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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카드사 vs 밴’ 종이전쟁…속으로 웃는 삼성페이

막 올린 ‘지문 거래’… 설자리 잃은 종이전표 향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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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5.10.19 17:00:23

삼성페이·신세계페이·카카오페이 등 기존 플라스틱카드를 대체하는 첨단 결제수단이 속속 등장하면서 종이전표를 공급하는 밴(VAN)사, 플라스틱카드 제조사 등 전통적인 주변산업들이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금융당국은 바뀐 결제환경에 맞는 새로운 수수료율 체계를 올해 안에 정하겠다고 나섰고, 애플페이, 안드로이드페이 등도 한국시장 진출을 서두르고 있어 ‘삼성페이’로 촉발된 결제유통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CNB=도기천 기자)

▲카드전표가 사실상 불필요한 ‘삼성페이’의 작동 순서. 현대카드가 삼성페이 결제에 한해 밴(VAN)사에 전표수수료를 지급하지 않기로 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카드업계, ‘전표수수료 거부’ 확산 조짐
지문인식 등 결제환경 급변…밴사 위기
궁지 몰린 밴, 삼성에 수수료청구 고심
핀테크 유통업계 확산…파장 일파만파

“고객불만에 대한 모든 책임은 카드사들이 져왔다. 소비자들은 카드사와 고객 사이에 끼어있는 밴사가 뭔지도 모른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이득은 밴사가 가져가는 비정상적인 결제 유통구조를 이번 참에 개선해야 한다” (A카드사 홍보임원)  
      
“카드사가 난데없이 수수료를 주지 않겠다고 하니 당황스럽다. 결제 시장의 변화는 인정하지만 시간을 두고 새 제도를 안착시키려 하는 것도 아니고 아무런 협의 없이 너무 갑작스럽다. 같이 살아야 하지 않겠나” (밴 업계 관계자)

현대카드가 삼성전자의 모바일 결제 서비스인 ‘삼성페이(Samsung Pay)’에 대한 전자전표(종이전표) 수거 수수료를 지급하지 않기로 결정함에 따라 밴(VAN)사들이 반발하고 있다. 다른 카드사들도 비슷한 입장을 취할 것으로 보여 사태가 일파만파 커질 전망이다.     

현대카드는 지난달 삼성페이 결제에 대해 전표를 수거하지 않기로 하고 13개 밴사에 통보했다. 이에 따라 지난 1일부터 전표를 수거해가지 않고 있다.

밴사는 카드사를 대신해 결제 승인을 중개하고 가맹점을 관리하는 회사다.

통상 가맹점에서 카드를 결제하면, 카드사는 해당 매장에 대금을 지급하고 수수료를 받는다. 이 과정에 밴사가 끼어 있다. 밴사는 고객이 결제를 취소하거나 서명 위조 등 사고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고객이 서명한 영수증을 수집해 이를 카드사에 제출해 전표 수거료를 받는다. 또 결제 통신망과 단말기를 보급한다. 매장과 카드사를 연결해주는 일종의 ‘중간유통상’인 셈이다. 

현대카드가 삼성페이 결제에 따른 매출전표를 수거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은 결제과정에서 ‘중간과정’이 불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지문 인식과 같은 본인 확인 절차를 거치는 삼성페이의 특성상 다른 사람이 불법 결제할 가능성이 작다는 것.

현대카드 관계자는 19일 CNB에 “삼성페이는 지문을 통해 본인인증을 해야 결제가 이뤄지는 시스템이다 보니 사고 발생 가능성이 없어 수수료를 지급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단순히 전표수수료를 절약하기 위한 조치가 아니라 불필요한 과정을 없애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삼성페이·신세계페이·카카오페이 등 기존 플라스틱카드를 대체하는 첨단 결제수단이 속속 등장하면서 전표를 관리·공급하는 밴(VAN)사가 설자리를 잃고 있다. (사진=CNB포토뱅크)


스마트결제 본격화… ‘종이전표’ 막차
 
이처럼 스마트결제 서비스가 확대되면서 다른 카드사들도 전표를 수거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카드업체 한 관계자는 “핀테크 등 기술 발달로 결제 구조가 바뀌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전표가 필요 하겠느냐”고 말했다.

삼성페이는 NFC 전용 방식을 택하고 있는 애플페이와 구글의 안드로이드페이 등에 비해 범용성이 뛰어나 대부분 카드사들이 제휴를 맺고 있다. 삼성페이에는 신한카드, KB국민카드, 삼성카드, 현대카드, 롯데카드, NH농협카드, BC카드, 우리카드, 하나SK카드 등 총 9종류의 카드를 탑재할 수 있다.

