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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현장] 중국 녹지그룹은 왜 ‘상암DMC’를 떠났나

박원순 시장 체면 구긴 ‘상암랜드마크’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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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6.02.02 15:36:30

▲인근 고층건물에서 바라본 상암DMC 랜드마크 부지의 1일 현재 모습. 부지 왼편이 하늘공원과 노을공원. 부지너머 건물이 박정희대통령기념·도서관이다. (사진=도기천 기자)

서울의 마지막 노른자위이자 상암디지털미디어시티(DMC)의 화룡점정인 상암랜드마크 사업이 다시 무산되면서 중국 대기업까지 끌어들인 서울시가 체면을 구기게 됐다. 박원순 시장이 직접 나서서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인 녹지그룹과 투자의향서(LOI)까지 체결했지만 녹지그룹은 끝내 입찰에 참가하지 않았다. 그들이 등을 돌린 이유는 뭘까? (CNB=도기천 기자)

박원순 시장 중국 달려가 투자 호소 
투자하겠다던 녹지그룹 결국 등돌려
랜드마크부지 풀만 무성…매각 안개속

서울시가 상암DMC랜드마크 용지 매각에 대한 입찰신청서를 지난달 26일 마감한 결과 입찰자가 한 군데도 없었다.

부동산시장이 얼어붙고 있어 국내기업들의 참여는 진작부터 힘들 것으로 예상됐었다. 지난해 열린 사업설명회 때 대기업 몇 곳이 시행사를 앞세워 참여했지만 다들 조심스런 표정이었다.

다만 지난해 8월 서울 강남의 마지막 노른자위인 옛 서울의료원 부지입찰에 아무도 참여하지 않자 비슷한 규모인 상암DMC를 염두에 뒀기 때문이란 말이 나오기도 했다. 서울의료원 부지가 서울시가 추진 중인 동남권 국제복합교류지구에 속해 있어 전체 공간의 50% 이상을 관광·숙박 또는 문화·집회 시설 등으로 채워야 하는 등 제약이 컸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상암이 주목받은 것이다.

시는 여러 가능성을 타진하면서 기대를 가졌지만 결국 모두로부터 외면당했다. 특히 시는 가장 큰 기대를 걸었던 글로벌 부동산 기업인 녹지그룹마저 투자를 포기하자 당혹스런 모습이다.  

녹지그룹은 중국 상하이에 본사를 둔 부동산 개발 국영기업으로 1992년 설립 이후 빠르게 성장해 왔다.  

국내에서는 제주도 개발에 투자한 회사로 유명하다. 2012년 제주도 녹지한국투자개발 회사를 설립, 2014년 롯데그룹 계열사인 한국 동화투자공사와 함께 제주도 최고층인 58층 규모 쌍둥이빌딩 개발에 1조465억원을 투자해 주목 받았다.

박 시장은 2014년 11월 중국순방 때 장위량 녹지그룹 회장을 직접 만나 투자유치를 타진했고 이후 장 회장은 서울시와 랜드마크 부지 개발을 위한 투자의향서를 체결 했다. 녹지 측은 지난해 8월 열린 랜드마크 사업설명회 때도 직접 참석하는 등 꾸준히 관심을 보여 왔다.

▲인근 야산에서 바라본 상암DMC 랜드마크 부지의 1일 현재 모습. 초고층 주상복합건물과 아파트에 둘러싸여 있다. (사진=도기천 기자)

녹지그룹 믿었다가 뒤통수 맞아

녹지그룹이 등을 돌린 이유는 중국 경기 침체와 증시 급락 등 투자여건이 나빠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해 7∼8월 증시 폭락으로 위기에 빠졌던 중국 경기는 좀체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중국의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6년 만에 처음으로 7% 아래로 떨어졌다.

세계주요 경제기관들은 지난해보다 더 나쁜 경제전망치를 내놓고 있으며, 미국의 대표적인 투자금융사인 모건스탠리는 올해 세계경제 침체를 초래할 가장 큰 리스크로 중국을 꼽았다. 여기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사상 초유의 저유가 등도 신흥국들의 투자를 망설이게 하고 있다.  

한편으론 서울시가 랜드마크 부지 용도를 까다롭게 정해 놓은 게 투자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CNB가 입수한 ‘랜드마크 용지(부지명 F1, F2) 공급지침서’에 따르면, 공동주택, 오피스텔 등 주거비율은 지상층 연면적의 20% 이하로 제한된다.

대신 호텔 등 숙박시설이 최소 20%이상, 금융·보험·증권·교육시설 및 복지시설, 방송통신시설 등 업무시설도 최소 20%이상 들어서도록 했다. 또 국제컨벤션, 공연장, 전시장, 수족관 등 문화·집회시설이 5%이상을 차지하도록 했다.

특히 국제규모의 행사가 가능한 컨벤션시설은 ‘필수 시설’로 규정했다. 카지노를 비롯한 도박시설, 안마시술소·무도장 등 위락시설은 불허할 방침이다.   

