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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이란 건설시장 ‘황금의 땅’인가 ‘덫’인가

건설사들 ‘죽이고 살리는’ 중동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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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유명환기자 |  2016.02.04 09:23:27

▲국제사회가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를 해제하면서 국내 건설업계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사진=이란 대사관 홈페이지)

국제사회의 대 이란 경제 제재가 최근 해제됨에 따라 국내 건설사들의 이란 진출 구상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란 정부가 10여 년간 방치한 사회기반시설(SOC)과 플랜트 공사 등 대형 프로젝트 신규 발주가 잇따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국내 건설사들 사이에서는 ‘황금의 땅’ 이란을 선점하기 위한 신경전이 펼쳐지고 있다.

하지만 배럴당 30달러 밑으로 떨어진 국제 유가로 인해 산유국인 이란의 주머니가 홀쭉해진 만큼 자칫 국내 건설업체간 저가 수주로 인한 출혈 경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CNB=유명환 기자)

중동산유국들 저유가로 주머니 홀쭉 
치열한 수주전 ‘제살 깎아먹기’ 우려
기업 간 기술협력 통해 리스크 줄여야

▲이란 국영 석유회사 전경.(사진=연합뉴스)

건설업계에 따르면 이란은 경제 재건을 위해 약 1000억달러(약 121조5000억원)가 넘는 사회기반시설(SOC)과 플랜트 공사를 쏟아낼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이란 시장 선점을 위해 국내 건설업계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국내 건설사 가운데 가장 큰 16억2033만 달러 규모의 사우스파 가스처리시설 4~5단계를 수주한 현대건설은 지난해 연말 터키 이스탄불 지사에 있었던 국내직원 2명을 이란 테헤란 사무소로 발령 내고, 테헤란 사무소를 지사로 승격시켰다.

이란 수주경험이 가장 많은 대림산업은 컨트롤타워인 테헤란 지사에서 직원 5명이 발주처 동향 등을 살피면서 도로 등 사회기반시설 공사와 가스·석유화학 플랜트 개보수 공사를 중심으로 수주 전략을 짜는 중이다.

1975년 이란에 진출한 대림산업은 1994∼2001년 우리나라 최대 댐인 소양강댐의 10배(전력용량 200만 kW) 규모의 카룬댐 건설공사를 진행하는 등 국내 건설사 가운데 이란에서 가장 많은 공사를 수행한 경험이 있다.

GS건설은 2014년부터 영업 업무 담당 직원을 테헤란 지사로 보낸 데 이어, 최근 분위기가 개선되자 테헤란 지사장을 테헤란 외곽의 사우스파 가스개발사업에 급파했다. GS는 경제 제재로 무산된 가스 및 정유 플랜트 사업에 집중할 방침이다.

대우건설은 2008년 폐쇄했던 이란 지사를 다시 세울 계획이다. 지난해 하반기 미국과 이란의 핵협상 타결 이후 국내직원을 현지로 보내 지사 설립 인허가를 진행 중이고 이르면 3월 완료될 전망이다.

후발주자로 합류한 SK건설은 상반기 중 테헤란에 지사를 신설하고 시장 공략을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SK건설은 이란 수주 경험이 없는 만큼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현지에 직접 인력을 파견하는 등 보다 공격적으로 뛰어들 심산이다.  

SK건설 관계자는 CNB와의 통화에서 “올해 상반기 중으로 지사 설립 계획은 갖고 있다”며 “시장 진출을 위해 다양한 방법을 논의 중에 있다”고 말했다.

삼성물산과 한화건설, 롯데건설도 이란 진출 경험이 없지만 경제제재가 풀린 만큼 새로운 진출기회를 만들어 보겠다며 벼르고 있다.

국내 건설사들이 앞다퉈 이란으로 진출하는 이유는 이란이 2010년 국제사회로부터 경제제재를 받기 전에는 해외 건설 수주액으로 전 세계 국가 중 6위, 중동 국가 중에선 5위를 차지하는 주요 수요처였기 때문이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국내 건설사는 1999년과 2002년, 2003년 각각 10억4304만 달러(한화 1조2700억원), 18억7374만 달러(한화 2조2600억원), 8억3568만 달러(한화 1조80억원)를 이란에서 수주했다.

특히 2009년에는 이란에서 24억9201만달러(한화 3조350억원)를 수주했는데 이는 국내 건설업체가 해외에서 수주한 금액 가운데 다섯 번째로 많은 금액이었다.

국내 건설사들은 이란에서 누렸던 예전의 영화를 다시 누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건설업계에 따르면, SOC사업 등 토목·건축부문의 인프라 시설 공사, 공공주택 건설 공사와 함께 이란 정부의 재정 확보를 위한 가스·정유 플랜트 시설 공사가 쏟아질 전망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비엠아이는 이란 건설시장은 제재 해제 이후 2016년 기준 500억 달러(약 60조원), 2017년 436억 달러(약 52조원), 2019년에는 582억 달러(약 70조원) 규모에 이르고 앞으로 매년 3%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저유가’ 이란 시장 최대 악재

▲현대건설이 준공한 이란 사우스파 4·5단계 현장 전경.(사진=현대건설)

하지만 배럴당 30달러 밑으로 떨어진 국제 유가가 이란 건설시장의 발목을 잡는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이란은 원유·가스 등을 판매해 국가 재정을 충당해야 할 처지인데, 최근 국제 유가가 배럴당 30달러 아래로 떨어지면서 주머니 사정이 어렵게 됐다.

이런 이유에서 대형 프로젝트 발주가 쉽지 않다는 조심스런 전망도 나온다.

김종국 해외건설협회 중동실장은 “이란 시장의 잠재력과 성장 가능성은 크지만 국가 재정이 어렵다면 저가입찰과 장기간 사업을 진행할 것이고, 이렇게 되면 자금력이 취약한 국내 건설사들이 외국 기업과의 수주 경쟁에서 불리해진다”고 말했다.

저유가로 인한 중동 건설시장 위축은 비단 이란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 중동 지역 수주액(165억달러)은 전년에 비해 반 토막 났다. 현재와 같은 사상초유의 저유가가 계속될 경우 향후 1~2년 사이에 중동발(發) 대형 프로젝트 발주가 막을 내릴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건설사들 간에 ‘제살 깎아먹기식’ 경쟁이 펼쳐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과거 중동시장에서 쏟아지는 건설 물량을 놓고 국내 건설사들이 원가에도 못 미치는 저가 수주로 출혈 경쟁을 벌이다 막대한 손실을 입은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실제로 2013년 SK건설과 GS건설, 삼성엔지니어링은 각각 대규모 영업손실을 냈는데, 원인은 2010년 전후로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에서 저가 수주한 프로젝트에서 대규모 적자가 났기 때문이었다.

김종국 해외건설협회 중동실장은 “국내 건설업계는 최근 2~3년 사이 해외 프로젝트로 조 단위의 손실을 보면서 생존의 위기를 경험한 탓에 새로운 사업전략으로 접근하고 있다”며 “규모가 큰 사업의 경우 스페셜티(원천기술)를 갖고 있는 기업 간 협력을 통해 리스크를 줄여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CNB=유명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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