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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첫 단추 잘못 꿴 ‘국정교과서’, 마지막 단추 맞겠나

복면으로 가린 집필진으로 ‘올바른 역사교과서’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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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허주열기자 |  2015.11.24 14:05:04

국사편찬위원회(이하 국편)가 23일 2017학년도부터 국정으로 전환되는 중·고등학교 역사교과서 집필진을 확정했다. 지난 4~9일 교과서 집필진을 공개모집한 결과 교수·연구원 37명, 교원 19명 등 56명이 지원해 이중 17명을 선발하고, 30명은 초빙으로 채웠다는 게 국편의 설명이다.


가장 중요한 집필진 면면은 공개되지 않았다. 국편은 향후 집필진과 상의해 공개 시기, 방법 등을 결정하겠다고 한다. 그러면서 국편은 ‘초등학교 국정교과서는 집필이 끝나고 집필진 공개’ ‘현행 검정 역사교과서들의 집필진 명단도 집필 완료시 공개됐다’며 집필 완료 이후 공개 의사를 시사했다.


‘단 하나의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만들겠다’고 하면서 ‘누가 만드는지도 모르게 만들겠다’는 주장의 근거 치고는 너무 부실하다.


초등학교 국정교과서 집필진 명단은 학교 등에 보내는 공개 공문으로 사전에 공개해 온 것이 관례였다. 기존 검정 교과서 총 8종 중 7종의 역사교과서도 집필 단계에서 대표 집필자와 일반 집필자 명단이 대부분 알려졌다. 다만 부실, 우편향 교과서 논란을 야기한 ‘교학사’ 교과서만 집필진이 명확히 공개되지 않았을 뿐이다.


특히 당초 예고한 인원보다 공모에서 8명을 적게 선정한 것은 역사학계의 대대적인 참여 거부 선언 속 적합한 학계인사들이 지원하지 않아 집필진 수급에 어려움이 있었다는 것을 자인한 꼴이다.  


사실 국정교과서 집필진 구성이 어려울 것이라는 것은 일찍이 예견됐다. 대다수 대학의 역사전공 교수들과 이들이 속한 학회가 ‘집필 거부’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자질과 능력, 역사적 편향성을 알 수 없는 복면을 쓴 집필진이 내년 11월까지 교과서 집필을 완료하고, 짧은 감수 기간을 거쳐 2017년 3월 이전까지 일선 학교에 배포하겠다는 것은 누가 봐도 무리수다.


상황이 이런데도 불구하고 국편과 정부의 “믿어 달라”는 호소는 앞서 수차례의 거짓말과 뒤섞여 “믿지 말라”는 쪽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학계와 정계, 시민사회 단체 등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강행한 국정교과서는 정부가 장담한대로 최고의 집필진을 바탕으로 누구나 인정할만한 양질의 교과서를 만들어냈을 때만 그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첫 단추를 잘못 꿴 와이셔츠의 마지막 단추는 어긋날 수밖에 없다. 더구나 눈까지 가린 채 단추를 채워나간다면 두말할 나위가 없다. 지금이라도 집필진을 공개해 투명성을 확보하고, 논란이 있는 인사들이 포함됐다는 지적이 제기되면 즉각 교체하는 것만이 정부가 강조한 ‘단 하나의 올바른 역사교과서’가 될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높이는 길이다.


(CNB=허주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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