 만큼 현실적으로 어렵다. 폭스바겐이 리콜 시기 등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이유다.

‘여론 달래기→기술 개발’ 투트랙 전략

앞뒤 상황으로 볼때 폭스바겐은 ‘전면 리콜’로 악화된 여론을 달래면서 동시에 시간을 벌겠다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한 것으로 판단된다.

소비자들의 항의가 거세지자 ‘리콜’이라는 카드를 꺼냈지만 시기를 특정하지 않았는데, 이는 리콜에 따른 성능저하를 막기 위한 기술력 개발에 투자할 시간을 확보하겠다는 뜻으로 비춰진다. 

폭스바겐코리아와 아우디코리아는 “독일 본사의 개발부서가 배기가스 배출량 편차를 바로잡기 위한 기술적 조치를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단 폭스바겐의 이같은 시간 끌기 전략은 피해고객에게 ‘안도의 시그널’을 줄 가능성이 높다. 현재 피해차량 상태가 유해 배출가스를 기준치 이상 내뿜는 것은 맞지만 주행 성능에는 영향이 없기 때문이다. 폭스바겐이 이미 리콜을 선언한 이상 당국이 먼저 나서서 환경규제를 할 명분도 사라지게 된다.

한 피해고객은 “굳이 성능저하가 우려되는 리콜을 빨리 해달라고 할 이유가 없다”며 “폭스바겐 측이 새로운 연비기술(성능에 지장을 주지 않으면서 환경기준을 충족)을 개발할 때까지 두고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폭스바겐 측은 “이번 이슈는 질소산화물 배출량의 편차와 관련된 것으로 차량의 주행 성능과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 리콜 전까지 아무런 제약 없이 지속적으로 운행해도 안전하다”고 주장했다.

결국 신기술을 언제 개발하느냐가 회사의 운명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

리콜대상 차량이 세계적으로 1000만대를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이미 한국을 비롯해 미국, 호주, 유럽연합 등의 폭스바겐 차량 소유주들은 폭스바겐을 상대로 잇따라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법무법인 바른에 따르면, 이대로라면 국내에서만 최소 1만명 이상이 소송에 동참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세기의 소송’을 최소화 하려면 새로운 기술개발이 필수적인 상황이다. 

▲서울 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사건에 대한 진실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토부, 연비기준 강화 움직임

한편에서는 이번 참에 연비·출력측정 방식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 1일부터 유로6 기준으로 제작된 차종인 골프와 아우디A3, 제타, 비틀 등 3종의 신차와 1종의 운행차량, 유로5 차종인 골프 신차와 티구안 운행차량 등 총 7종에 대한 정밀검사를 진행 중이다. 결과는 다음달 중 발표한다. 

환경부가 배출가스 조작 사실을 밝히는데 조사의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국토부는 별개로 연비 분석에 나설 예정이다. 국토부는 애초 ‘배출가스 조작’ 문제가 불거지자 연비 재조사 방침을 밝혔으나, 환경부 조사 결과를 본 뒤 연비와의 연계성을 분석하고 나서 재검증하기로 했다. 연비 재검증에 앞서 선행연구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

국토부는 조작이 확인되면 배출가스와 저감장치, 연비의 상관성을 분석해 연비 재측정에 나설 방침이다.

현재 연비측정 방식은 실제 도로가 아닌 대부분에 실험실에서 이뤄지고 있어 한계가 있다. 도심과 고속도로 2개 모드로 측정한 연비와 최고속·급가감속주행 모드, 에어컨 가동주행 모드, 저온도심주행 모드를 복잡한 계산식에 맞춰 평균치를 내는 방식이다.

국토부는 연비측정 방식을 통일하고 공통의 잣대를 마련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지난해 발주해 내년까지 진행 중이라 경우에 따라 폭스바겐 차량이 새 잣대에 따라 연비가 측정될 가능성도 있다.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현재 기준으로 연비를 측정하면 폭스바겐이 또 꼼수를 부릴 가능성이 있다. 수입차 운전자들이 실제와 다른 연비 때문에 수많은 민원을 제기하고 있는데, 이번 참에 배출가스 조작문제 뿐 아니라 연비 문제도 세밀하게 조사해 의혹을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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