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원하기
  • 인쇄
  • 전송
  • 보관
  • 기사목록
  • 오탈자제보

[생생현장] 올해 47살 된 회현시민아파트, 혹한에 안녕한가

마지막 남은 ‘여든여섯 집’ 운명은?

  •  

cnbnews 유명환기자 |  2016.01.25 18:30:54

▲1970년 세워져 47년이라는 시간 동안 서울의 중심에서 사람의 발길을 이어온 회현시민아파트.(사진=유명환 기자)

기록적인 강추위라지만, 같은 도시 안에서도 한파의 온도차는 달랐다. 1970년에 지어져 올해로 47번째 생일을 맞는 서울 중구 회현동1가 회현시민아파트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아파트다. 남루한 시설만큼이나 한파의 강도도 더 깊게 느껴진다.       

서울시는 안전문제 등을 이유로 회현아파트를 철거할지 계속 존치시킬지 여부를 조만간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영하 12도까지 내려간 지난 22일 오후 회현아파트를 찾았다. (CNB=유명환 기자)

아이들 떠난 놀이터…혹한에 더 쓸쓸
철거 초읽기…10년째 수리조차 못해
서울시, 올해안에 주민이주 끝낼 계획

회현아파트는 서울 한복판 남산 중턱에서 반세기를 버티고 있었다. 아파트가 위치한 동네 입구에 들어서자 주름이 가득한 얼굴의 한 할머니가 눈에 들어왔다.

아파트를 찾는 물음에 담배를 입에 문 채 손으로 방향을 가리켰다. 할머니의 손가락을 따라 시선을 돌리자 곳곳에서 균열이 보이는 날고 허름한 외벽의 아파트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파트 중간에 위치한 놀이터에는 녹슨 미끄럼틀과 그네만 덩그러니 있었다. 아이들이 사라진지 오래다. 

아파트 내부의 복도는 한낮임인데도 불구하고 어두침침했고, 일부 나무로 만들어진 현관문은 삐걱대기도 했다.

아파트 현관에서 만난 관리인 홍씨는 “당시 잘나가던 가수 윤수일, 은방울 자매 등 유명한 연예인들이 아파트에 들어와 살았지. 그뿐인가. 안기부(현재 국가정보원), 경찰, 방송국 직원도 많이 있었다”며 옛 기억을 더듬었다.

▲대낮임에도 불구하고 한밤중을 방불케하는 분위기다. 사진은 회현시민아파트 내부.(사진=유명환 기자)

장밋빛에서 잿빛으로 변한 아파트

회현아파트는 ‘화려한 시절’을 뒤로한 채 역사 속으로 사라질 운명에 놓였다. 아파트는 지난 2004년 실시한 정밀안전진단에서 재난위험시설물 D등급으로 분류됐다. 시는 안전을 이유로 철거계획을 수립, 2006년부터 주민퇴거를 위한 보상 계획을 공고했다.

이후 보상에 합의한 159가구가 이주를 완료했지만 일부 입주자들의 이주 반대로 10년째 개발이 미뤄지고 있다. 시가 철거민들에 대한 아파트 특별분양 제도를 2008년부터 폐지하면서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추첨을 통한 아파트 입주권과 감정평가에 따른 건물보상금을 주겠다고 밝혔지만, 주민들은 2003년 회현 제1시민아파트 철거 때처럼, 아파트 특별분양권 등의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주민 박모 씨는 “대부분 이곳에서 수십년 살면서 어렵게 집 한 칸을 마련한 사람들”이라며 “시가 우리에게 안정적인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10년째 아파트에 아무런 손도 못 대고 있다. 주민 윤모 씨는 “보상계획이 나고 감정평가가 시행되면서 보수공사나 외벽 도색 등을 할 수 없어 비만 오면 물이 새고 수도관에선 녹물이 나온다”며 “소방시설이 없고 소방차 진입도 어려워 화재위험도 높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떠난 아파트 놀이터.(사진=유명환 기자)

보상 문제 10년째 ‘표류’

현재 주민들이 서울시에 요구하는 것은 충분한 이주 보상이다. 시에서 제시한 보상액은 1억2000만원 수준이지만 주민들은 3억원 안팎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다 특별분양권을 추가로 요구하고 있다.

박씨는 “서울시에서는 붕괴 직전 아파트라고 하지만 안전에는 별 문제가 없다”면서 “아파트 보상 가치가 지나치게 과소평가된 측면이 있어 충분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이주하지 않겠다는 것이 주민들의 입장”이라고 전했다.

이같은 주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서울시는 철거 계획을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시는 회현 아파트에 거주 중인 150세대 중 상반기에만 64세대를 다른 곳으로 이주시킬 방침이다. 이는 지난해 전체 이주 가구 수(37가구)보다 더 많다.

올 상반기 예정된 64가구가 이주를 마치면 회현아파트에 남게 되는 세대 수는 90가구 이하로 줄어들게 된다. 앞서 이사를 간 세대를 포함해 전체 352세대 중 약 75%의 이주가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공동주택과 관계자는 CNB와의 통화에서 “이미 이주에 동의한 주민이 80%를 넘어섰다”며 “주민 설득 작업이 막바지 단계며, 이르면 연말, 늦어도 내년까지는 이주를 마무리 지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는 회현아파트 안전등급이 당장 철거가 필요한 E등급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 따른 조치다.

시 관계자는 “여전히 일부 주민들이 보상가 상향을 주장하며 이주에 반대하고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눈에 띄게 이주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들이 다 떠나면 아파트는 곧장 철거될까? 시는 주민 이주 이후 관광명소로 활용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워낙 오래돼 역사적 상징성이 있는 만큼 영화촬영이나 박물관 등으로 활용하자는 것.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회현아파트가 영화나 TV프로그램 촬영장소로 종종 활용되면서 나온 얘기다.

▲화려한 고층 건물들 사이에 덩그러니 놓인 회현시민아파트.(사진=유명환 기자)

(CNB=유명환 기자)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