한마디로 ‘돈이 되는’ 주거시설과 카지노 등은 제한을 받는 반면 공공시설은 상당부분을 차지하도록 해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랜드마크사업은 10년 넘게 표류하고 있지만, 나머지 DMC 조성은 대부분 완성됐다. 방송·신문·IT·미디어 관련 기업 수십곳이 이곳에 신사옥을 지어 자리를 잡았다. 1일 오후 MBC글로벌미디어센터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도기천 기자)

10년 넘게 표류…바벨탑 저주?

상암랜드마크 사업은 그동안 수많은 곡절을 겪어왔다. 상암DMC의 전체적인 밑그림은 2000년 고건 서울시장 시절 때 그려졌다. 서울 마포구 ‘상암새천년신도시’ 택지개발지구 내 569,925㎡ 부지에 세계적인 디지털미디어 산업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구상이었다.

그 중 가장 핵심이 상암랜드마크였다. 시는 사업비 총3조3천억원 이상을 들여 지하 9층, 지상 133층(640m) 높이로 랜드마크를 설계했다. 당시는 세계최고층 빌딩인 UAE(아랍에미리트)의 버즈두바이(818m, 160층)가 착공되기 전이었다. 시는 상암랜드마크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 될 거라 믿었다. 

이후 세계금융위기가 닥치며 사업이 중단됐지만 2009년 10월 오세훈 시장은 랜드마크빌딩 기공식을 강행했다. 하지만 시행사인 서울라이트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결국 2012년 6월 사업계약이 해지됐다.

시는 건축물 층수를 기존 ‘100층 이상’에서 ‘50층 이상’(또는 높이 200m 이상)으로 낮춰 다시 사업자 선정에 나섰지만 이번에도 무산됐다. 랜드마크 부지는 수년간 방치되며 거대한 잡초밭으로 변했다. 

한편에서는 책임 범위를 둘러싼 소송이 벌어지기도 했다. 서울라이트는 서울시에 납부한 토지대금 중 일부를 돌려받지 못하자 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서울라이트의 손을 들어줬다. 사업 무산 책임이 시장 상황을 무시한 채 사업을 강행한 서울시에도 일부 있다는 취지였다.

▲상암DMC 랜드마크부지 개요. 서울시는 2개 필지(F1, F2)로 구성된 랜드마크 부지를 통합개발하겠다는 기업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할 방침이다. 단, 1개 필지만 사겠다는 기업에게도 입찰자격은 주기로 했다. (자료=서울시)

이처럼 랜드마크사업은 10년 넘게 표류하고 있지만, 나머지 DMC 조성은 마무리 단계다.

MBC글로벌미디어센터, YTN, SBS프리즘타워, KBS미디어센터, 한국경제신문·TV, 중앙·조선·동아일보의 종합편성채널 방송국 등이 DMC에 들어섰다. CJ E&M, LG CNS, LG U+, 팬택R&D센터, 누리꿈스퀘어 등 IT·미디어 관련 수십개 기업도 이곳에 신사옥을 지어 자리를 잡았다.

또 거주 시설로는 분양·공공임대 아파트와 오피스텔 등 1만여 세대가 빼곡히 들어서 있다. 서울시 집계에 따르면 당초 도시계획의 90%가량이 완성됐다.

정부는 상암DMC를 해외의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을 유치해 창업을 활성화하는 ‘아시아판 실리콘밸리’로 조성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첨단기술과 창의적인 스토리가 만나 디지털 문화콘텐츠를 생산하고 수출하는 거점으로 육성하겠다는 것. 하지만 화룡점정인 랜드마크 사업이 다시 무산되면서 이 그림이 현실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상암동 주민 김주현(51) 씨는 “세계최고층 빌딩이 지어진다는 것을 믿고 아파트를 분양 받았는데 최고층은커녕 10년 동안 착공도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며 “부지 매각이 지연되면서 DMC 전체 분위기가 가라앉고 있다”고 전했다. 
 

▲상암DMC 현황. 아래쪽 빨간색 테두리가 랜드마크 부지. (자료=서울시)

서울시 “분할매각은 최후 수단”

한편 서울시는 부지매각을 놓고 여러 가능성을 고민하고 있다. 2개 필지(F1, F2)로 구성된 랜드마크 부지를 한꺼번에 개발하겠다는 기업에게 우선권을 주겠다는 방침이지만, 1개 필지만 사겠다는 기업에게도 입찰자격을 주기로 했다.

만일 통합개발하겠다는 사업자가 없는 가운데 1개 필지만 사겠다는 사업자가 나타나면 결론적으로 분할매각하는 셈이 된다. 이렇게 되면 각각의 필지에 한 개씩 건물이 들어서게 돼 랜드마크로서의 상징성을 잃게 된다.

상암DMC의 ‘마지막 카드’가 최장기 표류 기록을 딛고 랜드마크로 우뚝 설지, 오피스텔 2개동을 짓는 사업으로 끝날지, 바벨탑의 저주가 될지 현재로서는 안개속이다.

서울시 경제정책과 DMC활성화팀 관계자는 2일 CNB에 “2개 필지를 통합개발한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고, 분할매각은 최후의 수단”이라며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용도변경을 신중히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녹지그룹의 투자 철회와 관련해서는 “그쪽(녹지그룹)에서 답변할 사항”이라며 말을 아꼈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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