삼성페이의 누적 가입자는 두 달도 되지 않아 70만명으로 급증했으며 결제액은 350억원에 달한다. 현재는 갤럭시S6와 갤럭시S6엣지, 최근 출시된 갤럭시노트5와 갤럭시S6엣지플러스 등 최신 기종에만 적용되지만 향후 신제품으로 계속 확대될 전망이다.

여기다 ‘유통 빅3’ 기업들도 삼성페이의 뒤를 이어 빠르게 ‘스마트 결제’로 전환하고 있다. 신세계 ‘SSG페이’, 롯데백화점 ‘L-페이’, 현대백화점 ‘H-월렛’ 등이다.

지난 7월 출시된 SSG페이는 사용자가 SSG페이 애플리케이션(앱)에 신용카드를 등록하고 현금과 상품권으로 SSG머니를 충전해 이마트, 신세계백화점, 편의점 위드미, 스타벅스 등에서 사용할 수 있는 모바일 결제 시스템이다.

H-월렛은 현대백화점카드를 등록해 현대백화점 전국 15개 점포와 현대아울렛 일부 매장에서 사용할 수 있으며, ‘L-페이’는 롯데백화점 본점, 롯데 영플라자에서 이용 가능하다. 

아직은 초기 단계라 사용범위가 한정돼 있지만 점차 계열사 매장 전체로 확대되고 있어 내년 상반기 중에 전국의 모든 백화점·쇼핑센터·대형마트에서 스마트결제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종이전표를 발행하는 밴사들은 더 설자리를 잃게 된다.    

현대카드 측은 “우리가 먼저 시작하긴 했지만 다른 카드사들도 공감하고 있을 문제며, 결제 시장이 빠르게 발달하고 시대가 바뀌는 만큼 그 흐름에 따라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밴(VAN)사와 카드사 간의 결제유통 흐름도. 밴사는 카드사에 전표·단말기·통신망을 제공하고 카드사는 수수료를 지급하는데 이 수수료 중 일부는 가맹점 영업비용(리베이트)에 쓰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지난 7월 개정된 여신전문금융업법(이하 여전법)에 따라 리베이트가 전면 금지됨에 따라 조만간 실태점검에 나설 계획이다. (그래픽=연합뉴스)


금융위, 밴 수수료 손볼까

하지만 당장은 밴 업계의 반격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표 매입 수수료는 밴 업계 전체 매출의 20∼30%를 차지하는 만큼 사활이 달린 문제다. 

밴 업계는 현대카드의 조치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의견을 전달하는 한편 삼성전자에 중개수수료를 요구하는 방법을 검토할 계획이다.

밴사 관계자는 “기존의 밴사 기간망을 쓰면서 아무런 대가도 지급하지 않는 삼성전자가 현재 최대 수익자”라며 “삼성전자에 밴 수수료를 요구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앞서 2013년, 1위 밴사인 한국정보통신(KICC)은 이미 현대카드와 한차례 전쟁을 치른 바 있다. 현대카드는 전자결제가 늘면서 전표를 보관할 필요성이 줄어들자 전표매입을 거부했었다. 이에 KICC가 가맹점주들과 연합군을 형성해 결제거부 운동에 돌입하는 등 갈등을 겪었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전자결제로 인한 문제를 넘어 ‘지문인식 결제’라는 새로운 방식 때문에 불거진 사태라 과거와는 상황이 다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향후 애플페이·안드로이드페이 등 무서명(지문) 거래로 결제할 수 있는 수단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라 전표 논란은 이제 시작부터 시작”이라고 말했다.

신한, 국민, 하나카드 등 시중 카드사들은 현대카드의 주장에 동의하면서도 일단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올 연말경 금융당국의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조정이 예정돼 있어 당장 밴사와의 수수료 조정에 나서기는 시기상조라는 것. 

금융위원회는 삼성페이로 인한 카드사와 밴사 간의 갈등에 대해선 각 사의 계약 관계기 때문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방침이지만, ITC(정보통신기술) 발전에 따른 불필요한 수수료에 대해선 향후 개선책을 마련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번 갈등이 단순히 카드사와 밴 업계의 이해관계가 아닌 기술발전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며 “불필요하게 떼는 수수료가 결국 소비자의 부담이라는 점에서 개선점이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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