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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증권사 애널들 더 똑똑해질 순 없나

기업가치 분석, 숫자보다 내용에 주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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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6.02.04 09:27:34

(CNB=도기천 부국장) 주요기업들의 지난해 실적이 속속 발표되면서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의 몸놀림이 빨라지고 있다. 실적을 분석하고 목표주가를 조정하고 매수·매도 의견을 내놓는다. 올해 전망까지 제시한다. 

아쉬운 점은 이들이 전망치를 내놓는 방식이 천편일률적이라는 점이다. 2015년 실적과 2014년 실적을 단순비교해 목표주가를 수정한다. 영업이익이 내려가면 주가도 거의 비례해서 조절하는 식이다. 이렇다보니 업종별 특성이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

특히 건설·중공업 분야는 회계구조가 타 업종에 비해 복잡한 만큼 보다 면밀한 분석이 요구된다.

다른 업종과 달리 착공에서 완공까지 장기간 시일에 걸쳐 공사대금이 분납되는 회계구조라 분기별 영업이익의 격차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

밀린 기성금이 한꺼번에 들어와 실적으로 잡히는 분기에는 ‘어닝서프라이즈’가, 반대로 대규모 공사수주에도 불구하고 들어올 돈이 외상 처리된 경우에는 손실로 잡혀 ‘어닝쇼크’가 발생할 수 있다.

한마디로 지금 방식대로 목표주가를 정하면 건설사와 주주들은 분기마다 천당과 지옥을 오가게 된다.  

실제로 GS건설은 2013년 4월 1분기 영업손실이 무려 ‘마이너스 532%(5354억원)’에 이른다고 밝혀 시장에 큰 충격을 안겼다. 소액주주들은 GS건설이 부실을 감춰왔다며 손해배상청구소송까지 나섰다. 

GS건설이 곧 망할 것처럼 떠들던 애널들이 불과 2년 뒤 나온 실적 앞에서는 ‘10조원 클럽’ 운운하며 호들갑을 떨고 있다.

GS건설이 최근 실적공시를 통해 지난해 매출이 10조원을 넘었고 영업이익도 11% 늘었다고 전하자 앞다퉈 장밋빛 청사진을 내놓은 것. 심지어 미래에셋증권은 목표주가를 기존 2만6000원에서 3만7000원으로 무려 42.3%나 올렸다.

GS건설이 이렇게까지 천당과 지옥을 오갈 이유는 없어 보인다. 해외 플랜트 공사에서의 원가 변동성, 미수채권의 유동성 등 변동폭이 워낙 크다보니 이런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애널들 말만 믿고 주식을 팔고 산 수많은 ‘개미’들만 손실을 입었다.   

‘묻지마 매수’ 이제 그만

1년 동안 5조원 안팎의 적자를 낸 대우조선해양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매분기마다 1조원 이상의 어닝쇼크를 기록했음에도, 사태의 심각성을 정확히 알린 애널들은 거의 없었다. 3년전 3만원을 넘었던 주가는 현재 4천원대를 헤매고 있다. 이 지경에 이를 때까지 증권사들은 제대로 된 보고서를 내놓지 못했다.

대우건설은 금융당국이 분식회계로 모는 바람에 피해를 입었다.

2013년 12월 금융감독원은 대우건설이 국내외 사업장에서 1조4000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은폐했다는 내부자 제보를 받고 2년 가까이 회계감리를 벌였지만 결국 ‘고의성이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사실상 분식회계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회사와 주주들은 이 시기 주가하락 등 피해를 입었다. 분식회계 의혹이 터진 때로부터 지금까지 애널들은 이 사건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처럼 건설사 가치평가는 실적만 갖고 판단하기 힘들다. 전문가들은 건설사 회계구조의 특성상 영업이익을 전년도와 단순 비교해 목표주가를 설정하는 것은 투자 리스크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다.

즉, 숫자보다 내용에 주목해야 한다. 부채비율, 차입금 흐름, 미청구 공사금액, 장기적인 수익성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 때 김상민 의원(새누리당)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1년∼2015년 7월) 주요 증권사 10곳이 낸 기업보고서 5만여건 중 매도 의견은 고작 23건(0.1%미만)에 불과했다. 매수 의견이 무려 90.3%(4만4756건), 중립 의견은 9.7%(4801건)였다.

‘묻지마 매수’를 주문하고, 단순실적 비교를 통해 목표주가를 조정하는 관행의 피해는 결국 개미투자자들이 입게 된다.

명심하라 애널들이여. 그대들을 믿고 주식투자에 나서는 ‘선량한 호구’들이 아직 많다. 그들에게 최소한의 성의를 보여라.

(CNB=도기천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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